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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3

‘최애’ 소설이 향으로 탄생했다, 솔테라이브러리

작가의 문장을 향기로 만나요

어떤 향은 한 편의 문학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최근 북촌과 연남에 문을 연 ‘솔테라이브러리’는 작가의 문장과 향을 함께 큐레이션하며 ‘향을 읽는 경험’을 제안한다. 이곳에는 실제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향수들이 도서관의 책처럼 빼곡히 놓여 있다. 책장 사이를 거닐듯 문장과 향기를 천천히 탐독하는 동시에 작가의 책도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프래그런스 브랜드 솔테라이브러리 지난 4월, 북촌 매장 오픈과 함께 정식 론칭했다. ‘문학과 향의 만남(Meeting of Literature and Scent)’을 콘셉트로, 찰나에 스쳐 지나가는 향에 문장이라는 서사를 더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감각의 경험을 제안한다.

©솔테라이브러리

70명의 작가가 그려낸 후각적 서사

솔테라이브러리에서 선보이는 74종의 향은 모두 문학 작품에서 출발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위대한 개츠비’, ‘오만과 편견’ 같은 고전 명작에서 영감받은 향부터 국내 문학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완성한 컬렉션까지 폭넓게 구성했다.

 

이 여정에는 김훈, 김애란, 박준, 성해나, 이슬아, 김하나·황선우 등 현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7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각 향에서 떠오른 장면과 감정, 찰나의 인상을 글로 풀어내는 ‘향의 심상 서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후각을 언어로 치환한 작업으로, 그중에는 실제 소설의 제목과 분위기에서 착안해 탄생한 향수도 있다. 시향지 위에 적힌 문장은 단순한 설명을 넘어, 마치 짧은 문학 작품처럼 읽힌다. 문학이 향이 되고, 향이 다시 문장이 되는 경험 속에서 보다 감각적인 몰입을 끌어낸다.

©솔테라이브러리

세 거점을 중심으로 확장되는 ‘향의 도서관’

솔테라이브러리는 한옥의 정취가 살아 있는 북촌에 첫 둥지를 튼 데 이어, 최근 연남동 경의선숲길에 두 번째 공간을 열었다. 오는 6월에는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도 앞두고 있다. 향수와 디퓨저, 핸드크림, 룸 스프레이 등 다양한 프래그런스 컬렉션은 물론, 향의 영감이 된 문학 작품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솔테라이브러리

세 공간 모두 ‘향을 읽는 경험’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각기 다른 방식의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솔테라이브러리는 어떤 방식으로 문학과 향의 접점을 확장해 나가고 있을까. 주춘섭 대표에게 브랜드의 시작점부터 궁극적으로 꿈꾸는 ‘향의 도서관’에 대해 물었다.

Interview with 솔테라이브러리 주춘섭 대표

ㅡ 먼저 브랜드의 탄생 배경부터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솔테라이브러리는 ‘향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기록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향과 문학을 입체적인 경험으로 연결하고 싶었죠. 향수가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각자의 기억과 감정을 읽어내는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브랜드명에도 그런 철학을 담았습니다. ‘소금(Salt)’처럼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기억을 보존하고, 그것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향의 도서관’을 만들고자 합니다.

 

ㅡ ‘향을 읽는 경험’이라는 개념이 흥미롭습니다. 향과 문학의 결합을 통해 어떤 경험을 전하고 싶나요?

향을 맡고 문장을 읽는 순간, 각자의 기억과 감각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경험하길 바라요. 그래서 저희는 향을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 작가의 문장과 향이 함께 놓였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하나의 감각적인 경험에 집중했습니다. 향과 문장이 나란히 놓인 환경을 설계해, 그 사이에서 방문자가 스스로 해석해 나가기를 바랐죠. 향을 맡고 문장을 읽는 과정에서 각자의 기억과 감각이 더해지고, 그 경험이 하나의 문화처럼 축적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솔테라이브러리

ㅡ 첫선을 보인 향의 종류가 74종에 이른다고 들었어요. 향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부터, 이를 ‘라이브러리’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 궁금합니다.

