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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9

시대를 품은 콘텐츠와 브랜드 철학을 담은 공간,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트렌드와 변치않는 가치의 공존, 서아키텍스 서을호 건축가

“바뀌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워졌다.” 

지난 9월 리뉴얼을 마친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을 다시 찾았을 때 든 생각이다. 2014년 개관 당시만 해도 수입차 브랜드가 모여 있던 도산사거리에서 현대자동차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우려와 기대가 공존했다. 현대자동차라는 간판도 없었다. 그럼에도 ‘모터스튜디오’라는 이름, 눈길을 끄는 건축 디자인, 그리고 자동차 문화와 예술을 아우르는 콘텐츠는 이곳을 도산사거리의 상징적인 장소로 만들었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공간은 다시 한번 변화를 택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남았을까. 

콘텐츠의 진화, 자동차 문화는 더 넓어졌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10여 년 만에 다시 변화를 택했다. 이유는 공간 자체보다,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물리적인 하드웨어만큼이나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나고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가 중요해졌다. 사람들은 단순히 상품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 다시 말해 자신의 취향과 호기심이 반응하는 순간을 기대하며 공간을 찾는다.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콘텐츠의 구성과 깊이를 다시 설계했다.

 

10년간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의 변화를 모색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3040 고객의 최대 관심사는 ‘차’ 그 자체였다. 차를 보고 만지는 것을 넘어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차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자동차에 대한 모든 취향을 담은 놀이터’ 콘셉트로 리뉴얼 했다. 헤리티지부터, 레이싱, 자동차 라이프스타일, 서브 컬쳐 등 전 층에 걸쳐 자동차에 대한 모든 취향을 밀도 있게 선보이며 덕후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일본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기업 CCC와 협업으로 탄생한 오토 라이브러리(Auto Library).

가장 큰 변화는 1층의 오토 라이브러리(Auto Library).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기업 CCC(Culture Convenience Club)와 협업해 2,500여 권의 서적과 500개의 오브제를 선보인다. Heritage, Lifestyle, Innovation 세 섹션으로 자동차 문화의 과거·현재·미래를 보여주며, 현대자동차 첫 고유 모델 ‘포니’의 미니어처, 포르쉐 917 미니카, 전 세계에서 5개만 제작된 카멜 트로피 대회의 패키지도 볼 수 있다. F1 휠을 본뜬 우산꽂이는 F1 휠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로, 방문객들이 오래 머무는 오브제 중 하나다. 

 

자동차 문화는 차량 자체를 넘어 콘텐츠로도 확장된다. ‘백 투 더 퓨처’, ‘택시 드라이버’처럼 자동차가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했던 영화의 오리지널 포스터도 함께 전시돼 있어, 영화·비주얼 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도 머물며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엔진음부터 가속, 변속 등 다양한 주행 사운드를 들으며 자동차를 감각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라인업인 현대 N의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3층이다. 이와 함께 레이싱 게임을 통해 섀시·브레이크 등이 주행감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도 느낄 수 있다. 5층 멤버십 라운지도 신설된 공간이다. 멤버십 회원이라면 누구나 편안하게 머무르며 도서를 읽거나 업무를 볼 수 있다. 

고성능 라인업 N을 체험할 수 있는 3층.

더 깊어진 공간 철학, 타임리스한 가치를 담다

Interview with 서아키텍스 서을호 건축가

고객의 니즈에 맞춰 콘텐츠는 변했지만, 공간을 지탱하는 철학과 아이덴티티는 그대로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며 더 깊어졌다. 어느 도시보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서울에서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이 꾸준히 자리를 지켜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떻게 브랜드 철학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 모터스튜디오 설계부터 리뉴얼까지 공간 디자인을 맡은 서아키텍스 서을호 건축가를 만났다. 

—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파이프와 강판 소재가 먼저 보이더군요. 처음 공간 디자인의 기획 의도와 콘셉트가 궁금합니다.

10여년 전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디자인 의뢰를 받고, 자동차 브랜드 공간을 디자인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자료 조사를 많이 했어요. 들여다보니 현대자동차그룹은 제철소에서 시작해 자동차도 만들고, 건설도 하는 회사더라고요. 제철소에서 쇳물을 녹여 자동차를 만들고, 그 차량이 폐차된 후 나오는 철강을 재활용하여 다양한 곳에 사용하는 자원 순환 사이클을 실천하고 있었죠. 자동차 회사의 자원 순환 브랜드 철학이 담고 있는 진정성을 많은 고객들에게 알리고 싶어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로 표현되는 ‘zero to zero’ 브랜드 스토리를 건축 디자인에 녹였어요.

