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롭게 맛보는 쇼케이스 파티세리
재인, 메종엠오, 우나스
1. 재인 (Jaein)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48 2층
미슐랭 가이드에서 꾸준히 2 스타를 유지하고 있는 한식 다이닝 ‘정식당’ 출신, 이재인 파티시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연 디저트 숍. 정식당의 시그니처 디저트로 유명한 ‘돌하르방’ 또한 그의 작품이다. 연희동에서 시작해 현재는 한남동에 자리한 그의 가게에서는 특이하게도 커피를 팔지 않는다. 대신 바텐더가 디저트와 함께 먹기 좋은 칵테일을 선보인다.
재인은 주로 계절감을 반영한 제철 과일들을 사용한 디저트들을 만든다. 그렇다 보니 고정된 라인업보다는, 자주 새로운 디저트로 바뀌는 편. 예를 들어, 이런 더운 여름에는 재인의 대표 계절 메뉴 중 하나인 ‘수박’이 나온다. 시그니처는 계절을 타지 않는 디저트이자 재인의 시작을 함께한 ‘나무’. 이 외에도 다양한 칵테일들과 어울릴 만한 구움 과자나 파이류도 판매 중이다.
2. 메종 엠오 (Maison M.O)
서울 서초구 방배로26길 22 1층 코너
올해로 8 년 차, 방배동의 터줏대감 같은 디저트 숍. 지금은 영업하고 있지 않은 ‘리틀앤머치’ 와 함께 한국 파인 디저트의 선구자와 같은 역할을 했다. 상호명인 M.O 는 함께 일하는 동료이자 파트너인 오오츠카 테츠야, 이민선 파티시에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 이 둘은 일본의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에서 함께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다. 시그니처는 스테디셀러인 밀푀유와 다양한 종류의 마들렌. 그 외에도 시즌별로 바뀌는 다양한 쇼케이스 디저트들과 구움과자들이 준비되어 있다. 밀푀유는 사전 예약 시 홀 케이크 크기로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오오츠카 파티시에가 종종 특별한 홀 케이크를 만드는데, 역시 사전 예약으로만 구매할 수 있으니 인스타그램을 참고하자. 메종엠오는 한국 ‘블루보틀’에 제과류를 공급하고 있기도 한데, 특히 블루보틀 삼청점에서는 100% 예약제로 메종엠오의 디저트와 블루보틀의 커피를 페어링한 특별한 코스를 체험해 볼 수 있다.
3. 우나스 (Unas)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318 SB타워 상가동 2층 우나스
홍대 조소과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이은아 파티시에의 업장. 눈치챘겠지만, 상호명인 ‘우나스’는 이은아 파티시에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조소과라는 전공이 그대로 작품에 녹아내린 우나스의 디저트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비주얼을 선보인다. 멜론, 아보카도, 호박, 송편 등, 겉으로 보면 디저트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리는 정교한 외관은 저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디저트는 우선 눈이 즐거워야 한다’라는 업계의 말을 확실하게 지키는 셈. 안타깝게도 현재는 매장 운영을 하지 않고 아카데미만 진행 중이지만, 종종 열리는 팝업스토어로 우나스의 제품을 맛볼 수 있다. 자세한 팝업 일정은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참고하도록 하자.
라이브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플레이트 디저트
소나, 10월19일, 핀즈
4. 소나 (Sona)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40 2층 SONA
어느덧 10년 차를 맞이한 가로수길의 플레이트 디저트 숍, 소나. 미국 CIA를 졸업하고 ‘조엘 로부숑’ 등에서 경력을 쌓은 성현아 파티시에가 이끌고 있다. 이곳에서는 파인 다이닝에 결코 밀리지 않는 화려한 플레이트 디저트들을 맛볼 수 있다. 시그니처는 역시 스테디셀러인 ‘샴페인 슈가볼’. 설탕으로 만든 투명한 구 안에 샴페인 폼, 과일, 허브 꽃이 가득 채워져 있는데, 이것을 숟가락으로 부숴 먹으면 된다. 몇 년 전 드라마 <마인>에 이 소나의 슈가볼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소나에서는 단품으로도 주문이 가능하지만, 원한다면 코스도 주문할 수 있다. 단품으로 즐길 수 있는 플레이트 디저트 외에 프리디저트와 구움과자류를 함께 맛보고 싶다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5. 10월 19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3길 31101호 (이전 준비중)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서초동 악기 거리의 디저트 숍. 단품 주문은 받지 않고 오로지 코스로만 구성되어 있다. 가게를 이끌고 있는 박지현, 윤송이 파티시에는 모두 미슐랭 가이드에서 2 스타를 유지 중인 ‘권숙수’ 출신. 참고로 상호명인 10월 19일은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새롭게 떠오르는 서울의 1 스타 레스토랑 ‘솔밤’과의 콜라보레이션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저트 코스는 1년 동안 분기별로 4번 바뀌며, 계절감을 반영한 재료들로 구성된다. 10월 19일에서는 커피를 비롯해 다양한 음료가 준비되어 있지만, 디저트 코스에 곁들일 수 있는 와인 페어링이 인기가 많다. 마찬가지로 권숙수 출신인 권난희 소믈리에가 페어링을 담당해 주고 있기 때문. 덕분에 진정한 파인 다이닝 급 디저트 코스를 맛볼 수 있다. 현재는 안타깝게도 2023 년 여름 코스를 마지막으로 휴식에 들어갔다. 하지만 곧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이라고 하니,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인스타그램을 꾸준히 확인해 보는 게 어떨까.
