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1

나만의 향을 브랜딩하다

더 퍼퓸 클럽 바이 수향
향기 브랜드 수향이 서울 성수동에 ‘더 퍼퓸 바이 수향’을 오픈했다. 이곳은 단순히 쇼룸이 아니다. 고객과 깊고 장기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수향만의 가치를 전달하고 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증폭시키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곳. 향 콘텐츠에 대한 김수향 대표의 오랜 고민이 응집된 공간이기도 하다.
더 퍼퓸 바이 수향에 들어서면 바 형태의 긴 테이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이 수향 브랜드의 철학을 집약한 심장과도 같은 공간. ⓒ Soohyang
수향의 아주 새로운 도전, 더 퍼퓸 클럽 바이 수향

과감한 선택이었다.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향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크리에이티브 하는 일. 또 이것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일이란 그리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수향 대표는 ‘냄새를 맡는 즐거움’이란 메시지에 집중했다. 기존 수향의 제품이 생성되던 서울 성수동의 공장을 전면 리뉴얼하여 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프라이빗한 공간을 완성한 것. 고급스러운 도서관를 방불케하는 더 퍼퓸 클럽 바이 수향은 향뿐만 아니라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가 가득하다.

공간에 조도와 빛의 연출로 향을 비롯해 사물의 물성에 집중할 수 있다. ⓒ Soohyang
수향의 시그니처 향부터 새로 개발하고 있는 향까지, 마치 하나의 레시피처럼 아카이빙 해두었다. ⓒ Soohyang

더 퍼퓸 클럽 바이 수향의 심장과도 같은, 공간 중심에 있는 퍼퓸 라이브러리의 바에 앉으면 나레이션과 함께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앞에서 향을 제안해줄 큐레이터가 책을 꺼내듯 수향의 시그니처 향부터 새로운 향까지 하나씩 내어주며 시향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나의 시향이 끝날 때마다 앞에 놓인 메모지에 느낀 감정과 떠오르는 향의 네이밍을 적어 둔다. 모든 시향이 끝나고 그 중에 마음에 들었던 향을 선택하고, 프로그램 참여자 중 나와 같은 향을 좋아한 사람들끼리 그룹을 형성하고 서로 얘기를 나눈다. 물론 처음 본 사람이지만 ‘같은 취향’이어서인지 대화가 즐거웠다. 어쩜 향 하나로 취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고 이렇게 자연스럽고도 친근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을까. 공간에 담긴 스토리가 더욱 궁금해졌다.

더 퍼퓸 클럽 바이 수향은 기존에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수향의 공장이었다. ⓒ Soohyang

Interview with 수향

김수향 대표

‘더 퍼퓸 클럽 바이 수향’은 어떻게 기획되었나요?

수향은 향 브랜드로서 지난 9년간 캔들과 디퓨져와 같은 방향제 제품을 만들어왔어요.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하고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죠. 그러나 이제 브랜드의 또 다른 새로움, 더 나은 10년을 계획하면서 단순히 제품을 넘어 향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과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싶었어요. 저희의 모토인 ‘Life is better when you smell nice. (좋은 향기는 운명을 좋은 방향으로 이끕니다)’를 적극적으로 실현해보고 싶었습니다. 향이 가진 다양한 매력이 세상에 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죠.

 
세상의 다채로운 향을 많이 맡아보셨을 텐데, 평소에 어떤 향을 좋아하나요?
아직 아무런 이름도 형상도 갖추지 않은, 마치 갓 태어난 향기들을 편견 없이 냄새를 맡을 때 호기심과 창조의 영역이 자극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시향 방법입니다. 조향사의 손끝에서 완성한 조화로운 향이 코끝에 와 닿을 때면 굉장한 산해진미를 맛본 것과 같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대단한 스토리의 영화를 감상한 것도 같기도 하고, 막 운명의 상대와 손을 덥썩 잡은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웃음)
 
그래서 예쁜 라벨이나 보틀, 호사스러운 카피나 광고 모델이 판매에 대한 압박을 행사하기 전 향 자체 그대로의 매력으로 정면 승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스포트라이트 받아야 하는 건 ‘냄새를 맡는 즐거움’이죠. 그렇게 기획을 시작한 것이 바로 ‘더 퍼퓸 클럽 바이 수향’ 이었답니다.
"가장 스포트라이트 받아야 하는 건 ‘냄새를 맡는 즐거움’이죠." ⓒ Soohyang

그래서 수향 클럽의 프로그램이 탄생했군요. 나레이션과 큐레이터, 음악, 공간의 조화가 어우러진 듯한 느낌이 좋았어요.

