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동네 맛집은 모두에게도 그런 걸까. 수없이 많은 카페가 생겼다rk 사라지는 서울에서,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을 보면 궁금했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뭘까. 교통이 편리한 곳이 아니라면 더더욱. 얼웨이즈어거스트(alwaysAu8ust)는 그런 곳이었다. 2017년 경산에서 시작해 현재는 망원, 연남, 삼각지 3개 지점을 운영 중인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다.
창업 전 F&B 마케터로 일했던 박선영 대표. 하지만 직장인으로 디저트나 음료를 마케팅한 것과 직접 카페를 운영하는 일은 전혀 달랐다. 개인 카페는 사장의 취향과 가치관이 온전히 드러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겪고 카페를 운영할수록 중요한 건 결국 ‘본질’임을 깨달았다는 그에게, 동네 카페로 시작한 브랜드가 오래 사랑받기 위해 필요한 태도에 대해 물었다.
카페는 주인을 닮는다
— F&B분야 마케터로 일하셨으면, 업계를 잘 아셨겠네요.
창업은 완전히 다른 영역인 것 같아요.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할 때는 아이템을 대중에게 알리고 성공시키는 게 중요했어요. 예를 들면 어떤 신메뉴를 개발하면, 그걸 마케팅하는거죠. 개인 카페는 그보다는 제 가치관이나 취향이 훨씬 중요해요. 지금 카페도 일부러 북유럽 느낌을 내자고 한 건 아니고, 제가 좋아하는 취향이 자연스럽게 묻어난 결과인 것 같아요. 실제로 북유럽 브랜드를 좋아하거든요. 회사에 다닐 때 휴가로 스웨덴을 다녀오기도 했었죠.
처음에 경산에 매장을 냈을 때, 좋은 원두를 소개하면 그 자체가 매력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커피를 어떻게 대하고 카페를 운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 창업할 때, 무섭진 않았나요.
자신감이 있었어요(웃음). 취향도 뚜렷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잖아요. 그중 하나가 스페셜티였어요.
좀 진지한 이야기인데요. 스페셜티가 커피 산업에서 오래 지속 가능한 구조라고 생각하거든요. 원두를 누가 생산했는지 안다는 것 자체가 그 생산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거잖아요. 어떤 농부가 어디서, 어떤 품종을 키우고 어떻게 가공했는지를 알고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노동이 정당하게 값을 받고 농업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렇게 커피를 좋아하는데, 이게 지속 가능하려면 생산자들이 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경산점은 반응이 괜찮았다. 입소문이 조금씩 났고, 남편도 회사를 그만두고 공동 대표로 합류했다. 둘이서 블렌드를 완성시키느라 하루 세 시간씩 자던 시기였다. 2020년 망원동에 두 번째 매장을 냈다. 코로나 한가운데였다.
— 그 시기에 서울로, 결심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해보고 싶은 게 많으니까, 경쟁에 뛰어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더 잘하고 싶었거든요. 당시 하이엔드 머신을 쓰는 데가 많지 않았는데, 저희는 시네소 MVP를 들였어요. 4천만 원짜리 기계인데요. 스페셜티를 제대로 하고 싶었거든요.
— 망원점은 두 번째 오픈이니 좀 더 수월했나요.
그럴 줄 알았는데, 또 힘들더라고요. 오픈할 때마다 새롭고요. 망원동은 거의 셀프로 인테리어를 했거든요. 물론 전문가분들의 도움을 받았지만요. 모듈 형식으로 만들었어요. 앞으로 매장을 옮기더라도, 웬만하면 가져갈 수 있게 만들어야 더 애정을 갖고 만들 것 같았거든요. 공간 준비하고 오픈하는 데는 한 4개월 정도 걸렸거든요. 그런데, 이전부터 계속 빈티지 가구 찾아보던 시간까지 하면 한 1년쯤 걸린 것 같아요.
망원점을 열 때는, 좋은 로컬 카페를 만들고 싶었어요.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동네 분위기에 어울리면 좋겠다, 친구가 놀러 왔을 때 내가 잘 아는 곳이라고 데려갈 만한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로컬 브랜드와 협업도 많이 하고요.
높은 재방문율, 단골이 찾는 공간
— 사람들이 얼웨이즈어거스트를 찾는 이유가 뭘까요.
노력을 알아봐 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커피가 맛있거나, 디저트가 맛있거나, 인테리어가 뛰어난 곳은 많잖아요. 저희는 그것들을 다 잘하고 싶어서 노력하거든요. 디저트도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면서 유행하는 걸 그냥 내놓는 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파티쉐를 직접 채용해서 만들고 있어요. 이것도 미식의 영역이니까요.
