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0

에스프레소 바의 기준을 만든 리사르 ①

에스프레소 바 문화를 선보이다
2026년 3월이면 14주년을 맞이하는 리사르. 에스프레소 바로서 경험에 집중해왔다.

Briefing

 

에스프레소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10년을 버티며 성장했다. 트렌드를 쫓기보다 본인이 생각하는 맛있는 커피를 제안했다. 내년이면 14주년을 맞이하는 리사르다. 살아남은 비결이 뭘까. 에스프레소 바가 유행처럼 생겨났지만, 이탈리아 현지의 감각을 구현한 곳은 많지 않았다. 가볍게 한 잔 마시고 갈 수 있는 스탠딩 바, 1~2유로대의 저렴한 가격, 손님끼리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로컬 분위기까지. 이곳에서는 그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고, 하루 평균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 지금은 12개 지점을 운영한다. ‘에스프레소 바’다운 경험을 제안하며 본질을 놓치지 않는 리사르의 운영 철학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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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바인 이유

리사르는 이름부터 ‘기본’을 향하고 있다. 히브리어로 몸(בָּשָׂר), 스페인어로 기둥을 뜻하는 바사르(Barsar)에 이민섭 대표의 성 Lee를 더해 만들었다. 중심을 세운다는 의미를 이름에 담았다. 이 철학은 커피와 공간에 그대로 이어진다. 리사르는 처음부터 스탠딩 바 구조를 고집해왔다. 앉아서 오래 머무는 카페가 아니라, 작은 잔 하나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약수점과 종로점은 이 원형이 가장 뚜렷하게 구현된 곳이다. 에스프레소의 불모지에서 왜 에스프레소였냐는 질문에 대한 이민섭 대표의 답은 간단하다. “에스프레소가 커피의 기본”이고, “그게 맛있어야 다른 메뉴도 맛있기” 때문이라고. 리사르는 이 철학을 지금까지 꾸준히 지켜왔다.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내놓고, 그 맛을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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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설계

리사르의 메뉴는 에스프레소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카푸치노를 6온스(117ml)로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이 늘어나면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경험과는 멀어진다. 에스프레소가 아닌 메뉴도 내놓지만, 중요한 건 에스프레소를 마신다는 경험을 주는 것이다. 카카오 파우더와 크림 등이 들어간 메뉴도 에스프레소 잔을 베이스로 낸다. 싱글샷 역시 리사르가 고집하는 부분이다. 많은 카페에서 더블샷을 기준으로 커피를 제공하기 시작했을 때도 리사르는 이를 유지했다. 이민섭 대표가 생각하는 건강한 커피를 마시는 방식이자 맛의 기준이었다. 10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대부분의 메뉴는 2,000원대. 약수점은 한때 에스프레소 가격을 1,500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에스프레소를 찾는 고객에 대한 고마움과 부담 없이 즐기고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당시 모르는 손님끼리 한 잔씩 사주는 풍경이 생기기도 했다. 사이즈, 맛, 가격. 리사르가 에스프레소 바로서 구현한 디테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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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보다 가능성을 본 입지 선정

리사르 대부분의 매장은 대로가 아닌 골목에 위치해 있다. 사진은 리사르 청담점 전경.
12개 지점을 운영 중인 리사르. © 헤이팝

리사르는 현재 8개의 직영점과 4개의 가맹점을 운영한다. 출점 기준은 일반적인 상권 분석과 다르다. 단순히 유동 인구가 많은 번화가보다, 브랜드가 들어섰을 때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장소인지를 본다. 첫 매장은 왕십리 언덕 위 상가였다. 역세권은 아니었지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왔다. 이민섭 대표에게는 그런 ‘움직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매력이었다. 트래픽이 많은 곳도 가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그곳에서 무언가를 더할 수 있을 곳인가”를 본다.

 

제중원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제중원은 1885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으로, 보편적 의료를 제공한 공간이었다. 이 상징성에 주목해 입점했다. 때로는 오랫동안 공실이었던 위치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런 기준 덕분에 12개 지점으로 확장하면서도 리사르다움은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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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필요한 건

수동식 머신을 사용하는 리사르. 이민섭 대표가 에스프레소 맛을 보고 있다.

맛있는 에스프레소란 뭘까.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민섭 대표의 기준은 명확했다. 맛있는 건 직관적이다. 어떤 딸기가 맛있는지는 눈으로도 알 수 있고, 신김치와 겉절이를 구분 못 하는 한국인은 없다. 에스프레소도 마찬가지다. 음식마다 본질에 가까운 것이 맛있듯, 커피 역시 씨앗을 볶은 것답게 부드러운 맛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스스로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커피를 내놓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이탈리아 빈티지 머신을 구해 추출을 반복했고, 맛이 달라지는 이유를 직접 찾아가며 기준을 쌓았다. 그 기준은 지금 리사르의 에스프레소를 지탱하는 중심이 됐다. 그리고 그 맛을 구현하는 건 결국 바리스타다. 교육에 많은 시간을 쓰는 이유다. 추출 훈련부터 맛 평가, 재배·가공 과정까지 실무와 별도로 배우게 하고, 매장 간 맛이 흔들리지 않도록 QC 점검도 반복한다. 맛을 지키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 리사르는 그 기준을 구현하고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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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째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

리사르의 슬로건 'Better than espresso'. 에스프레소가 최고라 믿지만, 그보다 나은 가치를 제안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리사르가 10년 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에스프레소의 불모지라 불리던 한국에서 리사르는 처음 세운 기준을 쉽게 바꾸지 않았다. 시장의 흐름을 좇기보다 자신이 좋다고 믿는 커피를 내고, 합리적인 가격에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경험을 꾸준히 제안해 왔다. 어려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매출이 반 토막 났을 때도 축소 대신 도전을 선택했고, 자신의 몫을 늘리는 대신 회사와 사람에게 재투자했다. 에스프레소 가격을 1,500원으로 낮추면서도 ‘매출’보다 한 잔으로 ‘행복’을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더 큰 기쁨을 느꼈다. 지금의 리사르는 그 선택이 쌓여 만들어낸 결과다.

리사르

 

장소 리사르 청담점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350
홈페이지 

                 

*2편에서 계속됩니다.

김지오 기자

사진 김시진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리사르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Project Cabinet] 에스프레소 바의 기준을 만든 리사르

▶  : file no.1 : 에스프레소 바 문화를 선보이다

       : file no.2 : 불모지에서 길을 만들다

       : file no.3 : 좋다고 믿는 것을 지켜온 시간

프로젝트
[Post-It] 리사르
장소
리사르 청담점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99길 60
주최
리사르
링크
홈페이지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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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바의 기준을 만든 리사르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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