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1

도쿄를 새롭게 즐기는 방법, ‘아트 위크 도쿄 2023’

<아트 위크 도쿄 2023> 하이라이트 4
홍콩, 서울, 도쿄, 싱가포르. 지금 아시아 미술 신을 대표하기 위한 도시들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2010년대는 글로벌 아트페어 아트바젤(Art Basel)이 <아트바젤 홍콩>을 개최하면서 홍콩이 독보적으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아트바젤과 함께 글로벌 아트페어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프리즈(Freize)가 서울에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을 낙점했고 작년에 이어 올해 성공적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서울의 아성에 도전하는 싱가포르의 <아트 SG>도 올해 첫 선을 보였다. 떠오르는 동남아 아트 신과 자본력이 뒷받침된 중국 시장의 만남에 글로벌 갤러리들의 관심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홍콩, 서울, 싱가포르에 이어서 도쿄도 아시아 미술 허브가 되기 위한 각축전에 뛰어들었다. 팬데믹 기간 소프트 오프닝으로 시작해 어느덧 3회째를 맞이하는 <아트 위크 도쿄 2023(Art Week Tokyo 2023)>가 바로 그것이다.

나흘간 열리는 도쿄의 예술 축제

The National Art Center, Tokyo. © The National Art Center, Tokyo.
Ginza Maison Hermès. © Nacása & Partners, Inc., courtesy Hermès Japon.

<아트 위크 도쿄(Art Week Tokyo)>는 매년 11월 초에 열린다. 나흘간 도쿄 전역을 대상으로 열린다는 점에서 한 장소에서만 개최하는 아트 페어와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모리 미술관, 와타리움 미술관, 도쿄 국립 근미술관, 긴자 메종 에르메스, 카이카이키키 갤러리, 블룸 앤 포 도쿄, 타케 니나가와 갤러리, 웨이팅룸, SCAI 더 배스 하우스, 포에틱 하우스 등 도쿄를 대표하는 미술관과 박물관, 갤러리 그리고 비영리 공간까지 총 50여 개의 예술 공간이 참여한다.

Waitingroom. Photo by Shintaro Yamanaka (Qsyum!). Courtesy Waitingroom.

이들은 <아트 위크 도쿄>가 열리는 기간에 맞춰 각자 조명하고자 하는 작가의 전시를 선보인다. 부스로 구분하는 아트페어의 전형적인 형식에서는 볼 수 없던 작가들과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전통적인 문법을 따르지 않은 덕분에 관객 입장에서는 도쿄 내에서도 알려지지 않았던 예술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작품 판매가 금지된 건 아니다. 도쿄 전역에서 전시 개최와 관람은 물론 판매와 구매 등 작가와 작품을 둘러싼 이들이 할 수 있는 모든 행위가 일어난다.

Kana Kawanishi Gallery. Photo by Nobutada Omote
Nanzuka Underground. © Nanzuka. ​

올해 <아트 위크 도쿄>는 오는 11월 2일부터 5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재작년 소프트 오프닝과 작년의 첫 공식 행사를 개최하며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했다. 그뿐만 아니라 단순한 미술 축제로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에 영감을 불어 넣고자 하는 방향성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머지않은 <아트 위크 도쿄 2023>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한다.

<아트 위크 도쿄 2023> 하이라이트

AWT Bus

AWT Bus
도쿄 내 예술 공간을 이어주는 AWT Bus 모습
'아트 위크 도쿄 2023' AWT Bus 루트 지도

<아트 위크 도쿄>는 도쿄 전역을 무대로 한다. 정해진 기간 내에 최대한 많은 공간을 둘러보긴 위해선 기동력은 필수다. 이를 위해 <아트 위크 도쿄>는 소프트 오프닝 때부터 ‘AWT Bus‘라는 이름의 셔틀버스를 운영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A부터 F까지 여섯 가지 루트를 선보인다. 각 루트를 오가는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운영되며 행사 기간 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도쿄의 번화가부터 외곽까지 각양각색의 예술 공간을 탐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좋은 서비스가 있을까? 전시뿐만 아니라 평소 쉽게 보지 못했던 도시 곳곳의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쿄를 찾는 외국인 뿐만 아니라 내국인들에게도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AWT Focus

AWT Focus가 진행되는 오쿠라 미술관 전경

작년과 올해 <아트 위크 도쿄>의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AWT Focus’ 프로그램의 유무다. 올해 새롭게 마련된 AWT Focus는 큐레이션이 가미된 새로운 세일즈 플랫폼을 지향한다. 시가 현립 근대 미술관(Shiga Museum of Art)의 디렉터 호사카 켄지로(Kenjiro Hosaka)가 프로그램 큐레이터를 맡았다. 과거 도쿄 국립 근대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를 역임한 그는 일본계 스위스 예술가 이케무라 레이코(Leiko Ikemura), 시인이자 아티스트인 요시마스 고조(Yoshimasu Gozo), 건축가 쿠마 겐고(Kengo Kuma)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를 조명하는 전시를 기획해왔다.

