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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1

도시의 빈칸을 채우는 법,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 ①

어쩌면 ‘무신사’만이 할 수 있는 일

Briefing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와 브랜드 팝업, 길을 가득 메운 인파와 빠르게 바뀌는 간판. 오늘날 성수를 대표하는 장면이다. 반면 서울숲 아뜰리에길은 조금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인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연립주택과 숲으로 이어진 산책로, 나직한 건물 사이에 자리한 카페와 레스토랑. 한때 고즈넉한 분위기를 따라 많은 이들이 찾던 거리는 코로나19의 타격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만남의 장소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빈 공간이 늘었고, 새로운 이야기도 예전만큼 들려오지 않았다.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는 그 조용해진 거리의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일에서 출발했다. 한 번 저문 상권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무신사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그간 쌓아온 오프라인 운영 경험과 브랜드 네트워크를 꺼내 들었다. 서울숲 아뜰리에길의 유휴 공간을 패션,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로 채워 나갔다. 커다란 매장으로 단번에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라, 매장을 촘촘하게 배치해 거리 전체를 다시 걷게 하는 방식이었다. 

 

지난 4월에는 〈다시, 서울숲〉 캠페인을 통해 흩어진 매장을 하나의 동선으로 엮고, 방문객이 각자의 취향에 따라 탐색하도록 했다. 이제 사람들은 아뜰리에길에서 옷을 고르고, 선물을 사고, 러닝을 한다. 먹고 마시던 거리에 새로운 콘텐츠가 더해질 때, 어떤 장면이 펼쳐질 수 있을까. 무신사의 전례 없는 실험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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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길에 자생한 공방 거리

서울숲 아뜰리에길의 시작은 서울숲의 탄생과 맞닿아 있다. 2005년, 과거 뚝섬 서울경마장 부지가 대규모 녹지 공원으로 바뀌면서 주변 주거지 역시 조금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다. 공원을 끼고 걷는 길, 낮은 건물과 오래된 주택, 도심 안에서 드물게 느껴지는 느슨한 공기. 서울숲 일대는 점차 머물고 둘러볼 만한 장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상권의 윤곽이 잡힌 건 2014년 무렵이다. 홍대 등 주요 상권의 임대료 상승을 피해 이동한 젊은 창작자들이 노후 주택의 1층과 지하 공간에 공방과 갤러리, 작업실을 열면서 자연스럽게 ‘서울숲 아뜰리에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처음부터 대규모로 기획된 상업 지구라기보다, 기존 주거지 안에 작은 창작 공간과 가게들이 스며들며 형성된 골목에 가깝다. 그 사이로 카페와 레스토랑, 작은 숍들이 하나둘 자리 잡으며 서울숲 아뜰리에길은 카페거리이자 산책길, 데이트 코스로 알려졌다. 지금의 성수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 거리는 한동안 사람들을 천천히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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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와 성수, 그리고 서울숲

성수역 역명은 현재 무신사와 병기 표기되고 있다 출처: 무신사

성수는 무신사에게 이미 익숙한 무대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한 무신사는 일찍이 성수에 둥지를 틀고, 여러 형태의 오프라인 접점을 실험해 왔다. 무신사 스탠다드, 무신사 스토어, 이구홈, 이구키즈, 메가스토어까지 타깃과 콘셉트를 달리한 매장을 잇달아 선보였고, 최근에는 성수역 역명 병기권을 확보하며 존재감을 더욱 선명하게 했다. 구매력을 갖춘 유동 인구와의 접점을 늘리는 것은 물론, 성수라는 지역이 가진 상징성을 브랜드 가치로 연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연무장길이 성수 중심 상권으로 자리 잡는 동안 서울숲 아뜰리에길은 어땠을까.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서울숲 아뜰리에길의 일평균 유동 인구는 3,086명으로, 성수동 카페거리 1만 1,880명의 약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최근 3개월간 유동 인구 역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4만 1,309명 감소했다. 특히 눈에 띈 건 공실률이었다. 프로젝트 초기 무신사가 파악한 서울숲 아뜰리에길의 공실률은 약 30%. 한때 카페와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거리는 이전의 활기를 회복하지 못했다. 다만, 침체의 징후만 있었던 건 아니다. 서울숲이라는 랜드마크가 건재했고, 공원을 찾는 가족 단위 방문객도 꾸준했다. F&B를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상권도 남아 있었다. 문제는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는 바로 그 빈틈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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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던 거리에서 입고 머무는 거리로

프레이트(FR8IGHT) 매장 내부 전경

서울숲 아뜰리에길은 오랫동안 카페와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소비되던 거리였다. 공원을 산책하고,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동선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지만, 그 경험은 대체로 F&B 안에서 완결됐다. 무신사가 주목한 것도 이 지점이다. 먹고 마시는 목적만으로는 방문객을 골목 안쪽까지 오래 붙잡아두기 어려웠다.

