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nna Dikeman3cropped
BY 신은별
2021-10-25

사랑하는 가족을 찍다, 양동민과 신정식 사진 작가

작가의 따뜻한 심상이 느껴지는 사진집 추천 4.

사진 작가 양동민

2014년 겨울, 사진 작가 양동민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 어머니가 뇌종양 진단을 받은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인물을 즐겨 촬영했던 양동민 작가는, 자신의 외할머니를 촬영한 사진으로 ‘유섭 카쉬Yousuf Karsh*’ 인물 사진 공모전(2009)에서 입상한다. 이후 예술의 전당에서 그룹전을 개최한 그녀는 보다 진지하게 사진에 접근하며 많은 전시를 보러 다니던 중, 중년 여성의 사회적 정체성을 탐구한 오형근 작가의 <아줌마> 시리즈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계원예술대학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하기 시작한다.

어머니에게 특별한 영정사진을 선물하고 싶었다. 거듭된 뇌수술과 항암, 방사선 치료로 인해 머리카락이 다 빠진 어머니에게 귀여운 가발을 씌웠다.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해 퉁퉁 부은 얼굴에는 색색의 화장을 했다. 한때 생명력으로 충만했던 어머니의 몸에 꼭 어울렸던 분홍색의 실크 파자마를 다시 입혔고, 목과 손에는 목걸이와 금반지를 끼웠다. 치장하는 것을 좋아했던 어머니의 소녀같은 모습을 복원했다. 이때 촬영한 사진이 라는 제목의 시리즈가 되었다.

 

 

 

양동민 작가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2년 뒤, 양동민 작가가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양동민 작가는 여전히 사진을 찍는다. 어머니와의 이별로 직면하게 된 죽음에 대한 고민은 몸집을 부풀려 그녀를 덮쳤다. 삶과 죽음이 서로 먼 데 있지 않음을 느꼈기 때문일까. 양동민 작가는 젊은 사람의 영정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녀의 피사체가 되는 사람은 유한한 자신의 삶이 지금 이 순간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몸소 느낀다. “이전에는 죽음을 나와 무관한 것으로 인식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임종을 경험하고 저 역시 대장암 판정을 받았을 때, 삶이란 무엇이고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었어요. 행복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더라고요.” 몇 차례에 걸친 항암 치료와 수술을 이겨낸 양동민 작가는 현재 자신의 취향과 철학을 반영한 패션 필름 작업과 에디토리얼 작업을 하고 있다.

 

 

집 앞에서 사진 작가인 디애나 다이크먼을 배웅하는 부모의 모습을 약 20년 동안 기록한 작업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부모 자식 간의 애틋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2009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진 작가의 어머니인 캐슬린 맥케인 잉그먼Katheleen McCain Engman을 촬영한 위트 있고 흥미로운 초상 사진 시리즈다. 패션 화보나 광고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대중 문화 요소를 통해 어머니와 나이 든 여성의 정체성과 편견을 깨는 작업이다.  

 

사진 작가 신정식

신정식이 사진작가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원래 그는 콘텐츠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러던 와중 청천벽력 같은 일이 닥쳤다. 그의 아버지 신현성이 알츠하이머, 즉 치매에 걸린 것이다. 일을 그만둔 신현성은 종일 방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정식은 아버지를 끌고 나가 운동이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모든 의욕을 잃은 사람처럼 요지부동이었다. 그래서 신정식은 묘안을 냈다. 바로 “사진 찍으러 가자”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아들의 말에 꿈쩍도 않던 신현성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때부터 신현성과 신정식의 사진 여행이 시작됐다.

 
 

 

신정식 작가는 자신의 사진이 아버지를 정의하거나 재단하는 근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사진을 찍기 위해 현실을 과장하거나 특정 사건을 연출하는 것을 피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아버지가 이 사진을 공개하는 것을 좋아할까?’ 이러한 질문에 ‘아니다’라는 답이 나오면 그 사진은 공개하지 않는다. 한 번은 아버지가 자신의 오랜 친구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다. 신정식은 아버지의 눈물을 좀처럼 본 일이 없어 그 모습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급히 카메라를 가져왔지만 결국 사진은 찍지 않았다. 아버지의 슬픔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신정식 작가의 아버지에게서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들 신정식에 대한 사랑이다. “아버지의 사진을 찍을 때 웃어보라고 말씀드릴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활짝 웃어주신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신정식 작가는 “사진으로 한 사람을 면밀히 기록한다는 것은 피사체뿐만 아니라 사진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진으로 찍기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아버지의 변화에 대해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아 잔뜩 찌푸려진 아버지의 얼굴, 지쳐서 난간을 붙잡은 손, 깨진 손톱….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버지의 사진을 찍으며 신정식 작가는 자신의 모습 역시 들여다보고 있다.

 

 

핀란드의 사진가 펜티 사말라티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새가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 사진집에 담긴 모든 장면은 거장의 반열에 오른 사진 작가의 직감과 오랜 기다림에 의해 포착된 것이다. 차분하고 위트 있는 구도 속에 놓인 동물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마치 따뜻한 동화 같다.

 

이 사진집은 노년의 예술가 부부(화가인 Emmy와 그래픽 디자이너 Ben)를 6년동안 기록한 시리즈다. 작가는 임종을 맞는 남편의 곁을 지키는 Emmy의 사적인 순간까지 기록했다. 한네 반 데르 부데는 <비바체>라는 제목의 사진집을 통해 노인이 가진 삶에 대한 열정, 그들의 창의적 활동, 친밀한 인간관계의 모습을 아름답고 경쾌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전몽각  <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사진 작가의 첫 딸이 태어난 1964년부터 결혼을 하는 날까지 총 26년이라는 시간을 기록한 사진집이다. 양동민 작가는 “소박하고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어딘지 뭉클하고 따뜻한 가족애와 정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책을 추천했다. 신정식 작가는 “지극히 사적이고 평범한 사진이지만 굉장히 큰 울림을 주는 작업이다. 딸과 아내의 모습이 담겨 있는 흑백필름 사진 뒤로, 셔터를 누르는 아버지의 표정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이 아름다운 사진집에는 아버지의 사랑이 영원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에디터
CURATED BY 신은별
문학을 전공했지만 현대 미술에 관심이 많다. 이보다 더 관심 있는 건 잠들기 전 마시는 한 잔의 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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