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모인 167개 브랜드 가운데 직접 찾아가볼 수 있는 브랜드 스팟 6곳을 헤이팝에서도 함께 소개합니다.
언택트 시대에도 살아 움직이는 로컬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의 소식을 ‘헤이팝’에서 빠르게 만나보세요!
리틀템포 디자인
어른들의 평범한 일상이 펼쳐지는 곳
머리가 벗어진 아저씨가 곰돌이가 그려진 옷을 입고 바닥에 누워 있다. 엉덩이를 긁다가 어슬렁어슬렁 일어나 화분에 물을 주고, 곁으로 쪼르르 달려 온 강아지를 만지작거린다. 배가 출출해지면 소박한 안주를 곁들여 차가운 맥주를 한 캔 벌컥벌컥.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무심한 듯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든다. “뭐지, 이 묘하게 귀여운 ‘아자씨’는…” 그렇게 느낀 당신, 아뿔싸! 디자인 숍 ‘리틀템포(LITTLE TEMPO)’가 건 앙증맞은 마술에 걸려 버렸다. 좀 더 가까이 좀 더 가까이 그러다 갑자기 . . ! 그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2005년에 시작한 리틀템포는 다양한 캐릭터 브랜드를 운영하며 소소하고도 즐거운 일상을 제안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겸 굿즈 숍이다. 그중에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건 취향 범벅 1인 라이프를 즐기는 평범한 50대 소시민 ‘아자씨’와 혼밥의 든든한 친구 ‘백반’. SNS에 자랑할 만큼 시시각각 화려한 일이 벌어지는 삶은 아니어도 자신의 속도로 평범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들을 응원하는 리틀템포. 스튜디오명처럼 살짝 느긋한 삶을 좋아하는 장윤미 작가님을 만나기 위해 서촌 오프라인 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자마자 펼쳐지는 노란 햇살 같은 공간, SDF를 앞두고 들뜬 공기가 느껴진다.
초창기에는 홍대에 숍을 열었어요. 하지만 점점 상업화되고 너무 빠르게 변화해서, 조금 천천히 변화하는 곳을 찾다가 서촌으로 오게 되었죠. 원래부터 이 동네를 동경하고 있기도 했어요. 골목길의 옛 감성이 잘 보존되어 있고, 인왕산이 보여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동네예요. 서촌의 차분한 분위기가 좋아 숍을 옮길 때도 바로 옆 골목으로 왔어요. 이곳에 자리 잡은 지 5년 정도 되었는데 생각보다 숨겨진 핫플레이스도 많아요. 처음엔 홍대보다 접근성이 떨어질까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오히려 흘러가다 방문하는 분 외에 ‘이곳에 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아요. (만약 아자씨가 서울에 살고 있다면 어느 동네랑 어울릴까요?) 역시 서촌이요(웃음)!
장윤미 실장은 2005년 ‘닭똥집 디자인’을 설립해 캐릭터 ‘쓰바’를 론칭하고, 2015년에 취미로 그린 낙서를 모아 두 번째 브랜드 ‘AJASSI’를 선보였다. 전화를 하면서도 한바탕 낙서를 하는 편이라는 그는 예전부터 줄곧 의식의 흐름으로 아저씨 캐릭터를 많이 그렸다고. AJASSI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저씨라는 콘셉트가 낯설기도 하면서 어디서 본 것 같이 친근하게 느껴져서 그런 것 같아요. 워낙 취향이 다양한 시대잖아요”.
아저씨 캐릭터를통해말하고싶은게있었다면요?
아저씨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하지만 제가 주위에서 본 아버지나 동네 어르신을 생각하면, 무척 인간적으로 귀여운 분들이신 거예요.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아무래도 직장에서는 사회적인 위치나 나이가 있기 때문에 풍기는 인상이 있지만, 막상 집에서 보면 너무 웃긴… 그런 의외성이 흥미로웠어요. 그 분들에게서 인간적인 매력을 보고 싶었죠. 귀엽다는 표현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중년도 귀여운 존재이고,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이라는 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겉모습은 아저씨지만 사실은 제 부캐인 것 같아요. 강아지와 고양이를 좋아하고, 집에서 누워있는 모습이라든가… 자꾸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캐릭터에) 반영하게 되더라고요.
평범한귀여운소시민, 아자씨의루틴과성향은무엇인가요?
일반 사무직 회사원이에요. 일하고 돌아오면 잔잔한 일상이 시작되죠. 강아지, 고양이와 놀아주고 식물을 키우며 자기만의 조그만 세상을 가지고 하루하루 살아가요. 엄청나게 큰 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조용히 재미있게 살고 싶어 해요. 제가 그렇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나요?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니까요(웃음).
또 의외로 자기 고집과 취향이 있어요. 음악을 되게 좋아하고, 술을 많이 하지는 못하지만 맥주를 한 잔씩 기울이죠. 아자씨를 처음 접한 손님들이 간혹 “헐 아저씨야.. 사기는 애매한데” 이러세요. 그러면 옆에 있는 친구가 “뭔가 묘하게 귀엽지 않아..?” 이러죠. 그게 바로 제가 원하는 반응이에요. 분명 아저씨인데 부드럽고 귀여운 이미지에 이상하게 자꾸 끌리는 거죠. ‘의외지만 좋은’ 그런 느낌!
