외관부터 심상치 않다. 장 줄리안의 유쾌한 그림체가 가득 그려진 작은 가게. 유럽식 구움 과자를 소개하는 콘디토리오븐 OVN과 장 줄리앙, 허재영 디렉터가 론칭한 브랜드 누누 NouNou® 가 팝업 스토어 ‘까누누레 CaNouNoulé’를 오픈했다는 소식. 이미지가 서로 다른 두 브랜드의 만남도 궁금했지만 이미 입소문을 타고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까누누레의 스토리가 궁금했다.
Interview with
누누 허재영 디렉터, 콘디토리오븐 이소영 대표
— 두 브랜드의 첫 컬래버레이션인 만큼 팝업 공간인 ‘까누누레’가 더 특별할 것 같아요. 어떤 인연으로 이런 멋진 공간을 기획하게 되었나요?
허재영(JH): 작년 초, 감이 좋은 친구한테 콘디토리오븐의 까눌레와 구움 과자를 선물 받았어요. 맛은 물론이거니와 고급스럽고 감각적인 제품 패키지가 인상적이어서 콘디토리오븐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브랜드를 전개하는 분이 이소영 대표인지 몰랐는데, 개인적인 좋은 기억으로 인연이 된 대표님의 높은 안목과 취향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올해 초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를 시작한 지 첫째 날, 운명처럼 이소영 대표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까눌레를 다양한 모습으로 재해석하여 누누와 협업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대화가 끝난 뒤 문득 머리 속에 그려지는 재밌는 상상에 너무나 설레더라고요. ‘누누 얼굴이 그려진 까눌레를 먹을 수 있다니’라면서 말이죠. 매 시즌 서울의 친구들과 다양한 협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저와 장 줄리앙의 누누 마니페스토는 그렇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사실 그날의 통화 이후 까누누레가 오픈하는 날까지 모든 진행이 ‘즐거웠다’는 느낌뿐이었어요.
이소영(SY): 실제로 까눌레 모양이 너무나 예쁘잖아요. 이전부터 디저트가 하나의 굿즈처럼 또 다른 형태로 완성되면 어떨까란 생각이 늘 있었어요. 콘디토리오븐의 프로덕트에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죠. 그동안 협업을 많이 하긴 했지만 패키지에 작품이 그려지는 것에 그쳤습니다. 그러다 올해 초 까눌레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그러면서 느꼈어요. ‘아, 사람들이 까눌레 모양을 좋아하는구나!’ 까눌레 모양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는 과정에서 허재영 디렉터를 만났어요. 서로 다른 이미지의 브랜드지만 누누와 어우러지는 콘디토리오븐의 모습도 기대되었죠.
— 서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적절히 조화롭게 잘 어우러진 것 같아요.
JH : 콘디토리오븐의 우아함에 누누의 위트를 더했을 때 어떤 새로움을 줄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했어요. 무엇보다 기간이 한정된 팝업 매장이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접근했습니다. 기존에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죠. 내부에 아치형 벽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공간 기획에 한계가 있었지만 최대한 팝업의 아이덴티티를 살리고 장점을 부각하고자 하였어요. 한쪽 벽에는 까눌레를 먹고 있는 장 줄리앙의 스케치를 담았고 아치형 벽에는 두 브랜드의 개성이 돋보이는 커튼을 달았어요. 디저트 쇼케이스는 까눌레를 보관하면서 동시에 굿즈까지 넣어둘 수 있도록 가변적인 디스플레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SY : 장 줄리앙의 작업 자체가 워낙 파워풀하다보니 크게 꾸미지 않아도 공간이 꽉 찬 느낌이 들었어요. 모든 단계에서 허재영 디렉터와 장 줄리앙이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모형까지 만들어가며 탄생한 팝업 스토어예요. 바닥이나 벽면 등 기존 공간의 일부는 그대로 살려 두고 시트지와 페인트로만 공간을 바쁘게 꾸몄죠. 굿즈까지 포함하여 그래픽적인 부분은 계속해서 셋이 함께 의논을 나눴어요. 허재영 디렉터와 장 줄리앙 두 분의 에너지가 합쳐지니 즐거운 건 당연하고 작가의 직관적인 시선으로 시원하게 공간에 표현되었기에 멋진 결과물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까누누레’가 탄생하게 된 것이군요. 팝업 스토어라 하셨는데 그럼 일시적으로만 운영되는 것인가요?
