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3

금쪽같은 프리미엄 약과 브랜드, 골든피스

GD가 선택한 약과는 무엇이 다를까?
한국의 전통 다과 약과가 인기 디저트로 떠오르는 요즘. 약과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가 새롭게 생겨나고, 또 약과와 결합한 새로운 디저틀르 개발하는 등 그 인기가 날로 치솟아만 간다. 어렸을 때는 기름 맛이 나고 느끼해 어른들만 먹는 옛날 과자라고 여겼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요즘은 남녀노소 MZ세대 할 것 없이 말 그대로 모두가 '약과 홀릭'이다. 약과는 유밀과의 한 종류로, 고운 체로 거른 밀가루에 참기름을 치고 거기에 꿀과 술을 넣어 반죽한 뒤 약과판에 찍어 무늬를 새긴 후 기름에 튀겨 만든 과자다. 만드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음에도 약과가 가진 전통 헤리티지에 개성을 입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는 프리미엄 약과 브랜드가 등장했다. 옛날에는 약과의 재료인 기름과 꿀이 귀해 약으로도 취급되었기 때문에 '약'과 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일까. '금쪽'같은 약과를 소개하는 골든피스(금쪽)는 GD가 선택한 약과로도 이미 꽤나 알려진 프리미엄 약과 브랜드다. 전통약과에 딜, 초콧릿, 라즈베리 등을 가미해 퓨전악과를 선보였고 개성있는 맛과 향 뿐 아니라 토끼모양의 약과를 만들어 재미를 더했다. 약과의 형태와 컬러를 연상시키는 한국적이면서도 기품있는 인테리어를 통해 독보적인 브랜딩을 선보인 골든피스. 양지우 브랜드 디렉터와 골든피스 브랜딩과 공간 디자인을 진행한 리브미 컴퍼니 최용수 디렉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골든피스

Interview with 골든피스

골든피스 브랜드 디렉터 양지우, 리브미 컴퍼니 디렉터 최용수

이번에 프리미엄 약과 브랜드 골든피스GOLDEN PIECEF 론칭한 양지우 브랜드 디렉터님과 골든피스 브랜딩 및 공간 디자인을 맡은 리브미 컴퍼니LIVE ME COMPANY의 최용수 디렉터님과 함께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두 분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려요.

 

양지우 저는 F&B 브랜드 기획자로 이전에 CNP라는 F&B 회사에서 일을 처음 시작했어요. 아우어베이커리랑 나이스웨더 한창 시작할 때 쯤부터 마케터로 2년 정도 근무하다가 퇴사했고, 그 이후 프리랜서로 CNP랑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어요. 제가 하는 일들은 작게는 메뉴 개발부터 점차 브랜딩을 총괄 하는 일로 확장해왔어요. 최근에는 도산공원 포스터리 베이커리랑 테디뵈르 하우스를 작업했고요. 지금은 다시 새로운 회사에 소속 되어있는 중입니다. 새로운 곳에서 가장 처음 선보이는 프로젝트가 바로 이번 프리미엄 약과 브랜드 골든피스에요. 골든피스는 지금까지 작업해온 공간들과는 다르게 제가 아이데이션 기획부터 브랜딩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향후 유지 및 관리까지 제가 모두 총괄하고있어요.

 

최용수 리브미 컴퍼니는 2016년에 대구에서 제가 처음 설립한 회사로 좋은 멤버들이 모여 현재 4명의 팀원으로 구성되어있어요. 브랜딩팀, 시각디자인팀, 설계팀, 시공팀 이렇게 4개 팀으로 운영 중입니다. 서로 간에 약간의 교집합이 있는 팀원들로 구성되어있어서 저는 디렉팅과 브랜딩 설계 파트고 또 어떤 친구는 시각 디자인과 설계 파트고 또 한 명은 설계와 시공 파트고 이런 식으로요. 그래서 작업의 완성도가 높게 꽤 높은 편이고요. ‘우리는 좋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명함에도 써 놓은 것처럼 저희는 항상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사실 디자인하는 사람들한테 제일 쉬운 게 예쁜 것 만드는 건데 예쁜 건 이미 너무 많잖아요. 그거랑 똑같이 만들면 예쁘게 나와요. 하지만 저희는 의미 있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려운 길이더라도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매력적인 브랜딩과 공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골든피스도 약과를 재해석함으로써 우리 나라 전통 과자의 가치가 올라가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리브미 컴퍼니는 이러한 작업들을 위주로 하는 회사에요.

