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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8

45인승 사우나버스를 만들다, ‘사사사’

어디든 갈 수 있는 사우나버스를 만든 크리에이티브 그룹

사우나가 다시 뜨고 있다. 다만 몸을 씻고 피로를 푸는 데 그쳤던 과거와는 조금 다르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사우나는 디지털 환경에서 잠시 로그아웃해 몸의 감각을 되찾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건강하게 어울리는 ‘소셜 웰니스’에 가깝다. 이러한 흐름을 누구보다 뜨겁고 유쾌하게 실험하는 이들이 있다. 국내 유일의 사우나 크리에이티브 그룹 ‘사사사(SASASA)’다.

© 사사사

사사사는 ‘한국만의 사우나 라이프스타일을 만든다’라는 미션 아래, 사우나 문화가 모이고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공간과 순간을 기획해 왔다. 사우나를 과학과 웰니스의 관점에서 탐구하는 콘텐츠 채널 ‘닥터사우나’를 시작으로, 낯선 사람들이 함께 목욕탕을 찾는 오프라인 커뮤니티 ‘사우나단’, 축제와 바다, 도시를 찾아가는 이동식 사우나 ‘사우나버스’까지 선보였다. 올해 처음 모집한 ‘사우나단’에는 정원 30명의 열 배가 넘는 300여 명이 지원했다.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을 모으는 데서 나아가, 사우나를 즐기는 방식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고 문화를 전파하는 셈이다.

이동형 사우나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 사사사
개조한 버스 내부 모습. © 사사사

사사사의 ‘크리에이티브’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프로젝트는 45인승 버스를 개조한 ‘사우나버스’다. 차량과 사우나를 결합한 시도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사사사는 이를 한국적인 문화와 고유한 운영 방식으로 새롭게 풀어냈다. 목표는 크게 세 가지였다. 제대로된 핀란드식 사우나를 직접 만들고,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함께 즐기며, 원하는 장소로 이동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 사사사는 버스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1980년대 한국 버스의 감성을 살린 공간에는 핀란드식 사우나와 샤워 시설을 갖췄고, 러닝과 냉수욕, 음악과 F&B를 연결해 사우나를 하나의 입체적인 프로그램으로 확장했다. ‘사우나버스’는 국내를 무대로, 지역에 따라 매번 다른 경험을 만든다. 올해 남이섬의 뮤직페스티벌 ‘디에어하우스’에서는 숲과 음악 속에서 경험하는 사우나와 콘트라스트 테라피를 선보였고, 안동 ‘하회 페스티벌’에서는 사우나 레이브를 펼쳤다. 부산의 ‘DIVE INTO THE TIDE @ BUSAN’에서는 러닝과 디제잉, 플런지를 엮어 역동적인 웰니스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 사사사

이 모든 실험을 이끈 사람은 정인모 대표다. 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던 중 학교와 학부모를 연결하는 알림장 서비스 ‘아이엠스쿨’을 창업했고, 누적 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뒤 NHN에 회사를 매각하며 스타트업의 시작부터 성장, 엑싯까지 경험했다. 이후 NHN과 샌드박스 그룹사 SBXG, 삼양식품 신사업 부문을 거치며 콘텐츠와 브랜드, 프로덕트를 두루 다뤘다. 스타트업과 콘텐츠 산업을 누비던 그는 어쩌다 이토록 사우나에 진심이 되었을까. 한증막과 불가마, 세신과 찜질방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오랜 목욕 문화를 새로운 웰니스 라이프스타일로 바꾸고 있는 정인모 대표를 만났다. 

