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랄프 로렌은 올드 할리우드에서 영감을 얻어 ‘폴로(Polo)’라는 이름으로 넥웨어 라인을 론칭한다. 최고급 품질의 원단으로 제작한 넥타이는 좁은 폭의 디자인이 유행하던 당시 트렌드를 거스르는 비교적 폭이 넓은 제품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듬해 스포츠 셔츠 원단으로 제작한 흰색 플란넬 슈트와 드레스 셔츠를 포함한 첫 번째 남성복 풀 컬렉션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아메리칸 클래식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의 시작이었다.
틀을 깨는 그의 시도는 카테고리 확장으로 이어졌다. 단일 카테고리로 문을 연 브랜드가 창립 20주년을 맞기 전 남성복과 여성복, 액세서리, 그리고 홈 컬렉션까지 아우르게 된 것. 더불어 그는 패션과 조화롭게 연결되는 공간을 구현하며 리빙 인더스트리를 근본부터 변화시켰다. 가정집을 그대로 옮긴 듯한 인테리어의 첫 번째 뉴욕 플래그십을 기점으로 매장 안에 홈 공간을 재현하는 리테일 콘셉트를 정립하고, 호스피탈리티의 완성도를 높이며 아름다운 삶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는 다채로운 세계를 창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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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홈 퍼니싱에 뛰어들었습니다. 패션 컬렉션에서와 마찬가지로 집을 완전하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꿈꾸는 삶의 비전과 온전한 세상을 저만의 방식으로 선보이는 것이 바로 홈 컬렉션입니다.
랄프 로렌(Ralph Lauren)
홈 컬렉션 출시 40주년을 맞아 펴낸 책 <랄프 로렌: 어 웨이 오브 리빙>은 라이프스타일 혁신가로 살아온 랄프 로렌의 역사를 시각적 연대기로 펼쳐낸다. 책은 크게 홈(Homes), 라이프스타일(Lifestyles), 히스토리(History) 챕터로 나뉘며, 1983년 홈 컬렉션을 처음 선보인 이래로 디자인과 소재 사용에 있어 그가 발휘해 온 독보적 역량과 컬렉션의 기반이 되는 그의 공간, 디자인계와 문화계 저명인사들이 그에 대해 남긴 코멘터리를 통해 랄프 로렌의 세계를 면밀히 살핀다. 이 기사에서는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랄프 로렌은 그의 자택에서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그가 상상하는 삶의 모습을 표현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 곧 컬렉션이 되는 셈. 책에서는 그의 보금자리인 콜로라도의 광활한 목장, 자메이카 섬 휴양지, 센트럴 파크가 내려다보이는 맨해튼 5번가 펜트하우스, 몬탁 해변가 주택, 베드포드 시골 저택의 면면을 소개한다. 눈길 사로잡는 다채로운 이미지를 비롯해 수필로 내밀하게 표현한 집의 의미부터 각각의 공간에 숨어있는 에피소드와 영감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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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수영장에서 바라보는 베란다의 환상적인 풍경은 마치 1930년대 영화의 로맨틱한 세트장을 연상시킵니다.
As seen from the pool in the evening, this magical view of the veranda reminds me of a romantic set from a 1930s movie.
랄프 로렌(Ralph La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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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탁에 있는 집에 올 때마다 항상 기억하는 소나무 향이 납니다. 마치 여름이 왔음을 알려주는 냄새 같아요.
Every time I come into my house in Montauk there is a smell of pine that I always remember. It’s like the smell that says summer is here.
랄프 로렌(Ralph La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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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창을 통해 굴뚝의 거칠게 깎아낸 바위에 설치된 통나무로 만든 벽난로 위로 빛이 쏟아집니다.
In our cozy guesthouse, light pours in from the skylights onto the rustic driftwood mantel set into the rough-cut rocks of the chimney.
랄프 로렌(Ralph La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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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나 시골, 농장, 해변, 펜트하우스, 캐빈 어느 곳에 살든 모두가 집의 형태이고 각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각 공간에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우리는 그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살고 싶어합니다.
Whether we live in the city, the country, on a farm, at the beach, in a penthouse or cabin, each is home and tells our story. And just as we dress differently in each of these places, we want to live differently as well.
