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1

그래도 아침은 오니까, Achim의 복합문화 공간

해브 어 굿 아침! 아침 프로비전(Achim Provision)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아침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기다리는 공간이 있다. 매거진으로 시작해 다양한 굿즈와 뉴스레터를 선보이고 하나의 커뮤니티가 된 ‘아침(Achim)’이 오프라인 공간 ‘아침 프로비전(Achim Provision)’을 열었다.
아침 프로비전의 입구

직장을 다니며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매거진 <Achim>은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현재는 ‘타임 버티컬 플랫폼’이라고 소개하는 이곳. 이들이 정의한 버티컬(vertical)이란 특정 분야를 깊숙이 파고드는 브랜드 또는 플랫폼을 뜻한다. 아침이라는 시간을 사랑한 Achim의 윤진 대표.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담아내기 위해 한 장의 종이에 꾹꾹 누른 이야기들이 온라인으로 확산하며 이제는 아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맞대며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모든 건 좋은 아침을 보내며 하루를 괜찮게 시작하길 바라는 윤진 대표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아침을 깨우는 Achim

서울 남산 아래, 후암동에 위치한 ‘아침 프로비전(Achim Provision)’은 본격적인 봄을 알리기 시작한 올해 4월 문을 열었다. 아침 프로비전은 본래 ‘후아미’라는 다가구주택으로 지어졌던 5층짜리 건물의 1층과 2층을 사용하고 있다. 아침 프로비전이란 이름에는 이곳을 방문하는 이에게 ‘아침을 위한 것’을 공급해주는 곳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1층에는 오전 8시부터 음료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카페가, 2층에는 오전 9시부터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계절식 조식당이 오후 3시까지 운영된다. 커피 및 비건음료와 Achim의 머천다이즈를 구경할 수 있는 아담한 1층 공간을 지나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후암동삼층집이 운영하는 ‘마다밀(mada meal)’조식당을 만날 수 있다.

 

“슬리퍼를 끌며 아침 먹으러 오고 출근 전 들러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좋아요. 제가 딱 상상하던 그림이에요.” 윤진 대표는 누군가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며 매일 아침 프로비전 공간을 여는 중이다. 에디터이자 마케터로 일해온 그에게 고요한 후암동에 자리 잡은 일어나는 공간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보았다.

Interview with 윤진 Achim 대표

Achim 윤진 대표

기존에 후암동에 있던 건물 1, 2층에 아침 프로비전을 열었어요. 공간 구상은 언제부터 시작했던 건가요? 

Achim의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나름의 구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어요. 작년 12월부터 조금씩 만들어 왔으니 공간이 완성되기까지 4개월 정도 걸렸네요. 이 건물은 패션브랜드 로우클래식 이명신 디자이너를 필두로 몇 명의 친구들이 함께 살던 집이었죠. 건물의 1, 2층은 오래 비워져 있었고요. 현재 3층부터 5층을 쓰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서 저희한테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공간이 Achim과 잘 어울릴 것 같다며 말이에요. 후암동이 익숙하지도 않았고 제가 일부러 고른 공간도 아닌데 와보니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현재 1층은 카페로, 2층은 조식당으로 운영 중이에요. 조식당의 경우 운영 기간이 정해져 있는 걸로 아는데요.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 궁금해요. 

원래 조식당 자체는 팝업처럼 두 달 정도만 해볼 생각이었어요. 지금까지 Achim이 다양한 형태의 팝업을 진행해 왔는데 이 식당만큼은 기존과 다르게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6개월이라는 기간도 어찌 보면 팝업 형식일 수 있지만, 다른 팝업보다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으니 조금은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한 확실한 계획은 없으나 새로운 조식당 팀이 들어오거나 아침이 구현한 조식당으로 운영되지 않을까 싶어요. 

 

식당이라는 형태는 계속 유지가 된다는 말씀인 거네요? 

맞아요. 아침에 먹을 것을 제공한다는 점이 Achim의 핵심이기 때문에 꼭 가져가고 싶은 부분이에요. 

제철 봄냉이와 감자로 만든 마다밀의 마다수프

현재 2층 조식당 마다밀을 운영 중인 후암동삼층집 민섭 님과는 어떻게 연이 닿게 되었나요? 

민섭 님은 Achim의 독자이기도 하고 작년 10월 아침의 플리마켓인 ‘얼리버즈 게더링’에 샐러로 참여해 주셨어요. 그때 민섭 님이 제철 음식이라는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마침 아침 프로비전이 후암동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공간을 보러 왔는데 민섭 님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연락을 드려 함께하게 됐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지금 오후 4시, 햇살이 잘 들어오고 공간이 따뜻해서 좋아요. 영업이 끝난 3시 이후부터는 ‘포스트 비전’이라는 타이틀로 공간을 활용하시죠. 

영업이 끝난 후 햇살이 가장 예쁘다는 사실이 저도 참 아쉬운데요. (웃음) 애초에 ‘아침 프로비전’이라는 공간을 만들 때 음식만을 공급하는 게 목표가 아니었어요. 복합문화센터,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하는 공간을 꿈꿨죠. 지금의 2층 공간이 넓어서 여러 콘텐츠를 진행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아요. 운영 시간 내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북클럽을 운영하거나 요가를 하기도 하면서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이런 활동을 ‘포스트 비전’ 이름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식음료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이런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요. 오후 3시까지는 아침이라는 시간적인 개념을 가지고 운영하되 이후에는 또 다른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했어요.

