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3

모든 어린이를 담는 디자인, 마음스튜디오

"함께 놀 수 있으면, 함께 살 수 있어요"
지난 월간 <디자인> 8월호 '뉴스' 섹션에는 경북 상주에 자리한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의 공간 프로젝트 소식이 실렸다. 국내 담수 생물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의 유휴 공간을 활용한 사례로 아이들을 위한 쉼터와 가구 디자인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클라이언트의 정체성과 공간의 성격을 잘 반영한 디자인이 인상적. 이는 어린이를 위한 공간 및 그래픽 디자인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 온 '마음스튜디오'의 작품이다.

그간 마음스튜디오는 공공 기관부터 브랜드와 기업까지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어린이를 위한 공간 디자인그래픽 디자인. 제약도 많고, 반응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의 디자인에 임하는 이들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자리한 마음스튜디오의 디자인 쇼룸 ‘러브피스마음‘에서 이달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났다.

경상북도 상주에 자리한 낙동강생물자원관 쉼터 공간 디자인 (사진. 이주연)

interview with 이달우 마음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근 마음스튜디오가 디자인한 경상북도 상주의 <낙동강생물자원관> 쉼터 공간을 인상 깊게 봤어요. 이를 계기로 찾아보니 디자인프레스의 <오! 크리에이터> 시리즈에서 전반적인 디자인 스토리를 이미 들려주셨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마음스튜디오가 진행한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 혹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 디자인’ 이야기가 보다 궁금해지더라고요.

 

과거 ‘쌈지’의 브랜드 ‘딸기’의 아트 디렉터를 역임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린이를 위한 공간 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아이가 4살이었는데 능동적인 놀이를 좋아하면서도 수동적인 놀이를 좋아하더라고요. 아이를 통해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 많아요. 특히 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한 <하트 탱크> 프로젝트는 아이가 준 아이디어를 캐치해서 발전시킨 공간이에요. 하트 탱크에서 쏜 하트가 떨어진 곳에서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했어요.

북서울시립미술관 프로젝트 (사진. 이주연)

어린이를 위한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고려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지도 궁금합니다.

 

되도록이면 공간 안에 콘텐츠를 줄이는 편이에요. 능동적인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말이죠. 아이들은 법칙을 만드는 걸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예상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나 디자인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공간 안에 장난감을 두지 않아요. 그보다는 자신의 신체를 쓸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죠. 걷고, 뛰고, 숨고, 자신의 사생활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을 부여하려고 해요. 오히려 이런 놀이가 능동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또한, 놀이 공간 안에서도 아이들 사이에서 무서워하는 아이, 못 노는 아이, 잘 노는 아이 등으로 구분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나의 미끄럼틀이라도 여러 높이를 두는 등 베리에이션을 적용하죠.

어린이 공간 디자인에는 무엇보다 ‘안전 문제’라는 조건이 중요하잖아요. 그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어요?

 

셀 수 없을 정도로 안전 문제에 관한 제약이 많아요. 처음에는 일일이 검사받는 과정이 어렵게도 느껴졌는데 이제는 프로세스가 시스템화되어 어렵진 않아요. 물론 처음 디자인과 비교하면 결과물의 그림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점은 아쉽죠. 하지만 법적 기준에 맞춰서 가공하는 단계는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한편 개인적으로 어릴 적에 우리가 놀았던 공간이나 환경을 생각하면, 오늘날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조금은 사고에 대한 걱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결국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상대로 돈을 벌려고 하는 어른들의 실수가 쌓이고 개선되지 않았죠. 그렇다 보니 부모도, 아이도 소극적이게 될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런 점에서 어린이 공간 디자인에서는 규칙을 만들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재밌게 놀게 해줄 수 있을지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H 아이숲(Hi Forest)' 프로젝트 (사진. 이주연)

그렇다면 마음스튜디오가 디자인하는 어린이 공간은 어떤 철학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마음스튜디오에서 나오는 디자인은 친절하고, 모두가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프레젠테이션 할 때마다 어린이 놀이 운동가이자 장난감 디자이너 캐스 홀먼(Cas Holman)의 말을 인용하는데요. “함께 놀 수 있으면, 함께 살 수 있어요.(play together, live together)“. 이 말이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해줘요.

 

마음스튜디오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한 어린이의 피드백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땀 흘려 주는 것 이상의 피드백이 또 필요할까요? 엄마한테 2시간 놀고서도 “엄마, 나 조금만 더 놀고 갈래”라고 말할 때, 그게 저희에겐 제일 좋은 피드백이죠.

네이버 푸르니 어린이집 프로젝트 (사진. 이주연)

어린이를 위한 공간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 프로젝트도 눈길을 끌어요. 특히 판교 <네이버 푸르니 어린이집> 프로젝트 말이죠. 사이니지 기획부터 디자인 그리고 제작까지 진행했다고 들었는데요. 디자인 콘셉트와 주목할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이와 바라보는 어른들 모두에게 친숙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 고민해 봤어요. 어쩌면 한 번씩은 경험해 봤을 ‘블록놀이가’ 떠오르더라고요. 그 사이즈를 키워 교실별 이름에 맞춰 간판과 입구 벽면에 차용했습니다. 크기를 확장하기만 해도 시각적 즐거움은 배가 되고, 커뮤니케이션 맥락에서도 아이들과 선생님의 교감이 이루어지기에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했죠. 성격도, 생각도 각기 다른 아이들과 다양한 색과 형태를 만들어 내는 블록놀이는 많이 닮아 있더라고요.

네이버 푸르니 어린이집 프로젝트 (사진. 이주연)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자세와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릇이 되어 주는 것. 다양한 생각과 성격을 지닌 또래 친구를 두루 만나면서 희로애락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이 디자이너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린이를 바라볼 때 더 집중하고, 존중하고,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사실도 중요하죠.

