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2021-10-18

아스티에 드 빌라트 서울 플래그십

한남동에 연착륙한 파리 기반 아틀리에 브랜드
프랑스 파리의 작은 아틀리에에서 두 명의 에콜 데 보자르 졸업생이 시작,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브랜드 ‘아스티에 드 빌라트’. 건축가, 조각가, 장인이 19세기 방식으로 재현한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 최초 해외 거점이자 역대 최대 규모로 선보인 공간이다.

세계적 브랜드의 정수 그대로 옮긴 첫 해외 매장

공동 창립자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와 이반 페리콜리는 오묘한 광택이 매력적인 에마유* 도자부터 라이노타입** 활판 인쇄 방식을 지키는 책자까지 모든 물건에 사람의 손맛을 들인다. 곧 어릴 적부터 동경해왔고 앞으로도 전하고자 하는 19세기 파리 아틀리에의 방식이다. 전통을 돌아보고 과거의 기억에서 배울 만한 점을 찾아내는 습관은 이들이 나란히 학교에서 배운 것이다.
*Emaille. 에나멜 도료의 일종. 1996년 브랜드 창립 직후 다양한 방식을 시험하던 중 에마유를 입혀 구운 접시가 당해 메종 오브제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상징적인 기법이 됐다.
**linotype. line-o-type이란 어원에서 알 수 있듯 한 줄 전체의 활자를 조판하는 현대적 활판 인쇄방식. 19세기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인쇄 업계에서 널리 쓰였다.
우측으로 보이는 캐비닛을 경계로 도자와 출판물이 놓인 한 켠. Ⓒ 홍기웅

창립자의 상상력 불러 일으킨

한남동의 풍경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가 된 곳은 1993년 준공되어 레스토랑 등으로 쓰이던 지하 1층, 지상 5층의 연와조 건물이다. 한남동 중심을 가로지르는 이태원로에서 리움 미술관 방향으로 들어서면 만나는 두 갈래의 골목 사이에 절묘하게 자리한다. 마치 등대처럼 주변을 내려다 보는 건물의 배치와 주변의 지형은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품었던 서울의 이미지를 바꾸어 놓았다.

“한남동은 내가 생각하는 서울을 보여주는 동네입니다. 이곳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서울의 매력을 잘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 건물과 인근의 동네를 보고난 뒤 생각이 바뀌었지요. 일대의 풍경이 작은 마을처럼 다가왔거든요. 건물 바로 옆에 작은 마트부터 해방촌 언덕 꼭대기의 교회, 이와 멀지 않은 이슬람 사원과 언덕의 주택까지… 이 모든 것들은 제가 상상을 펼 수 있게 해주었어요. 저 교회에는 오랜 역사가 있겠구나, 수많은 주택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았겠구나, 하면서 말이죠. (웃음) ”

Interview with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Benoit Astier de Villatte) & 김혜영

아스티에 드 빌라트 공동 창립자 / 아스티에 드 빌라트 한국 공간 파트너 체크인플리즈 스튜디오 소장
도원탁 작가, 김혜영 소장, 베누아 드 아스티에 빌라트. 그의 상징같은 빨간 양말이 눈에 띈다. Ⓒ Mijin Yoo

— 건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1층 목창에 직접 그린 사이니지였습니다. 모든 제품에 사람 손을 빌리는 브랜드의 지향성을 표명하는 듯했어요. 건물 곳곳의 수공예적 면모를 직접 안내해주세요.

B 비교적 현대에 지어진 이 건물의 좋은 뼈대는 살리고 한국에서 잘 볼 수 없는 파리의 요소들을 더했습니다. 본래 있던 계단에 핸드레일을 더해 손이 스칠 때의 감각을 전달하려 했고 목창에는 프랑스식 빗장인 크헤몬을 달았죠. 모든 문의 손잡이, 그 아래의 열쇳구멍까지도 모두 파리에서 직접 가져왔습니다. 한편 이 모든 것은 한국의 체크인플리즈 스튜디오가 구현해준 것이죠. 한국의 방식과 파리의 스타일이 만난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도열한 마감재들. 사진 제공 김혜영 소장.
Ⓒ Enae
낡은 질감의 목재로 시간성을 표현하는 핸드레일. 사진 제공 김혜영 소장

H 손에 닿는 감각으로 모든 것을 만드는 브랜드예요. 건물 자체도 같은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창립자는 눈에 보이는,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보다 잘 보이지 않는 디테일에서 더욱 확고하게 의견을 밀어붙였습니다. 저 역시 그런 작은 요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홍기웅
창틀에 달린 길다란 장치는 프랑스식 빗장인 크헤몬(Crémone). Ⓒ 홍기웅

창문 위의 글씨부터 열쇳구멍까지

사소할수록 중요한 디테일

 

— 서로와의 협업은 어땠는지요.

B 체크인플리즈 스튜디오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공간 조성 방식을 제대로 구현해줄 수 있는 팀이었습니다. 도원탁 작가를 비롯해 오랜 경력의 장인들을 때마다 섭외해 건축가-아티스트-장인의 협업 구조를 만들어 주었고요. 예술가와 함께 공간을 만드는 건 이제 파리에서도 힘든 일인데 말입니다.

H 궁극적으로는 이야기하시는 것을 맞춰드리고 싶었어요. 쉬운 과정이 없었지만 결국은 아름다움을 목표로 한다고 생각했고요. 선배도 아닌 교수님께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오래된 정취의 회벽, 유럽 고성에 있던 타일을 공수해 만든 1층 바닥은 도원탁 작가와 후배 도예가들이 아니었다면 완성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 Enae
Ⓒ Enae

—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도자는 분업 없이 한 사람의 장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 플래그십의 조성 과정 역시 이와 겹쳐지는 듯하네요.

