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8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콜라와 맥주의 모습은?

인공지능, 음료 개발에 어떻게 사용될까?
몇 년 전부터 인공지능의 기술이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해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 놓고 있다. 미드저니(Midjourney), 달리(DALL-E), 뮤즈넷(MuseNet), 아마존 딥컴포저(Amazon DeepComposer) 등과 같은 생성형 AI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여겼던 예술이라는 분야에 도전장을 던지며 사람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그뿐만 아니라 챗 GPT를 비롯한 대화형 AI는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사람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사진 출처: commons.wikimedia.org

그동안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사람들의 단순 노동 시간을 줄여줄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창의력이 필요한 부분에서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 기술이 선보이는 중이다. 인공지능의 한계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지는 가운데, 이제는 ‘음료’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능력을 발휘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진 출처: coca-colacompany.com

최근 세계적인 음료 브랜드 코카콜라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동으로 창조한 최초의 미래 지향적 맛’을 담은 ‘코카콜라 Y3000’을 선보였다. 코카콜라 회사 글로벌 전략 담당 선임 이사 오아나 블라드(Oana Vlad)는 “우리는 3,000년에도 코카콜라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유용하고 신선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미래의 콜라가 어떤 맛일지에 대한 개념을 탐구하기 위해 도전했습니다. 미래의 콜라는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라며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새로운 콜라를 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사진 출처: us.coca-cola.com

코카콜라는 지난해부터 증강현실 및 챗 GPT 등 첨단 기술 분야를 경험한 이후 인공지능이 가지는 긍정적인 힘을 기업에 적극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인공지능과 함께 1년 여의 시간을 투자한 덕분에 코카콜라의 한정판 시리즈인 ‘코카콜라 크리에이션스’에 새로운 맛이 추가되었다. 이 새로운 콜라를 만들기 위해 연구원들은 소비자의 맛 선호도와 트렌드 등을 조사했고, 이어 인공지능은 이 데이터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동시에 미래를 느낄 수 있는 맛의 조합을 도출해냈다.

사진 출처: coca-colacompany.com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맛뿐만 아니라 패키지에도 적용되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음료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패키지 디자인에는 픽셀화된 로고와 더불어 은색 바탕에 푸른색에서부터 밝은 핑크까지 다채로운 색감이 조화를 이루며 미래에 대한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선사했다. 패키지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977년 후의 미래를 먼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그와 더불어 ‘인공지능과 공동제작(Co-Created With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문구를 넣어 음료 개발에 참여한 기술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았다.

사진 출처: us.coca-cola.com

무설탕 제품은 미국, 캐나다, 중국, 유럽 및 아프리카를 포함한 일부 시장에서, 오리지널 맛은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맛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코카콜라는 인공지능과 음료를 함께 개발한 것을 단순히 한정판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럭셔리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인 앰부시(Ambush)와의 협업을 통해 코카콜라의 미래를 느낄 수 있는 컬렉션을 올해 가을에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출처: weare10x.com

여기서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코카콜라가 최초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음료를 만든 회사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다. 2016년, 인공지능을 활용해 맥주의 맛을 개선하려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머신 러닝 회사인 인텔리전트 레이어(Intelligent Layer)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10x가 만든 맥주 제조업체 인텔리전트(XIntelligentX)는 알고리즘과 머신러닝을 통해 맥주 레시피를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개선하려는 시도를 했다.

사진 출처: weare10x.com

총 네 가지 맛으로 선보인 이 인공지능 맥주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바로 ‘패키지’에 있었다. 회사는 맥주를 마신 이들에게 병의 패키지에 프린트된 URL 링크를 통해 페이스북 메신저 봇과 대화하도록 유도했고, 맥주 구매자의 80%가 답변에 응해 10만 개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사진 출처: weare10x.com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처리되어 소비자가 원하는 맥주 스타일과 맛을 빠른 시간 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양조업자는 알고리즘의 조언을 따를지 여부를 결정하면 되었다. 인텔리전트X 측은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만들어내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으며, 트렌드를 보다 빠르게 제품에 반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람이라면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있어서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인공지능은 이런 일을 매우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이 선보인 맥주 4종은 12개월 동안 시험 과정에서 수집된 초기 피드백을 기반으로 열한 번 진화하며 데이터가 제품의 품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