(왼쪽) MASAKAZU HORIUCHI, Work A, 1958. Iron, 48.7 × 23 × 32.5 cm. Photo Kei Okano. Courtesy the estate of the artist and Tokyo Gallery + BTAP. (오른쪽) JUNKO OKI, exposed, 2022. Cotton, silk, linen, bandage, and iron, 110.2 × 83 × 7 cm. Photo by Osamu Sakamoto. © Junko Oki, courtesy Kosaku Kanechika.

올해 AWT Focus에서는 전후부터 현재까지 일본 현대 미술의 새로운 경향을 이끈 작가와 작품을 주목한 전시<Worlds in Balance: Art in Japan from the Postwar to the Present>를 선보인다. 64명의 일본인 또는 일본계 아티스트 작품 10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 장소도 눈길을 끈다. 일본 최초의 사립 미술관 ‘오쿠라 미술관(Okura Museum of Art)‘를 선택했다. 1917년 개관한 오쿠라 미술관은 메이지 시대 사업가로 활동한 오쿠라 가히치로가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들여온 국보급 문화재를 컬렉션에 포함하고 있다. 전후 일본의 현대 미술 경향을 지난 세기 역사를 품은 공간에서 어떻게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전시에서 소개한 작품은 온라인 아트 마켓 ‘아트시(Artsy)‘에서 구매도 가능하다.

AWT Video

FUYUHIKO TAKATA, Dream Catcher, 2018. ©︎ Fuyuhiko Takata, courtesy the artist and Waitingroom.
EIKI MORI, Shibboleth—I blink my eyes to the heartbeats, 2020. © Eiki Mori, courtesy Ken Nakahashi.

작년에 이어 올해도 ‘AWT Video’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스위스 바젤 FHNW 아트 앤 디자인 아카데미의 아트 젠더 네이처 학장인 추스 마르티네스(Chus Martinez)가 프로그램 기획을 맡았다. 도쿄 마루노우치에 자리한 미쓰이스미토모 이스트 타워(SMBC East Tower)에서 17편의 선별된 영상 작품을 소개한다. 올해 프로그램 제목은 <Womans Was the Sun>. 20세기 일본 여성해방 운동가이자 여성주의 사상가 히라쓰카 라이초Raicho Hiratsuka의 자서전 「태초에 여성은 실로 태양이었다(In the Beginning, Woman Was the Sun)」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타카타 후유이코(Fuyuhiko Takata), 모리 에이키(Eiki Mori), 마이자 타미(Maija Tammi) 등 일본 출신 및 해외 작가 14명은 주어진 정체성과 변환, 그리고 영상 매체에 대한 각각의 시선을 선보인다.

AWT Bar

Architect's rendering of AWT Bar 2023. (c) suzuko yamada architects.

<아트 위크 도쿄>의 프로그램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로 손꼽히는 것이 있다면 단연 ‘AWT Bar’이다. 행사 기간에만 운영하는 팝업 형식의 바bar로 미술관과 갤러리 관계자와 예술가들은 물론 관객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커뮤니티 장소로 기능한다. 올해 AWT Bar 공간 디자인은 도쿄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야마다 스즈코(Suzuko Yamada)가 맡았다. 윤곽선을 강조한 그녀의 건축은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공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사물의 위치, 사람의 움직임으로 완성되는 바 공간의 특징을 강조한 디자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MASATO KOBAYASHI, Lemon Cocktail on this Planet, cocktail commission for AWT Bar 2023. Courtesy Art Week Tokyo.
Architect's rendering of AWT Bar 2023. (c) suzuko yamada architects.

공간 디자인뿐만 아니라 AWT Bar에서는 새로운 미식 경험도 가능하다. 미슐랭 가이드 레스토랑인 신시어(Sincère)의 오너 셰프 이시이 신수(Ishii Shinsuke)가 일본의 자연환경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메뉴들과 아티스트 고바야시 마사토(Masato Kobayashi)가 세토우치 지방에서 수확한 레몬으로 만든 레몬주스를 베이스로 한 레몬 칵테일도 맛볼 수 있다. 도시, 음식, 미술, 사람이 어우러진 <아트 위크 도쿄>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인 만큼 행사를 찾는다면 놓치지 말자.

 이정훈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아트 위크 도쿄

프로젝트
<아트 위크 도쿄 2023(Art Week Tokyo 2023)>
장소
도쿄 전역
일자
2023.11.02 - 2023.11.05
이정훈
독일 베를린에서 20대를 보냈다. 낯선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쉽게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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