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hwa-01-11 사본
BY 소원
2021-06-23

도시생활자를 위한 책과 가구의 만남

도화북스와 최민석 디자이너가 추천하는 책 7권.

일상을 변화시키는 책을 큐레이팅하는 서점 ‘도화북스’와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편집숍 ‘무브먼트랩’이 만났다. 무브먼트랩에 입점한 최민석 디자이너의 가구 3종과 도화북스가 두 가지 주제로 각각 큐레이션한 5권의 책을 ‘퍼니처&북’ 세트로 6월 30일까지 기간 한정 할인 판매하는 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책 뿐만 아니라 책이 놓이는 가구까지 함께 큐레이션한 이번 컬래버레이션이야 말로 ‘페어링’이라고 할 만한 조합이다.

 

공간을 환기시키고 일상에 영감을 불어넣는 이번 협업을 위해 도화북스는 각각 2가지 주제로 책을 큐레이션했다. ‘퍼스널 브랜딩’과 ‘도시생활자의 일상’ 등 현 시대에 도시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주목하고 고민하는 주제들을 담았다.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장식한 도화북스의 책 큐레이션과 by최민석 퍼니처의 디자인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Interview 정한글

도화북스 매니저

 

 

이번 협업처럼 책은 공간을 환기하고 누군가의 취향을 보여주는 오브제이기도 해요. 책의 ‘내용’에 집중하는 도화북스는 그런 책의 오브제로서의 기능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예쁜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서점을 운영하는 만큼, 디피에 신경써야 하기도 하죠. 책이 물성으로 기능하는 곳이기에 책의 표지나 책이 놓이는 자리를 인식하게 되어요. 그걸 부정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활용하려 합니다. 책이란 결국 어딘가에 놓여야만 하고, 그걸 놓는 방식이 곧 취향을 드러내는 방법이 되기도 하잖아요. 책을 통해 무언가를 스스로나 남에게 드러내고 싶어하는 자기 표현의 관점에서, 오브제라는 성격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퍼스널브랜딩’ 도시생활자의일상’이란 주제는 어떻게 정하게 되었나요?

모두가 관심 갖고 얘기하는 주제이기도 하고, 그동안 다양한 협업들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떠올리기도 했어요. ‘도시생활자의 일상’이라는 주제로 큐레이션한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를 출판한 ‘보틀프레스’와 다른 협업도 진행했거든요.

 

 

도화북스가 말하는 ‘도시생활자’란 무엇인가요?

연령대, 주거지, 생활방식 등 스펙트럼이 넓은 개념이지만, 자신의 일하는 방식이나 취향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길 원하는 사람입니다. 도시에서 일하면서 가는 장소, 보는 책, 옷 입는 방식, 듣는 노래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세심하게 큐레이팅하려는 사람들이요.

 

Book Stand Set 도화북스 X by 최민석
Book Stand Set 도화북스 X by 최민석

 

각각 5권씩을 선별했는데, 그 책들을 선별한 기준이 있다면?

과거의 책보다는 최근 업데이트된 책을 선정했어요. 이 프로젝트의 초안을 짤 때는 다른 책들이 후보에 있었지만,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프리워커스’를 막판에 집어넣기도 했죠. 또한 도시생활자나 좋아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을 선별했어요.

 

 

퍼스널 브랜딩과 도시생활자의 일상이란 주제는 결국 ‘나다운 것’과 ‘기본적인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요. 도화북스다운 것과 기본은 무엇일까요?

커피와 빵을 팔고 가드닝을 하고 책을 같이 파는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처음 수립했을 때, 지금 이것들은 현재 서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루를 보낼 때 다 곁에 있는 것들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일상에서 뗄 수 없는 가까이 있는 것들을 매일매일 더 좋은 것들로 채워나가는 것이 기본이자 도시생활자의 일상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이름에서처럼 도화동 주민들께 그러한 좋은 것들을 제공하는 로컬 공간이 되고 싶어요.

 

 

원스리스트를 위해 <취향 탐색>이라는 주제로 책 큐레이션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취향을 탐색하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자신의 내밀한 성향, 가치관, 감정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쓴 책이에요. 어떤 취향을 가지고 싶다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이 있어도 쉽게 그러한 취향으로 기울어지지 않죠. 그렇듯 자기 안의 모순적인 부분과 마주볼 수 있어요.

역사 연구자가 사료나 자료를 아카이빙하고 그것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정리한 역사철학책이에요. 당시 사료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취향이 반영되기도 할 테고, 어떤 판단으로 남아서 전해 내려오고 있을지 생각하면 광의적인 의미에서의 편집이 아닐까요.