(왼) 제스트 서울
(오) 본투스탠드아웃

리브미 컴퍼니의 포트폴리오가 심상치 않아요. 대표 작업 공간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워낙 유명해서 익히 들어봤던 공간들이에요.

 

최용수 최근에 저희가 작업했던 공간으로는 와인 바 사브 서울SAV SEOUL, 한식 타파스 와인바 온 6.5이 있고 제스트 서울ZEST SEOUL라는 칵테일 바는 이번에 ‘더 월드 50 베스트 바The World’s 50 Best Bars‘에서 레스토랑&바 부문으로 선정되었는데 우리나라는 한번도 입상한 적이 없어서 최초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한남동 리움 미술관 앞에 위치한 향수 브랜드 본투스탠드아웃BORN TO STANDOUT은 이번 IF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쇼룸 인테리어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고요. 저희 리브미 컴퍼니는 브랜드를 만들고 또 브랜드를 강화시키는 회사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리브미 컴퍼니 계약 조건에는 꼭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던가 아니면 이미 존재하는 브랜드를 보다 강화하는 작업을 하게끔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왼) 테디뵈르 하우스 ⓒ테디뵈르 하우스
(오) 오브코하우스 오브코 번 ⓒ오브코하우스

F&B 브랜드 기획자로 알려져 있는 지우 디렉터님은 그간 어떤 작업들을 해오셨나요?

 

양지우 CNP 퇴사 이후 제 이름을 따서 ‘뚜기놀라’라는 그래놀라 브랜드도 만들었고요. 프린터리 베이커의 케이크, 테디뵈르 하우스의 크로와상을 납작하게 눌러서 만든 크룽지 메뉴는 제가 전부 참여해서 인기를 많이 끌었어요. 또 성수동 카페 오브코하우스에서 만든 오브코번은 우리나라의 커피 번과 결합시켜 새로운 메뉴를 개발했었고요.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저의 이야기를 발신할 수 있는 저만의 SNS 채널도 있기 때문에 시너지가 많이 났던 것 같아요. 일의 범위는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는데요. 초반에 참여했던 프로젝트들은 기존에 이미 운영 중인 카페에서 이슈가 될 수 있는 신메뉴를 개발 하거나 메뉴 리뉴얼 하는 일을 했어요. 그런 리뉴얼 기획들이 하나 둘 잘 풀리고 인기를 얻으면서 카페 전체 브랜딩 기획 일도 의뢰가 들어오더라고요. 어떤 건 아예 처음 공간을 만들 부동산부터 같이 보러다니는 경우도 있고요. 지금 회사는 부동산 부터 같이 기획이 들어가는 프로젝트가 대부분이긴해요. 브랜드의 컨셉과 아이템 그리고 어떤 구조로 시작할지 플랜을 짜 놓으면 필요한 자리에 셰프님이나 인테리어팀이 붙고 저는 남은 기획 일에 집중해서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그동안 케이크, 크로와상, 그래놀라 등 서양 디저트 메뉴만 기획을 하시다가 이번에는 한국의 전통 약과를 소재로 골든피스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어요. 전통 간식 약과를 소재로 하게된 계기가 있었나요?

 

양지우 제가 옛날부터 빵이랑 디저트를 너무 좋아해서 디저트, 베이커리 쪽으로 관심이 많거든요. 우리가 항상 일본 여행 가면 기념품으로 도쿄 바나나 같은 걸 많이 사오잖아요. 그것처럼 외국에는 여행갔다가 돌아오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사다 줄 기념품 같은 디저트가 되게 많은데 한국에는 그런게 없어서 몇년 전부터 ‘내가 한번 만들어봐?’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한국을 대표하는 디저트 브랜드를 꼭 하나 만들고 싶었죠. 조금 웃기긴 하지만 한국의 도쿄바나나를 만들겠다는게 목표였죠. 그러다 지금 회사에 와서 대표님이랑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데 제가 약과 브랜드를 해보면 어떨까요? 말씀 드리니까 대표님도 마침 약과 아이템을 어느 정도 구상을 하고 계셨던 거죠. 이구동성으로 약과 브랜드를 열어보자라고 의견이 정리가 되서 본격적으로 브랜딩을 시작하게 됐죠. 그때 생각으로는 약과를 세련되게만 잘 풀면 서양의 카라멜 같은 느낌을 낼 수 있겠더라고요.

골든피스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요?

