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4

집 떠나는 순간부터 필요한 물건을 만듭니다, 로우로우

트립 문화를 선도하는 일류 브랜드
“집 밖에서 더 놀고, 더 돌아다니세요!” 로우로우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외치지 않을까? 로우로우는 서울을 기반으로 트립웨어를 만드는 브랜드다. 이들에게 트립이란 집 떠나는 순간부터! 등교, 출근, 산책, 견학, 소풍, 여행, 캠핑 모두 트립이라고 주장하는, 트립에 필요한 물건만큼은 일류이고 싶다는 로우로우에게서는 ‘쌩쌩한’ 활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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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로우는 패션 MD로 일하던 이의현이 한 살 터울의 친동생과 2011년 12월 설립한 브랜드다. 자본금은 2000만 원. 날것을 뜻하는 로우raw 와 행렬을 뜻하는 로우row 를 합쳐서 로우로우라는 이름을 붙였다. ‘본질을 반복하겠다’는 뜻으로 제품 본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였다.

시작은 백팩이었다. 물건을 담고 이동하고, 보호하는 본질적인 기능을 파고들었다. 물기를 쉽게 털 수 있는 캔버스 소재에, 들기 쉽도록 큼직한 손잡이를 달고 지퍼를 조금만 열어도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흰색 안감을 썼다. 반응은 금방 왔다. 인근 편집숍에 입점한 지 2주 만에 첫 물량 200개가 동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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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국내 티타늄 제조 장인과 함께 만든 가벼운 안경, 캐리어 손잡이를 바꿔 편의성을 높인 캐리어 등 연달아 히트작을 낸 로우로우는 20~30대에게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브랜드로 안착했다. 실용적이고 깔끔한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만큼 매력적인 건 로우로우의 태도였다. 협력 제조사를 내세우며 존중하는 자세, ‘단골 고객’들을 찾아내 감사 인사를 올리는 정성은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고객이 팬을 자처하며 모여들게 했다.

잡화로 출발한 로우로우는 어느덧 ‘트립웨어 브랜드’라는 명확한 깃발을 내걸었다. 점이 선이 되듯, 만들고 싶어서 만든 제품들이 집 밖의 일상에서 필요한 물건들이라는 공통점을 보이면서 얻은 정체성이었다. 슬로건은 ‘라이브 모어Live more ’. 일상을 좀 더 쌩쌩하게 즐기자는 뜻이다. 작년부터는 로우로우 제품으로 채운 캠핑카를 고객들에게 빌려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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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

캠핑카를 빌려준다는 발상이 재미있어요. 캠핑카에 로우로우 제품을 포함한 캠핑 장비가 갖춰져 있어 고객은 로우로우 제품을 자연스럽게 써볼 수 있어요. 캠핑카 대여 서비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현대자동차가 2021 년 경형 SUV ‘캐스퍼’를 출시하면서 캐스퍼 구매 고객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을 제작해달라고 의뢰했어요. 뒷좌석에 싣기 좋은 캠핑 트렁크였죠. 이때 차에 대해 공부한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자동차 산업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더라고요. ‘우리가 자동차 산업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무궁무진해요. 제가 로우로우를 설립하고 처음으로 만든 제품이 가방인데, 가방은 짐을 나르는 수단이에요. 차는 짐과 사람을 나르는 수단이죠. 우리가 가진 노하우를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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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용품을 파는 기존 회사가 많아요. 로우로우가 만드는 캠핑용품은 확실히 다른 점이 있어야 했을 텐데요.

직원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절반은 캠핑이 불편하고 번잡해서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우리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은 뭐가 있을까, 장비를 챙기는 일과 뒤처리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제품이었죠. 집에서 써도 창피하지 않은 디자인을 갖추는 것도 중요했어요. 사실 캠핑 마니아조차 1년에 다섯 번 가면 많이 가는 거예요. 계절 맞추고, 일정과 장소 따지다 보면 실제로 야영하는 날은 얼마 안 돼요. 캠핑 장비이지만 집에 놓아두어도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하겠더라고요.

 

실제로 캠핑용품이라고 하면 전문적인 장비 이미지가 강한데 로우로우의 것은 기존 가방이나 운동화에서 보여준, 실용적이면서도 단정한 디자인을 따르고 있어요.

그게 로우로우 캠핑 제품의 특징이에요. 예를 들어 ‘트레저 박스’는 잠금장치가 달린 작은 트렁크예요. 돌돌 말았다 펼칠 수 있는 나무 상판이 들어 있어서 야외에서 테이블로 쓸 수 있고, 귀중품을 넣어두기도 좋아요. 집에서는 돌반지 넣는 금고로 쓸 수 있죠. 아이보리, 머스터드 색에 형태도 모던하거든요. 집에 두어도 위화감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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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년 잡화 브랜드로 시작해 트립웨어를 만드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어요. 제품군을 늘리는 과정에서 어떤 산업에 주력할지, 어떤 회사가 될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백팩, 운동화, 모자, 안경, 트렁크··· 그저 내키는 물건을 만들었는데 뒤돌아보니 그게 가리키는 방향이 하나였어요.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쓰는 물건이죠. 사실 저는 처음에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어요. 그런데 무인양품이나 이케아처럼 흔히 라이프스타일로 유명한 브랜드는 리빙 산업에서 강력한 우위가 있는데, 제가 관심 있는 건 그보다 ‘쌩쌩한’ 느낌이거든요. ‘트래블travel, 어드벤처adventure, 투어tour ’ 등의 키워드를 떠올리다가 트립trip 을 발견하고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트립은 범위가 넓은 단어죠?

