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영화센터 4층에서 열리고 있는 팝업 전시 〈SEOUL, FILM AND CANVAS〉에 다녀왔다. 올해 11월에 문을 연 서울영화센터가 처음 선보이는 개관전으로, 서울이라는 도시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재현돼 왔는지를 동시대 아티스트들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서울영화센터의 역할과 방향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시는 영화와 도시와의 관계를 비교적 명랑한 방식으로 짚어본다.
사랑의 도시, 동시에 고립의 도시
이번 전시는 서울을 하나의 정서로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사랑의 서울’과 ‘고립의 서울’이라는 두 개의 축을 통해, 이 도시가 품고 있는 감정의 양면을 나란히 보여준다. 낮과 밤, 따뜻함과 차가움이 교차하듯, 서울은 언제나 상반된 얼굴을 동시에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먼저 ‘사랑의 서울’은 〈건축학개론〉, 〈연애의 온도〉,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멋진 하루〉,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출발한다. 다섯 편의 영화를 각기 다른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설렘과 낭만, 익숙함과 권태 같은 감정의 결을 따라 서울을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도시로 그려낸다. 영화 속 장면은 개인의 기억과 포개지며, 서울이라는 배경은 누군가의 사랑이 머물렀던 장소로 다시 호명된다.
반면 ‘고립의 서울’은 〈벌새〉, 〈태양은 없다〉, 〈올드보이〉, 〈북촌방향〉을 통해 보다 차갑고 날 선 얼굴을 드러낸다. 청소년기의 방황, 계급 갈등, 도심 속 고독과 같은 감정이 전면에 놓이며, 서울은 관계 속에서조차 고립될 수 있는 공간으로 읽힌다. 이 파트의 작업들은 개인의 내면을 깊숙이 응시하며, 도시가 만들어내는 거리감과 단절의 감각을 또렷하게 포착한다.
영화 장면을 따라 이동하는 공간 구성,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업과 작가의 상상을 더해 재해석한 그림들은 이 두 개의 서울을 오가며 관객을 끌어들인다. 그렇게 관객은 서울의 단면을 따라 걸으며 이 도시가 만들어온 수많은 이야기 중 일부가 된다.
영화 속 한 장면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올드보이〉는 관객이 장면 안으로 직접 들어가 머무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영화 속 한 순간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기억을 남길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을 넘어, 장면 속 공기와 감정을 체험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관람을 마치면 전시와 영화에서 착안한 굿즈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이어진다. 감상을 전시장에서 끝내지 않고 일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구성된 기념품들이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별도의 포토 부스가 마련돼 있어, 이번 전시를 기념하는 사진을 남길 수 있다. 크지 않은 규모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와 ‘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충분히 시간을 들여 둘러볼 만하다.
연말을 맞아 이벤트도 함께 진행된다. 서울영화센터 4층 팝업 전시를 방문한 뒤 인증 사진을 남기면 서울영화센터 오리지널 굿즈 랜덤 박스 등 다양한 경품을 받을 수 있다. 이벤트는 12월 16일(화)부터 12월 26일(금)까지 진행되며, 당첨자는 12월 30일(화) 인스타그램 댓글을 통해 발표된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 김기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