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3

다채로운 감각을 품은 텍스쳐 하우스

부산 영도의 복합 플랫폼 피아크의 전시.
부산 영도의 라이프스타일 복합 플랫폼 피아크 P.ARK에서 열리는 전시 "텍스처 하우스 TEXTURE HOUSE"는 삶을 둘러싼 다양한 ‘질감’을 통해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무뎌져 버린 ‘감각'을 다시 일깨우고 느껴볼 것을 제안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사투. 매일 업데이트되는 코로나19 ‘확진 환자’ ‘격리 해제’ ‘검사 중’ ‘사망자 수’를 보며 어느샌가 우리는 그 심각한 수치를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 나아가 암울한 상황 속에서 서로에 대한 감정에 무심해지고 나를 둘러싼 환경에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전시 전경 ©어반플레이

 

전시에는 강재원, 곽기곤, 곽이브, 권오상, 김인배, 박은영, 박혜인(글로리홀) 등 지금 아트 ∙ 디자인 신에서 주목받는 작가 42팀이 참여한다. 설치, 그래픽, 도자, 인터랙티브 아트, 사운드 아트, 조명, 사진, 푸드 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만큼 공간은 전시 제목 그대로 다채로운 질감을 품은 하나의 텍스처 하우스가 되어 관람객을 초대한다.

전시 전경 ©어반플레이

텍스처 하우스는 개성 강한 작가들의 시선을 다시 몇 개의 소주제로 구획하여 정돈된 레이아웃을 통해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전시는 ‘PADO(미디어 아트)’ ‘시각의 언어’ ‘질감의 형상’ ‘관찰’ ‘면의 질감’ ‘Fruit Tang!(푸드 아트)’ ‘SOIL(흙의 형상)’ ‘Reigen(빛의 질감)’ ‘SAND(시간의 질감)’ ‘Memory(기억의 질감)’까지 열 가지 질감을 표현하는 섹션으로 나뉜다.

 

OP LAB, "PADO" ©어반플레이

 

전시의 시작. 일렁이는 영도 바다의 파도가 디지털화되어 관람객의 눈앞에 펼쳐진다. 이는 OP LAB의 인터랙티브 아트 “PADO”로 작가는 영도 바다의 파도를 8시간 동안 레코딩하여 이를 애니메이션화한 후 빛으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이 파도의 질감으로 들어가는 듯한 인터랙티브를 구현하며 깊은 몰입의 순간을 선사한다.

 

전시 전경 ©어반플레이
Flat Form, "Text-Texture" ©어반플레이

 

“PADO”를 지나면, 12팀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타이포그래피 등 시각 언어로써 또 다른 질감의 감각을 깨운다. 특히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Flat Form의 “Text-Texture”은 지역적 특성과 전시의 주제가 상징적으로 잘 드러난다. 부산의 상징으로 바다와 모래의 질감을 떠올린 디자이너는 이를 이미지로 치환하여 텍스트로 직조하듯 표현하여 독특한 질감을 그려낸다.

 

곽이브, ©어반플레이

 

평면 위에 인쇄된 타이포그래피 포스터가 흐트러짐 없이 전시된 긴 공간을 지나면 ‘질감의 형상’ ‘관찰’ ‘면의 질감’ 섹션을 만날 수 있다. 전시 공간의 높은 층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곽이브 작가의 “면대면”은 대량 주문생산 방식으로 인쇄된 종이를 건축 마감재처럼 활용하여 현대 건축물을 다시 그려낸다. 주어진 건축 요소를 도배-포장하듯 마감한 한 장 한 장의 종이는 특정 순간 창문과 건물 벽에 와닿아 주변을 반사하는 빛 얼룩을 담아내고, 창문의 광택처럼 처리된 코팅과 표면을 절취하는 선은 행위를 가진 그림/입체를 만든다.

 

성립, ©어반플레이

 

한편 ‘관찰’ 섹션의 작가 성립은 “빠진 조각”을 통해 무력하게 남겨진 자를 드로잉과 미디어를 통해 표현한다. 벽에 적힌 일기들,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 누군가에서 조금은 쓸쓸한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빈 공간 속 침대 위에 있는 사람을 지켜보는 관람객은 벽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상 속 사람들에게 투영된다. 우리는 전지적 관찰자 입장에서 남겨진 사람의 모습을 관찰하고 스스로와 동일시한다.

최경주, ©어반플레이

 

다양한 브랜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상업과 예술의 경계와 장르는 넘나드는 최경주 작가는 ‘면의 질감’ 섹션에서 특유의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한 작업 “감마선”을 선보인다. 폭 74cm, 길이 33m의 천을 이용하여 층계의 수직/수평과 대비되는 감마선의 유연한 드로잉을 함께 보이며, 전시 공간의 레이어들이 공간을 한층 풍부하게 한다.

gugumo의 "Fruit Tang!", gugumo는 열매를 주제로 기록하고 복제하는 등의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흘러가는 자연의 시간에 영속성을 부여한다. ©어반플레이
흙의 형상 ©어반플레이

 

이 외에도, 김지혜, 백경원, 설화, 나베나베페누아가 참여하고 인간의 발밑에 있어 그 존재조차 쉽게 잊히는 흙에 생기를 부여한 섹션 ‘흙의 형상’, 2015년부터 부산, 제주도, 강원도, 시드니, 하와이, LA 등에서 채집한 모래를 촬영해 아주 오래전부터 깨지고 마모되어 온 모래의 거대한 역사와 이를 품은 자연의 무한함에 대해 질문하는 곽기곤 작가의 ‘SAND(시간의 질감)’, 코로나로 인해 여행, 자연과는 멀어진 사회를 위해 10명의 작가의 추억을 담은 기억의 질감으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Memory(기억의 질감)’까지 “텍스처 하우스”는 전시의 시작과 끝 작가들의 다채로운 영감이 반영된 매개체를 통해 우리가 무뎌진 일상 속에 잊어 온 감각을 다시금 생생하게 불러일으킨다.

 

 

이건희

자료 협조 어반플레이

장소
피아크 (부산 영도구 해양로247번길)
일자
2021.07.01 - 2021.11.30
링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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