저희는 “집에 혼자 있을 때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라는 주관적인 생각에서 출발해서 “어떤 사람들은 이런 걸 좋아할 수도 있겠다”까지 여러모로 생각해요. 또 팬시에서 벗어나 어른들도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캐릭터 굿즈를 만들자는 기본적인 모토를 가지고 있어요. 고객을 보면 30대도 많은데 캐릭터 분야치고는 타겟층이 높거든요. 내가 써도 괜찮은 걸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어른들의 굿즈가 된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저희는 리빙 관련 제품이 많아요. 지금은 카카오 같은 브랜드에서 많이 만들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캐릭터 브랜드에서 ‘밥상’을 만드는 게 흔하지 않았거든요. 지류도 좋지만 이런 건 만들기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꾸준히 만들고 싶은 ‘뚝심’이 있어요. “이런 건 쉽게 못 만들잖아.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보여주자.”
리틀템포는 AJASSI(아자씨) 외에도, ‘잘 먹고 잘 살자’라는 모토를 가지고 바쁜 하루에 한 끼라도 건강한 백반을 먹자는 이념을 전하는 ‘백반(BAEK BAN) 디자인’. 그리고 멤버들의 취향을 오롯이 담은 두 개의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다. 캠핑에 푹 빠진 멤버가 만든 ‘버뮤다삼각지’ 그리고 아들이 엄마가 직접 만든 굿즈를 가지고 놀길 바라는 마음에서 (엄마인 멤버가) 만든 ‘mmpp’까지. “이런 걸 만들면 사람들에게 예쁨받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진심’인 이들이 모인 리틀템포 숍에는 매일매일 흥미로운 라이프스타일이 꿈틀거린다.
메타버스가 이슈잖아요. 가상 공간에서 놀아 보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제페토 맵에 리틀템포 디자인 숍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최근에 빙그레에서 이벤트도 했잖아요. 제페토 상의 CU 편의점에서 빙그레 제품을 들고 인증샷을 찍으면 실제 제품을 받는 건데요. 그렇게 메타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지점이 있으면 재밌을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손으로 만지는 제품을 다루고 있고, 직접 찾아오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 있기에 쇼룸을 운영하고 있지만요. 처음 트위터가 나왔을 때 ‘트위터 하는 법’ 책을 보며 공부했듯, 나중에는 (메타버스 상에 숍을 내는 게) 당연해지지 않을까요? 우리도 그런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런 게 싱글 라이프스타일과 연관이 없지 않다고 생각해요. 코로나 시대인 요즘, 누구를 만나기보다 그러한 공간 안에서 혼자 재미있게 노는 걸 추구하는 것 같아요.
리틀템포가앞으로도더욱심화하고자하는부분은무엇인가요?
리빙 분야에 더욱 실용적인 아이템을 추가하고 싶어요. 코로나로 인해 리빙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전부터도 그렇게 접근해 왔지만, 지금까진 재미있는 상품이었다면 앞으로는 조금 더 실용적인 상품에 주목하고 싶어요. 이번에 타올 시리즈가 예쁘게 나왔는데요. 이처럼 캐릭터 굿즈지만 실생활에 자주 쓰이고, ‘내돈내산’ 하기엔 조금 사치스럽지만 선물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품에 주력하고 싶어요.
사실 리틀템포는 2019년에도 SDF에 나온 적이 있었다. 2년이 지난 올해 SDF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 3가지를 물었더니, “생각보다 제품 수가 많아서 (부스가) 꽉 찰 것 같아요”라는 말로 기대감을 자극했다. 그런 그가 타올과 함께 꼽은 나머지 두 아이템은 리틀템포 사이트에만 오픈되었고 아직 대외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신상품인 ‘패브릭 포스터’와 ‘아자씨 도자 술잔’이다.
“아자씨의 도자 술잔 세트가 인기가 꽤 많아요. 대량 생산이 아니라 도예 공방에서 하나하나 유약 작업을 거쳐서 만들고 있어요. 타 브랜드에서도 협업 요청이 있었는데 만들기가 너무 까다로워 응할 수 없었죠. 가마에 들어갔다 나와야지 정상인지 알 수 있거든요. 제가 원래 도예 공방을 다녔는데, 거기서 가르쳐 주신 선생님과 같이 작업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도예 쪽 제품을 계속 개발해 보고 싶어요. 프린터로 화려하게 뽑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저희 도자기 제품에 쓰이는 유악은 작업하기가 무척 까다롭거든요. 선생님이니까 제가 부탁할 수 있었던 거죠. “선생님, 이거 너무 예뻐서 꼭 해주셔야 돼요”. 이 도자 술잔을 종류 별로 선물하시는 분도 있고, 본인이 운영하는 이자카야에서 쓰시는 분도 계세요. 손님들이 너무 좋아해 인증샷도 찍어가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이야기를 마친 뒤 둘러본 공간 곳곳에는 정성 어린 쪽지들과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혼술 트레이에 휴대폰을 거치하고, 맥주와 함께 안주를 곁들여 드라마를 보는 모습을 장윤미 실장이 직접 찍어 붙인 것. 이처럼 ‘내가 실제로 쓸 물건’을 만든다는 리틀템포는 굿즈들 사이에 자신의 솔직한 일상을 가감 없이 끼워 보여준다. 한낮에 방문했는데도 벌써 맥주가 당기고 마는 마성의 공간, 리틀템포는 곧 다가올 서울디자인페스티벌과 서울 서촌에서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