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달러 손수레에서, 할리우드 사랑방이 되기까지
핑크스 핫도그는 1939년 폴 핑크와 베티 핑크 부부가 50달러에 구매한 손수레로 시작됐다. 당시 핫도그 가격은 10센트. 핑크 부부는 차로 음식을 배달하는 커브 서비스(Curb service)를 제공했고, 하루에 약 100개 정도를 판매하며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1946년, 노점은 지금 위치인 라브레아 에비뉴 건물로 옮겨졌다. 오픈 키친 구조, 커브 사이드 주문 방식, 그리고 누구나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캐주얼한 분위기는 미국 서부의 자유로운 기질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입소문을 탔다.
핑크스가 LA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건 할리우드라는 지역적 배경의 힘이 크다. 인근에 있는 파라마운트·유니버설·디즈니 등 유명 스튜디오의 감독이나 배우들이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들렀고, 그들이 남긴 사인은 지금도 매장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핑크스는 더 나아가 촬영 현장 케이터링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할리우드를 상징하는 인물들의 옆을 지켰다. ‘할리우드가 즐겨 먹는 핫도그’라는 이미지가 곧, 브랜드의 자산이 된 셈이다.
핑크스 핫도그, 서울 상륙
핑크스 핫도그는 2024년 5월, 로스앤젤레스 한인 방송 ‘라디오 코리아’와 협업해 한국식 퓨전 메뉴를 팝업 형식으로 선보인 바 있다. 불고기 토핑을 더한 핫도그는 한인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당시 리차드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김치를 활용한 메뉴 개발과 한국 팝업스토어 추진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단순한 가능성이 아닌 본격적인 진출을 앞두고 던진 예고가 아니었을까.
지난 9월, 핑크스 핫도그 명의로 국내 가맹 사업을 등록한 이후 두 달 만에, 더현대 서울 지하 1층에 첫 매장이 문을 열었다. 서울 매장은 LA의 경험을 최대한 그대로 옮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그니처 컬러, 오픈 키친 방식, 한 입 베어 불면 오독 씹히는 소시지 식감까지 재현했다. 소스 구성과 레시피 역시 본점과 동일한 기준으로 준비돼, 서울에서도 오리지널의 맛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브랜드 측 설명이다.
다만, 원형에만 집중한 건 아니다. 한국 소비자 취향을 고려한 메뉴도 함께 준비했다. 참치 김치와 계란후라이 조합으로 익숙한 맛을 구현한 ‘김치 프라이 도그’와 매콤한 불닭 양념 치킨으로 맛을 낸 ‘헬게이트 불닭 도그’는 오직 한국을 위해 개발한 메뉴다. 공간 역시 기존 핑크스의 분위기를 살렸다. 매장 곳곳에서는 브랜드가 보유한 85년 헤리티지를 이미지와 텍스트로 확인할 수 있다.
핑크스는 할리우드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해외 브랜드가 론칭할 때마다 우려 섞인 질문이 오간다. 오래 갈까, 아니면 잠깐 반짝하고 사라질까. 최근 몇 년 사이 블루보틀, 쉐이크쉑, 파이브가이즈, 치폴레까지 미국 F&B 브랜드들이 연이어 서울을 선택했지만,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온도차를 겪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오픈런’으로 화려한 데뷔를 마쳐도, 그 열기가 지속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연관 기사: 2025년 왜 지금일까, 글로벌 F&B가 한국을 찾는 이유
핑크스 핫도그는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 해외 진출지로 서울을 택했다. 한국이 가진 특유의 시장성 때문이다. 맛뿐 아니라 디자인, 서비스 경험, 브랜드의 역사까지 함께 평가하는 소비자들. 그리고 이곳에서 인정받은 브랜드가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도 성공 가능성을 갖게 된다는 흐름. 핑크스가 서울을 선택한 이유는 그 지점과 맞닿아 있다.
운영은 비에스케이(BSK) 코퍼레이션이 맡았다. 영국 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샵과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를 국내에 들여온 회사다. 매장 운영과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일은 익숙하지만, 회전율이 빠른 식음업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다. 비욘세, 브래드 피트도 줄을 서서 먹는다는 핑크스는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전설을 만들 수 있을까.
글 김기수 기자
자료 및 사진 출처 핑크스 핫도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