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 전후 유럽의 가구> 전시 전경, 스페이스 이수, 2023 | 사진: 르모듈러
<공공디자인, 전후 유럽의 가구> 전시 전경, 스페이스 이수, 2023 | 사진: 르모듈러
모두를 위한 공공의 가치를 꿈꾸다
이번 전시는 1950년대와 1960년대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디자이너들의 공공디자인 가구를 한자리에 모아 가구 디자인의 황금시대를 조명한다. 프랑스의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비롯해 르네 가브리엘(René Gabriel), 장 프루베(Jean Prouvé), 이탈리아의 건축 스튜디오 BBPR과 덴마크의 난나 딛젤(Nanna Ditzel) 등의 공영주택, 대학 기숙사, 도서관, 재난민 시설, 리조트 등 공공 장소나 공공 기관을 위한 가구를 소개함으로써 예술과 기술을 결합하여 공공의 가치를 꿈꾼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살펴본다.
<공공디자인, 전후 유럽의 가구> 전시 전경, 스페이스 이수, 2023 | 사진: 르모듈러
전후 유럽의 가구 디자인을 중심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는 가구 디자인의 황금시대라고 할 수 있다. 큰 전쟁이 끝나고 난 뒤 서구사회는 재건과 풍요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지 화두를 두고 이전 세대와의 결별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결고자 했다. 특히, 전후 시대에는 폐허가 된 사회를 속히 복원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으로 공공디자인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 시기에 선구적 디자이너들은 공공 장소나 공공 기관의 재건을 위한 대형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건축과 실내 디자인의 현대화를 주도했다.
또한, 이들은 대량 생산 시대의 징후들을 빠르게 포착하고, 이를 가구 디자인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새로운 산업 기술과 자본주의의 발전은 가구 생산의 모듈화라는 새로운 제작 방식을 가져오고, 이를 통해 가구는 공예를 넘어 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좌) 르 코르뷔지에, <구세군회관 테이블>, 1932
(우) 장 프루베, <시테 데스크>, 1932/ 장 프루베, <쉐즈 뚜 부와>, 1941
(좌) 장 프루베, 샤를로트 페리앙, 〈S.C.A.L 베드〉, 1950s
(우) 앙드레 소르네, <옷장>, 1950s
스튜디오 BBPR, <‘스파치오’ 회의 테이블>, 1960s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디자이너들은 가구 디자인의 중대한 전환기에 각각 고유한 조형 언어와 디자인 철학을 남긴 이들이다. 집단 거주지 건설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한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프랑스 공공가구의 대표적 디자이너인 르네 가브리엘(René Gabriel), 실용주의와 대량생산으로 디자인의 표준을 제시한 장 프루베(Jean Prouvé), ‘삶의 예술(l’art de vivre)’을 통해 생활 환경을 개선하려 한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 조립식 가구 시스템의 근간을 마련한 앙드레 소르네(André Sornay), 이탈리아 파시즘에 대한 저항 정신을 반영한 건축 스튜디오 BBPR, 장인정신과 실용성을 접목한 립스 바고(Lips Vago), 가족의 생활과 필요를 디자인에 적용한 덴마크 디자이너 난나 딛젤(Nanna Ditzel) 등은 스타일과 형태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가구 디자인에 혁명적인 전환을 일으켰다. 기능적이면서 편리하고 심미적으로도 아름다운 가구를 고안한 이들의 생각은 예술과 기술의 통합을 꿈꾼 독일 바우하우스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디자이너들의 이상, 전쟁을 겪은 세대가 가졌던 풍요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가구 디자인에도 반영되어 당대의 사회와 삶의 방식을 드러낸다. <공공디자인, 전후 유럽의 가구>전에서 디자인 역사의 중요한 유산이자 현재 우리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유럽의 가구를 살피며 삶과 예술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스페이스 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