저희에게 향은 이야기이고, 서사가 쌓이면서 라이브러리를 완성해 간다고 생각해요. 현재의 일흔네 가지 향 컬렉션은 완결된 결과물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축적되는 구조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죠. 보통 하나의 향은 대개 한 장면에서 출발하는데요. 때로는 한 문장일 수도 있고, 특정한 이미지나 감정일 수도 있죠. 먼저 그 감정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설계한 뒤, 그 흐름에 맞춰 향료를 선택하고 본격적인 개발을 진행합니다. 저희에게 향을 만드는 일은 단순히 좋은 향료를 조합하는 과정이라기보다, 어떤 기억과 장면을 감각적으로 구현해 내는 작업에 가까워요.

©솔테라이브러리

ㅡ 솔테라이브러리의 향은 국내 소설가, 시인 등 다양한 작가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는데요. 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작가마다 향에 접근하는 방식이 정말 달랐어요. 어떤 분은 아주 구체적인 장면이나 색감, 공기의 온도까지 이야기해 주셨고, 또 어떤 분은 평소 좋아하는 향이나 자주 사용하는 향수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설명해 주시기도 했죠.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성해나 작가와의 작업입니다. 보통은 4~5가지 시향안을 먼저 제안하고, 작가가 선택한 향을 바탕으로 함께 방향을 조율하며 완성도를 높여가는데요. 내부적으로는 이미 팀원끼리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1순위’ 향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작가님의 선택을 기다리는 시간이 늘 조심스럽고 긴장되기도 하죠.

 

당시에도 팀 안에서 모두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던 향이 있었는데, 성해나 작가님이 최종적으로 바로 그 향을 선택해 주셨어요. 마침, 회의 중 연락을 받았는데, 팀원들이 동시에 환호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직감적으로 느꼈던 감각과 작가님의 선택이 정확히 맞닿았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거든요. 그날의 짧은 환호와 들뜬 공기, 어느 오후의 작은 열기 같은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솔테라이브러리

ㅡ 향수와 문학을 한 패키지로 구성하거나, 이야기장수의 도서를 함께 제안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두 브랜드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협업 과정에서 중요하게 공유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이야기장수와는 단순한 협업 관계라기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파트너에 가까워요. 저희는 책과 향이 함께 놓였을 때 비로소 하나의 경험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향만 따로 존재하거나, 문학이 그저 참고 요소로 머무르지 않도록 두 감각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방식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야기장수의 도서뿐 아니라, ‘향의 심상 서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의 대표작이나 최신작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요. 향을 맡은 뒤 그 문장을 읽고, 다시 책으로 경험이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고 싶었죠. 앞으로도 다양한 작가와 작품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ㅡ 솔테라이브러리를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해 대표적인 향수 혹은 제품군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우선 ‘작가 에디션(Writer Edition)’ 라인을 추천하고 싶어요. 성해나, 이슬아, 이옥토, 김하나·황선우를 비롯해 피츠제럴드, 제인 오스틴, 셰익스피어, 이야기장수, 움틈:북촌 향수공방 등 총 9개의 에디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 작가와 작품이 가진 분위기와 감각을 향으로 어떻게 해석했는지 경험해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향을 맡으며 저마다의 캐릭터와 서사를 읽어가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운 경험이 될 거예요.

 

두 번째로는 솔테라이브러리의 시그니처 향인 ‘소설가(Novelist)’와 ‘시인(Poet)’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소설가’는 김애란 작가가, ‘시인’은 박준 시인이 각각 문장을 더해 완성한 향인데요. 향 자체도 인상적이지만, 솔테라이브러리의 정체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향인 ‘폴 인 엔젤(Fall in. Angel)’과 이번 시즌 시그니처인 ‘티 리프 애프터 레인(Tea Leaf After Rain)’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티 리프 애프터 레인’은 비가 내린 뒤의 공기처럼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담은 향이고, ‘폴 인 엔젤’은 달콤하면서도 세련된 잔향이 매력적인 향입니다.