랄프 로렌(Ralph Lauren)
저마다 색채가 뚜렷한 공간들을 감상하고 나면 지난 40년 동안 랄프 로렌 홈이 공유한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이 등장한다. 에스테이트(Estate), 사파리(Safari), 로맨스Romance, 보헤미안(Bohemian), 컨트리(Country), 씨사이드(Seaside), 노티컬(Nautical), 애디론댁(Adirondack), 다운타운(Downtown), 업타운(Uptown) 등 상징적인 컬렉션 이미지는 마치 영화 같은 세계에 발을 들인 듯한 인상을 준다.
첫 번째 랄프 로렌 홈 컬렉션에 포함된 샴브레이 및 옥스포드 클로스 침구는
전통적인 남성복 원단을 소재로 하며 패션과 가정을 매끄럽게 조화시키는
랄프 로렌의 대표적인 능력을 떠올리게 한다. (Jacques Dirand, Fall 1983)
아이코닉한 RL-CF1 체어는 랄프 로렌의 McLaren F1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었으며54겹의 수작업으로 제작한 티슈 카본으로 매우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캔틸레버 프레임을 갖추고 있다. (Martyn Thompson, Fall 2003)
책은 라이프스타일 영역에 큰 획을 그은 랄프 로렌의 전방위적 영향력에 대해서도 서술하고 있다. 하나의 패턴을 런웨이와 홈 컬렉션에 동시 적용함으로써 패션과 홈 사이의 경계를 꾸준히 재정의 해온 랄프 로렌. 특히, 첫 홈 컬렉션의 모티프가 된 로그 캐빈(Log Cabin), 뉴잉글랜드(New England), 서러브레드(Thoroughbred), 자메이카(Jamaica) 총 네 가지 라이프스타일 중 로그 캐빈은 2008년 여성 가을 런웨이 컬렉션으로 변형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남성복에서 영감을 받아 특수 직기로 원단을 직조하고 2년 동안 정련해서 만든 옥스포드 클로스 침구, 맥라렌 F1 레이싱카에서 영감을 받은 유려한 실루엣의 RL-CF1 의자, 가죽에 수제 광택과 그윽한 고색을 담아 세월의 멋을 표현한 라이터스 체어가 그의 혁신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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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는 의류, 가구, 여행 등 자신의 꿈을 믿는 이들의 삶에 꼭 맞는 모든 것을 구현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한 최초의 인물입니다. 그는 그 누구보다 이 일을 가장 잘 해냈습니다.
Ralph was the first to create a lifestyle that embodied clothing, furniture, travel, everything that would fit into the life of people who would buy into this dream that he had. No one has done it better.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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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는 미국 디자인에 독특한 관점과 품위를 부여했습니다. 그는 이를 매우 일관되게 지속해왔기 때문에 그의 이름은 종종 품질 및 스타일과 동의어인 형용사로 사용됩니다. 만약 당신이 무언가를 ‘매우 랄프 로렌스러운’이라고 말한다면, 즉시 그 의미를 이해할 것입니다.
Ralph has given American design a distinctive point of view and dignity. He has done this so consistently that his name is often used as an adjective that is synonymous with quality and style. And if you say something is ‘very Ralph Lauren’, you’re immediately understood.
오드리 햅번(Audrey Hepburn), CFDA Lifetime Achievement Award,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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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 로렌은 직물부터 가구, 건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생산하는 일종의 1인 바우하우스가 되었으며, 이 모든 것이 모여 종합적이고 완전하게 설계된 삶을 형성합니다.
Ralph Lauren has become a kind of one-man Bauhaus, a producer of everything from fabrics to furniture to buildings, all of which, taken together, form a composite, a fully designed life.
폴 골드버거(Paul Goldberger), New York Times, 1988
랄프 로렌의 영향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비전은 찰나의 유행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는 가치와 사물을 기반하며, 그가 남긴 유산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홈’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갈 것이다.
출판인 찰스 마이어스(Charles Miers)
에디터 엘렌 니디(Ellen Nidy)
프로덕션 매니저 콜린 허프-트랩(Colin Hough-Trapp)
매니징 에디터 린 스크라비스(Lynn Scrabis)
히스토리 에디터 케이틀린 레펠(Caitlin Leffel)
디자인 매니저 올리비아 러신(Olivia Russin)
글 김가인 기자
자료 제공 랄프 로렌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