 

무신사는 적합한 임차인을 찾지 못한 유휴 공간을 확보해 패션·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더하기 시작했다. 기존 상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방문 이유를 얹어 거리의 쓰임을 넓히는 방식이다.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가 한 건물 안에 패션, 뷰티, 푸드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모아 체류 시간을 늘리는 공간이라면, 서울숲 프로젝트는 그 감각을 거리 단위로 확장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여러 브랜드가 골목 곳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방문객은 다음 매장을 찾아 거리를 걷고, 그 사이 기존 자리를 지키던 가게들도 함께 경험하게 된다. 매장 하나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거리 전체의 체류를 늘리는 구조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온라인에서 팬덤과 상품성을 검증한 브랜드에게도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큰 도전이다. 높은 임대료와 운영 비용, 특히 입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규모가 작은 브랜드가 쉽게 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무신사는 서울숲 아뜰리에길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이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오프라인 접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숲 프로젝트가 침체된 상권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시도이자, K브랜드의 오프라인 진출을 돕는 인큐베이팅 장치로 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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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속도를 조율하는 일

서울숲 아뜰리에길 전경 출처: 무신사

거리의 변화는 언제나 양면적이다.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지만, 혼잡과 소음, 임대료 상승에 대한 우려가 함께 따라온다. 특히 서울숲 아뜰리에길처럼 주거지와 상권이 맞닿은 골목에서는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무신사가 서울숲 프로젝트에서 ‘상생’을 중요한 키워드로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신사는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2025년 11월 성동구청, 성동구 상호협력주민협의체와 함께 ‘서울숲길 일대 지역 상권의 지속 가능한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성동구 상호협력주민협의체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와 지역공동체 보호를 위해 주민과 상권 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기구다. 그동안 서울숲길을 포함한 성수동 일대를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지역공동체 보호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무신사는 서울숲 프로젝트를 독자적인 확장으로만 가져가기보다, 지자체의 행정력과 기업의 콘텐츠 역량, 지역 구성원의 목소리를 함께 엮는 민관 협력 구조 안에서 풀어가고자 했다. 프로젝트팀은 협의체를 직접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지역의 우려와 의견을 들었다. 변화가 지역에 부담으로만 남지 않고, 서울숲길의 고유한 분위기와 기존 상권의 흐름 속에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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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울숲으로

기존에 있던 F&B 매장과도 제휴를 맺어 동선의 밀도를 넓혔다 출처: 무신사

상권을 다시 살린다는 말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시작은 단순하다. 사람들이 그 길을 다시 걷게 만드는 것. 지난 4월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간 열린 〈다시, 서울숲〉 캠페인은 이번 프로젝트가 처음으로 대중과 만난 장면이었다. 무신사는 프로젝트 입점 브랜드뿐 아니라 호호식당, 슈퍼말차 등 기존 매장과도 제휴를 맺어 총 24개 브랜드를 하나의 동선 안에 엮었다. 그 동선을 실제 움직임으로 만든 장치가 체크인 이벤트였다. 방문객은 매장마다 마련된 QR 코드를 찍으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고,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골목과 가게를 하나의 코스처럼 경험했다.

 

체크인 미션의 종착지인 무신사 스페이스 서울숲에서는 코드 쿤스트와 스페셜티 커피 플랫폼 언스페셜티가 함께한 〈코쿤의 사적인 커피 작업실〉이 운영됐다. 1층에서는 코드 쿤스트가 직접 고른 원두를 시음할 수 있었고, 2층에는 실제 작업실의 무드를 옮겨놓은 듯한 포토존과 커피 굿즈가 마련됐다. 특히 캠페인 첫날에는 코드 쿤스트가 직접 브루잉 세션을 진행해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커피를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취향을 따라 모인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서울숲길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

 

장소 서울숲 아뜰리에길 일대

참여 매장 프레이트(FR8IGHT), 유르트, 제너럴아이디어, 룩캐스트, 해브어웨일, 고요웨어, 푸마, 무신사 런, 무신사 백&캡클럽, 사브르파리, 메종플레장, GBH, 도씨, 이구키즈 서울숲 

                 

*2편에서 계속됩니다.

김기수 기자

사진 박은비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무신사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Project Cabinet] 도시의 빈칸을 채우는 법,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

:file no.1 : 어쩌면 ‘무신사’만이 할 수 있는 일

:file no.2 : 다시 찾고 싶은 거리는 어떻게 만들까

:file no.3 : 서울숲 아뜰리에길 걸어보기

프로젝트
[Post-It]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
주최
무신사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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