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1

여름밤의 한 잔

[WHAT’S ON YOUR MAP] 무더위를 피해 찾아가는 서울의 주점 5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과 한증막에 와 있는 듯한 끈적한 공기. 한여름의 무더위를 통과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금세 지치기 마련이다. 푸른 해변이 기다리는 이국 어딘가로 훌쩍 떠나버리면 좋으련만, 피할 수 없는 현생의 틈에서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건 고작 시원한 술 한 잔뿐.

직장인 ・ 프리랜서 ・ N잡러로서 각자의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5인에게 물었다. “시원한 술 한 잔이 생각나는 여름밤이면, 어디로 달려가세요?” 막걸리부터 하이볼까지, 주종별로 기억해 두면 좋을 서울의 주점을 확인해 보자. 술 마시며 듣기 좋은 섬머 플레이리스트는 덤이다.

또또

임혜빈 현현 그래픽 디자이너

@neebeyhmi
사진 출처: 또또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

맛집 황무지인 우리 동네에서 한국식 선술집 또또는 보물 같은 곳. 여느 포차처럼 클래식한 메뉴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본 안주가 무려 콩나물잡채로 여기서 이미 게임 끝이다. 제철 재료로 만들어지는 메뉴와 그날의 기분과 날씨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술과 음악도 놓칠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무엇보다 또또만의 다정한 환대가 나와 동네 사람들을 이곳으로 또, 또 이끄는 게 아닐까.

(왼) 바질 막걸리, (오) 치즈 감자전 | 사진 출처: 또또

여름에 꼭 마셔야 할 드링크

바질 막걸리 ‘너디호프’. 바질과 막걸리라고? 잠깐의 갸우뚱을 지나 이제는 마실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맛이다. 너무 무겁지도 드라이하지도 않으면서도 바질의 신선한 향이 스치는 막걸리라니. 올해 여름에는 화이트 와인 대신 바질 막걸리가 계속 생각난다. 음료처럼 자꾸 들이키게 되는 부드럽고 청량한 맛!

 

함께 곁들이면 좋을 안주

‘전에는 막걸리’라는 국룰을 따라 바질 막걸리에는 치즈감자전을 먹어야 한다. 감자전과 함께 피자 커터를 들고 오신 사장님의 커팅 퍼포먼스까지 완벽하다. 코리안 피자와 코리안 알코올의 만남이라. 술이 안주를 부르고 안주가 술을 부른다.

사진: 임혜빈

여름밤의 술 한 잔과 함께 듣는 노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여름밤

https://youtu.be/U9lhvOK5qMQ

 

이 음악을 듣는 6분 동안만큼은 가사 그대로 “아무도 없는 해변에 누워” 있는 느낌. 유튜브에 있는 라이브 영상을 함께 보면 곧 내 방이 밤바다가 된다. 신디사이저 사운드와 보컬 조웅의 목소리가 나의 무더운 여름밤을 휘저어 이내 황홀해진다.

또또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천로6길 2 1층(연희동)

인스타그램: @ddoddo.seoul

콘솔러

임대환 카카오 마케터

@_limdae
사진: 임대환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

효창공원역 골목에 위치한 작고 아늑한 공간이다. ‘위로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가게 이름답게 그 계절에 가장 예쁘게 핀 꽃과 집밥같이 포근한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 힘을 잔뜩 준 힙한 와인 바도 좋지만, 가끔 그저 편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와인을 마시고 싶을 때 찾는 곳. 테이블 사이 간격도 넉넉해 방해받지 않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다. (이미 동네 소개팅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왼) 콘솔러 메뉴 중 하나인 '뵈프 부르기뇽', (오) 따뜻한 조명 아래 위치한 테이블. | 사진: 임대환

여름에 꼭 마셔야 할 드링크

‘트레드 소프틀리 프로세코’를 추천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있는 산미와 당도가 좋은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이다. 무더운 여름에 잘 어울리고, 가볍게 홀짝이며 이야기 나누기 좋아 모임의 첫 와인으로 시작하기에 이만한 게 없다.

