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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9

공연장 규모로 살펴보는 데이식스의 10년

홍대 클럽부터 잠실 실내체육관 360도 무대까지
데뷔 10년 차에 전성기를 맞은 밴드가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첫 밴드 그룹 데이식스가 바로 그 주인공. 2015년 데뷔 후 소규모 무대에서부터 시작해 천천히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멤버 전원이 제대한 후 올해 4월, 이들은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콘서트를 열였다. 360도로 회전하는 무대를 마련했음에도 3일간 전석을 매진시키며 3만 4,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어떻게 데뷔한 지 10년차에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 홍대 클럽부터 잠실 실내체육관까지, 이들이 선 무대의 변화를 따라가며 인기 요인을 짚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 영케이(베이스), 성진(기타), 원필(키보드,신디사이저), 도운(드럼) | 사진 출처: 데이식스 공식 SNS

요즘 TV 프로그램과 가게 곳곳에서 데이식스의 노래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흘러나온다. 데이식스는 4인조 팝 록 밴드 그룹으로 드러머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 보컬이라는 특징이 있다. 각각 2017년, 2019년에 발매된 노래들이 2024년 현재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모습은 분명 상징적이다. 2015년 9월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데이식스, 데뷔 10년 차에 큰 인기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기사 키워드 3

 

    • 데이식스만의 화법으로 뱉어낸 솔직 담백한 가사와 밴드 사운드

  • 홍대 클럽 공연부터 찬찬히 다져온 내실 

  • 고군분투하는 청춘의 시기와 맞닿아 있는 음악

데뷔 10년 차, 대중의 선택을 받은 데이식스

케이팝 보이그룹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군백기’. 군백기란 ‘군대’와 ‘공백기’를 조합한 신조어로, 병역으로 인한 활동 공백기를 의미한다. 활동이 줄어드는 군백기는 그룹의 방향성을 재설정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나의 챕터가 끝난 후 갖게 되는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횟수가 줄어드니 대중의 관심에서 밀려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 그런데 데이식스에게는 이런 보편적인 현상과는 다른 일이 일어났다. 군백기 기간에 데이식스의 음악을 찾는 이들이 오히려 많아졌고 오래전에 나왔던 음원이 차트 역주행을 하며 활동이 없음에도 멤버들의 제대를 기다리는 팬들이 늘어난 것. 데이식스만의 화법으로 뱉어낸 솔직하고 담백한 가사와 밴드 사운드가 대중을 천천히 매료한 것이다.  

사진 출처: 데이식스 공식 SNS

홍대 라이브 클럽 데이(Live Club Day)

FF클럽, 고고스2, 상상마당 라이브홀 등 홍대 일대 클럽에서 시작한 데이식스

하나의 아이돌 그룹이 데뷔할 때면 다양한 프로모션이 진행된다.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방송에 출연하거나 SNS를 통해 그룹에 대해 홍보하는 등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각종 프로모션에 막대한 힘을 쏟는다. 데이식스는 어땠을까. 데이식스는 JYP엔터테인먼트의(이하 JYP) 레이블인 ‘스튜디오 J’에서 데뷔했다. 같은 회사지만 기존 JYP에서 진행해 온 방식과는 사뭇 다른 구조로 운영되는 사내 첫 레이블이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컨셉추얼한 분위기를 끌고 가는 아이돌과는 또 다르게 음악성을 강조한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이 속해있는 곳으로, 소속 아티스트가 하고 싶은 음악을 펼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준다는 특징이 있다. 이 말은 곧 아티스트가 곡을 쓰지 않으면 꾸준한 활동이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이돌도 작사/작곡을 하지만 당시에는 퍼포먼스를 주로 펼치는 아이돌과 싱어송라이터 아티스트는 엄연히 다르다는 잣대가 있었다. JYP는 데이식스가 밴드로 데뷔한 만큼 회사의 도움 없이 자작곡을 통해 활동하고 대중에게 인정받길 바랐다. 그 때문에 데이식스는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 음원을 발매하며 세상에 공개되었고, 라이브를 선보이는 ‘밴드’라는 정체성을 가진 만큼 공연을 통해 음악과 이름을 알리는 방식을 취했다. 이 과정에서 멤버들은 직접 길거리에서 공연을 홍보하며 관람객을 모객하기도 했다.