©솔테라이브러리

ㅡ 북촌에 문을 연 첫 공간은 브랜드의 세계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로 느껴집니다. 이 공간의 콘셉트와 특징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북촌은 솔테라이브러리의 시작점이 된 장소예요. 시간이 켜켜이 축적된 북촌이라는 장소야말로 향과 문장이 가장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북촌은 빛이 강렬하게 흘러나오는 문을 통해 이끌리듯 들어서면, 또 다른 창을 통해 북촌의 헤리티지인 한옥의 고즈넉한 기와가 보이게끔 설계했어요. 이를 통해 축적된 시간과 현대적인 감각이 낯설게 만나기를 바랐습니다. 공간 안에서 다양한 텍스트로 이루어진 향수 패키지와 함께 문장을 함께 배치해, 방문자가 향을 맡고 글을 읽는 과정에서 각자의 장면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했죠.

ㅡ 연남점은 ‘현재와 흐름’이라는 키워드를 지녔다고 들었어요. 북촌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에서 같고 또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북촌이 축적된 시간 속에서 향과 문장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공간이라면, 연남은 경의선 숲길의 흐름 안에서 보다 직관적이고 오늘날의 감각으로 향을 마주하는 공간이에요. 북촌이 ‘머무르며 읽는 공간’이라면, 연남은 ‘흐름 속에서 마주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두 공간 모두 빛의 흐름과 동선을 중요하게 설계했어요. 방문자가 창과 유리문 너머로 새어 나오는 빛에 자연스럽게 이끌려 들어오고, 그 흐름 끝에서 비로소 향과 문장을 가까이 마주하게 되기를 바랐죠. 연남점은 북촌점에 비해 보다 젊고 유동적인 분위기에 집중했어요. 경의선숲길을 따라 퍼지는 노란 조명과 원고지를 닮은 빛의 결이 겹쳐지면서, 동시대 작가들의 리듬과 감각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설계했습니다.

©솔테라이브러리

— 6월 말에는 성수 플래그십 공간을 선보일 예정이죠. 프로그램과 커뮤니티 활동을 포함해, 앞으로 솔테라이브러리를 어떤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가고자 하나요?

성수 플래그십은 단순히 향을 경험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이야기, 감각이 교차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통건물로 이루어진 3층 구조의 공간은 천장을 십자가 형태로 길게 뚫어, 강렬한 빛이 1층부터 3층까지 이어지며 공간 전체를 여러 색의 빛으로 채우도록 설계했어요. 방문객들이 ‘문학의 빛: 소금 기둥’이라 이름 붙인 이 빛의 공간을 지나 자연스럽게 내부로 들어오도록 의도했습니다. 문학과 향이 가장 아름답고 찬란하게 만나는 순간을 공간 안에서 구현하고 싶었거든요.

 

이곳에서는 작가 프로그램과 전시, 북토크, 사인회 등 다양한 활동이 지속적으로 열릴 예정입니다. 특히 3층은 작가와 예술가들에게 열린 프로그램 공간으로 운영돼, 창작과 교류가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완성된 결과물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전달되는 과정까지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자 합니다.

ㅡ ‘솔테라이브러리 문학상’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솔테라이브러리 문학상은 실제 창작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구조로 구상 중입니다. 매년 7명의 소설가와 작품을 선정해 지원하고, 이야기장수와 함께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에요. 무엇보다도 단발성 수상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작가의 작업이 실제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려고 합니다. 선정 이후에도 북토크와 사인회, 전시, 공간 프로그램 등 솔테라이브러리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작품이 독자와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 나갈 예정이에요.

©솔테라이브러리

ㅡ 마지막으로, 솔테라이브러리가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모습이 궁금합니다.

솔테라이브러리는 ‘향을 읽는 방식’을 새롭게 제안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전시와 출판, 작가 협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향과 문학이 만나는 경험을 더욱 풍부하고 다층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뉴욕, 도쿄, 상하이처럼 각기 다른 문화와 분위기를 지닌 도시들로의 글로벌 진출도 꿈꾸고 있어요. 각 도시만의 감각과 이야기를 반영한 전시와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솔테라이브러리만의 방식으로 향과 문학이 만나는 경험을 세계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한국의 작가들과 창작자들 역시 함께 알릴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길보경 객원기자
취재협조 및 자료제공 솔테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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