이 중에서 당신의 취향의 타이포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집요하게 당시의 기억을 옮겨 적듯이 쓴 책이에요. 봤던 장면, 물건, 사람의 말, 행동 양식 등이 다 적혀있죠. 일상 자체가 일종의 아카이빙 같이 느껴져서, 글을 읽다 보면 나의 사소한 주변도 둘러보게 돼요.

 

 

Interview 최민석

가구 디자이너

 

“방법을 찾고 무언가를 만듭니다.” 정말 정직한 소개말  같아요.

독립하여 일을 시작할 무렵, “이런 거 어떻게 해요?” 라고 물어오는 분들이 많았는데 사실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일들보다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하고 가늠하는 일이 더 많았어요. 할 줄 아는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모르는 것들 투성이었고 매 의뢰마다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여러모로 방황하며 ‘하는 수 밖에 없다’하고 자주 읊조리던 어느 날, 나의 일을 짧은 문장으로 설명해야할 순간이 찾아와 그때 처음 생각한 문장이었어요. “방법을 찾고(공부를 해서) 무언가를 만듭니다(해내는 수 밖에 없다).” 라고 할까요. 더 줄인다면 수렴과 발산이겠네요.

 

 

가장 낯설어 보이는 것은 세 가구 중에서도 ‘북스탠드’예요. 사선을 과감하게 사용해서 책을 비스듬이 꽂을 수 있도록 했죠.

사실 비슷한 방식의 수납은 기존에도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먼저 어디에 두면 좋을지 생각해 손이 닿을 높이를 설정했고 거기에 맞는 좋은 비례와 각도를 찾아 나갔어요. 나무의 체결 방식과 수율 (쓰이고 버려지는 비율)을 고려해 지금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Lean Shelf Small & Medium
린 셀프는 무브먼트랩의 두 번째 시즌 콘셉트인 'Exotic sense'에 맞춰 기획되었다. 어느 더운 휴양지의 숙소에서 볼 법한 안내문이나 책 등을 진열하는 가구를 상상하며 디자인했다.

 

린 쉘프는 레이아웃을 원하는 대로 맞출 수 있어요. 책장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레이아웃을 소비자에게 맡긴 셈이죠.

포스터나 그림의 수요는 늘어나는데 국내 주거 환경상 벽에 못을 박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요.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선반을 일부 걷어내 책이나 LP 등의 수납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했습니다.

 

by최민석
by최민석

 

디자이너님이 지향하고자 하시는 ‘유연한 태도’가 담겨있다고 느껴졌어요. 디자이너가 가구를 유연하게 대하니, 소비자에게도 유연한 가구가 된 것 같고요.

사람의 생활양식은 조금씩 바뀌어 가는데 가구 산업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다 보니 가구의 전통적인 역할과 실제 활용 사이에 간극이 생기는 지점이 있고요. 행위와 행위 사이, 동선의 흐름을 주로 고민하면서 최종 용도는 사용자가 결정한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해요. 정답보다는 가능성에 포커싱하는 거죠.

 

 

이번 협업한 도화북스는 ‘일상을 변화시키는 책’을 큐레이팅해요. 그런 의미에서 ‘최민석’의 일상을 변화시킨 책 3가지는?

무얼 해야할지 몰랐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많은 공부거리를 안겨준 책입니다. 마케팅 서적이지만 실은 업의 본질과 삶의 태도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느끼는 분께 추천드립니다.

저는 디자인 비전공자라서 디자인 스튜디오나 디자이너들의 프로세스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문제해결에 방점을 찍고 일하는 넨도 특유의 위트와 이종간의 결합, 트위스트를 좋아하고요.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왜 당연하지 않고 놀라운지, 사물을 어떻게 감각해야 하는지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도화북스 X by 최민석 구성 사항

(두 주제 중 하나, 세 가구 중 하나 조합을 선택합니다)

 

1. 퍼스널 브랜딩 : 나라는 브랜드 만들기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

-프리워커스 

-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

-favorite magazine 6호

 

2. 도시생활자의 일상 : 심플, 미니멀, 그리고 에코 프렌들리

-물욕 없는 세계

-시간과 물에 대하여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

-와비사비 라이프

-Around 47호

 

by 최민석 퍼니처 3종

-북스탠드 77,600

-린 쉘프 S 216,000

-린 쉘프 M 232,000

 

 

자료 협조 도화북스, 최민석 디자이너

에디터
CURATED BY 소원
디자인을 하고 글을 씁니다. 따뜻한 햇살과 아이스 카페라떼를 원동력 삼아 책을 읽고 영감을 얻고 콘텐츠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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