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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0

서로에게 영감이 되다, <친구들(Les Amis)>전

서울에서 열리는 장 줄리앙, 니콜라스 줄리앙, 얀 르 벡, 그웬달 르 벡의 그룹전
알부스 갤러리는 2023년 8월 26일부터 11월 26일까지 그룹전 <친구들(Les Amis)>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학창 시절부터 현재까지 함께 작업하고 있는 네 명의 친구 장 줄리앙(Jean Jullien), 니콜라스 줄리앙(Nicolas Jullien), 얀 르 벡(Yann Le Bec), 그웬달 르 벡(Gwendal Le Bec)의 작품들을 공개한다.
©알부스 갤러리

마치 미술계의 비틀스를 보는 듯한 네 작가에게 ‘친구’는 단순한 우정 그 이상을 의미한다. 이들에게 친구란 공통된 취향과 관심사, 문학과 영화, 작품 이야기를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는 ‘예술 공동체’ 개념에 가깝다. 즉, 서로 예술적 교류를 나누며 영감을 주고받는 친구 이상의 친구인 것.

©알부스 갤러리

<친구들>전에서 네 명의 아티스트가 그려내는 풍경은 차분하고, 직관적이며, 따스하다. 덤덤하고 평온하게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고 캔버스에 담아낸다. 삭막한 도시의 풍경보다는 자연에 깊게 스며든 모습이다. 무엇보다 자극적이지 않다. 자극적인 콘텐츠, 자극적인 풍경이 범람하는 지금 이들의 세계를 마주한 순간 이국의 기분 좋은 평온함이 온전히 전해진다. 이들은 도시 한복판의 갤러리에서 도시의 시끌벅적함에서 멀리 벗어난 것만 같은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Hana, Acrylic Gouache on Canvas, 40.5 x 30.5cm, 2023 ©Jean Jullien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네 작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각 작품을 더 깊이 있게 감상하고자 작가의 예술 여정을 간단히 살펴본다. 먼저 장 줄리앙은 특유의 아이코닉 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네 작가 중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가다. 검색창에 당장 장 줄리앙을 검색해도 그의 다채로운 아트 굿즈를 만날 수 있는데 이는 그의 인기를 증명한다. 이미 국내의 여러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이력이 있는 그는 매일 눈으로 마주치는 것, 풍경,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소한 일상을 작품에 담는다. 장은 자신의 주변 환경을 관찰하며 영감을 얻고, 작품 안에서 본질적으로 작가 본인의 일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Napili Bay, Acrylic Gouache on Canvas, 195 x 130 cm, 2023 ©Jean Jullien

<친구들>전에 공개하는 작품은 모두 그가 야외에서 직접 보며 그린 페인팅이며, 아틀리에에서 친구들과 함께한 라이브 초상화 그리기는 작가에게 도전과 같았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가장 본능적이고 진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2021년 장 줄리앙은 알부스 갤러리에서 개인전 <다시 안녕(Hello Again)>을 선보인 바 있다. 긴 코를 가진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국내에서 익숙한 작가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들을 선보이며 사뭇 다른 감각의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Grid Bird, Acrylic Paint on Limewood, 17 x 29 x 13 cm, 2023 ©Nicolas Jullien
©알부스 갤러리

니콜라스 줄리앙은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장 줄리앙과 형제이기도 하다. 놀라운 예술적 재능을 가진 두 형제의 작업 스타일은 다소 차이가 있다. 장이 드로잉 작업을 주로 전개한다면 니콜라스는 조각 작업에 더 관심을 두며 작품 세계를 펼친다. 실제로 니콜라스는 자신을 조형 나무 작가로 설명한다. 그는 나무 조각이 가진 잠재적 가능성, 매체의 한계, 불확실함을 극복하고 예술적 결과물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흥미를 느낀다. 니콜라스는 전자 음악가 및 애니메이터로도 활동하며, 영화 사운드트랙, 비디오 및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해 왔다. 또한 ‘Jullien Brothers’라는 이름으로 형제 장 줄리앙과 꾸준히 작업 중이다. 니콜라스는 2022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쳤으며 이번 전시로 다시 서울을 방문한다.

Window, Acrylic on Canvas, 46 x 33 cm, 2023 ©Yann Le Bec
©알부스 갤러리

얀 르 벡과 그웬달 르 벡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된다.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자란 얀 르 벡은 런던 왕립예술대학에서 공부한 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잡지, 기관 및 출판사들과 협업해 왔다. 풍경 사진작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는, 자신에게 익숙한 시골의 자연과 일상의 드라마를 담기 위해 수많은 스케치 작업에 몰두한다. 그의 작품들은 사실과 허구 사이의 낯선 영역을 오가며 북적이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순간적 이미지를 포착한다. 이번 시리즈에서 작가는 작품 속 대상을 자연적 현상에 두고, 우리에게 파리의 가장 조용한 어느 날, 도심을 산책하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만든다.

Pleyben, Oil on Canvas, 81 x 100 cm, 2023 ©Gwendal Le Bec
©알부스 갤러리

그웬달 르 벡은 브르타뉴 지방의 작은 마을인 쁠레벙에서 태어났으며, 파리의 뒤페레 예술 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졸업 후에는 그림책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에 바로 뛰어들었다. 그는 구글, 넷플릭스, 에르메스, 뉴욕타임스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협업했으며 페인팅,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책 및 그래픽 노블 작업 등 여러 형태의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대도시에 살며 자연에 대한 갈망이 강해진 작가는, 꽃과 풍경, 정물을 생동감 넘치는 색감으로 표현하며 사물을 진정성 있게 담아낸다.

©알부스 갤러리

작가들의 작품 속 대상이 되는 일상의 장면은 각자 사용하는 매체와 접근 방식 등 구체적인 표현 기법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 삶의 여러 지점을 공유해 왔기에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닮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느슨한 듯 밀접하게 얽힌 이들의 관계처럼, 전시장을 채운 작품에서도 이와 같은 조화로운 균형이 드러난다. 마치 같은 지점에서 만나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교차로처럼 네 명은 작업을 통해 서로 영향을 미치고, 각자의 예술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확장하고 있다.

©알부스 갤러리

한편, 알부스 갤러리는 국내 최초의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갤러리로서 ‘알부스’는 ‘희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ALBUS’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라틴어 단어 ‘알부스’는 ‘그림책’을 뜻하는 프랑스어의 ‘Album’, 영어 및 다른 언어로는 사진집과 화집이라는 단어의 어원이기도 하다. 건축가 최욱이 설계한 하얀 갤러리 건물은 말려있는 흰 도화지를 연상시킨다. 알부스는 하얀 바탕에 다양한 이야기와 그림을 담는 열린 책처럼, 예술을 품은 모든 아티스트의 자신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알부스 갤러리는 어린이와 어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있는 회화와 조각 작품까지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와 함께 연계 워크숍과 작가와의 만남 등을 개최하며 이야기와 미술이 매개체가 되는 자유로운 만남의 장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네이버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니 방문에 참고할 것.

이건희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알부스 갤러리

프로젝트
<친구들(Les Amis)>
장소
알부스 갤러리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8길 26
일자
2023.08.26 - 2023.11.26
참여작가
장 줄리앙(Jean Jullien), 니콜라스 줄리앙(Nicolas Jullien), 얀 르 벡(Yann Le Bec), 그웬달 르 벡(Gwendal Le Bec)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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