B 어떤 것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아니라 그룹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에서는 디자이너와 장인이 함께 형성한 그룹이 제품들을 만들어내지요. 나와 이반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디렉션을 주기는 하지만 그 끝엔 건축가, 장인, 아티스트가 있어요.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이런 그룹이 만들어낸 좋은 결과겠지요.

 

손 끝으로 완벽한 비율의 도자 컵을 만드는 아티스트들이에요.

사소한 흐트러짐 하나도 참을 수 없지 않을까요?

 

 

—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시기입니다. 디테일에 관한 논의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요.

H 수수께끼같은 것이 많았습니다. 어떤 부분을 작업해서 화상통화로 보여주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베누아는 어디 쓰일지 알 수 없는 파츠를 주고 아무 말 없이 사라질 때도 있고요.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고 말이죠. (웃음) 눈 앞이 안개 뿐인 것 같은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윗 세대 예술가인 베누아가 가진 미적 기준을 깊이 신뢰하고 있었습니다. 클라이언트이기에 앞서 아티스트이기에, 한 치의 흐트러짐도 참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 신념을 지켜주고 싶었고요. 마음 한 켠에는 오히려 그가 우리를 기다려준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직접 찾아내고 체득할 때까지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고 할까요. 그런 과정 끝에 나중에는 파리에서 그대로 공수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더 뛰어난 결과물을 제안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지금 공간을 돌아보면 당시의 수수께끼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네요.

— 공간 전체를 관통하는 원칙이 있다면.

H 가구가 완벽한 좌우 대칭일 것, 벽에 빈틈이 없을 것. 이들의 제품처럼 옛 방식을 고수하며 현대적인 소재를 지양할 것, 새롭게 만들어진 것또한 자연스럽게 마모해 시간성을 표현할 것.

직관의 원천은

과거의 기억을 현대로 가져오는 과정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 Ⓒ Mijin Yoo

— 어떤 전략보다도 아스티에 드 빌라트에 중요하게 작용할, 창립자의 직관은 어디에서 온 것이라 생각하나요.

B 이반과 함께 보자르에서 공부하면서 습득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물,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그림을 관찰하면서 그로부터 떠오르는 기억과 영감을 풀어내는 거지요. 5층 카페의 펜스에 있는 커다란 메디치 화분 역시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과거의 건축물에서는 무척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건물에 리드미컬한 변주를 주는 존재였지요. 이러한 과거의 기억을 우리의 방식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우리의 ‘감’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H 클라이언트의 말을 경청하는 겁니다. 공간의 규모나 성격, 그가 공간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사소한 말에도 귀를 기울이면 클라이언트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게 돼요.

5층 카페. 프랑스 아틀리에에서 볼 수 있는 창문 양식을 구현했다. Ⓒ Enae

— 서울 플래그십은 파리 매장과는 달리 아스티에 빌라트의 제품 뿐만 아니라 갤러리, 카페도 함께 품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어떤 문화를 전하고자 하는지요.

B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이나 지식적인 의미에서의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바탕이 되길 바라요. 이곳에 앉아 흥미로운 소설을 쓸 수도 있겠고, 테라스에 앉아 근처 풍경을 보면서 재미있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요.

 

지식적 문화가 아닌

자유로운 상상을 불어넣는 영감의 공간

​”

 

— 파리 숍에도 한국인 직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는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요. 한국 소비자만의 경향도 있을까요.

B 파리 숍에는 한국인을 비롯한 여러 국적의 고객이 방문합니다. 파리에는 이곳에 거주하며 공부를 마치고 커리어를 시작하는 한국인도 많고요. 그런 맥락에서 한국인 직원이 합류한 것은 꽤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한국 고객의 경향이라면, 숍에서 다소 격식 있는 관계를 지향한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고객들이 우리 숍을 식료품점처럼 생각해 주었으면 합니다. 치즈같은 걸 사러 가는 곳 말이지요. (웃음) 오가면서 편히 들어와 궁금한 것에 대해 묻고, 점원과도 다만 편안하도 즐거운 관계를 맺길 바랍니다. 이번 출장 중 우리 숍에서 대기하는 고객에게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부터 그러지 말자고 했고요. (웃음) 이렇게 하면 고객 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더 많은 사람이 숍을 경험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요.

Ⓒ Mijin Yoo

— 요즘 주목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요. 브랜드의 추후 방향과 연결될 수도 있겠네요.

B 숍 4층의 갤러리 공간, 그리고 멋진 호텔입니다. 갤러리의 경우 원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었는데 점점 더 많은 아이디어를 선사해주네요. 다가오는 전시를 더욱 제대로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고백하자면 원래 이 공간의 5층은 1인 호텔룸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상황상 제약이 있어 이번에는 구현하지 못했지만 아주 멋진 호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듭니다. 김혜영 소장과 말이죠. (웃음)

— 다시 한 번 함께 하고 싶은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B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그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 완성에 이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완수하면서 체크인플리즈 스튜디오에 대한 신뢰가 더욱 커졌어요. 다음 작업도 함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Project Info

크리에이티브 디렉팅 |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 이반 페리콜리

건축설계 | 엠엔엔케이

한국 공간 파트너(설계,시공) | 체크인플리즈스튜디오 김혜영 소장

아트웍 | 도원탁 작가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 김이지은, 김균주

사진 | 홍기웅(디지털), Enae(필름)

유미진 에디터

장소
아스티에 드 빌라트 서울 플래그십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49길 13)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아스티에 드 빌라트 서울 플래그십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