양지우 일단 브랜드 이름은 영어로 지어야 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보통 약과 브랜드의 경우 한글이나 한자로 이름을 짓곤 하는데 저는 그게 직관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름을 딱 봤을 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단어를 쓰고 싶었어요. 한창 고민 하던 때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떠올랐어요. 제가 그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 거기에 공장 견학을 갈 수 있는 희소성 높은 골든티켓이 나와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처음에 네이밍을 ‘골든박스’라고 지었어요. 우리의 약과 패키지 하나를 골든박스라고 이름 짓고 저 박스 자체를 소유하고 싶게끔 마케팅을 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이미 상표권 등록이 되어있더라고요. 그래서 ‘골든-‘ 뒤에 붙을 영어 단어를 계속 고민하다가 ‘피스Piece‘가 딱 어감도 좋고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고나서 의미를 연결짓게 된 게 골든피스는 또 ‘금쪽’이라는 의미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금쪽이로 밀고 나가야겠다 싶었죠.(웃음)

 

‘한국의 전통 과자를 재해석한 프리미엄 약과 브랜드’로 골든피스를 설명하고있어요. 프리미엄 약과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어떤 요소에 가치를 두었는지 궁금해요.

양지우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약과는 꽃 모양에 비닐 랩핑 되어있는 것으로 거기에만 익숙해져있었잖아요. 별도의 맛을 입힌 것도 없고 늘 한결 같은 맛을 유지해왔죠. 요즘에서야 약과가 인기 디저트가 되면서 다양한 맛을 입힌 약과가 나오긴 했지만 예전만해도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약과 시장이 하얀 도화지 같았어요. 시도해볼 수 있는 게 많겠구나 싶었죠.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을 입힐 수도 있겠고, 좋아하는 모양으로 만들어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프리미엄 약과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누구든 먹어보고 싶은 욕구가 들게끔 해야한다는 거였어요. 그렇게되려면 고급스러운 패키지와 독보적인 맛이 최우선이었죠.

ⓒ양지우

제가 알기론 약과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디렉터님이 직접 약과에 대해 공부도 하고, 심지어 약과 만드는 법을 배우러 다니셨다고요. 우리가 익히 아는 서양 디저트들과는 다르게 준비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양지우 많이 힘들었어요.(웃음) 가장 힘들었던 건 약과에 대한 자료가 너무 없었다는 건데요. 이전에 제가 작업했던 해외 디저트들은 참고할만한 국내외 자료가 엄청 많아요. 그래서 한편 수월한 것도 있었는데 약과는 정말 그 어디에도 정보가 없더라고요. 우리가 익히 아는 전통적인 약과를 기반으로 형태의 변형이나 현대적인 맛을 입히고 싶었지만 그 방법을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그래서 저도 저지만 셰프님들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쫀득한 맛을 더 입히고 싶다’ ‘조금 더 상큼한 맛을 내고 싶다’ 등과 같은 피드백을 반영해나가는 과정에서 원하는 대로 구현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 많았죠. 제가 원래 제빵도 했었기 때문에 웬만한 디저트 작업은 수월한데 이건 그 누구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전통 디저트라 팀원들이 다함께 최대한 많이 배우러 다녔어요. 클래스도 듣고 약과 명인님한테도 배우고 아는 교수님을 찾아가기도 하고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탄생한 골든피스 약과 레시피는 어떻게 완성했나요?

양지우 약과라는 디저트는 즙청을 하는 조청 자체를 바꿀 수 있고, 반죽을 바꿀 수 있고, 그 위에 올라가는 토핑을 바꿀 수 있어요. 크게는 이렇게 세 가지를 바꿀 수 있는데 이 세 가지에 모두 바닐라를 입혔어요. 바닐라 빈을 많이 넣어서 우려낸 즙청을 쓰고 반죽이나 필링에도 바닐라 빈, 바닐라 가나슈를 넣어서 모든 베이스가 바닐라가 되게끔 했죠. 동양과 서양의 레시피가 믹스된 거죠. 초코 같은 경우에도 바닐라 즙청을 쓰고 반죽에 카카오를 넣은 다음 위에 헤이즐넛 초코 필링을 올려서 완성했고요.

모듬약과세트 ⓒ골든피스
찹쌀약과세트 ⓒ골든피스

이제 정말 약과 전문가가 되셨네요.(웃음) 그렇게 완성한 약과는 현재 어떤 구성으로 판매중인가요.

