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팝업과 공간이 궁금할 때, 헤이팝 뉴스레터 구독하기

요즘 팝업과 공간이 궁금할 때, 헤이팝 뉴스레터 구독하기

2026-06-16

한불 수교 140주년, 지금 봐야 할 전시 5

고종과 프랑스 대통령이 주고받은 첫 번째 선물은?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 140주년을 맞았다.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 체결로 시작된 양국의 관계는 외교와 경제, 과학기술을 넘어 문화와 예술의 영역으로 꾸준히 확장되어 왔다. 올해는 그 흐름이 더욱 선명해진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한부터 배우 전지현과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의 명예대사 위촉, 그리고 퐁피두센터 한화를 둘러싼 관심까지. 수교 140주년을 맞아 양국의 문화를 살필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중 전시는 이 긴 시간을 가장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매개다. 조약과 서신, 외교 선물은 양국 관계의 출발과 변화를 나타내고, 프랑스에서 활동한 한국 작가의 작업은 경계를 오가며 형성된 예술적 감각을 말한다. 공예와 현대미술, 사진과 기록을 통해 펼쳐지는 전시들은 한국과 프랑스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기억하고, 다시 해석해 왔는지 보여준다. 140년의 우정을 기념하는 지금, 각기 다른 시선으로 양국의 시간을 펼쳐 보이는 전시를 모았다.

서울공예박물관 〈더 하이브리드〉

〈더 하이브리드〉는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교류를 바탕으로, 동서양의 경계에서 형성된 ‘하이브리드 공예’에 주목한다. 여기서 하이브리드는 개항 전후로 유입된 낯선 문물이 전통 재료와 기법 위에 겹쳐져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공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리킨다. 나무와 칠, 뼈와 뿔, 조개껍데기, 도자, 금속, 섬유 등 전통적인 재료는 그대로 이어졌지만, 그 위에 서구의 취향과 기술, 새로운 쓰임이 더해지며 공예품은 이전과 다른 표정을 갖게 되었다. 익숙한 문양과 기법 안에 낯선 형태가 스며들고, 근대의 생활양식이 포개지면서 동시대의 변화에 응답하는 새로운 공예가 탄생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참가 등을 이유로 흩어졌던 대한제국 전후의 공예 유물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에서 피어난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4

기간 2026.04.28 – 2026.07.26

헤레디움 〈이봉 랑베르: 예술가의 곁에서〉

〈이봉 랑베르: 예술가의 곁에서〉는 대전 헤레디움과 프랑스 콜렉시옹 랑베르가 공동 기획한 전시다. 프랑스 갤러리스트이자 컬렉터인 이봉 랑베르의 소장품을 통해 196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흐름을 살핀다. 장-미셸 바스키아, 솔 르윗, 사이 톰블리, 다니엘 뷔렌,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등 17명 작가의 작품 40여 점이 회화, 조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소개된다. 

 

이봉 랑베르는 1960년대 파리에 갤러리를 열고, 당시 낯설었던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 장소특정적 미술 등의 흐름을 선도적으로 소개한 인물이다. 그의 컬렉션은 예술가들과 오랜 시간 나눈 신뢰와 교감의 기록이기도 하다. 전시 제목이 ‘예술가의 곁에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랑베르는 새로운 예술이 태어나는 순간에 함께 호흡하는 동행자였다. 이번 전시는 그 관계의 밀도를 따라가며 낯선 실험을 알아보고 지지한 컬렉터의 시선, 예술가와 갤러리스트 사이에 쌓인 우정, 그리고 새로운 미술을 가능하게 한 관계의 시간을 함께 읽는다.

주소 대전 동구 대전로 735

기간 2026.05.17 – 2026.07.26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방혜자: 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 방혜자의 회고전 〈방혜자: 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9월 27일까지 열린다. 1960년대 프랑스로 건너간 방혜자는 한국의 자연과 정신, 프랑스의 예술적 환경을 바탕으로 평생 ‘빛’을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는 초기 추상회화부터 2000년대 이후 후반기 대표작까지 작가의 60여 년 예술 여정을 따라가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과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프랑스 소재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방혜자에게 빛은 생명과 우주, 사랑과 평화, 치유와 명상의 의미를 품은 독자적인 세계다. 작가는 한지, 부직포, 천연 안료 등 다양한 재료를 실험하며 빛의 감각을 화면 위에 옮겨왔다. 겹겹이 쌓인 색과 질감 사이에서 은은하게 떠오르는 빛은 그에게 예술적 영감이자, 마음과 우주를 비추는 성찰이다. 프랑스라는 환경에서 자신의 언어를 더 깊게 다듬어간 한국 작가의 삶과, 국경을 넘어 축적된 예술의 시간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주소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기간 2026.04.24 – 2026.09.27

성곡미술관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 Paris Unseen〉

에펠탑과 센강, 유서 깊은 건축물로 대표되는 프랑스 파리는 오랫동안 세계인에게 낭만의 도시로 여겨져 왔다.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 Paris Unseen〉는 관광 엽서처럼 소비되어온 파리의 표면보다, 그 아래 축적된 시간과 기억,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층적인 풍경에 주목한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한 51명의 작가가 참여해 사진, 영상, 설치,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로 ‘보이지 않던 파리’를 펼쳐 보인다.

 

전시는 사진의 역사와 파리라는 도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19세기 프랑스에서 사진술이 태동한 이후, 파리는 촬영 기술과 인화 문화가 발전하는 중요한 무대가 되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적인 프린트 기법부터 디지털과 AI 기반 작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진의 세계를 소개하며, 사진이 지닌 물질적 감각과 깊이가 여전히 중요한 예술 언어로 남아 있음을 드러낸다. 이름 없는 골목, 이주민의 삶,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 장면까지. 전시는 낭만의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파리의 또 다른 얼굴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기록되는 도시의 현재를 마주하게 한다.

주소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기간 2026.04.03 – 2026.07.26

국립고궁박물관 〈선물과 기록, 한국-프랑스 우정의 140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은 한국과 프랑스가 교류한 140년의 시간을 선물과 기록이라는 키워드로 되짚는다.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 체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진 양국의 교류를 조약문, 서신, 외교 선물, 대통령기록물 등을 통해 살핀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조선 국왕과 프랑스 대통령 사이에 오간 선물이다. 프랑스 제3공화국 대통령 사디 카르노는 고종에게 세브르 도자기 세 점을 보냈고, 고종은 이에 대한 답례로 국서와 함께 고려청자, 의례 및 역사 관련 서적을 전했다. 이는 상대국에 대한 존중을 담은 외교 언어로 양국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시는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에서 활동했던 역사, 1949년 외교 관계 복원, 6·25전쟁 프랑스 참전, 그리고 현대 양국 정상들이 주고받은 선물까지 함께 소개한다.

주소 서울 종로구 효자로 12

기간 2026.06.03 – 2026.08.02

김기수 기자

사진 출처 서울공예박물관, 헤레디움, 국립현대미술관, 성곡미술관, 국립고궁박물관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한불 수교 140주년, 지금 봐야 할 전시 5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