 

함께 곁들이면 좋을 안주

우선 닭다리살 구이는 꼭 시키도록 하자. 노릇하게 구운 닭다리살을 매쉬드 포테이토, 케이퍼와 곁들여 먹는 콘솔러의 대표 메뉴다. 피노 누아 와인에 푹 재운 소고기로 만드는 뵈프 부르기뇽도 안 먹고 지나치면 아쉬운 별미.

사진 출처: 콘솔러

여름밤의 술 한 잔과 함께 듣는 노래

🎧Caroline Polachek – Welcome To My Island

https://youtu.be/hxgcz_6GKX0

 

도입부가 끝내주기 때문에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귀와 마음이 시원하게 뻥 뚫린다. 뜨거운 태양 아래 새파란 오픈카를 타고 아무도 없는 해안도로를 달리는 기분을 3분 53초 안에 꽉 채운, 올여름 나의 최애 팝.

콘솔러

위치: 서울시 용산구 백범로 326 2층

인스타그램: @consoler_bar

가양양꼬치 강남점

에리카팕 텍스트셰프 (콘텐츠 에디터・카피라이터)

@eprikot

사진 출처: 가양양꼬치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

사회초년생 시절, 회식을 비롯해 단체 모임에 적합한 맛집을 검색하다 연을 맺은 곳. 사회생활의 초년이자 미식의 초년을 나는 여기서 시작했다. 이후로 사회생활 하며 어려움에 부딪칠 때마다 가양양꼬치에서 맥주잔을 부딪칠 생각만 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가양양꼬치 꿔바로우에 칭따오만큼은 내 마음에 맞장구를 쳐줬으니까. “아~ 부딪쳐!” 하면서 건배하기에 이만큼 만만하고 편안한 곳이 없다.

사진: 에리카팕

여름에 꼭 마셔야 할 드링크

맥주 하면 칭따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세계맥주시대에, 또 우리나라 암반수로도 청량한 라거를 만드는 이 시대에 칭따오를 찾아서 어쩐지 송구하지만, 발칵발칵 들이켜서 가슴팍이 짜릿짜릿하고 싶을 때 칭따오만큼 제격인 라거가 있을까?

 

함께 곁들이면 좋을 안주

칭따오에는 자동으로 양꼬치가 떠오르지만, 사실 맥주 안주로는 꿔바로우만 한 게 없다. 새콤을 넘어, ‘색콤’한 소스를 묻힌 청키한 북경식 찹쌀 탕수육. ‘가위질을 하면서도 침이 나온다’고 떠올리는 지금도 침이 나온다. 씁.

사진: 에리카팕

여름밤의 술 한 잔과 함께 듣는 노래

🎧Saint Motel – Cold Cold Man

https://youtu.be/Of3jUuQzH2o

 

나한테는 무더위 때마다 듣는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이름하여 ‘제습 상쾌 청량 리스트’. 고막이 제습되는 기분의 청량한 노래들을 모았는데 그중에서도 <Cold Cold Man>은 제목부터 차디차서 제.상.청 리스트 1번으로 꽂아놨다. 도입부 건반 사운드에서부터 체감 고막 습도 0에 수렴하는 노래.

가양양꼬치 강남점

위치: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69길 11 삼미빌딩

퍼킹어썸 바

김보라 뮤직 큐레이터

@v_vw_w

사진 출처: 퍼킹 어썸 바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

술맛을 좌지우지하는 숱한 요소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음악과 공간이다. 이 두 가지가 쫀득하게 붙으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데, 퍼킹어썸 바가 바로 그런 곳이다. 자유분방하면서도 적당한 무게감을 지닌 공간 분위기와 전체적인 바이브에 맞게 흘러나오는 음악의 밸런스가 아주 훌륭하다.

퍼킹어썸 바의 '아페롤 스프리츠'와 '판 콘 토마테' | 사진: 김보라

여름에 꼭 마셔야 할 드링크

오렌지의 달콤 쌉싸름한 맛과 청량한 탄산이 일품인 칵테일 ‘아페롤 스프리츠’. 이탈리아의 식전주로도 유명하다. 식전주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기기 좋아 자주 찾는다. 퍼킹어썸의 설립자 제이슨 딜은 거의 매일 아페롤 스프리츠를 마신다고. 이 바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칵테일인 이유다.

