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속 하울의 집이 실물로 만들어진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인근 나가쿠테시에 만든 지브리 파크ジブリパーク에, 실제로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는 하울의 집 구조물이 들어서는 것. 지브리 파크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속 세계관을 구현한 테마파크로, 2022년 11월 오픈했다. 한적한 옛 엑스포 부지에 자리 잡은 지브리 파크는 일본 내 테마파크들 중에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에 가면 <천공의 성 라퓨타>(1986), <이웃집 토토로>(1988), <마녀 배달부 키키>(1989), <귀를 기울이면>(1995), <모노노케 히메>(199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고양이의 보은>(2002) 등 친숙한 영화 속 장소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지브리 파크는 이미 운영 중인 3개 구역에 더해, 현재 준비 중인 2개 구역까지 총 5개의 테마별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는 2023년 11월 네 번째 구역인 ‘모노노케의 마을’이 문을 열고, 2024년 3월에는 다섯 번째 구역 ‘마녀의 골짜기’가 방문객들을 맞는다. 하울의 집은 이 다섯 번째 구역 안에 들어선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모노노케의 마을’은 <모노노케 히메>의 원시적이고 신비한 풍경을 현실 공간에 옮긴 곳이다. 총 8000여 제곱미터의 넓은 공간에 영화 속 삼나무 숲과 타타라 마을을 재구성했다. 철을 만드는 정련소를 비롯한 마을 건물들, 그리고 멧돼지 신 오코토누시와 재앙신 타타리가미의 거대한 조각상들이 들어서게 된다. 거대한 크기에 사실적인 표현으로 압도적인 비주얼을 갖춘 이 조각상들은 사실은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미끄럼틀이다.
‘마녀의 계곡’은 마녀가 등장하는 두 작품,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마녀 배달부 키키>를 테마로 조성했다. 총 2만 9000여 제곱미터로, 지브리 파크 전체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예정이다. 개장을 8개월 앞두고 지브리 파크가 공개한 예상도에는 하울의 성뿐 아니라 소피가 일하던 모자 가게, 황야의 마녀가 살던 집, 그리고 키키가 살았던 오키노 저택과 키키가 일했던 구초키 빵집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구초키 빵집에서는 영화에 등장한 빵들을 직접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테마파크이지만 역동적인 어트랙션보다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 속 자연 환경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런 지브리 파크의 콘셉트는 지난해 개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파크 내 건물들은 전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일본과 유럽의 전통 건축 양식을 그대로 따랐다. 공원과 정원 등 녹지 공간들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일본 전역의 숲에서 필요한 나무 품종들을 공수해오는 과정까지 거쳤다.
첫 번째 구역 ‘청춘의 언덕’에서는 서로 연결된 세계관을 가진 작품들인 <귀를 기울이면>과 <고양이의 보은> 속 지구옥과 고양이 사무소가 영화 팬들을 기다린다. 나란히 자리한 이 두 건물 외에 <천공의 성 라퓨타>와 관련된 시설들도 볼 수 있다. 두 번째 ‘지브리의 대창고’ 구역은 상설 및 기획전시실과 어린이 놀이터, 카페테리아, 단편영화 상영관, 포토존 등이 모여 있는 말 그대로 ‘대창고’ 같은 실내 공간이다. 이곳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가오나시와 전차를 타고, 유바바의 사무실에 들어가 볼 수 있다. 세 번째 ‘돈도코 숲’에는 <이웃집 토토로>에서 사츠키와 메이가 살던 집과 마당, 그리고 대형 토토로 조각상이 서있는 숲과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지브리 파크는 새로 공개되는 두 구역에 관해 발표하며 “디즈니랜드처럼 완성되지 않는 테마파크로서 확장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현재의 5개 구역에 더해 제한을 두지 않고 추가로 새로운 구역들을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글 박수진 객원 필자
자료 출처 지브리 파크 웹사이트, 지브리 파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