‘zero to zero’의 자원순환 철학을 공간에 녹였다는 서을호 건축가.
공간 곳곳에 파이프와 강판 등 철을 활용한 모습이 돋보인다.

또 ‘철’이란 재료는 날 것(raw)의 속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완성된 요리를 주문하면,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지만, 날 것의 재료는 뭘 만들면 좋을까,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를 계속 고민하죠.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이 그런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완성된 요리가 아닌 날 것의 재료가 주는 창의적인 생각과 가능성, 즉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는 공간이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실제로 이름도 ‘스튜디오’여서 무언가 계속 새로운 것을 실험하는 공간의 느낌이 들죠. 철은 브랜드 공간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데, 메인 소재로 활용한 이유예요. 겉보기에 화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다루기는 까다롭죠.

2014년 개관 당시 자동차 하부를 보여줘 화제가 된 ‘카 로테이터’.

또, 자동차를 회전시킨 ‘카 로테이터’는 당시에는 터부시되던 자동차 하부를 대중들에게 과감하게 보여주면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안전하고 견고하게 만들겠다는 현대자동차의 의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건축은 단순한 아름다움만을 추구하지 않아요. 트렌드라는 건 계속해서 변하지만, 타임리스한 가치는 계속 남잖아요. 콘텐츠는 시대에 맞춰 진화하더라도 공간은 타임리스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2층과 3층 모습. "구조가 비슷해도, 층마다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거예요. 연극 공간처럼요"

— ‘리뉴얼’이라고 하면, 보통은 변화부터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공간의 구조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공간 자체가 화려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공간은 콘텐츠를 담아내는 그릇이니까요. 결국 공간의 주인공은 ‘차’잖아요. 전체 건물이 5층 규모인데, 공간의 구조가 비슷해도 층마다 전혀 다른 인상을 받을 거예요. 연극도 그렇잖아요. 같은 공간에서 진행하지만, 막이 진행될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죠. 층별로 전시된 차와 오브제가 결국 주연 배우예요. 같은 공간이라도 어떤 차가 놓여있는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죠. 자동차 문화를 다양한 오브제와 텍스트로 경험하는 1, 2층과 현대자동차 고성능 라인업 N을 경험할 수 있는 3층은 전혀 다른 인상을 줍니다.

다양한 외장 컬러와 피니시를 볼 수 있는 다이캐스트 월. 108개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 4층에서는 ‘다이캐스트 월’이 한눈에 보입니다.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현대자동차에 내외장재 선택지가 정말 많은데요. 특히 지난 10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더 다양해졌어요. 그런데 공간에 제약이 있다 보니 모든 차량과 트림을 보여주기는 어려웠죠. 그래서 축소된 자동차 모형으로 외장 색상과 인테리어 소재 등을 보여주면 어떨지 생각했어요. 건축에서 재료나 모형을 샘플로 확인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다행히 현대자동차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완성할 수 있었어요. 모형 108개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웃음). 카탈로그만 보면 와닿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오프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외장 컬러와 인테리어 피니시를 확인할 수 있으니, 이 역시 진화된 고객 경험이 아닐까 싶어요.

 

 

— 공간이 방문객이 머무르고, 일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소로도 확장된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어떤 부분을 고려했나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전시 차량이 바뀔 때마다 다시 방문하고, 오래 머물며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는 분들이었어요. 공간을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방문객이 친구나 가족과 함께 와서 좋아하는 자동차 문화를 자연스럽게 즐기고,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랐습니다. 현대자동차를 만드는 디자이너와 연구원들이 어떤 고민을 거쳐 차를 만드는지도 고객이 직접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5층 멤버십 라운지.

현대자동차는 이곳을 방문하는 고객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자동차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문객이 자동차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도록 멤버십 라운지와 코워킹 스페이스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어느 층에서든 편안하게 머물며 자동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전시와 라운지의 경계를 두지 않고 동선과 가구 배치를 설계했습니다.

 

—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운영되길 기대하나요?

자동차 문화는 계속 변하고, 사람들의 니즈도 달라질 것입니다. 건축과 공간은 그 변화를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서로 교감하고, 그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콘텐츠에 반영되며 계속 진화하는 공간이길 바랍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자동차와 사람을 향한 진심은 변하지 않는다’는 현대자동차의 철학을 품어온 공간이었다. 그래서 콘텐츠의 변화도 자연스러웠는지 모른다. 서을호 건축가의 바람처럼 앞으로도 방문객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함께 자동차 문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남길 기대해본다. 

김지오 기자

사진 강현욱 

자료제공 및 취재협조 현대자동차, 서아키텍스 

프로젝트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장소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738
링크
홈페이지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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