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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5

2021 타이포잔치 화려한 컴백

제7회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2년마다 열리는 타이포그래피 잔치가 돌아왔다! 9월 14일부터 10월 17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제7회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거북이와 두루미>다. 타이포그래피 잔치, 줄여서 타이포잔치라고 불리는 이 전시는 문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디자인을 다룬다. 문자하면 흔히 글자를 떠올리지만 이번 전시는 한발 더 나아갔다. 세상이 변화하면서 ‘소통을 위한 문자’라는 광의에 포함된 새로운 도구들, 가령 QR코드, 밈, 이모티콘 등의 시각언어를 포함한 것이다. 문자를 중심으로 만든 작품은 가구, 오브제,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KCDF

 

올해의 제목은 <거북이와 두루미>. 1970년대 한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말장난에서 가져온 제목이다. 코미디 속 배경은 이러하다. 5대 독자에게 장수를 기원하는 이름을 지어준답시고 부부가 점쟁이를 찾아갔고, 그 점쟁이가 온갖 단어를 다 갖다 붙이며 세상에서 가장 긴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

 

ⒸKCDF

 

이번 전시는 장수를 바라는 이 이름에서 ‘거북이와 두루미’를 따오면서 문자와 생명의 관계를 조명한다. “생명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다른 생명을 존중하려는 태도에도 주목했습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 흐름처럼 타이포잔치 역시 경계의 틀을 허물고 다채로운 해석이 추가하고자 했습니다”. 전시 총괄을 맡은 이재민 예술감독의 설명이다.

 

ⒸKCDF

 

이번 전시에는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일본, 태국, 네덜란드, 스웨덴, 브라질 등 세계 각국 50여개 팀이 참여해 다양한 작품 68점을 선보인다. 예년에 비해 작품이나 구성이나 조금 더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친근하고 유쾌해졌다는 점에서 호평할 만하다.

“타이포잔치는 글자를 중심으로 엮은 디자인 전시입니다. 하지만 학구적인 행사는 아니죠. 말 그대로 잔치니까요. <거북이와 두루미>라는 친숙하고 해학적인 제목으로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고 싶었어요. 전시 작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시장에는 대번에 이해되는 작품들과 설명이 필요한 작품들이 섞여 있습니다. 천천히 둘러보면서 발견하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이재민 예술감독의 말이다.

 

ⒸKCDF

 

전시장에 들어서자마 보이는 것은 이미주 작가의 거대한 손바닥 형태의 설치작품 ‘여래신장’이다. 손오공이 한참 천지를 돌아다녔지만 결국 부처의 손바닥 안이었다는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업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주라는 큰 그림을 이루고 있는 생명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주변을 둘러싼 대형 스크린 4점은 엘모 작가의 ‘삶/사랑’. 스크린 속 문자는 LOVING(사랑하기) 또는 LIVING(살아있기)로 읽히며 이미주 작가의 작업과 짝을 이룬다.

 

ⒸKCDF

 

네덜란드 디자인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스파스는 전시기간 동안 매일 모습이 달라지는 작품 ‘수명’을 선보여 궁금함을 자아냈다. 이 작품의 수명은 이번 전시 시간에 한정된다. 12겹의 종이 조각들로 이뤄져 있어 매일 아침 종이들이 조금씩 벗겨지고, 결국 전시가 종료되면 처음과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과연 어떤 그림이 등장할지는 전시가 끝날 때쯤 확인할 수 있을 터.

 

 

국내외 작가들의 포스터를 가지에 주렁주렁 매단 나무도 있다. 서낭당 근처 마을을 수호하는 나무에 오방색 헝겊을 치렁치렁 매달아 놓고 소원을 빌고 복을 기원하던 옛 풍습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작품이다. 지극히 동양스러운 나무지만, 그에 걸린 포스터는 국제적이다. 영국 그래픽 디자이너 듀오인 스튜디오 베르기니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디저트라는 티라미수Tiramisu의 철자를 사용해 그래픽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자세히 보면 티라미수라는 한글 단어가 숨어있다.

 

 

한국 가구 및 제품 디자인 스튜디오 COM은 글자이자 동물 모양의 조형적인 가구를 만들었고, 한국 디자이너와 프랑스 디자이너로 이뤄진 클럽 썽은 거대한 물건을 규칙적으로 세워 글자를 만들었다. 특히 클럽 썽의 작품은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만’ 보인다. 한글자씩 읽다 보면 완성되는 문장은 바로 “너의 이름은?”. 물음표는 심지어 족히 10M는 넘을 거대한 카펫 위에 비밀스럽게 그려져 있어 발견할 때의 짜릿함을 배가한다.

 

 

타입 디자인 스튜디오 양장점을 비롯해 작품 ‘밈의 정원’에 참여한 젊은 작가들은 새해나 한가위에 어르신들이 메신저를 통해 보낼 법한 그림 덕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요즘 MZ 세대들이 우스꽝스럽고 어설프다고 여기는 어르신들의 이 문자에 “친절하게 화답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웃으면 복이 와요’, ‘행복을 담아 보냅니다’ 등 뻔한 문구와 뻔한 그래픽을 재해석한 영상이 낡은 TV에 재생되는데, 해상도가 떨어지는 오래된 TV들이지만 귀엽고 레트로한 매력이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따뜻한 느낌을 준다.

 

 

장한나 작가는 돌처럼 단단해진 폐플라스틱을 수집해 마치 ‘수석 전시장’ 같은 풍경을 만들었다. 문자가 무위에 남기는 흔적이라고 한다면, 플라스틱은 인류가 지구에 남기는 문자라는 생각에 착안한 작업이다.

 

 

동시대에 화두를 직접적으로 담은 작품도 있다. 한국의 글쓰기 모임 펜 유니온은 해외 일러스트레이터 6명이 보내온 그림을 받아 글로 스토리를 풀어내는 시도를 선보인다. 보통 출판물에서 중심이 되는 글은 정확하고 이성적이며, 보조가 되는 일러스트는 모호하고 감성적이라는 관념을 뒤집는 작품이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은 팬더믹, 부동산, 비트코인, 젠더 갈등 등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이 작품은 그림을 먼저 쭉 보고, 전시장을 반바퀴 돌아 펜 유니온이 어떻게 그림을 해석해 스토리를 붙였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감상 포인트.

 

 

이 밖에 국내 디자인스튜디오 뚜따까는 이번 전시 제목 <거북이와 두루미>의 원제목인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에 포함된 주체들을 전부 인형으로 만들었다. 총 14가지. 작명이 얼마나 의미 있고 재미있는 행위인지 새삼 떠올리게 한다. 과연 김수한무는 어떻게 생겼는지, 삼천갑자는 어떤 얼굴인지 직접 확인해보자. 14가지 중 두루미와 거북이 2종은 이번 전시의 공식 MD로서, 이번 전시에서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유제이

자료 협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장소
문화역서울 284 (서울 중구 통일로1)
일자
2021.09.14 -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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