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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1

미술가 17인과 손잡은 발렌티노 쇼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패션쇼.
"회화는 오뜨 쿠튀르와 같다." 현대 미술에서 회화의 존재가 패션에서의 오뜨 쿠튀르와 동일하다는 생각으로, 메종 발렌티노가 17명의 미술가와 손을 잡았다. 메종 발렌티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춀리(Pierpaolo Piccioli는) 큐레이터 지안루이지 리쿠페라티(Gianluigi Ricuperati)와 함께 오뜨 쿠튀르 패션쇼 <발렌티노 데 아틀리에(Valentino Des Atelier)>를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La Biennale di Architettura)에서 선보였다. 각기 다른 배경과 작품 세계를 가진 작가 17명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의상으로 치장한 패션쇼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패션과 예술은 서로 다른 목적에 응답하는 창조적 행위입니다. 패션은 인체의 움직임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예술은 인간이 만든 제약에서 벗어난 장르이지요. 패션과 예술은 모두 아틀리에에서 생각과 손으로 만들어지며, 욕망과 아이디어, 감각이 아름다운 오브제로 창조되는 것이지요.”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춀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춀리는 패션과 예술은 공통점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피엘파올로 피춀리는 이를 위해 아틀리에에서 17인의 미술가와 대화를 이어나갔고, 이를 통해 컬러 레이어링, 선과 커팅, 그리고 패션과 예술의 조화를 완성시켰다. 메종 발렌티노 아틀리에 창작자들은 미술가와 마찬가지로 손으로 작업을 했고 그리하여 결국 관찰의 대상이자 사유의 결과물로 아름다운 오뜨 쿠튀르 드레스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실험적인 제작 과정은 컬렉션의 특별한 리듬을 창조했다. 구름처럼 보이는 환상적인 모자에서부터 웅장한 드레스, 선명한 컬러와 우아한 드레이프는 여성과 남성 모두를 위한 예술적 컬렉션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패션은 예술이 아닙니다. 예술은 그 자체가 목적이지만, 패션은 실용적 영역이며 기능과 활용성을 갖습니다. 그래서 패션과 예술의 차이점을 인지하는 것이 호기심과 열정, 존중을 담아 서로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였지요. 하지만 오뜨 쿠튀르는 예술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춀리는 이번 프로젝트가 느리게 진행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현실 세계의 우리에게는 이것이 낯선 속도였겠지만, 창작자의 세계에서는 적절하고 친밀한 속도감이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번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언어를 번역하는 과정이며, 회화의 2차원적 특성과 패션의 3차원적 특성을 잇는 복잡하고 정교한 통로다. 더불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인간의 몸에 예술성을 부여한다는 궁극적 목적이 자리한다.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아르세날레 북쪽 함선 정박장에서열린 패션쇼에는 슈스 마티네(Chus Martinez)가 큐레이션을 맡은 작품 <황동, 강변의 돌, 물(Idee di pietra – Olmo)>’이 설치됐다. 이 작품은 2021년 국제건축전의 특별한 이벤트로, 호수에서 솟아오른 듯한 형상이 오뜨 쿠튀르와 근사한 조화를 이루었다.

 

 

피엘파올로 피춀리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초창기부터 그려온 꿈의 장소라고 설명했다. 또한, 큐레이터 지안루이지 리쿠페라티는 <발렌티노 데 아틀리에>는 두 세계를 위해 창조된 연주회라고 예찬했다. 회화와 오뜨 쿠튀르, 현대 미술과 패션이 연주회에서 각자 고유한 목소리로 노래하면서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참여한 미술가는 안드레아 레스피노(Andrea Respino), 우 루이(Wu Rui), 소피아 실바(Sofia Silva), 알레산드로 테올디(Alessandro Teoldi), 파트리샤 트레입(Patricia Treib), 말트 젠지스(Malte Zenses), 커스틴 브랏쉬(Kerstin Bratsch) 등이다. 회화를 중심으로 작업하는 유럽 중견 작가들로 구성됐다.

 

제임스 제이미 나레스, It's Raining in Naples
우 루이, Handkerchief
굴리엘모 카스텔리, A5 - About Today, 2019
굴리엘모 카스텔리, A5 - Gli arbitri decisi dai giocatori, 2018

 

런던에서 활동하는 제임스 제이미 나레스(James Jamie Nares)는 복잡한 획으로 구성된 브러시 스트로크를 활용하는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회화는 여러 영화와 영상 작품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다. 토리노 출신의 굴리엘모 카스텔리(Guglielmo Castelli)의 회화에서 드러나는 상상은 부서지기 쉽고, 불안정하며 유동적인 특징을 보인다’. 30세 미만 아티스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유럽인 10인’에 포함되었던 스타 작가다. 우 루이(Wu Rui)는 중국에서 밀란을 활동 기반을 옮긴 큐레이터이자 포토그래퍼이다. 촬영 스튜디오이자 서비스 플랫폼, 전시 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독립 기관 T-스페이스를 공동 설립했다. 이번에 선보인 의상은 마치 수묵화와 같은 이미지를 선사했다.

 

 

메시지와 창작 배경이 완전히 다른 17인의 미술 작품이 발렌티노가 창조한 패션쇼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진 모습이 놀랍다. 아름다운 음악까지 곁들여진 발렌티노 오뜨 쿠튀르 패션쇼는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소영

자료 협조 발렌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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