Interview with 사사사 정인모 대표

© 사사사

ㅡ ‘닥터사우나’ 계정 운영에 이어 ‘사사사’를 창업하기까지, 사우나에 이토록 진심이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창업가로 일하며 힘든 순간을 자주 겪었어요. 늘 일이 많고, 머릿속도 복잡했죠. 4년 전쯤부터 유난히 지칠 때마다 사우나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나가 좋았던 건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었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여가는 에너지와 돈을 들여 무언가를 해야 하지만, 사우나에서는 휴대폰도, 사회적 역할도, 일상의 긴장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잖아요. 그 해방감에 매료돼 해외 논문과 콘텐츠를 깊이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삼양식품에 재직하며 미국을 자주 오가던 시기에 접한 웰니스 문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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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뉴욕 맨해튼의 배스하우스(Bathhouse)를 경험하며 큰 충격과 영감을 받았죠. 해외에서는 사우나가 회복과 교류를 위한 하나의 문화로 확장되고 있는데, 한국에는 이를 새롭게 해석한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그래서 시작한 계정이 ‘닥터사우나’입니다. 이후 “함께 가고 싶다”라는 댓글과 메시지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어졌고, 이 문화를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사사사라는 법인까지 설립하게 됐습니다.

ㅡ ‘사사사’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사실 공식적인 뜻은 없어요. 비공식적으로는 ‘사우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줄임말이라고 이야기하곤 하죠. 뜻을 알지 못해도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고, 어느 나라에서든 어렵지 않게 발음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달까요. 영문 이니셜인 ‘SSS’가 사우나의 증기나 온천 마크를 연상시킨다는 점도 재미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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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해외와 비교했을 때 한국 사우나 문화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느끼셨나요? 

가장 큰 차이는 한국의 사우나가 아직 ‘목욕’의 기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국내 사우나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씻을 수 있도록 샤워 공간이 크게 설계된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의 사우나가 경험과 회복의 공간으로 진화해 온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죠. 다만 한국은 전 세계를 통틀어 드물게 독자적인 사우나 헤리티지를 갖고 있는 나라예요. 고려시대부터 한증막을 즐겼고, 전통 불가마와 세신, 맥반석 계란과 식혜, 찜질방까지 고유한 문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왔죠. 사사사는 이런 유산을 재해석해서, 현대적이고 글로벌한 감도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ㅡ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몇 가지를 꼽는다면요? 

올해 초 진행한 ‘사우나단’ 1기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30명을 모집했는데 300명 넘게 지원해 주셔서 면접까지 봤어요. 석 달간 매달 낯선 사람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는, 어찌 보면 조금 이상한 모임이었지만 이 경험이 사사사의 심장인 ‘커뮤니티’를 증명해 줬습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사우나버스’를 꼽고 싶어요. 45인승 버스를 통째로 사우나로 개조해 축제와 바다, 도시 어디로든 새로운 사우나 경험을 싣고 갑니다. 사우나버스는 사사사가 직접 경험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 사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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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45인승 버스를 실제 사우나로 만드는 과정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요?

먼저, 차량과 사우나를 결합한 사례는 해외에도 꽤 있어서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사사의 미션에 맞는 한국적인 사우나버스를 만들고자 했고, 1980년대의 한국 버스의 모습을 오마주하기로 했죠. 당시 버스는 시민 누구나 이용하던 가장 친숙한 이동 수단이자,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한 공간을 공유하던 일상의 일부였어요. 사우나버스 역시 사람들이 편안하게 모여 휴식과 회복을 경험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저희는 구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버스를 찾아 레트로한 분위기로 꾸미고, 기존 버스의 원형을 최대한 살렸어요. 그러면서도 사우나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차가운 음료를 마실 수 있게 하거나, 물탱크를 탑재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샤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실제 이용 경험도 세심하게 설계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안전이었어요. 달리는 차량인 동시에 고온의 공간이기 때문에 열원과 단열, 환기 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고, 인허가 과정에서도 이 부분을 꼼꼼하게 검토했습니다.

ㅡ 지난 6월에는 안동 하회페스티벌에 참여했고, 부산에서는 ‘DIVE INTO THE TIDE @ BUSAN’을 선보였죠. 다른 장소에서 사우나버스를 운영해보며 어떤 차이를 느끼셨나요? 