Achim 팟캐스트를 들어보니 2025년쯤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고자 계획하셨더군요. 예상치 못하게 지금 공간을 열게 되었고요. 

갑자기 이렇게 큰 공간을 운영하게 되니까 ‘할 수 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안 해본 영역인데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아서 겁도 났고요. 그런데 이미 물은 엎질러졌잖아요? “이미 물은 엎질러졌으니 주워 담든지 마셔야지.” 이 말을 하고 되뇌다보니 오히려 지금이 적합한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장을 만드는 게 앞으로 브랜드가 살아남는 데 필요한 무기라고 생각하는데, 온라인에서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에 한계가 있어요. 제약이 덜한 오프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일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아침 프로비전 공간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너무 분주하지도 조용하지도 않은 적당한 활기가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치밀하게 계획한다고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지만 이곳에 올 이유는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적당한 활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커피 가격을 조정하고 저렴한 메뉴를 갖춰 부담 없이 동네 분들이 올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또 계절 메뉴를 제공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고요. 공식적인 영업시간이 끝난 오후에도 이 공간이 계속 활용되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1인보다는 다인의 커뮤니티가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포스트 비전’ 같은 프로그램을 짜서 사람들이 오가도록 했어요.

 

아침 프로비전이 생기기 이전에도 Achim 멤버십에 가입한 ‘모닝 오너’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었잖아요.

특정 카페와 연결 지은 스몰 커뮤니티 공간이었죠. 단순하게 아침에 갈 카페가 없어서 시작한 서비스예요. 일찍 여는 카페를 검색해 보니 300개 정도가 되더라고요. Achim 멤버라면 아침 카드를 들고 가서 그곳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휴를 맺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당장 Achim만의 공간을 만들 수 없으니, 기존에 있는 공간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아침이라는 시간을 더 사랑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이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구현하고 싶어 ‘아침 스폿’이라는 것을 기획하게 되었죠. 

포스트 비전 활동 시간

해보고 싶은 ‘포스트 비전’ 프로젝트가 있나요? 

프로비전이 후암동에 있으니까 후암동에 기반한 브랜드나 가게 간의 연결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실제로 후암동에 작지만 매력적인 브랜드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지역성을 가지고 연결할 수 있는 계기가 무엇일지 고민 중입니다. 마다밀을 운영 중인 후암동삼층집 민섭 님도 그렇고 Achim 자체에 후암동에 뿌리를 둔 멤버들이 많거든요.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출근 전 아침에 방문하는 분들도 많은지 궁금해요. 

초기에는 그런 접근이 많지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아침 프로비전’이라는 공간에 대한 인지가 되는 것 같아요. 실제 주민분들이 편안한 차림으로 아침 밥을 먹으러 오고 출근길에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가는 모습. 제가 바라던 그림이었어요. 이걸 보고 프로비전이 동네 곳곳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합니다. 

아침 프로비전을 운영하는 구성원과 윤진 대표

아침을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아침 프로비전 공간이 생긴 후로 본인의 아침에도 변화가 생겼나요? 

일어나는 시간은 같은데 아침마다 하던 요가를 이제는 못 하게 되었어요. 대신 운전을 시작했는데요. 그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이전에는 요가로 몸을 수련했다면 이제는 운전으로 정신을 수련한다고 해야 할까요? (웃음) 저도 아침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프로비전 공간이 생길 때 각오를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기꺼이 저의 아침과 바꿀 수 있을 만큼 또 다른 기쁨이 있어 손해처럼 느껴지지는 않아요.

 

정말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브랜드 에이전시 QQAA도 운영하기 시작했죠. 다양한 일을 일궈내는 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순위를 따져보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분명 있어요. 그런 일들을 쳐낼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해요. 시간이 축적되고 일이 쌓여서 지금 제가 다양한 일을 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 같습니다.

 

Achim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게 있을 것 같아요. 

유형의 목표는 없어요. 그런데 본질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있어요. 저희 슬로건이 ‘All about your morning’이었다가 ‘New Day, New Me, New Possibility’로 바뀌었는데요. 새로운 시작과 새로운 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조금 더 뾰족하게 방향성을 만들었어요. 결국, ‘매일 기회가 있다.’ ‘그 기회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찾아온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밤이 오면 당연히 아침이 오는 것처럼요. 제가 김창완 님을 좋아하는데 그분은 24년간 라디오를 진행하며 매일 아침 오프닝을 직접 쓰셨어요. 오프닝에서 말씀하시는 아침의 방향성이 제 생각과 정말 똑같더라고요. ‘그래도 된다’는 이야기를 Achim에서 계속하고 싶어요. 제가 오그라드는 말을 잘 못해요. 그래서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매거진을 통해 혹은 공간을 통해 보여주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아침이 제안하는 것들로 충분히 힘을 느낄 수 있도록 더 매력적인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후암동삼층집 조식당, 마다밀 미니 인터뷰 

[계절을 사랑하는 후암동삼층집, 그의 첫 조식당]

김지민 인턴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Achim

장소
아침 프로비전(Achim Provision)
주소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79-4
시간
1F 카페 08:00 - 15:00
2F 마다밀 09:00 - 15:00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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