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8

알렉산더 맥퀸의 첫 컬렉션은 누가 훔쳤을까?

런던디자인뮤지엄 전시 〈REBEL: 30 Years of London Fashion Sponsored by Alexander McQueen〉
Sam Smith at the 43rd BRIT Awards 2023. The 02 Arena, 11th February 2023. LANDMARK MEDIA/Alamy Stock Photo

영국 출신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전설적인 컬렉션인 ‘택시 드라이버’ 이야기를 런던디자인뮤지엄에서 만날 수 있다. 맥퀸이 직접 후원하는 이번 전시의 이름은 <REBEL: 30 Years of London Fashion>(이하 <REBEL>)이다. 알렉산더 맥퀸이 이번 전시를를 후원한 이유는 뭘까. 그는 1993년 런던에서 첫 컬렉션을 선보이며 패션 디자이너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그의 첫 컬렉션은 발표 직후 사라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라진 컬렉션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30년간 그의 패션이 영국 패션계에 남긴 유산을 짚어본다. 전시를 기획한 두 명의 큐레이터는 디자인뮤지엄의 수석 큐레이터 레베카 르윈(Rebecca Lewin), 그리고 영국패션협회의 홍보 대사이자 디자이너인 사라 모워(Sarah Mower) 이다.

Colour Explosion room. Photo Andy Stagg. © the Design Museum.
Swan dress worn by Björk. Marjan Pejoski. Photo Andy Stagg. © the Design Museum.

<REBEL>전을 함께 하는 이들은 영국패션협회(BFC)의 인재 개발 프로그램인 뉴젠(NEWGEN) 의 졸업생들이다. 그들의 데뷔 컬렉션을 비롯해 혁신적인 컬렉션이라 평가받았던 100여 점을 소개한다. 뉴젠 프로그램을 졸업한 300명 이상의 디자이너가 모두 이번 전시회에 참여했다. 알렉산더 맥퀸 또한 뉴젠 1기 출신으로 일찌감치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REBEL>은 디자인 뮤지엄과 영국패션협회의 협업으로 뉴젠 프로그램의 30주년을 기념하는 취지이다. 1993년 영국패션협회가 설립한 뉴젠은 영국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구성원 각자가 창의적이고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도록 돕는다. 뉴젠을 거쳐간 수많은 디자이너들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회에 소개된 동문으로는 알렉산더 맥퀸을 비롯해 J.W. 앤더슨(J.W. Anderson), 킴 존스(Kim Jones), 크리스토퍼 케인(Christopher Kane), 찰스 제프리(Charles Jeffrey), 사울 내쉬(Saul Nash), 그레이스 웨일즈 보너(Grace Wales Bonner), 비앙카 손더스(Bianca Saunders) 등 여럿이다.

독창성을 중시하고, 자신이 믿는 것을 입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젊은 디자이너들을 우리는 매년 만납니다.

이 전시는 지금 이 시대, 런던의 창의적인 패션 월드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놀라운 여정이 이곳에 있습니다.

사라 모어, 영국패션협회 홍보 대사/게스트 큐레이터

Alexander McQueen: The Story of Taxi Driver room. Photo Andy Stagg. © the Design Museum.

알렉산더 맥퀸의 첫 번째 컬렉션은 1976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유명한 작품 <택시 드라이버>에서 영감을 받아 동명의 타이틀을 붙였다. 맥퀸은 친구이자 공동 작업자인 인쇄 디자이너 사이먼 웅글리스(Simon Ungless)와 함께 런던 남부 투팅벡(Tooting Bec)의 한 주택에 살면서 이 컬렉션을 만들었다. 이 컬렉션은 1993년 리츠칼튼 호텔의 한 룸에서 바이어와 기자들에게 공개되었으나 이후 분실되었다. 관람객은 이번 전시를 통해 택시 드라이버 컬렉션에 관한 내용을 만날 수 있다. 감각적인 구조물에는 1990년대 초반 맥퀸과 사이먼이 다녔던 펍과 클럽의 사진을 배치했고, 컬렉션에 사용된 기법과 제작 방식 또한 알 수 있게끔 설치했다.

