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5

동시대 예술의 시각으로 바라본 DMZ 접경 지역

경기도·경기관광공사, <디엠지(DMZ) 전시: 체크포인트>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경기도 디엠지 일대에서 8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현대 미술 전시 <디엠지(DMZ) 전시: 체크포인트>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2023년 디엠지 오픈 페스티벌(DMZ OPEN FESTIVAL)의 영역 중 하나로, 1부와 2부로 나누어 8월 31일부터 9월 23일까지 파주, 10월 6일부터 11월 5일까지는 연천에서 진행된다.
제공: 경기관광공사, 사진: 아인아

<디엠지 전시: 체크포인트*>는 남과 북의 경계와 분단으로 인해 만들어진 현상을 동시대 예술의 시각으로 고민하고 DMZ의 장소성과 역사, 분단의 의미를 환기하는 프로젝트다. 한국전쟁, 남북분단과 DMZ에 대한 고찰은 역사와 정치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가들은 경계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현상과 트라우마를 예술가들이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자유롭고 열린 시선으로 DMZ에 접근하고, 경계를 넘나들며, 때로는 거리를 두고 낯설게 보기를 시도하거나 추상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또한, 70년의 분단에서 비롯된 DMZ의 자연환경과 생태에 대한 접근을 새롭게 시도하는 한편 분단에서 비롯된 군사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기도 한다. 유보된 비무장지대인 DMZ는 인간의 움직임은 사라지고 동식물만이 활동하는 공간이 되었다. 전시는 자연과 주위에 남겨진 군인들의 공간을 전시 장소로 사용함으로써 현재 남겨진 모습을 예술적 시각에서 조명하고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군인들의 공간을 예술적 공간으로 전환한다.

 

* 체크포인트: 접경지역 보안을 위해 검문을 실시하는 장소를 의미하며, DMZ라는 특성에 맞춰 이번 전시 주제로 선정됐다.
도라전망대에 전시되었던 이우성의 작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21, 천에 아크릴릭 과슈, 아크릴, 수채, 200×410cm | 제공: 경기관광공사, 사진: 아인아

전시는 경기도 파주의 민간인 통제구역인 도라전망대와 미군기지였던 캠프그리브스 그리고 전쟁 중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방문했던 임진각에 있는 평화누리에서 열렸으며 10월 6일부터 오는 11월 5일까지는 경기도 연천에서 이어진다. 연천의 민간인 통제 구역 마을에 있는 연강갤러리와 생태공원, 일제강점기에 북으로 향하던 간이역인 신망리역, 대광리역, 신탄리역에서 진행된다고. 이번 장소들은 남북 분단 이전에 북으로 향하던 역, 북을 볼 수 있는 전망대,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했던 캠프, 민간인 통제 구역 안의 마을 입구 등 70년간의 남북분단으로 인해 만들지거나 남겨진 장소들이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은 서울을 출발하는 전시해설 버스투어가 준비되어있다. 기존 파주에서 전시된 작품 60여 점 중 30여 점이 연천으로 옮겨져 전시될 예정.

임진각 평화누리에 전시되었던 김홍석의 작품. 불완전한 질서 개발 - 회색 만남, 2023, 텐트천, 공기 주입형 모터, 500×370×200cm 3D 모델링, 렌더링: 김지원 | 제공: 경기관광공사, 사진: 아인아
캠프그리브스에 전시되었던 이정훈의 작품, 금지된 걸음, 2023, 철, 철조망, 170×80×80cm | 제공: 경기관광공사, 사진: 아인아

27명의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는 광주비엔날레 대표를 역임했던 아트선재센터의 김선정 예술감독이 맡았다. 김선정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한국위원회위원장 및 ICOM ASPAC(아시아태평양지역협의회)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2011년부터 미술관의 경계를 넘어 비무장지대(DMZ)의 보이지 않는 경계를 예술의 비판적 시각으로 탐구하고 분단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기 위해 시작된 예술 및 연구 프로젝트인 ‘리얼디엠지프로젝트’의 설립자이기도하다.

제공: 경기관광공사, 사진: 아인아

주요 참여 인물로는 90년대 파주 접경지역에서 작업한 사진들을 보이는 토모코 요네다, DMZ의 완충 역할을 하는 식물을 채집하여 그래피티 제작·전시한 ‘이끼바위쿠르르’, 남과 북의 분단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현 세대에게 분단의 현실을 환상통으로 치환한 작품을 만든 정소영, 변화와 유지의 대립, 그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의 양면성을 텐트의 ‘안’과‘밖’으로 표현한 이재석, 터프트건을 및 태피스트리기법을 활용하여 개인사와 국가의 중첩된 역사를 결합한 킴 웨스트팔 등이 있다.