양지우 저희 대표 메뉴인 찹쌀 약과는 쫀득한 식감을 최대한 잘 살린 약과에요. 찹쌀약과세트에는 참깨/흑임자/바닐라/쑥/헤이즐넛초코/얼그레이 찹쌀약과 6종이 12개입으로 들어있어요. 개성약과 세트는 켜가 살아있어 파삭한 식감이 특징이고 참깨/초코/매작/토끼/라즈베리 개성약과 그리고 인절미/치즈 개성스틱까지 7종 21개입으로 구성되어있고요. 마지막으로 모듬약과세트는 찹쌀약과와 개성약과를 골고루 섞은 세트인데로 참깨/바닐라/쑥 찹쌀약과 그리고 매작/토끼/참깨 개성약과에 인절미 개성스틱까지 18개입으로 구성했어요. 최근에 개성주악 세트가 새롭게 출시되면서 개성약과 세트는 잠시 들어가고 지금은 대신에 개성주악 세트를 만날 수 있어요. 개성주악 세트는 딜꽃/흑임자/고구마 개성주악 3종 6개입으로 구성했어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약과라고 하면 시장이나 슈퍼에서 1개에 1천원 내고 사 먹곤 했잖아요. 그런데 골든피스는 현재 낱개로는 판매를 하지 않고 세트로만 판매 중이죠. 세트는 대략 3만원 대, 5만원 대로 구성되어있고요. 이건 어떤 전략일까요?

양지우 저희는 초기에 목표를 설정한 것처럼 ‘선물하기 좋은 가게’라는 포지션을 선점하고 싶었어요. 선물가게라는 이미지가 강렬하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생각 해서 일부러 좌석도 두지 않았죠. 보편적으로 향수 매장을 떠올려 보면 아름답게 디피된 제품을 둘러보고 체험하면서 수준 높은 환대와 함께 제품을 구매해서 나오잖아요. 저희도 기존 약과 시장에서는 보지 못했던 고급화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고 더불어서 지금 같은 오픈 초기에 프리미엄 패키지 구매를 유도해서 저희가 제안하는 프리미엄 약과를 사람들에게 더 널리 알리고자 했어요. 지금 한남동 쇼룸은 구매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 중이지만 점차 매장을 추가로 오픈하면서 음료와 약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선보일 예정이에요. 가장 가깝게는 더현대백화점에 골든피스 팝업을 준비중이어서 조만간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골든피스에는 브랜드 컨셉이 있어요. 토끼가 전통 보약인 약과를 가지고 한남동에 찾아왔다는 브랜드 컨셉인데요. 이런 스토리는 어떻게 처음 탄생하게되었나요?

최용수 저희는 ‘세계관’이라는 단어를 엄청 좋아해요. 브랜드한테 세계관은 과해도 괜찮다는 주의거든요. 똑같은 약과 가게를 만들더라도 이런 세계관이 있는 집이랑 없는 집이랑 이미 콘텐츠 적으로 질이 달라져요. 이런 스토리가 SNS를 통해 계속해서 노출되면 그것 또한 마케팅이고 재미 요소가 된다고 생각해요. 골든피스라는 이름은 지우 디렉터가 정해서 가져왔는데 컨셉을 어떻게 갈까 고민하다가 어느날 우리 팀장님이 한 시간도 안되서 정말 휘리릭 쓴 거예요. 토끼가 달에서 내려왔고 불로불사의 보약을 만들어서 지구에 내려왔고 보약을 전통간식 약과의 형태로 만들어 한남동에 찾아왔다. 그게 바로 골든피스다. 얼마나 재밌어요.(웃음)

세밀화 일러스트레이션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그림 덕분에 골든피스의 독보적인 정체성이 완성되는 듯 합니다.

양지우 제가 골든피스를하면서 동양적인 세밀화를 꼭 사용하고 싶었거든요. 정말 수소문하고 수소문해서 찾은 로와 작가님의 그림이에요. 처음 작가님께 작업을 요청드리고 나서 주기적으로 선 하나 하나 다 디렉팅을 가미했어요. 조금 더 야들야들한 선으로 그려서 민화 느낌을 그대로 많이 내려고 했고 너무 올드하지 않고 현대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작가님과 소통을 많이 했죠. 어떻게 보면 저희 브랜드의 하이라이트 같은 존재에요. 일러스트레이션은 총 7가지 소재로 그린 건데 동양에서 상징적인 동물을 그렸어요. 완성하고보니 이 그림들을 각기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하다가 7개 그림을 모두 합쳐서 하나의 패턴으로 써도 되겠다 싶었죠. 이 그림으로 유산지에도 프린트하고, 패키지에도 인쇄하고 리플렛에도 넣었어요. 그리고 공간 정면에 걸린 벽화는 또 공간에 배치할 그림으로 새롭게 작업한 거고요.