6. 핀즈(Finz)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 3 길 4-13
미슐랭 가이드 2 스타인 ‘밍글스’에서 디저트를 담당하던 김범주 파티시에의 디저트 숍. 이전에는 압구정의 와인 바 ‘아스트랄’의 숍인숍 형태로 자리 잡고 있었지만, 독립해서 성수동에 보금자리를 얻었다. 압구정 시절과 성수 시절 초기까지는 디저트 코스만 운영했지만, 현재는 코스 없이 좀 더 다양한 단품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시그니처는 이름 그대로인 ‘핀즈 시그니처’. 독특한 킥으로 명성을 떨친 한식 레스토랑 밍글스 출신답게, 핀즈 역시 다른 디저트 숍에서는 보기 힘든 재료들을 많이 사용한다. 미나리, 도라지, 흑마늘, 심지어는 청양고추를 넣은 디저트마저 있는데, 바닐라 등의 단맛과의 조화가 굉장히 뛰어나다. 복합적인 맛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집. 와인 페어링은 현재는 제공하지 않지만, 글라스 와인들과 차 베이스의 음료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다양한 디저트의 세계
삐아프, 젠제로, 아틀리에 폰드
7. 삐아프 (Piaf)
서울 강남구 논현로175길 109 1층
‘인생에는 초콜릿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삐아프는 한국 아티장 초콜릿의 선구자인 고은수 쇼콜라티에의 매장이다. 상호명은 고은수 쇼콜라티에와 그의 파트너가 가장 좋아하는 샹송 가수인 ‘에디트 피아프(Édith Piaf)’의 이름을 따온 것. 상시 판매하는 초콜릿들도 인기가 많지만, 삐아프의 진가는 이벤트 초콜릿에서 드러난다. 과거 <하트시그널>의 김현우 씨가 다른 참가자들에게 선물한 초콜릿으로 화제가 되었던 것이 바로 삐아프의 제품. 삐아프의 이벤트 초콜릿은 화이트데이나 밸런타인데이 기간만 되면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데, 예약에 있어서 어지간한 콘서트 티켓팅급 난이도를 자랑한다. 협업을 마다하지 않는 고은수 쇼콜라티에의 성격처럼 콜라보레이션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 최근에는 ‘제주맥주’와의 합작품이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여담으로, 숍입숍 형태로 마카롱 전문점인 ‘마카롱 쿠튀르’가 입점하여 있다. 마찬가지로 이곳의 시그니처는 풍미 가득한 초콜릿 마카롱인 ‘삐아프’다.
8. 젠제로 (Zenzero)
서울 강남구 선릉로 126 길 14 예우빌딩 1 층
젠제로는 특이하게도 공기업과 반도체 회사의 엔지니어로 일하던 권정혜, 전현욱 부부가 오픈한 젤라토 숍이다. 젠제로는 이탈리아어로 ‘생강’을 의미하는데, 이렇듯 독특한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젤라토로 명성을 얻었다. 감태나 방아, 완두콩과 같은 한국적 재료부터, 고르곤졸라, 올리브 오일 등 미식의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재료들까지 그들의 남다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완전한 아티장 정신을 추구하는 이들은 재료 대부분을 농장에서 직접 맞춤 주문하기도 한다. 그 열정은 최근 젠제로에서 기획한 올리브오일 테이스팅 및 페어링 워크숍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이 젠제로의 마니아층이 만들어지는 비결이다. 재료를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메뉴도 자주 바뀌는 편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나오는 시그니처는 ‘밤꿀과 고르곤졸라’와 ‘생강 우유’.
9. 아틀리에 폰드 (Atelier Pond)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27 길 19 1 층 Atelier Pond
‘디저트계의 에르메스’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 아틀리에 폰드. 아는 사람만 찾아간다는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처럼 한남동 골목에 있는 이 가게는 겉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초인종을 누르면 숨겨진 공간이 열린다. 이곳은 덴마크의 미슐랭 가이드 3 스타 레스토랑 ‘제라니움(Geranium)’에서 경험을 쌓은 김유정 파티세리의 매장으로 함께 일하는 매니저 로한(Lohan)은 덴마크 ‘에이프릴 커피(April Coffee)’에서 근무했다. 아틀리에 폰드에서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스타일의 디저트를 만날 수 있다. 카라멜바 박스, 쿠키 박스, 초콜릿 박스의 3 종류만 판매하는데, 전부 커피뿐만 아니라 위스키와도 페어링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또한 아틀리에라는 이름에 걸맞게 패키지 디자인 또한 엄청난 정성이 들어갔다. 월넛과 메이플 원목을 소재로 한 덴마크 박스에 뚜껑인 상판까지, 단순히 디저트 패키지인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그 결과, 박스가 전부 가격이 9만 원대에 육박할 정도인데 항상 예약조차 힘든 상황. 여담으로 이 가격이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해 가격대를 조금 낮춘 업장인 ‘파티세리 폰드’도 운영하고 있다.
글 김홍준 객원 필자
진행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