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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1

덜어냄으로써 채워진 공간, 델픽

개인적인 추억에 환기가 필요할 때.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혹은 담배를 피우는 순간을 떠올려보면, 그 순간은 일종의 환기다. 흔히 말하는 기호품은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 혹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필요한, 매우 중요한 보조 도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계동에 위치한 ‘델픽’은 그런 전환이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하는 찻집이다. 고요한 환기와 휴식을 위해 만든 이곳은 본래 ‘델픽’의 유수진 대표가 어릴 적 지냈던 주택이다. 그는 찻집 ‘델픽’을 만들며 개인적인 경험과 추억이 있던 공간의 이미지를 지우고 전시와 예술 공간으로의 느낌이 최대한 드러나도록 개조했다.
1층의 갤러리 '뮤지엄헤드'

공간 디자인은 유 대표가 전반적인 진행을 맡았다. ‘따로 공간 디자인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유 대표의 이야기, 하지만 오히려 공간을 비우고 ‘감성’을 채운다는 의도로 만든 내부가 오히려 방문객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공간과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의 파사드는 모던하고 감각적이다. 외벽을 감싼 압도적인 입면은 시각적으로 새로운 공간에 대한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1층과 2층은 서로 다른 느낌으로 구성했는데, 아래에서 위로 가는 진입로는 생각보다 편리한 동선은 아니다. 이는 일부러 의도한 지점이다. 즉, 무의식적으로 스윽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불편함을 통해 내부를 모두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방문객들은 이를 통해 발견하는 새로운 공간 미학과 경험을 생경해하는 동시에 즐거워한다.

 

공간 디자인 단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델픽의 시작점인 외부 입구에서부터 걸어 들어오는 경험 디자인이었다. 공간의 ‘인상’이 결국 재방문을 이끄는 만큼, 그 인상을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신경 쓴 것이다. 여기에 델픽은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3층 옥상도 가변적으로 활용해 외부의 풍경을 마치 내 집에서 즐기는 듯 연출했다.

 

‘차(茶)’에 집중한 공간은 최근 ‘차 문화’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동서양의 차 문화를 구분하거나 다도 혹은 격식과 같은 경계와 장벽을 넘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위한 것이다. 델픽은 무엇보다 차를 마시는 행위 자체에 주목했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향과 맛, 차를 만들어 마시는 모든 과정을 예술적 감각을 깨우는 과정으로 본 것. 이에 따라 ‘뮤지엄 헤드’라는 공간을 통해 동시대 아티스트와 함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예술과 차를 연결하는 다양한 전시와 퍼포먼스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이진선 작가의 도예 작품을 비롯해 여러 작가들의 도자기와 공예품을 전시 중이다.

델픽의 네이밍부터 로고, 웹사이트와 차 큐레이션, 다구에 이르기까지 차분하고 정제된 톤은 그대로 공간의 이미지와 디자인과 연결되어 있다. 마치 패션 브랜드의 컬렉션을 감상하듯, 일관된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이에 따라 공간에 방문하면 그 방문객은 델픽이 전달하는 ‘삶의 균형’이라는 메시지에 동의하고 동참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오상희

자료 협조 델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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