사진 출처: nightshiftbrewing.com / mobrewing.com.au

인텔리전트X를 시작으로 인공지능이 맥주 제조에 영향을 미치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의 나이트 시프트 브루잉(Night Shift Brewing), 호주 모두스 브루잉(Modus Brewing) 등과 같은 양조장들은 인공지능이 맥주의 이름부터 스타일, 맛, 패키지 디자인 등을 결정해 제조한 맥주를 판매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 출처: instagram.com/hellenergy

헝가리의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 헬 에너지(Hell Energy)는 세계 최초로 음료 레시피, 디자인, 마케팅 요소 등 음료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제작한 에너지 드링크, ‘헬 A.I.(HELL A.I.)‘를 선보였다. 이들은 현재 신제품 개발에 있어서 데이터 분석 능력이 뛰어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활용했다고 한다.

이들은 세 가지 레시피를 먼저 만들어낸 후, 인공지능이 이를 분석하기 쉽도록 레시피 별 특성을 정량화했다. 인공지능으로 광범위한 데이터와 통계를 분석하는 동시에 예측 지능을 활용했고, 시음을 통해 최고의 맛을 선정했다. 이렇게 선택된 레시피는 철저한 보안을 위해 헝가리 공장에 있는 안전한 컴퓨터에 저장되었으며, 사본은 스위스 금고에 저장했다고 한다.

사진 출처: instagram.com/hellenergy

인공지능이 선택한 맛은 상큼한 과일 맛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비타민, 아미노산 등과 같은 영양소가 풍부한 것은 물론이고 EFSA(유럽식품안전청) 권장사항을 최적화했으며 일일 권장량(RDA) 기준 등 식품산업 법규도 지킨 완벽한 음료라고 한다. 인공지능은 레시피 뿐만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까지 참여하며 제품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만드는데 힘을 더했다. 브랜드는 엄격한 품질 관리를 진행하는 동시에 실제 소비자들이 참여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음료의 맛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으로 만든 음료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사진 출처: upstage.ai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개발한 음료가 판매되고 있다. 음료 개발은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GPT-4와 연동하여 만든 대화형 AI ‘아숙업(AskUP)‘이 맡았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선보이는 이 대화형 AI의 이름은 영어로 ‘묻다, 질문하다’라는 뜻을 가진 ‘Ask’에, 기업명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사진 출처: upstage.ai

이 서비스는 기업 내부에서 사용하던 업무 툴 슬랙(Slack)에 챗 GPT를 연동해 간단한 업무를 실행하거나 질문에 답을 하던 기능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나 지식백과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능, 간편한 이미지 생성 기능,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데이트, 카톡 채널 추가로 별도의 회원 가입이 필요 없다는 점들 덕분에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으며 대세 서비스로 인정받았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업스테이지는 라인에도 아숙업을 공식 출시하며 해외까지 기반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사진 출처: upstage.ai

아숙업이 종합주류 제조기업 주식회사 부루구루(Brewguru)와 협업을 진행하여 만든 음료는 ‘AskUP 레몬 스파클 하이볼’이다. 이 제품은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있던 부루구루가 아숙업에게 현재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하이볼에 관한 질문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사진 출처: upstage.ai

대화를 통해 하이볼 레시피, 제품명, 캔 디자인, 알코올 도수 등 제품 개발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부루구루는 이에 착안하여 인공지능이 개발에 참여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만든 레시피도 신기하지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개발한 패키지 디자인 또한 기존과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신선하다.

사진 출처: upstage.ai

음료 시장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사용자의 입맛과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몇 년이 걸리던 제품 개발 주기를 몇 개월, 몇 주로 단축할 수 있을 정도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밖에 없다.

그와 더불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했다는 점은 소비자에게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여러 매체에서 인공지능이 발전했다는 소식을 들어도 우리의 일상에서는 기술의 발전을 체감하기에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다. 신기한 첨단 기술을 일상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이 기획하고 디자인에 참여하는 제품들은 소비자가 매력적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런 장점 덕분에 앞으로 인공지능은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원으로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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