리브미컴퍼니는 그동안 주로 레스토랑이나 바 공간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해왔는데 맨 처음 약과 쇼룸 프로젝트를 의뢰받고서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최용수 저희가 하는 일의 특성상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요즘 제가 느끼는 트렌드의 포인트는 ‘완전히 새로운 게 아니라 익숙한 게 새로워지는 것’이 엄청 각광을 받는 추세더라고요. 예를 들면 뉴진스도 사실은 뽕짝이 근간이라는 것과 나아가서 K-컬쳐가 주목받는 이유도 한국적인 것들을 조금씩 디벨롭 한 결과물들이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저는 약과가 아주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요즘 계속 생각하던 트렌드에 부합하는 아이템이지 않았나 싶어서 저평가 우량주 같은 느낌이었죠.(웃음) 사실 저는 다른 건 모르겠고 지우 님의 연락을 받고 엄청 반가웠어요. 저희가 평소에 시각적인 작업을 많이 하기도 하고 그 부분만 강조되다 보니 사람들이 인테리어 회사라고 오해하곤 하는데 저희 리브미는 브랜딩을 근간으로 하는 회사거든요. 브랜딩 계약이 되지 않으면 공간 기획도 안 할 정도로 저희에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부분이지만 평소 클라이언트에게 브랜딩의 중요성을 설득시키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편이에요. 그런데 지우 디렉터님은 기존에도 기획을 하는 분이었고 브랜딩이라는 것에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라 브랜딩이라는 걸 왜 해야 하는지 설득할 필요가 없이 오롯이 브랜드 작업하는 데에만 집중할 수가 있겠다 싶었죠. 실제로도 작업 과정은 그러했고 때문에 완성도가 훨씬 높게 잘 나왔고요.

공간을 의뢰할 때 특히나 좀 강조했던 부분이 있다면요?

양지우 아주 오묘하고 절묘한 느낌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서양적인데 한국적인 것이 느껴지는 공간. 아주 미세한 한 끗 차이로 전달되는 모던하고 세련된 무드. 생각만 해도 어려운 작업일 거라는 게 느껴져서 더욱이나 리브미와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었고요. 그런데 이 포인트에서 제가 한발 더 들어가 어려운 요청을 하나 드렸던 건 세련된 공간은 좋지만 그게 너무 과해지면 되려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아무리 프리미엄 약과를 선보인다고 해도 그래봤자 판매하는 제품은 약과고, 이 약과라는 음식을 저희는 5만 원 대에 판매를 해야 하니 가뜩이나 가격대가 조금 있는 제품인데 공간까지 너무 무거워져 버리면 아무도 안 들어오겠다 싶었죠. 예를 들면 저희도 명품 주얼리 매장에 들어갔다가 구경만 하고 나오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쉽게 구경도 못하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세련됐지만 너무 세련되지 않게’ ‘적절한 밸런스’가 저의 특별 요청이었어요.

공간 구성은 어떻게 기획하였나요?

최용수 지우 디렉터가 참 재미있는 요청을 했어요. 한국적인 것을 사용하지 않고 유럽의 것을 사용하되 한국적으로 만들어 달라’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무슨 소리인가 했죠. 쇼룸에 가서 보면 아시겠지만 모든 게 한국적인데 한국에 없는 것들이에요. 앞서 브랜드의 콘셉트에서 설정한 것처럼 골든피스 세계관 내에서 약과는 아주 소중한 존재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약과를 아주 소중하게 보이도록 공간 한쪽 가운데에 조명으로 약과를 비추게끔 해두었죠. 그다음 공간의 정점으로는 골든피스 그 자체를 두려고 했어요. 카운터를 약과 틀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약과 틀을 3D 프린터로 부분 부분을 만들어 마지막에 쌓아 올려 크게 제작을 했죠. 그리고 겉면에 금칠을 했고요. 처음엔 조금 과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었는데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분명하기 때문에 전혀 이질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공간 한편에는 약과에 들어가는 재료를 병에 담아 전시했어요. 이 공간을 만든 기획한 이유는 전통은 이야기가 이야기로 이어져 내려온다고 생각해요. 결국 전통적인 것이니까요. 이야기를 쓸 때는 글감이 필요하잖아요. 그럼 약과의 글감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약과에 들어가는 재료더라고요. 그래서 레시피를 여쭤보니 좋은 재료를 많이 쓰시길래 골든피스에서 사용하는 원재료가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얼마나 좋은 것을 사용하는지 알리기 위해 전시 공간을 마련해두었죠.

