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니스커트
늘씬하고 예쁜 다리를 가졌다. 패션에 대담하다. 그런데다 MZ 세대다. 이토록 복된 사람들 여기 모두 모여라. 지금이야말로 젊고 분방한 미니스커트로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때다. 미니스커트는 한 끗 차이로 야하거나 촌스러워 보이는 게 함정인데, 이번 시즌만큼은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 짤막한 실루엣만으로도 힙 바이브가 수직 상승하는 흔치 않은 때가 바로 지금이므로. 다음 몇 가지만 더 기억한다면 누구보다 예쁘고 세련된 미니스커트 룩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시즌 멋의 관건은 실루엣이 쥐고 있다. 트렌디하고 싶다면 둘 중에 고른다. 허리선에서 헴라인으로 좁다랗게 떨어지는 H 라인 혹은 플리츠가 들어간 자연스러운 A 라인. 먼저 H 라인은 직선의 간결함이 또렷하게 드러날수록 근사한데, 허리선에 맞게 댕강 딸려 올라간 느낌보다는 골반에서 떨어지는 로라이즈 디자인일 때 그 멋이 잘 산다. 동시에 가죽 소재, 벨트 장식, 선명한 컬러 등 매끈함을 강조하는 요소가 있다면 더욱 환영이다. 보다 발랄한 미니스커트 룩을 즐기고 싶을 땐 A 라인으로 시선을 돌린다. 너무 촘촘한 주름보다는 테니스 스커트나 교복 스커트처럼 반듯한 주름에 차분한 핏을 연출하는 디자인을 눈여겨본다. A 라인 역시 로라이즈 허리선을 유지할 때 훨씬 더 쿨하고 스타일리시하다.
어떤 실루엣을 선택했든 이번 가을에는 두 가지 연출이면 실패가 없다. 첫째는 미니멀 럭셔리 룩.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미니스커트의 숨은 우아함을 들춰낸다. 편안한 스웨트 셔츠, 느슨한 니트 스웨터, 오버사이즈 블레이저 등 클래식한 가을 상의를 선택하면 절반은 성공. 나머지 절반은 미니 실루엣을 더욱 경쾌하게 만드는 다음의 공식으로 채울 수 있다. 상하의를 한 톤으로 통일한다. 다리를 더욱 매끈하게 연출하는 포인티드 토 슈즈를 신는다. 큼직한 목걸이나 귀고리, 선글라스 등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는 포인트 액세서리를 곁들인다.
둘째는 프레피 룩. 스쿨걸처럼 발랄하지만 분위기는 명문 사립학교 학생처럼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는 게 관건이다. 봄까지 인기였던 화려하고 복잡한 Y2K 무드는 의식적으로 배제한다. 제니처럼 차분한 셋업 룩에 메리제인 슈즈와 양말, 크롭 실루엣으로 젊고 경쾌한 멋을 드리우거나 엘사 호스크처럼 마이크로 플리츠 미니스커트에 오버사이즈 재킷과 피케 셔츠, 토트백 등 클래식한 멋을 더하거나. 이런 과하지 않은 믹스 앤 매치 연출이 새롭고 세련된 프레피 룩을 완성한다.
2. 미디스커트
스커트 좀 입어본 사람들은 안다. 미디스커트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요긴한지. 더욱이 미니스커트처럼 활동에 제약이 많지도 않다. 체형의 장점은 살리고 결점은 쏙 감추는 영민함은 또 어떻고. 가을과 찰떡인 고혹미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미디스커트의 유행이 오랜만에 돌아왔다. 똑 떨어지는 펜슬스커트부터 고전미 폴폴 풍기는 풀 스커트까지 선택의 폭도 넓다. 이번 가을 치맛바람 한번 제대로 일으키고 싶다면 선택은 미디스커트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디자인은 도도한 멋이 일품인 펜슬스커트. 오랜만에 등판한 만큼 출근길부터 주말 저녁 모임까지 아우르는 큰 활약상이 기대된다. 이번 시즌 펜슬스커트는 날카로움보다는 우아하고 지적인 분위기가 동반될 때 곱절은 근사하다. 그리하여 추천하는 사항들이다. 실루엣은 좁다랗고 간결하지만 소재는 새틴이나 실크, 가죽, 니트 등 보다 유연한 것으로 고른다. 무릎을 완전히 덮는 기장이 더 예쁘다. 상하의를 톤 온 톤으로 맞추면 품격이 넘친다. 클래식한 롱부츠, 슬링백 키튼힐, 발레 플랫슈즈 등 사뿐한 걸음을 만드는 신발을 곁들인다.