로우로우의 트립은 집 떠나는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저희는 등교, 출근, 산책, 견학, 소풍, 야영, 여행 모두 의미 있는 트립이라고 주장합니다 . (웃음)

 

10 여 년 동안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든 게 어느덧 트립웨어로 귀결되었다고 했는데, 소규모 회사에서는 설립자의 취향이 곧 브랜드의 정체성이 되곤 합니다. 본래 집 밖에서 하는 활동을 즐기는 편인가요?

그렇죠. 제가 그런 사람이기도 하고, 서울 사람이 그렇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늦게까지 밖에서 놀고, 일하고, 돌아다니는 건 서울 사람들이 세계에서 최고라고 생각해요. 이케아가 스웨덴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해가 빨리 지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기니까 가구와 조명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어요. 서울 사람들은 유독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보통 일주일 기준으로 5일은 밖에 있어요. 집 밖에서의 다채로운 삶은 서울 사람의 특징이고, 서울 기반의 브랜드로서 자연스럽게 그 삶의 양식을 따르는 트립웨어 브랜드가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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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년 로우로우에서 RCC 로 회사 이름을 바꿨어요. 로우 크리에이티브 센터Row Creative Center라는 뜻이라고요. 이제 RCC 와 로우로우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RCC 는 ‘생기 있는 창작활동’을 하는 집단이고, 로우로우는 RCC에서 운영하는 트립웨어 브랜드입니다. 로우로우는 제가 동생과 창업했을 때부터 직접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홍보했어요. 대부분의 과정을 직접 수행하다 보니 경험이 쌓였고, 외부에서 점차 ‘우리 것도 해달라’며 의뢰가 들어오더라고요. 현재 디자인 스튜디오로서 컨설팅 업무로 버는 금액이 전 매출의 30% 정도 돼요. 올해부터 두 사업을 본격적으로 구분해서 전문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로우로우에게 고비란 없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그랬죠. 인생이 힘들었던 적은 있어도 창업으로 어려운 적은 없었어요. 창업하자마자 매출이 일어났고, 여기저기서 입점해달라고 연락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코로나19 가 터지면서 직격탄을 맞았어요. 2018 년 여행용 가방 ‘R 트렁크’가 대박 나면서 직원을 충원하고 사세를 확장한 참이었거든요. 하늘길이 닫히면서 판매가 뚝 멈췄어요. 호사다마라고 한숨 돌리면서 회사 안을 차분하게 살펴보는 계기를 갖자고 생각했어요. 그나마 맷집이 있는 편이라 버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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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동안 모두가 그랬겠지만 로우로우에게도 위기였군요. 버티는 법이 궁금한데, 대표님께서 예전에 모 인터뷰에서 한 대답이 힌트가 될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는 도대체 어느 환경에서 누구와 싸우고 버텨서 생존해야 할지 모르는 시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 능력보다 태도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행복이나 성공을 결정하는 건 실력, 열의, 태도 세 가지라고 어느 책에서 그러더군요. 열의가 마이너스일 수는 없어요. 실력도 마이너스일 순 없어요. 둘 다 위로만 움직여요. 하지만 태도는 마이너스로 움직일 수 있어요. 태도가 마이너스로 가면 전체 곱셈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죠. 나락으로 간다는 거예요. 실력, 열의조차 망가뜨리는 게 불량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대표님께서 지향하는 태도는 무엇인가요?

“모든 일의 결과는 내 마음을 벗어나지 않는다.” 원래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인데 되돌아보면 이런 성격이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어준 것 같아요. 생기 있고 건강하게 나가 노는 걸 좋아하는데 저희 브랜드도 자연스럽게 이 기질대로 흘러가는 것 같고요.

 

앞으로 로우로우가 어떤 회사가 되길 바라나요 ?

서울을 기반으로 트립 문화를 선도하는 일류요. 저는 일류라는 말을 좋아해요. 제가 20 대 시절 의류를 만드는 제조 업계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창업을 한 이유는 ‘일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예요. 로우로우가 트립 문화에서 손꼽히는 선두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일류가 되기 위해선 앞으로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겠어요 .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하루를 소중히, 순간을 소중히 하면서 충실하게 나아가다 보면 좋은 기회가 생기고, 그 기회들이 쌓여 일류가 되는 밑바탕이 되겠죠. 일일일생一日一生. 로우로우 캠핑카 창문에도 스티커로 붙여놓았어요. ‘하루는 귀한 일생. ’ 중요한 건 지금이에요.

기획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유지연 기자

사진 표기식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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