카페는 요식업이기 때문에 맛이 없으면 다시는 안 오거든요. 저희가 재방문율이 높은 편이에요. 리모델링 때문에 연남동 지점을 석 달 문을 닫았다가 재오픈했는데, 손님의 80퍼센트가 단골이었어요. 익숙한 얼굴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 매장에 직접 많이 나가나요.
그럼요. 브랜드 오픈하고 하루도 쉰 적이 없어요. 공동 대표는 로스팅을 담당하고, 저는 필요한 매장에 나가는 식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가 바리스타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끝나기까지 5~6개월이 걸리거든요. 손님 응대부터, 커피에 대해 많이 아는 분이 오셔도 그분보다 더 잘 알고 설명할 수 있는 단계까지요.
— 현재 3개 매장은 운영 중인데요. 매장을 늘릴 때 기준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매장을 필요해서 냈거든요. 기본적으로는 원두를 많이 소개하고 싶다는 목표이고요. 망원점을 오픈할 때는 좋은 로컬 카페를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동네에 잘 어울리는 곳을 만들고 싶었죠. 하다 보니 좋은 카페를 만들려면 디저트도 필요하고, 그걸 만들 공간과 로스팅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오픈한 게 연남동이었어요.
또 연남동을 운영하다 보니, 찾아주시는 분들이 늘고 원두 퀄리티를 더 높이고 싶은데 작업 공간이 좁았거든요. 그러다 발견한 게 지금 삼각지죠. 예전에 회사 다닐 때부터 여기를 지나다니며 예쁘다고 생각한 곳이었거든요. 로스터리 공장을 따로 두기보다 카페에서 로스팅을 하면 손님들이 직접 볼 수 있잖아요. 그게 더 좋을 것 같았어요.
중요한 건 스페셜티를 잘 소개하는 거예요. 그래서 목표에 부합하는지 중요하게 봐요. 백화점 입점 제안도 저희가 생각하는 퀄리티를 지킬 수 있을까? 상상이 잘 안 가더라고요. 그런 경우 좋은 제안이어도 거절하기도 하죠.
― 입지는요. 망원과 연남의 경우 교통이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공간을 중요하게 봐요. 해가 잘 드는 공간, 막히지 않고 뚫려 있는 곳이요. 서울에서 그런 공간이 많지 않거든요. 핫한 지역이니까 들어가려고 하지는 않아요. 저희와 맞는 분위기인지를 보죠. 삼각지는 대중적인 곳이긴 하지만, 매장 주변이 번화가는 아니거든요. 처음에는 연령대가 조금 높은 것 같아 걱정했는데, 오히려 이 분위기가 저희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은둔 고수는 없다
— 운영하면서 초기와 생각이 바뀐 지점도 있을까요.
제가 마케팅을 했었으니까, 잘 꾸며 놓고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할수록 중요한 건 본질이라는 걸 깨닫게 돼요. 결국 손님들이 여기서 머물고 나갈 때 만족도, 이게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사실 홍보를 하는 쉬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근데 나는 요식업을 하는 사람이고 이 본질에 대해 더 잘 알고, 운영을 잘해야겠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은둔 고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숨겨져 있어도, 언젠가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진짜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요즘 더 깨닫고 있어요.
— 그래도 초반에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홍보는 어떻게 하셨어요.
기업에서 하는 마케팅 활동 같은 건 안 했어요. 노출을 많이 되게 하기보다, 하나를 올려도 여기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하자라고 생각했어요. SNS 광고도 한 번도 안 했는데, 인플루언서분들이 올리는 건 정말 올리고 싶어서 올리신 거거든요. 누군가 오고 싶은 곳, 올리고 싶은 곳이 되도록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올해로 10년 차입니다. 카페가 잘 되는 데 필요한 조건이 뭘까요.
운도 필요하고요. 북유럽 스타일을 좋아해 주시는 것도 사실 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중심을 잡는 것 같아요. 뛰어난 마케팅을 한다면 초반에는 눈길을 끌 수 있지만, 결국 오래 가려면 맛이 중요하니까요. 저희는 시간이 갈수록 매출이 늘 올랐거든요. 조금씩이라도. 그게 자랑스러운 부분이고요. 계속해서 단골이 쌓인 결과라고 생각해요.
—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요.
항상 목표는 같아요. 스페셜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저희 커피를 잘 소개하고 싶어요. 스페셜티 하면 손에 꼽히는 브랜드가 되고 싶고요. 결국 저희가 더 많이, 더 안정적으로 소개할 수 있어야 좋은 커피를 생산하는 농장과도 오래 관계를 맺을 수 있거든요. 커피도 농작물이니까 어느 해에는 잘될 수도 있고, 어느 해에는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 그런 순간까지 같이 책임질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글 김지오 기자
자료제공 및 취재협조 얼웨이즈어거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