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은 비단 음식을 넘어서 공간에도 적용되는 구절이지 않을까. F&B 공간들의 디자인적 도약이 날이 갈수록 눈부시다.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자리한 ‘스테이지 바이 고디바’도 그 예시 중 하나이다. 세계적인 명성의 2023 iF 디자인 어워드와 한국실내건축가협회가 주최하는 골든스케일베스트어워드 2023에서 동시에 수상한 프리미엄 디저트 코스 바 & 카페이다. 마치 잘 빚어진 도자기처럼 매끄럽고 깔끔한 공간 디자인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이곳은 디자인 스튜디오 라보토리(LABOTORY)의 손길로 완성되었다.
Point 1. 감정의 스펙트럼
스테이지 바이 고디바의 공간 디자인 콘셉트는 무대에서부터 출발했다. 무대가 시작되기 전의 설렘, 극적이고 서정적인 관람의 순간, 관람 후의 짙은 여운과 같은 감정을 경험하도록 의도했다고. 외관은 마치 무대의 커튼콜이 시작될 때에 빨간 커튼이 힘차게 감겨 올라가는 모습처럼 표현했다. 시선을 사로잡는 짙은 붉은색이 외관의 일부에 강조색으로 사용된 이유이다.
Point 2. 세심한 디자인
총 47평으로 넓은 규모는 아니지만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내부는 캐주얼한 카페 공간과 프라이빗 디저트 코스 바,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전이공간까지 총 세 단계로 구성되었다. 입구로 들어서면 밝은 아이보리색의 벽면과 옅은 노란색의 소파 및 카운터가 화사한 분위기로 맞이한다. 프렌치 스타일의 디저트와 함께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한 카페 공간이다.
안쪽으로 보이는 벽면에 뚫린 작은 창으로 살짝 보이는 프라이빗 디저트 코스 바가 호기심을 유발한다. 매장의 가장 깊숙한 곳, 프라이빗 디저트 코스 바로 들어서면 어두운 공간 속에서 셰프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조명이 그가 주인공임을 직시하게 한다.
Point 3. 미감과 미각의 조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의 매장인 만큼 카카오 베이스의 메뉴들이 돋보인다. 시그니처 드링크인 ‘카메리카노’는 24시간 냉침한 카카오닙스를 베이스로 하여 에스프레스를 블렌딩한 커피 음료이다.
프라이빗 디저트 코스 바에서는 겨울을 맞이하여 딸기를 활용한 다섯 가지 디저트 코스를 맛볼 수 있다. 새콤달콤한 ‘딸기디핑초콜릿’과 식사로도 손색없는 ‘딸기데니쉬’처럼 풍미 가득한 다섯 가지의 메뉴가 셰프의 손길로 완성되는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감상해보자.
Interview with 정진호
디자인 스튜디오 라보토리 대표
ㅡ 지금까지 패션 상업 공간인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점, 전시 공간인 디뮤지엄 성수를 비롯해 식음료 공간인 스테이지 바이 고디바까지 다양한 분야의 공간을 완성했죠. 공간을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궁금합니다.
라보토리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이기도 하지만, 항상 브랜드를 디자인한다고 생각해요. 아쉽게도 공개되지는 못했지만 실제로 스테이지 바이 고디바의 패키지와 심볼 등의 브랜딩 작업을 하기도 했죠. 브랜드가 지닌 본질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자 합니다.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의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말이죠.
ㅡ 스테이지 바이 고디바의 준공 사진을 처음 봤을 때 매우 단정해서 컴퓨터 그래픽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실제로 와서 보니 사진과 큰 차이가 없더군요.
클라이언트들이 그 부분에서 많이 놀라죠. 라보토리의 대표적인 디자인적 특징입니다. 미니멀리즘과 구성주의를 추구하는데요, 깔끔한 마감도 저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예요.
ㅡ 스테이지 바이 고디바에서 라보토리의 섬세함이 엿보이는 부분을 꼽아보자면?
가구를 비롯한 이 공간의 모든 마감이 저희의 색채 계획과 디자인 의도를 반영하기 위해 맞춤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테이블을 잘 보시면 테라초 무늬에 천장의 붉은색과 같은 색이 사용된 것이 보이실 거에요. 소파의 노란색은 이 현장만을 위한 색으로 직접 조색했습니다. 무대의 조명처럼 은은한 노란 빛을 머금는 느낌을 주려고 많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탄생한 색이죠. 프로젝트 작업 기간이 총 5개월로 무척 짧은 기간이었지만 주어진 일정 내에 최대한 세심하게 마감하려고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ㅡ 왼쪽 벽면의 높은 곳에 가로로 길게 난 창이 독특하네요.
낮이면 저 창을 통해 소파 좌석에 따뜻한 햇빛이 쏟아져요. 햇빛 덕분에 밤보다 낮에 방문했을 때 공간이 보다 더 환하고 아름답게 느껴지기에 방문하신다면 낮 시간을 권장합니다.
ㅡ 2024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올해의 바람은?
라보토리의 오너인 제가 숨어있는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팀원들이 더욱 빛날 수 있게요. 현재 팀원이 약 20명 정도 있는데요,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디자인 스타일에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라보토리가 정형화된 스타일이 아닌 팀원 개개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유연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글 성채은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라보토리, 고디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