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영화, 퍼포먼스, 패션, 아트, 음악과 사진 등 300여 개 오브제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번 전시는 총 4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전시회의 첫 번째 섹션인 ‘크리에이팅 앨리스 Creating Alice’는 작가 루이스 캐럴이 책을 집필한 빅토리아 시대 옥스퍼드로의 여행을 담았다. 루이스 캐럴에게 영감을 준 인물들, 당시 정치 상황과 책의 실제 모델이었던 ‘진짜’ 앨리스 및 그녀의 가족을 소개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본 일러스트도 만날 수 있다.


‘Filming Alice’에서는 1903년 최초의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애니메이션, 스크립트, 의상 등을 통해 주인공 앨리스의 삶을 다각도에서 들여다본다. 월트 디즈니가 제작한 1951년 만화는 물론 2010년 팀 버튼이 새롭게 선보인 영화까지 총망라했다. 독특한 실루엣으로 유명했던 1947년 크리스찬 디올의 컬렉션, 살바도르 달리와 막스 에른스트, 피터 블레이크 등이 원작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그림들도 소개한다. 실물 크기의 미친 모자 장수의 티 파티를 재현한 애프터눈 티 세트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일러스트 원화’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앨리스 인 원더랜드>는 시대별 거장들이 그린 다양한 일러스트로도 유명한데, 쉽게 접할 수 없던 희귀본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존 테니엘 John Tenniel이 1866년 그린 초판 일러스트레이션은 물론, 영국의 일러스트 거장 랄프 스테드만 Ralph Steadman이 1967년도에 그린 ‘흰토끼’ 오리지널 드로잉도 공개한다. 일반에 익히 잘 알려진, 가장 대중적인 디즈니 삽화도 만날 수 있다. 메리 블레어 Mary Blair가 1951년 그린 월트 디즈니의 콘셉트 스케치 원본은 영원한 아이들의 친구 ‘소녀 앨리스’의 탄생 비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앨리스 인 원더랜드>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창작물을 선보인 대가들의 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이 대표적이다. 살바도르 달리가 1969년에 그린 ‘A Mad Tea Party, Salvador Dali, 1969’는 이글거리듯 타오르는 오렌지빛색 나무, 나비가 열매처럼 가지 끝에 매달린 환상적인 추상화가 인상적. <앨리스 인 원더랜드>에서 가장 많이 재해석된 미친 모자 장수의 ‘티 파티’를 달리 특유의 초현실주의 화풍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영국 팝 아티스트 창시자 ‘피터 블레이크Peter Blake’가 그린 앨리스 초상화 그림도 소개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후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 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를 모티프 삼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무표정한 얼굴로 거울을 응시하는 듯한 소녀 앨리스의 표정이 강렬하다. 이 밖에도 로열 오페라 하우스 무대 의상, 네덜란드 출신 패션 디자이너 아이리스 반 헤르펜 Iris van Herpen의 컬렉션 등을 아우른다.


팬데믹 시대를 맞아 V&A 뮤지엄 역사상 처음으로 HTC VIVE arts와 함께 AR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소녀 앨리스의 시선으로 전시를 둘러보도록 설계된 이 프로그램은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공연 등을 AR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디자이너 톰 파이퍼 Tom Piper가 맡았다. 토끼굴에 불시착한 앨리스처럼, 관객들은 전시장으로 미끄러지듯 낙하하며 마법 같은 경험을 시작하게 된다. 5월 22일부터 12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는 8월 말까지 입장권이 매진되며 순항 중이다.
글 박나리
자료 협조 런던 V&A 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