미디스커트의 정석, 플레어 스커트도 놓칠 수 없다. 허리 혹은 골반에서 출발해 종아리까지 유려하게 퍼지는 헴라인은 걸을 때마다 나풀나풀 기분 좋은 율동감을 만든다. 체형의 장단점을 생각해서 고르면 더욱 예쁘게 입을 수 있다. 허리가 가는데 비해 허벅지가 통통한 편이라면 애매한 기장보다는 무릎을 완전히 덮는 기장을 선택한다. 뱃살이 있는 편이라면 허리선 주름 장식은 피한다. 상대적으로 상체가 통통하다면 체크나 도트 등 시선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프린트 디자인을 눈여겨본다. 전체적으로 마른 편이라면 잘록한 허리선부터 봉긋하게 피어나는 풀 스커트를 입으면 기대 이상으로 사랑스럽다. 마치 영화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처럼.
빙그르르 실루엣만으로도 존재감이 높은 플레어 스커트는 오히려 다채로운 멋을 연출하기 그만이다. 조력자는 상의와 신발. 비슷한 분위기로 맞추면 고혹의 지수가 샘솟고, 대비 효과를 강조하면 캐주얼하면서도 힙한 느낌이 부각된다. 전자는 클레어 로즈가 증명한다. 몸에 적당히 붙는 크롭 니트 톱에 우아하게 펄럭이는 플레어 스커트를 입고 스틸레토 힐을 신었다. 후자는 제니에게 배운다. 골반에 걸친 티어드 플레어 스커트, 그리고 그 로맨틱함을 반전하는 크롭 티셔츠와 양말, 로퍼, 자연스럽게 푼 긴 생머리!
3. 맥시스커트
스커트 하나를 입어도 폼생폼사다. 바닥에 끌릴 듯한 긴 기장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맥시스커트는 스커트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걸치는 순간 폭발하는 드라마틱한 멋과 아우라, 스커트 안을 향해 증폭되는 무한 관능미, 다리가 한 뼘은 길어 보이는 탁월한 착시효과 등 그 매력에 한번 빠지면 주야장천 맥시스커트만 찾게 될 거라고 입어본 멋쟁이들이 입을 모은다.
본격적인 유행을 예고했던 지난 시즌에만 해도 근사한 건 알겠지만 시선은 다소 냉소적이었다. 키가 커야 입지. 말라야 입지. 카펫 위나 걸어야 입지. 그런데 이번 시즌 맥시스커트는 제대로 마음을 홀린다. 예쁜 데다 실용적이다. 특히 이런 디자인을 눈여겨보자. 발목을 덮지만 결코 바닥을 쓸지는 않을 기장, 성큼성큼 걸어도 편한 동시에 섹시한 슬릿 또는 스플릿 디테일, 앉았다 일어났다 움직임에 유연한 소재와 핏, 꾸안꾸 느낌을 부각하는 데님과 레깅스나 팬츠에 레이어드하기 좋은 시스루 소재, 그리고 내딛는 걸음걸음 쿨한 실루엣을 연출하는 로라이즈!
맥시스커트를 멋지게 입는 방법은 두 가지다. 포멀하거나 캐주얼하거나. 극적인 만큼 연출법도 정반대다. 우선 포멀한 분위기를 내기 위한 공식은 이렇다. 스커트를 제외한 매칭 아이템은 무조건 간결한 디자인으로 고른다. 과하지 않은 크롭 티셔츠와 카디건, 클래식 셔츠와 재킷 등 차분한 멋은 필수다. 여기에 성숙한 분위기를 얹는 톤을 유지한다면 요즘 유행하는 올드머니 룩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색은 베이지, 브라운, 블랙, 그레이. 색 조합이 어려울 때는 위아래 한 톤으로 맞추면 금세 우아하다.
한편 캐주얼 버전은 Y2K 무드를 살짝 가미한다. 효연과 모모처럼 쭉 뻗은 일자핏이 예술인 데님 맥시스커트를 선택하면 연출이 더 쉽다. 베이비 티셔츠, 트레이닝 점퍼, 집업 후드, 벨트, 컴뱃 부츠, 로퍼, 양발, 볼캡 등 한두 개 아이템을 섞어 캐주얼한 분위기를 곁들이면 뚝딱 힙스터로 변신한다. 단, 스커트는 어정쩡한 기장이 아닌 발목을 완전히 덮는 맥시 기장일 때만 유효하다.
글 박선영 객원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