지우 디렉터님이 특히 강조해 요청했던 전통미와 세련미는 어떻게 균형을 맞춰 디테일을 살리셨나요?

최용수 저희 회사가 공간을 디자인할 때 꼭 지키는 것이 하나 있어요. 바로 눈 감고 아무 곳이나 가리켰을 때 모든 것이 다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에요. 원래는 저희가 공간 안에 전통적인 요소를 적절히 믹스 매치하려 했었어요. 예를 들면 외관 파사드에 기와를 쓴다던가 혹은 절편에 찍는 도장을 데코로 쓸까 등 여러 고민을 했는데 지금 말한 기와나 인두는 모두 유럽 제품을 썼어요. 외관 파사드는 기와가 아닌 웨인스 코팅을 쓰고, 도장 찍고 싶던 곳에는 유럽 도장을 찍어놨고요. 도장 무늬도 최대한 약과에 쓸 것처럼 생긴 무늬로 골랐는데 이 제품들 찾는다고 정말 고생을 많이 했죠. 근데 지금 와서 보면 진짜 한국적인 소재나 무늬를 넣었다면 촌스러워졌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최대한 서양의 자재에서 저희가 원하는 형태와 비슷하게 생기고 동양적인 느낌을 내는 것들을 찾아 공간을 채웠습니다. 손잡이 또한 디테일을 살리려고 나무 자재를 사서 직접 커팅을 다 했어요. 천장 벽지는 해외 벽지인데 동양적인 느낌이 나서 마음에 들더라고요.

ⓒ양지우

골든 피스를 오픈하기도 전에 올해 4월쯤 공간 ‘온6.5’에서 열린 지드래곤의 나이키 행사에 골든피스 약과가 함께 했어요. 그 뒤로 ‘GD가 선택한 약과’라고 알려지면서 엄청나게 화제가 됐는데 당시 나이키 행사에는 어떻게 함께 하게 된 건가요?

양지우 그때 운이 엄청 좋았어요. 저희는 그때 한창 메뉴 개발을 하던 때였는데 아는 분이 온 6.5에서 행사가 있을 건데 약과 내볼래?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렇게 어찌어찌 연이 닿아서 약과를 같이 행사에 내기로 하긴 했는데 직원들 사이에서 아마 그날 술을 마시는 행사여서 다들 술기운도 오르고 약과 사진은 절대 아무도 안 올릴 것 같다 이런 얘기가 있었어요. 그때 저는 ‘사진 찍어 올리고 싶게끔 만들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죠. 행사 날 뉴진스가 참석을 한다는 정보가 있었어요. 그래 그러면 뉴진스의 상징인 토끼 약과를 만들어서 접시에 올리자 싶었죠. 디쉬에다가 토끼 약과랑 아이스크림을 올린 다음 데코를 했어요. 아무튼 그렇게 해서 행사장에 약과가 나갔는데 저희가 염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날 참석한 모든 셀럽들이 저희 약과 사진을 찍어 올려 주었더라고요. 골든피스 정식 오픈 전에 이렇게 조금씩 화젯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골든피스 홍보에 큰 도움이 됐죠. 여담으로 그날 뉴진스는 결국 오지 않았어요.(웃음)

마지막으로, 두 분 다 각자의 분야에서 바쁘게 지내고 계신데 남은 2023년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최용수 10월 중에 브런치 카페를 오픈하려고 친구들과 한창 준비 중에 있어요. 상업적인 가게 말고 진정성 있는 카페로 운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고, 또 개인적으로 디렉터로서의 미션이 하나 있다면 부족하긴 하지만 패션 브랜드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거든요. 조금씩 준비를 해왔고 내년 24SS로 소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양지우 저는 골든피스 더현대 팝업 준비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요. 충남 예산에 30만 평 정도 되는 목장 앞에 카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 이건 올해 중으로 오픈을 할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디저트 브랜드를 새롭게 준비를 해보려고 하는데 케이크가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작업 기간 2022년 10월 – 2023년 5월

브랜딩 총괄 및 기획 리브미 컴퍼니

공간 디자인 리브미 컴퍼니

설계 및 시공 리브미 컴퍼니

일러스트레이션 로와

하지영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골든피스, 리브미 컴퍼니

장소
골든피스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27길 25
하지영
에디터가 정의한 아름다운 순간과 장면을 포착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세상에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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