 

함께 곁들이면 좋을 안주

퍼킹어썸 바에서 ‘판 콘 토마테’를 처음 접했다. 스페인의 타파스 메뉴로 구운 빵과 생마늘, 토마토에 올리브 오일과 소금을 곁들인 요리다. 거창한 건 하나도 없는데 먹고 돌아서면 자꾸만 생각나는 게, 마치 평양냉면 같달까. 앞서 소개한 아페롤 스프리츠와 페어링해서 마셔 보길 추천한다.

사진 출처: 퍼킹 어썸 바

여름밤의 술 한 잔과 함께 듣는 노래

🎧CHS – 땡볕

https://youtu.be/M4pOIokBRZ0

 

무더위를 날려버리기보다는 오히려 지그시 눌러 잠식시키는 이열치열 느낌의 음악. 파도 소리로 시작하는 인트로부터 잔잔한 드럼 비트와 기타 리버브, 사이키델릭한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매력적인 곡이다. 어느 여름날의 해변가, <땡볕>과 칵테일 한 잔만 있다면 그곳이 바로 극락이다.

퍼킹어썸 바

위치: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4길 8 B1층

인스타그램: @fuckingawesome

녹턴사카바

신현오 브랜드 마케터 ・ 도보마포 운영자

@talktoshin_, @dobomapo

사진: 신현오

이곳을 즐겨 찾는 이유

망원동에서 1차, 2차를 즐기고 마지막으로 여름밤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싶을 때 어김없이 향하는 곳. 와인부터 하이볼, 칵테일, 삿포로 생맥주까지 다양한 주종의 선택지가 있어서 좋다. 적당히 어두운 조도와 쉴 틈 없이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 은은하게 퍼지는 인센스 향은 분위기를 한층 낭만적으로 만든다. 친구가 썸이 되고-썸이 연인이 되고-연인이 부부가 되는 기적의 도파민 맛집, 플러팅 성지라고나 할까.

(왼)녹턴사카바의 '나폴리탄'과 하이볼 | 사진: 신현오

여름에 꼭 마셔야 할 드링크

녹턴사카바에는 2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하이볼이 있다. 그중 내가 가장 많이 찾는 건 단연코 얼그레이 하이볼. 진한 얼그레이 티의 향과 뒤이어 퍼지는 단맛, 기분 좋게 올라오는 알코올까지. 녹턴사카바의 분위기에 맞는 가볍고 기본적인 하이볼이라 자주 찾게 된다.

 

함께 곁들이면 좋을 안주

나폴리탄을 빼고 말할 수 없다. 가볍게 먹고 싶지만, 부실하게 먹고 싶지는 않을 때 제격인 메뉴. 떨어진 입맛도 싹 돌게 하는 새콤달콤한 맛에 소시지와 파마산 치즈, 정갈하게 올라간 써니사이드업을 휘휘 저 먹으면 술이 절로 들어간다. 얼그레이 하이볼 외에도 어떤 주종에나 다 잘 어울리는 마성의 안주.

사진: 신현오

여름밤의 술 한 잔과 함께 듣는 노래

🎧Matt Maltese – Like A Fish

https://youtu.be/WImzy5ehjjE

 

내가 좋아하는 여름의 느낌을 정확하게 담고 있는 노래. 여름이 되면 날도 덥고 에너지가 과하게 발산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너무 들뜨지도 너무 쳐지지도 않게 여름의 속도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음악이다. 한강공원에 앉아 듣고 있으면 마음 한 켠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녹턴사카바

위치: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37

인스타그램: @noxsaka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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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객원 필자

자료 출처 또또, 콘솔러, 가양양꼬치 강남점, 퍼킹어썸 바

김정현
프리랜스 에디터. 동시대의 흥미로운 사람과 장소와 콘텐츠를 소개한다. 에세이 『나다운 게 뭔데』를 썼고, 유튜브 채널 <현정김>을 운영한다. 뭘 다루든 은근슬쩍 내 이야기를 껴 넣을 때 가장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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