Christopher Kane, Spring/Summer 2007 collection, Look 14. Chris Moore @ CATWALKING
Wales Bonner, Spring/Summer 2017 collection, Look 17. Photo Marcus Tando. Courtesy of Wales Bonner.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2001년 비요크가 오스카 시상식에서 입었던 마케도니아 출신 디자이너 마르얀 페요스키(Marjan Pejoski)의 ‘백조’ 드레스다. 눈길을 사로잡는 이 옷은 당시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역사상 가장 유명한 레드카펫 룩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패션 디자이너 마르얀 페요스키는 런던의 패션 명문 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 출신으로 졸업 후 런던에서 열린 신진 디자이너 쇼에서 처음 이 옷을 공개했다. 이 옷은 비요크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인 ‘Vespertine’의 커버에도 등장했다. 이 드레스는 뉴욕에서 두 차례 공개된 적 있고, 이 드레스가 탄생한 도시, 런던에서 전시되는 것은 이번 <REBEL> 전시가 처음이다.

Charles Jeffrey Loverboy shows his Spring/Summer 2018 collection at London Fashion Week Men's, 9th June 2017. Chris Yates/Alamy Stock Photo
Marta Jakubowski, MA Collection, 2014. Photo Bror Ivefeldt

관람객은 가수 샘 스미스(Sam Smith)의 2023년 브릿 어워즈 레드카펫 룩도 만날 수 있다. 샘 스미스가 입은 대형 라텍스 슈트는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옷은 인도 출신 디자이너 하리크리쉬난 키자틸 수렌드란 필라이(Harikrishnan Keezhathil Surendran Pillai)가 제작했다. 이 슈트는 시상식을 불과 5일 앞둔 시점에서 샘 스미스를 위해 특별 제작되었다. 인도 케랄라주에서 라텍스를 생산하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하리는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에서 남성복을 공부하고 2020년에 런던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라텍스 의상들은 인도에 있는 아버지의 농장에서 만들어진다.

이 밖에도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가 ‘골든’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스티븐 스토키 데일리(StevenStokey Daley)의 디자인 등 흥미로운 옷들을 만날 수 있다. 크리스토퍼 케인이 데뷔쇼에서 선보인 네온 컬렉션, 모델 케이트 모스(Kate Moss)가 보그에서 착용한 러셀 세이지(Russell Sage)의 업사이클링 유니온 잭 재킷, 팝 슈퍼스타 리한나(Rihanna)가 착용해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된 몰리 고다드(Molly Goddard)의 거대한 블루 러플 드레스도 이목을 끈다.

Harry Styles wearing SS Daley trousers in his “Golden” video, 2021. Photo Harry Lambert
Ensemble, Graduate Collection, SS Daley, featuring trousers worn by Harry Styles in his “Golden” video. Photo Andy Stagg. © the Design Museum.

전시는 지난 30년간 런던의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창의적인 촉매제 역할을 해온 런던 패션계의 여러 공간을 반영해 디스플레이했다. 런던의 예술교육 기관이 어떻게 학생들의 실력을 배양해 왔는지 보여주는 ‘아트 스쿨’, 캣워크 쇼 직전의 공간과 순간을 보여주는 ‘백스테이지 패스’가 포함된다. 관람객은 패션쇼가 시작되기 이전에 백스테이지에 설치된 의상, 신발, 주얼리 등을 볼 수 있다. <REBEL>의 기획 의도는 기발한 재능으로 패션계를 변화시킨 용감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디자인뮤지엄은 이 디자이너들과 협력해 개인 아카이브에서 가장 중요하고 획기적인 작품들을 선별했다. 전시된 아이템 중 상당수는 데뷔 이후 대중에게 공개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2023년 9월 16일-2024년 2월 11일, 런던 디자인 뮤지엄. The Show room. Photo Andy Stagg. © the Design Museum.

김정아 객원 필자

자료 제공 런던디자인뮤지엄

프로젝트
〈REBEL: 30 Years of London Fashion〉
장소
런던디자인뮤지엄
주소
224-238 Kensington High St, London W8 6AG 영국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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