SY : ‘까누누레’는 콘디토리오븐과 누누과 공동 운영하는 공간이에요. 우선은 1년 정도의 기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두 브랜드의 콜라보 제품을 매달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에요. 까누누레에서 출시하는 제품들은 여기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 에디션이 되는 셈이죠. 한편으로는 까누누레가 고객 반응을 살펴보며 스터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이곳에서는 높은 퀄리티의 디저트와 굿즈를 소비하며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팝업이 더 연장될 수도 있고 일정 기간 이후 콘디토리오븐의 세컨드 브랜드 또는 다른 브랜드로 꾸며질 수도 있어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JH: 브랜드의 규모나 성장목표에 따라 팝업 스토어의 목적이 다를 수 있는데, 저희에게 팝업 스토어란 고객에게 새로운 친구를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누누의 시작이 저와 장 줄리앙의 우정에서 시작한 브랜드인 것처럼, 친구들과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이 과정을 팝업 스토어를 통해 사람에게 전하고 기대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누누의 친구가 된 콘디토리오븐, 팝업 스토어 까누누레도 역시 같은 생각에서 준비하고 선보인 장소라고 생각해요.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까누누레의 굿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JH: 처음 이소영 대표와 통화를 끝내고 바로 장 줄리앙에게 메시지를 보내 콘디토리오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파리에서 카페누누를 기획하고 있었기에 새로운 커피 컵 등의 굿즈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표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누누는 매 시즌 테마에 따라 얼굴의 표정을 변화시키고 있는데, 2020년 이후 2년 만의 공백을 깨고 어떤 얼굴을 선보여야 할까 고민했죠. 그러다 까눌레 모양으로 다양한 디저트를 만든다는 이소영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까눌레의 이름을 ‘까누누레’라고 짓고 그 맛을 상상하며 두 가지 표정을 완성했죠.
그리고서 굿즈를 준비했어요. 누누는 새로운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항상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데 이번 역시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을 만나 함께 까누누레 굿즈를 준비했어요.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금속 공예와 왁스를 활용하여 작품을 선보이는 연수 작가를 알게 되었어요. 파티시에가 계량부터 반죽, 굽기, 데커레이션의 과정을 거쳐 까눌레를 만들 듯, 누누 얼굴이 담긴 까눌레 모양의 초도 매일 연수 작가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이외에도 주미네와 함께 만든 오븐 장갑과 앞치마, 남경상사와 협업한 누누의 스테디셀러 모자와 티셔츠도 까누누레에 준비되어 있어요.
SY : 유쾌하고 재밌는 아이템이 탄생하여 무척 마음에 들어요. 누누와 아이디어 회의에서 늘 생각만 해오던 까눌레 모양의 굿즈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예쁜 초로 탄생하다니 신기하더라고요. 이번 콜라보로 공개한 누누의 얼굴이 프린트된 패브릭과 식기, 어패럴 제품도 까누누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에디션이랍니다. 패키지 상자를 포함하여 모든 굿즈는 장 줄리앙의 아트워크를 전달받으면 이를 그래픽으로 풀고 패키지로 디자인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섬세한 프로세스 덕분에 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적절하게 화합된 것 같습니다.
SY : 7월에는 까눌레 모양의 쿠기를 공개할 예정이에요. 캐러멜을 샌드해서 아주 달콤한 디저트인데 장 줄리앙의 까눌레 얼굴 모양이라 특별함을 더할 것 같아요. 또 콘디토리오븐에서 판매하지 않는 콜드브로나 초콜렛 봉봉, 버터 비스킷을 유리병에 담은 패키지 등 다양한 제품군이 기다리고 있어요. 이외에도 묶음으로만 구매 가능했던 까눌레 모양의 아이스크림을 까누누레에서는 낱개로 먹을 수 있답니다. 달 별로 출시하는 새로운 디저트와 굿즈들로 까누누레에 들리는 재미도 있을 듯싶어요.
— 두 브랜드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JH: 올가을 장 줄리앙의 DDP 전시를 기념하는 새로운 컬렉션 출시와 파리에서 오픈을 앞둔 카페누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SY: 하반기에는 콘디토리오븐의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에요. 더불어 까누누레처럼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한 공간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곧 한국에서 전시 예정인 티보에렘(Thibaud Herem)과 상의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