토모코 요네다

좌/토모코 요네다, 지뢰 - DMZ I, 2015/2023, 철구조물, 나무판넬, 천에 UV 프린트, 300×234.9cm 우/토모코 요네다, 얽힌 철조망과 꽃 II(DMZ 인근의 철원, 대한민국), 2015/2023, 철구조물, 나무판넬, 천에 UV 프린트, 300×234.9cm 작가 및 Shugo Arts 제공

한반도를 가르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약 4km에 걸친 DMZ에는 다수의 지뢰가 매장되어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다. DMZ는 국경이 아닌 1953년 7월 27일 발효된 한국전쟁 휴전협정에 따라 생긴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한 지역이기에 우리로 하여금 여전히 한반도가 전시 중임을 인지시킨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DMZ는 야생동식물의 독자적인 생태계가 형성된 평화로운 자연 낙원이 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일제로부터 해방 독립한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냉전 시대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다시 초토화되었다. 하나로 이어진 땅과 사람을 둘로 나눈 이 비무장지대 주변에는 인간이 그은 경계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태양과 하늘 아래 온화한 꽃들이 피어난다. 꽃, 풀, 그리고 나무들은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또 저항하며 흔들리고 있다.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경계와 이데올로기적 개념이 없는 공간을 자유롭게오가며 떠돌아다닌다. 이는 동시에 개인이라는 작은 존재가 국가, 사회, 종교 등 큰 집단에 편입되어 운명에 휘둘리는 모습을 비추고 있다.

이끼바위쿠르르

이끼바위쿠르르, 덩굴: 경계와 흔적, 2023, 식물, 캔버스 위에 아크릴, 160×1800cm 〈덩굴: 경계와 흔적〉을 위한 이미지, 작가 제공

이끼바위쿠르르는 DMZ 일대 식물을 채집하여 그것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구성을 한 그라피티 작품을 벽면에 선보인다. DMZ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곳인 동시에 식물들의 자생이 가능한 역설로 잠식된 공간이다. 이곳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기에 인식하지 못하는, 숨겨진 공간, 일종의 어떤 ‘틈’과 같다. 긴장의 공간임과 동시에 완충지대인 역할을 하는 이곳에서 식물은 허용된 침입자이다. 이끼바위쿠르르는 파고드는 덩굴들의 흔적을 기록하는 동시에 이 공간에 대한 애도의 의미를 담아 보여주고 있다.

정소영

정소영, 환상통, 2023, 자연석, 스테인레스판, 베어링, 약 140×90×60cm, 40×60×70cm | 제공: 경기관광공사, 사진: 아인아

환상통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신체의 부위에서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각각 한 면이 절단된 두 개의 돌은 본래 서로 하나였는지 혹은 다른 두 개의 돌이었는지 알 수 없다. 지속적으로 빛과 위치에 따라 변화하며 보이는 절단된 돌의 형상은 과거 돌의 형상과는 무관하게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잘려 나간 돌 위에 계속해서 변하는 금속에 몸을 붙여 존재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불확정적 상태는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지각하고 기억하는 존재-부재의 상황에 놓여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서 풍경을 바라보는 동안 우리는 인식 속에서 사라지고 없는 부분을 감각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이고, 물리적 존재의 유무보다 기억의 작동에 더 강한 영향을 받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재석

이재석, 오성텐트, 2020, 캔버스에 아크릴, 겔 미디엄, 161.7×240.9cm 작가 및 갤러리 바톤 제공

이재석은 군대에서의 자전적 경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수년간 신체와 물체의 구성 요소가 지닌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실내외의 경계가 명확해진 시대적 변화와 군중을 피해 자연으로 떠나기 시작한 사람들의 모습을 ‘안’과 ‘밖’이라는 양가적 속성을 지닌 ‘텐트’라는 소재로 표현한다. D형 군용 텐트에 권력과 허상을 상징하는 별이 표현된 <오성 텐트> 그리고 폐쇄된 벙커처럼 보이는 <쉘터_2>를 통해 작가는 안과 밖의 경계를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인지 분단된 국토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의미를 묻고있다.

킴 웨스트팔

좌/ 킴 웨스트팔, 아이소트리아 메데올로지스, 다시 꿈꾸는 DMZ, 2022, 천에 터프팅 된 오 간자 리본, 114.3×127cm 우/ 킴 웨스트팔, 석곡, 다시 꿈꾸는 DMZ, 2022, 천에 터프팅 된 오간자 리본, 119.3×134.6cm, 작가 제공

〈다시 꿈꾸는 DMZ〉 연작은 비무장지대의 자연이 보존된 곳에서 자라는 난초를 우연히 발견하고 관찰한 작업이다. 작가는 2022년 고성의 DMZ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을 보았다. 이 난초들은 비무장화된 지역에서 사람의 접근이 거의 허용되지 않는 곳에 번식하고 있기에 과거와 미래에도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한국에 개입하여 남긴 유산과 자연의 야생성과 아름다움 사이의 변증법들로 위기 속에서 묘한 기회를 만들어낸 것처럼 보인다.

발행 heyPOP 편집부

프로젝트
<디엠지(DMZ) 전시: 체크포인트>
장소
연천 연강갤러리 및 경원선 역사
일자
2023.10.06 - 2023.11.05
주최
경기도·경기관광공사
기획자/디렉터
김선정 예술감독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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