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을 소재로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려서부터 꿀은 제게 친근한 소재였어요. 조부모님의 고향인 경남산청은 양봉이 주 수입원인 고장이었고, 과거에는 궁에 꿀을 진상할 만큼 품질이 뛰어난 ‘지리산벌꿀’의 산지였어요. 그런데 벌꿀하면 대표되는 브랜드로 대부분 ‘동서벌꿀’을 떠올리고 산지 거래로 꿀을 구매하시는 분들을 보아도, 사람들은 늘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아요. “이거 진짜 꿀 맞아요?”라는 식이죠. 생산자가 끊임없이 의심받고, 그 값어치에 비해서 가격도 잘 받지 못하는 것 같은 현실이 부당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양봉농가를 도와 ‘브랜딩’을 통해 꿀의 값어치를 높이고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여 꿀 소비를 늘려보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귀여운 로고와 워커비라는 브랜드명이 주는 위트감에 이끌려 처음으로 제품을 구매했던 기억이 납니다. 로고에 담긴 이야기와 워커비라는 이름의 작명 비화가 있다면요.
내부적으로는 로고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커비’라고 부르고 있어요.(성 떼고 친근하게 부르는 느낌) 워커비 WORKERBEE는 일벌의 영어식 표기로, 많은 역할의 벌들 중 꿀을 모으며 수분 매개자 활동을 하는 것은 ‘일벌’인 워커비만이 유일합니다. 저희가 타겟하는 고객층인 20-30대 세대가 현 사회에서 분주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 움직이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일벌과 같이 느껴졌어요. 일벌은 활동으로 지구를 지키고, 우리 세대는 이 사회의 달콤한 꿀과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워커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앞서 표현한 대로 ‘귀엽다’는 첫인상이 있어요.
워커비 BI의 핵심은 꿀의 끈적한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랍니다. 간결하고 깔끔하고 캐주얼한 분위기의 젊은 세대를 위한 꿀이기를 바랐어요. 처음 워커비 보틀을 접하시는 분들은 꿀인 줄 모르고 화장품으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세요. 환경을 고려해서 모든 제품의 기획, 포장 및 디자인은 최대한 간결함을 유지하고 있어요. 간결함 속에 NO BEES, NO FOOD, NO MAN(벌 없이는, 식량도, 인류도 존재할 수 없다)이라는 묵직한 슬로건을 품고 있습니다. 기존의 끈적한 항아리 속 벌꿀의 이미지를 벗어나 워커비스러운 새로운 벌꿀 경험을 제공하고, 꿀을 잘 소비하지 않는 세대에 어필해 결과적으로 꿀벌보호를 통해 환경을 보호하고자 합니다.
워커비 꿀떡키트는 페인트통을 모티브로 삼았는데요.
이미 상자포장의 선물세트가 만연하기도 하고, 한번 떡 만들기 키트를 사용하고 난 뒤 버려질 것을 생각하면 뭔가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종이상자 포장이 일반화되기 전, 과거에 많이 사용되었던 틴 케이스 포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키트를 즐기고 난 뒤에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구매하는 분들이 갖고 싶은 패키지였으면 좋겠다 하는 아이디어로 시작했습니다. 식품이다 보니 내부에 식품용 특수 코팅을 했고, 뚜껑 결합 부위는 완전한 밀봉이 되도록 마감되는 것에 더욱 신경을 썼습니다.
디자인을 잘한다고 해서 모두 브랜드로 인식되는 건 아니잖아요. 브랜드로 인식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더 필요할까요?
감사하게도 워커비는 업계 MD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피드백이 ‘브랜딩 Branding‘이 잘 되어있다는 이야기예요. 단순히 외부로 보이는 비주얼에만 신경 쓴 것이 아니라 그 비주얼에 워커비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의미를 먼저 담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요즘 소비자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 환경을 위한 노력, 기업의 가치와 설립 목적 등 다방면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소비에 반영하는 개념 소비를 지향하기 때문에 워커비가 이야기하는 ‘지역양봉농가의 어려운 현실’, ‘꿀벌보호의 필요성과 캠페인’에 관심과 애정을 주신 거라고 믿고 있어요. 뉴질랜드나 호주와 같은 대단한 마케팅의 옷을 입을 수입산 벌꿀과 맞서려면, 왜 국내산 벌꿀을 소비해야 하는지, 지역 양봉농가가 어떤 도움이 필요로 한지, 워커비는 소비자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다가가,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과정이 촘촘한 브랜딩을 이뤄가는 방법이 되는 것 같아요.
브랜드 운영에 있어 SNS가 참 중요해요. 워커비의 SNS를 봤을 때, 정말 워커비스럽다고 생각했어요. SNS는 어떻게 운영하시나요?
꿀벌보호캠페인, 제품 활용 및 소개, 업계 이슈를 바탕으로 주 3회 기사를 기획하고, 기획 내용이 정해지면 디자인팀에 해당 내용을 공유합니다. 내용에 맞춰 디자인팀에서 이미지 또는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하고, 게시글 관리 담당자가 정해진 시간에 업데이트를 하는 방식입니다. 주 단위로 1주일을 앞서 준비하고, 매주 3개의 게시물을 올린다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꾸준한 기록이라는 것이 쌓이면 힘이 생기더라고요. 이따금씩 워커비가 지나온 것들을 SNS 페이지로 되돌아보곤 하는데, 워커비 SNS는 설립의 시작부터 워커비가 걸어온 모든 이야기를 그대로 품고 있는 일기장이 되었어요. SNS는 워커비의 유일한 고객 소통 창구이자 가장 즐거운 마케팅 공간입니다.
꿀벌 호텔 프로젝트를 봤습니다. 워커비만의 꿀벌 호텔도 계획 중인가요.
네덜란드에서 꿀벌 보호의 일환으로 실행한 꿀벌 호텔과 도심지 꿀벌 정류장의 효과가 뛰어났다고 해요. 워커비도 지자체에 제안해서 이런 방안을 실행해 보고 싶은 마음과 계획은 굴뚝같지만, 지역 기관에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예산이 책정되어 실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매년 느끼고 있어요. 우선적으로 도심에서 꿀벌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업체들과 협력해서 실행해 볼 수 있는 것들을 고려하고 있어요. 작은 걸음으로 시도하다 보면 저희도 네덜란드처럼 국가적 차원으로 꿀벌보호를 실행할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워커비의 올해 계획은요?
2021년은 워커비가 블렌딩허니 외 새로운 형태의 워커비 Kit Can을 새롭게 선보이며 출발한 해인데요. 키트 타입의 제품을 출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국내 온라인 시장의 매출과 오프라인 B2B 거래 확대를 바탕으로 미국으로의 수출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글 양한나
자료 협조 워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