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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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명환
2021-06-16

초보 식물집사 최명환 편집장의 시시껄렁 고군분투기

첫 번째 <월간팝업>이 소개하는 PLANT 브랜드 셋.

팝니다. 시대정신

바야흐로 시간을 파는 시대다. 시간을 판매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늘리고, 쪼개고, 의도적으로 제한을 두고. 기업들은 저마다 ‘소유보다 경험’을 외치며 렌탈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젊은 세대는 드롭마케팅에 열광한다. 구독 경제의 성장 역시 눈 여겨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원스리스트도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플랫폼이라고 느껴졌다고 할까? 시대정신이라고 하니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너무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월간 <디자인>과 원스리스트가 새롭게 선보이는 월간 팝업에서 나는 지극히 사적인 취향에 기반한 아이템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월간 <디자인>에서 취재하다 발견한 근사한 아이템을 버무려서 말이다. 그렇게 첫 번째로 들려줄 이야기는 ‘템빨’ 앞세우기 좋아하는 초보 식물 집사의 시시껄렁한 고군분투기다.

 

 

최명환이 추천하는 플랜트 브랜드 3

느닷없이 지난해 하순부터 반려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장기화된 팬데믹에 지친 마음과 플랜테리어 유행에 올라타 집구석 힙스터가 되고자 하는 얄팍한 욕망이 투영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를 매료시킨 건 식물의 고고한 ‘페이스’였다. 잡지 에디터는 자고로 시간과 싸우는 직업이다. 수년째 원고 마감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거의 매달 ‘일주일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이라며 앓는 소리를 한다. 그런데 식물이란 녀석은 좀처럼 서두르는 법이 없다. 식물 집사가 옆에서 뭐라 하든 자기 페이스대로 싹을 틔우고, 자라고, 시든다. 결국 식물을 기르다 보면 조바심을 내기보다 기다리는 법을 터득한다. 그리고 느긋하게 식물의 생장을 바라보고 보듬는 순간 자체를 사랑하게 된다. 오늘 소개해드릴 3개의 브랜드들은 식물과 마주하는 순간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어 준다.

 

 

관록이 담긴 화기, 틸테이블

© 틸테이블

본격적인 식물 기르기에 나서면서 생긴 딜레마 하나. 생각보다 예쁜 화기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지난 4월 회현동 피크닉에서 <정원 만들기>전이 오픈했을 때 모 토분 브랜드가 품절 대란이 일어났던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서 틸테이블의 화기를 발견했을 때 꽤 기뻤다. 14년 간 플랜테리어 시장에서 활동하며 탄탄하게 브랜드를 구축한 틸테이블이지만, 사실 이들의 주력은 화분 디자인이다. 특히 유선형의 미니멀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에어 라인은 식물과 최상의 조합을 보여준다.

 

* 사진 속 제품들은 현재 판매가 종료된 원스리스트 X 원스리스트 온라인 팝업 상품들 입니다. 
© ones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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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패션 사이 그 어딘가, 마초의 사춘기

© 마초의사춘기

플랜테리어 디자이너그룹 마초의 사춘기 김광수 대표는 패션 전공자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 브랜드의 행보를 보고 있자면 식물과 패션 사이를 넘나들며 둘 사이를 절묘하게 직조해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생각해보면 가드닝이 꼭 거칠고 투박할 필요는 없다. 식물을 기르는 사람도 과정도, 식물만큼 아름다울 수 있다. 특히 PVC와 캔버스 소재로 이뤄져 투웨이로 활용 가능한 가드너 백은 도시 속에서도 자연 속에서도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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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플랜트 소사이어티 1

© p-s-1

플랜트 소사이어티 1(이하 P-S-1)을 이끄는 최기웅 대표와의 인연은 근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내 기억에 그는 눈썰미와 감각이 남다른 그래픽 디자이너였는데, 느닷없이 지난해 플랜트 브랜드를 론칭했다고 하여 의아하면서도 흥미로웠다. 그는 전통적인 의미의 조경가나 식물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그의 행보가 참신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P-S-1의 제품 라인 하나하나가 다 매력적이지만, 그중에서도 감각적인 컬러가 돋보이는 네임태그 세트를 추천하고 싶다. 왠지 식물들에게 힙한 이름을 지어줘야 할 것 같은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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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환의 원스리스트,

최근에 구매한 플랜트 제품 3

정신과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30년간 정원을 가꾸며 터득한 식물의 힘을 글로 옮긴 책이다. 식물을 ‘사유’하는데 이만한 책도 없는 것 같다.

진작 이 제품을 알았다면, 연쇄살초마라는 꼬리표를 조금 더 일찍 뗄 수 있지 않았을까?’ 언젠가 널찍한 정원을 가질 수 있기를 꿈꾸는 초보 가드너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집 평수가 넓지 않아 일반 러그보다는 미니 러그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밍예스 프로젝트의 더 서머 모스는 이끼를 모티프로 한 러그형 오브제로 적당한 곳에 ‘얼추’ 얹어 놓아도 공간을 감각 있어 보이게 만든다.

 

 

글을 마치며

사실 난 무언가를 기르는 데 그다지 소질이 없는 사람이다. 기르는 고양이 한 마리도 간신히 건사하는 정도이다. 지금은 사정이 좀 나아졌지만, 한때 식물 킬러라며 자책할 때도 많았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충분히 식물에 마음을 쏟고 정성을 다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거실에서 우리 고양이가 식물 하나를 집요하게 물어 뜯으며 공격하니, 이만 뜯어 말리러 나가 봐야겠다.

 

 

사진 김잔듸(516 studio), 어시스턴트 안기현

영상 원스리스트

에디터
CURATED BY 최명환
디자인 전공자인 어머니 덕분에 월간 <디자인>을 어린 시절 동화책처럼 들춰봤고, 대학생 때는 부교재처럼 끼고 살았으며, 결국에는 기자를 거쳐 편집장까지 됐다. 디자인이라는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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