“디자인은 직관적이고, 재미있고, 따뜻한 것”

마음스튜디오 로고

2008년 마음스튜디오를 열었어요. 벌써 햇수로 15년 차에 이르는데요. 오랜 시간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유지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시작은 2008년이지만 실제로 스튜디오를 법인화 한 건 9년 차에요. 이전에는 열정과 감사함이 원동력이었죠. 주어지는 일은 닥치는 대로 했고, 그래서인지 또 클라이언트들이 저희를 계속 찾아줬어요. 한편 내부적으로는 경쟁이 성장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픽과 공간 팀으로 구분되어 있는데요. 각 팀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경쟁했고, 덕분에 마음스튜디오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가 마음스튜디오와 함께 진행한 교육 프로젝트 〈LOVE PLAY MAUM〉 (사진. 이주연)

마음스튜디오의 프로젝트 크레딧을 보면 본인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적혀있더라고요. 그래픽과 공간 팀으로 구성된 스튜디오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두 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죠. 운영을 하는 자리에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디어를 내고, 스토리를 제안하는 걸 좋아해요. 지금도 프로젝트를 하면 아이디어도 뽑고, 그래픽도 디자인하고, 공간 스케치하고, 현장에도 나가죠.

‘마음을 전하는 디자인’을 지향한다는 스튜디오 소개 글도 인상적이었는데요. 마음스튜디오에게 마음을 전하는 디자인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디자인은 직관적이고, 재미있고, 따뜻한 것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디자인에 ‘이야기’가 있어야 하죠.

프로젝트 (사진. 이주연)

최근에는 어린이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 보다 전시, 행사, 브랜드 디자인 프로젝트 활동이 눈길을 끌더라고요. 예컨대 서울국제도서전, 인천공항 전시, 코오롱 글로벌 하늘채 주택전시관 등의 프로젝트 말이죠. 각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와 성격이 다른 만큼 디자인 프로세스에서도 유의한 점이 다를 것 같아요.

 

앞서 말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끝까지 지켜가며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해요. <코오롱 글로벌 하늘채 주택전시관>은 다양한 조직에서 함께 만들어 가는 합이 중요했어요. 콘셉트와 스토리를 뒷받침할 제반사항의 검토가 면밀히 이루어지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죠. 특히 자재 하나에 금액이 달라지기에 정해진 예산 내에서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의 여부도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프로젝트 (사진. 이주연)

반면 <서울국제도서전> 프로젝트에는 모든 것에 자유도가 주어졌어요. 애정 있는 욕심 때문이랄까요. 주제관부터 bbdk(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아트숍, 사인 부스를 해보고 싶은 대로 하다 보니 정해진 예산 비용을 훌쩍 넘겼어요. 스튜디오를 창립하고서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많이 발생하는 일이었는데도 마지막인 것처럼 프로젝트에 임했어요. 담당자들이 마음스튜디오를 믿어주는 모습이 예산 폭주를 견인하는데 한몫했죠… (웃음) 10명의 팀원과 함께 살림을 책임지는 자리이지만 저희가 만족할 만한 일을 하는 게 저는 씨를 뿌리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해요.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내부적으로는 마음스튜디오 디자이너라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극지연구소·인천국제공항이 협력한 전시 의 비주얼, 공간 디자인, 제작 및 시공을 진행했다. (사진. 이주연)

공공부터 기업까지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셨어요. 각기 다른 클라이언트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요?

 

사실 우리가 납득이 도지 않으면 진행하지 않았던, 또는 못했던 프로젝트들이 더러 있었어요. 그런 점에서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담당자의 능력과 마음가짐에 따라 프로젝트가 늘 좌지우지되었던 것 같아요. 마음스튜디오의 작업 방식과 프로젝트에 임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해 줄 때 비로소 시너지가 나왔기 때문에 서로가 원하는 방향이 맞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함께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은 클라이언트도 있나요?

 

저는 자동차를 좋아해요. 대단한 차들은 아니지만 3대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오랜 시간을 차와 지내다 보니 자동차 브랜드와 삶을 그려나갈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협업을 해보고 싶더라고요. 일전에 <밀라노 디자인 위크>때 자동차 브랜드 MINI의 ‘MINI Living’ 부스를 봤는데요. 이동의 개념을 넘어선 라이프를 체험할 수 있었어요. <하우스비전> 일본 전시에서도 집의 개념이 단순히 머무는 것이 아님을 경험했고요. 이후 자동차와 집의 거점을 새롭게 브랜딩 해보는 그림을 자주 그려보곤 합니다.

프로젝트 (사진. 이주연)

한편 최근 스튜디오에서 하루 일과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들어 들숨, 날숨처럼 수렴과 발산을 쪼개어 쓰고 있어요.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요즘은 좋은 기획과 디자인을 표현하기 위해 일에서 사담으로, 사담에서 일로 변주를 만드는 일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마음스튜디오가 곧 사옥으로 이사를 계획한다는 소식도 들었어요.

 

2년 전에 법인 명의로 망원동에 땅을 구매했어요. 근린 땅이 아니라 주택을 사서 용도 변경을 해야 했기에 큰마음 먹고, 살고 있던 집도 팔았죠. 구매한 땅 자리에는 마음스튜디오 사옥을 짓고 있어요. 애정과 욕심이 가득해서 직접 설계를 했는데 30개 남짓한 사옥 디자인을 설계했더라고요. (웃음) 내년 2월에 준공이 날 것 같아요. 저희 팀원들과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보다 쾌적하고, 따뜻한 연대감을 만들가고 싶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진심으로요.

이정훈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마음스튜디오, 이주연

이정훈
독일 베를린에서 20대를 보냈다. 낯선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쉽게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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