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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꽃이 있는 공간으로 거듭난 누군가가 살던 저택

플로리스트 레오킴, 자연의 순환, 복원의 미학 : 순환 속으로의 여정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 주택이 있다. 지금의 비욘드앤과 레오킴스튜디오가 들어선 곳. 대문을 열고 마당을 지나 들어가면 비욘드앤 김형학 대표(레오킴)의 새로운 공간과 그곳에서 28일까지 진행되는 <자연의 순환, 복원의 미학 : 순환 속으로의 여정>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비욘드앤은 플로리스트 김형학 대표(이하 레오킴)가 운영하는 플라워 디자인 브랜드다. 웨딩 연출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비욘드앤이 장충동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실제 누군가의 거주 공간이었던 2층 단독주택을 전형석 소장이 인테리어를 맡아 꾸미고 양태인 대표가 공간 스타일링에 함께해 레오킴의 분위기가 잘 묻어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가 끝나면 1층은 비욘드앤의 꽃집으로 2층은 레오킴의 작업 공간 레오킴스튜디오로 활용될 예정이다. 

 

레오킴은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플로리스트들이 참여해 최고의 플라워 디자인을 선보이는 인터플로라 월드컵에서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한국을 대표하는 플로리스트다. 그에게 꽃은 곧 삶이다. <자연의 순환, 복원의 미학 : 순환 속으로의 여정> 전시를 보면 넓은 공간에 여백을 두고 작품을 배치한 것을 볼 수 있다. 듬성듬성 자리한 레오킴의 작품은 꽃은 화려하다는 일종의 선입견을 탈피한다. 덜어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덜어내고 담백하게 꽃의 본질인 자연에 다가간다.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자연의 가치와 시간을 발견하고 되새기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는 꽃을 통해 삶의 채움과 비움을 경험하고 이를 한국 꽃의 미학으로 여긴다.

레오킴의 꽃에 대한 사유가 담긴 이번 전시는 메타포서울과 함께했다. 그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보이고자 했다. 잎이 자라지 않은 채 베인 감나무를 물에 담근 후, 그 나무가 잎이 날 계절을 기억해서 스스로 잎을 틔우는 과정에 주목하는 등 사람의 손으로 빚어진 것보다 날것의 느낌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공간에 머물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작품의 의미를 전하는 레오킴에게 공간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꽃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는 그의 심오한 시선을 따라가 보자. 

Interview with 레오킴

비욘드앤 김형학 대표

입구의 작은 마당과 2 테라스까지, 공간이 아름답다. 저택을 새로운 스튜디오로 선택한 계기가 있나

장충동은 비욘드앤의 전신인 ‘꽃나래’의 역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저택이 길가에 있어서 이곳이라면 도시와 자연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꽃을 담기에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었고. 이곳에서 꽃나래에서부터 시작된 비욘드앤의 오랜 전통을 이어가고자 한다. 

 

꽃집을 오픈하기 기획전시를 열게된 배경이 궁금하다.

한국 꽃꽂이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한국의 꽃 문화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전시를 통해 한국의 미학을 담은 꽃집이 있다는 걸 전하고 싶기도 했다.

본질에 대한 사유가 깊어 보인다. 꽃이나 나무를 단순한 미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디자인했을 완성된 이미지에서 발생하는 다른 물음에 주목하는 작업물을 선보이는 같다

작업을 하는 과정이 나에겐 가장 중요하고 또 전부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작업이 직관적으로 이루어져 짧은 시간 안에 완성된다. 작업이 끝나면 작업물을 토대로 질문을 던지며 작업했던 과정을 역으로 짚어간다. 그러면서 꽃, 자연에 대한 사유를 이어간다. 

 

작업 과정을수행이라고 표현하신 봤다. 꽃을 통해 얻은 배움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지금 탄생하지 않았다. 지금이 있기까지 축적된 시간이 있기에 지금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자연은 축적된 시간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잘려진 감나무는 지금, 이 계절이기 때문에 잘려도 잎이 나오는 것일 뿐이다. 물이 있다고 해도 가을의 감나무는 잎이 나오지 않으니. 이 감나무는 수천 년을 겪으며 잎이 나올 시기를 알고 그렇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 우리의 삶 또한 그렇다. 몇 번의 작업만으로 무엇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이 단순한 작업을 끝없이 반복하며 시간과 함께 자연과 함께 쌓아 나가야 한다. 덕분에 이제야 자연을 조금은 이해한다. 이해에는 시간의 축적이 수반된다는 것을 곱씹으며 말이다. 

지금 전시된 과정이 가장 힘들었던 혹은 애정이 가는 작업물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논을 쟁기질로 갈아엎은 흙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 벼의 잘린 밑동과 잡초는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고 땅속의 흙은 밖으로 나온다. 다음 해에도 그렇다. 농부는 이 작업을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매해 이어나간다. 이 순환과 쌓이는 시간은 꽃이고 자연이고 사람이고 우주이기도 하다. 이런 깨우침을 전달하고 싶었다. 

 

작업물을 담고 있는 도자기도 예사롭지 않다

이 공간에는 몇 점의 달항아리와 토기들이 있다. 그중 2층 야외에 있는 작품은 신원동 작가님의 달항아리와 함께했다. 달항아리만으로 큰 힘이 있어서 무거운 내 작품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 

이번 전시 공간 기획과 연출을메타포서울 함께했다.

모든 것은 결국 조화로움을 향해야 한다. 조화롭다는 것은 좋은 것들이 모였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메타포서울의 김미연 대표를 만난 건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메타포서울은 깊이있는 작업을 다수 진행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잘 메어주시고 장점을 부각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마음가짐인가

비욘드앤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꽃집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진 만큼 한국의 자연과 미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나 또한 한국 꽃꽂이를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다. 

김지민 인턴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레오킴

프로젝트
<자연의 순환, 복원의 미학 : 순환 속으로의 여정>
장소
비욘드앤, 레오킴스튜디오
주소
서울 중구 동호로20길 6 1층 비욘드앤, 2층 레오킴스튜디오
일자
2024.04.14 - 2024.04.28
기획자/디렉터
레오킴(김형학)
김지민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다. 보고 느낀 이야기로 콘텐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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