같은 버스라도 지역이 바뀌면 완전히 다른 프로젝트가 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안동에서는 남녀노소가 스며들 듯 찾아와 주셨어요. 축제를 즐기던 가족 단위 방문객과 지역 어르신들까지, 사우나가 세대를 잇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걸 실감했죠. 반면 부산의 ‘DIVE INTO THE TIDE’는 바다라는 무대 덕분에 훨씬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졌어요. 러닝과 아이스배스, 음악이 어우러진 하루였고, 사우나와 바다 입수를 오가는 참가자들의 환호가 끊이지 않았죠. 두 행사를 겪으며 확신하게 된 건, 사우나버스의 본질은 ‘이동’이 아니라 그 지역의 맥락과 ‘결합’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도시를 찾을 때마다 먼저 지역의 문화와 사람, 파트너를 살피고, 그곳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 사사사

ㅡ 요즘 사우나가 웰니스 라이프스타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가 다시 사우나를 찾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또 이러한 관심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지금 세대는 역사상 가장 연결된 세대인 동시에, 그만큼 회복이 절실한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사우나는 휴대폰을 들고 들어갈 수 없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에요. 디지털 환경에서 잠시 강제로 로그아웃하고, 다시 몸의 감각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제공하죠. 여기에 ‘내돈내땀’이라는 말처럼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능동적으로 회복을 선택하는 흐름, 술자리 대신 건강한 방식으로 어울리고 싶은 욕구, 러닝 붐 이후 자연스럽게 커진 리커버리 수요가 맞물리면서 사우나가 다시 소환됐다고 봅니다. 

 

다만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세대가 즐길 수 있도록 인프라가 업데이트돼야 하고, ‘기분 좋다’에서 그치지 않도록 과학적인 설명과 데이터가 필요하죠.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커뮤니티가 지속돼야 한다고 봐요. 사사사가 콘텐츠, 커뮤니티, 그리고 기술까지도 함께 신경 쓰는 이유입니다.

© 사사사

ㅡ 현재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앞으로 시도해 보고 싶은 활동이 있으신가요? 

광복절 연휴에 맞춰, 미취학 자녀가 있는 가족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리커버리·웰니스 행사를 대전에서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젊은 세대와 러너들을 위한 판을 만들어왔다면, 이번에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넓혀보고 싶어요. 다양한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어요. 사우나 경험을 기록하는 앱 ‘사우나일기’를 비롯해 사우나와 스파 시설의 운영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고, 사우나를 과학적으로 탐구한 책 출간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사사사의 철학을 담은 오프라인 공간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오는 9월, 서울에 문을 열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조금 더 먼 미래에는 한국의 ‘세신’을 새로운 웰니스 리추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이미 세신을 경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적지 않은데요. 여기에 K-뷰티와 에스테틱, 도수치료처럼 한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를 결합한다면,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독창적인 웰니스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또 다양한 크리레이터와 협업도 해보고 싶어요. 최근에 노홍철 님도,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몸소 보여주시는 분이라 사사사가 그리는 사우나 문화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재밌게 즐기고 가시기도 했고요.  
그 외에도 
건축·공간 디자인, 그리고 사운드 아티스트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와 협업을 꿈꿉니다. 사우나는 결국 열과 물, 빛과 어둠을 다루는 공간 예술이고, 사우나실 안은 눈을 감고 소리에만 집중하게 되는 공간이니까요. 그 안에서 보내는 15분을 위한 음악을 만들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 될 거라 믿어요.

출처: 노홍철 인스타그램

ㅡ 사사사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사우나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사우나가 일상의 회복 인프라로 자리 잡기를 바라요. 퇴근길에 헬스장에 가듯 자연스럽게 목욕탕에 들르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사우나에서 만나는 풍경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라져가던 동네 목욕탕도 새로운 감각을 입고 젊은 세대의 발길을 되찾아, 다시금 동네의 사랑방이 되면 좋겠어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증막, 세신과 찜질방으로 이어지는 한국식 사우나 문화와 콘텐츠가 핀란드 사우나처럼 세계에 소개되는 미래를 그리고 있어요. 사사사는 그 흐름 속에서, 한국의 사우나 문화를 웰니스의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앞장서서 새로운 판을 여는 브랜드로 남고 싶습니다.

길보경 객원 기자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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