사진 출처: 데이식스 공식 SNS

티켓 하나로 홍대의 여러 클럽(공연장)에서 원하는 팀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홍대 라이브 클럽 데이(Live Club Day) 무대에서 데뷔 쇼케이스를 연 대형 기획사 아티스트는 데이식스가 유일했다. ‘아이돌 밴드’라는 타이틀이 가진 편견을 최소화하고자 내린 결정이었다. 밴드 콘셉트가 아니라 진짜 밴드로 거듭나고자 회사가 갖고 있는 명성을 가능한 숨기고 음악으로 승부를 본 것. 이후 다른 밴드 그룹과 함께 300여 명을 수용 가능한 홍대 ‘롤링홀’에서 공연을 올리며 데이식스의 공연 역사가 시작되었다. 

300명 예스24 무브홀, 2000명 예스24 라이브홀

‘Every DAY6’ 프로젝트로 매달 공연을 진행하다

데이식스는 2017년에 매달 하나의 싱글 앨범을 내는 ‘Every DAY6’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해당 곡으로 ‘Every DAY6 Concert’라는 단독 콘서트를 최대 약 3백 명을 수용하는 예스24 무브홀과 약 2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매달 개최했다. 해당 콘서트 전에도 이곳에서 몇 차례 노래를 불렀지만, 매달 곡을 내고 공연을 진행하는 건 분명히 다른 행보로, 데이식스만의 남다른 각오가 엿보이는 시도였다. 1년 동안 매달 발매한 곡들은 데이식스의 정체성을 만들었고 2017년 2월 <Every DAY6 February>에 실린 ‘예뻤어’는 7년이 지난 지금 기사를 작성하는 시점 음원 차트 13위를 하면서 데이식스의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이들의 노래를 SNS에 추천하면서 바이럴이 되었고 역주행 기회까지 잡게 되었다. 좋은 곡은 언젠가 빛을 받게 된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는 듯한 결과다.

사진 출처: 예스24
예스24 무브홀 | 사진 출처: 데이식스 공식 SNS
예스24 라이브홀 | 사진 출처: 데이식스 공식 SNS

4,000명과 함께한 올림픽홀

월드투어를 향한 발돋움

데이식스는 ‘Every DAY6’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라디오 고정 게스트를 비롯한 매체 활동을 점차 늘려갔다. 2018년에 첫 전국 투어를 열어 부산, 대구, 대전을 방문했고 이후 서울로 돌아와 ‘Every DAY6’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는 파이널 콘서트를 열었다. 이때 최대 약 4천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올림픽홀에 입성했다. 1년 전에 비해 확연하게 객석 규모가 커진 것이다. 1년이 넘도록 이어진 프로젝트에 연이어 <Shoot Me : Youth part 1> EP 앨범 발매와 함께 데이식스는 첫 월드투어 ‘Youth’를 진행한다. 비슷한 시기 데뷔 3년 만에 공식 팬클럽을 모집했고 지니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밴드 음악상’을 수상하면서 데뷔 이래 첫 수상을 맞이하는 기쁨을 누렸다. 꾸준히 노래를 써서 앨범을 발매하며 바탕을 다졌고 끊임없이 공연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아이돌 연습생으로 출발한 이들이 밴드 데뷔를 위해 악기를 배우고 드러머를 영입하며 데이식스라는 팀이 탄생했다. 이 노력은 진정한 밴드가 되고 싶었던 진심에서 비롯한 게 아닐까?

2018년 올림픽홀 | 사진 출처: 데이식스 공식 SNS
2019년 올림픽홀 | 사진 출처: 데이식스 공식 SNS

하루 1만 명, 잠실 실내체육관

360도 무대로 제2막의 시작을 알리다

데이식스가 잠실 실내체육관에 들어서게 된 건 2019년 두 번째 공식 팬클럽 모집 후 개최한 팬미팅 때이다. 데뷔 당시와 비교한다면 데이식스에게 2019년은 눈에 보이는 유의미한 성장을 기록한 시기이다. 당시 음원 발매 후 차트 1위를 하기도 하며, 데뷔 후 처음 겪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떼창 곡으로 자리매김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도 2019년에 나온 곡이다. 이 곡이 수록된 <The Book of US : Gravity> 앨범 발매 이후 두 번째 월드투어 ‘Gravity’에 나선 데이식스는 회당 약 1만 명을 수용하는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투어의 첫 콘서트를 개최하며 처음으로 초대형 공연장에서 무대를 올렸다. 같은 해 12월 24일, 데이식스라는 이름을 걸고 한 단독 콘서트의 100번째 공연을 맞이했다.

2019년 잠실 실내체육관 | 사진 출처: 데이식스 공식 SNS
2024년 잠실 실내체육관 | ⓒ헤이팝

데이식스는 공연으로 시작한 그룹이다. 데이식스를 보기 위해서는 공연을 관람해야만 했다. 지금껏 해온 수많은 콘서트 기록이 말해주듯 무대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는 데이식스는 공연에서 가장 큰 진가를 발휘한다. 풍성한 밴드 사운드와 개성 넘치는 3명의 보컬이 어우러지는 노래는 쉽게 질리지 않는다. 은은한 위로를 건네는 서정적인 가사도 그들의 인기에 한몫한다. 데이식스는 제대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신들만의 색이 가득한 미니 앨범 <Fourever>을 들고 나왔고 새로운 곡을 무대로 보여주기 위해 콘서트 ‘Welcome to the Show’를 개최했다. 앨범 발매 후 전곡이 음원 차트 TOP 100에 진입했고 360도 무대 연출을 선보이며 잠실 실내체육관 전석을 개방한 해당 콘서트는 티켓 오픈 직후 전회차 매진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 결과를 만들고자 이전과 다르게 진행한 특별히 다른 비법이 있냐고 묻는다면, 음원 역주행의 영향으로 다양한 미디어에서 이들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는 콘텐츠가 발행되었다는 점이다.  10년 동안 묵묵히 밴드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데이식스만의 음악을 선보이며 쌓아온 시간이 2024년 빛을 발한 것에 가깝다. 

2024년 잠실 실내체육관 | ⓒ헤이팝
2024년 잠실 실내체육관 | 사진 출처: 데이식스 공식 SNS

꾸준함을 무기로 ‘끝없는 행진에 함께’하다

사진 출처: 데이식스 공신 SNS

데뷔곡을 써오는 것이 데뷔 조건이라는 회사의 말에 2012년부터 작곡을 배워 3년 동안 곡을 썼고 ‘Congratulations’라는 노래로 끝내 데뷔에 성공했다. 20대 초중반에 JYP의 첫 밴드라는 부담감을 안고 밴드 음악에 몸을 던진 뒤 한 무덤만 판 데이식스는 케이팝 씬에서 본다면 멤버 전원이 평균적으로 늦은 나이에 데뷔했다. 어느 정도의 성공은 보장된다는 대형 기획사에서 데뷔했지만, 데뷔 직후 이렇다 할 성과를 손에 쥐지 못했고 아이돌 밴드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으로 ‘청춘’이라고 말하는 20대에 데이식스는 스타로서 빛나고 멋진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았다.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20대 청년들과 함께 불안감을 견뎠다. 그래서 데이식스가 음악으로 말한 청춘은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겪어내는 청춘의 시기와 맞닿아 있었다. 자신들이 부르는 음악은 곧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였고 대중에게는 위안이 되었다. 데이식스에게 제2막이 찾아온 이유는 흔들리는 순간이 와도 색을 잃지 않고 꿋꿋이 행진한 성실함 덕분이 아닐까.

김지민 인턴 기자

사진 출처 데이식스 공식 SNS

김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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