향을 맡는 순간 아주 사적인 영약으로 응축되었다가 사회적인 영역으로 확장되는 경험. 퍼퓸 클럽 바이 수향의 오프닝 프로그램을 참여한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이라 하더라고요. 향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개인의 감각에만 의지해 자신의 취향을 찾아내고, 그것을 매개체로 타인과 교감할 수 있도록 구성한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이것은 저희 여정에 아주 첫 부분입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된 형태로 무형의 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냄새를 맡는 즐거움’을 강화하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어요. 이 과정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고 싶습니다. 음악, 시각 도구, 패션, 플라워 데커레이션, 음료, 퍼포먼스 등등. 그 어떤 것이라도 창조성을 자극하는 도구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향의 취향별로 그룹핑하여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은 어떻게 고안되었나요? 또 향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향에 대한 취향은 태어났을 때부터 어느 정도 정해집니다. 향의 취향이 나와 맞는 사람을 알아보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란 문구처럼 향은 아주 사적인 영역이며 누구에게 선택되었을 때 비로소 자기만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향기는 하나지만 그 느낌은 맡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의 매력을 뽐내죠. 그렇게 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내면의 취향을 찾게 돼요. 그러면서 비로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존재가 궁금하게 됩니다. 개인에 대한 자각을 통해 커뮤니티에 기꺼이 속할 의지를 갖는 것이죠.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둔 체험형 콘텐츠인 셈이에요.

바 형태로 이뤄진 이곳에서 더 퍼퓸 클럽 바이 수향이 준비한 프로그램, 큐레이션이 진행된다. ⓒ Soohyang

공장이 아주 멋진 공간으로 탄생했어요. ‘더 퍼스트 펭귄’이 공간 디렉팅했는데 과정은 어떠했나요?

더 퍼퓸 클럽 바이 수향에서는 기존의 수향의 이미지를 탈피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고 싶었어요. ‘더 퍼스트 펭귄’은 수향이 바라는 이상적인 공간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이상적인 팀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사로잡는 건 공간 중앙에 있는 퍼퓸 라이브러리입니다. 더 퍼퓸 클럽 바이 수향이 추구하는 세계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기획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는데 더 퍼스트 펭귄 팀은 퍼퓸 라이브러리의 무게감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서 더욱 완벽한 공간이 탄생한 것 같아요. 고급스러운 목재로 자체 제작한 디스플레이에 백여가지의 향을 담을 수 있는 향기 도서관이죠.

 

 

프로그램에서 클럽 수향의 의도를 엿볼 수 있듯이 커뮤니티를 강화한 공간 구성이 눈에 띄어요.

수향의 감각으로 아카이빙된 향은 앞으로 다채로운 콘셉트를 통해 멤버십 멤버에게 깊이 있게 공유합니다. 멤버들은 각 향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남기고, 이후 이곳의 향들은 대출 기록표가 달려 있는 도서관의 책들처럼 평가들과 함께 보관되는 것이죠. 퍼퓸 라이브러리를 중심으로 앞쪽에는 개인적인 시간을 음미할 수 있는 바 형태의 데스크를 놓았고, 뒤쪽으로는 애프터 파티 혹은 깊이 있는 소셜 활동을 위한 라운지를 마련했어요. 내부에서 외부가 슬며시 보이는 창은 공간은 비밀스러움과 바깥세상의 호기심을 교차하게 만듭니다.

소셜 퍼퓸 멤버십에 가입하는 수향이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제휴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다. ⓒ Soohyang

소셜 퍼퓸 멤버십 클럽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요?

멤버십 가입은 연회비를 납부하거나 온라인 활동의 참여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클럽 회원이 되면 더 퍼퓸 클럽 바이 수향의 공간을 상시 이용할 수 있으며 소셜 퍼퓸 프로그램, 향 컨설팅, 프리 드링크와 제휴 서비스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어요. 현재 클럽 가입 모집 중이며 일반인도 참여 가능한 온라인 서비스는 상반기 중 오픈 예정이에요.

 

 

앞으로 브랜드 수향의 행보도 궁금합니다.

수향은 향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 수향 클럽은 향 덕후들을 위한 커뮤니티 서비스입니다. 클럽 회원들이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활성화시키고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수향의 신제품이나 협업 프로젝트가 발매될 예정이에요. 이는 클럽 회원을 우선으로 판매될 거예요.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이지만 사람들을 모으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으로 향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 계획입니다.

김소현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수향

장소
더 퍼퓸 클럽 바이 수향
주소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7길 28
링크
홈페이지
김소현
호기심이 많아 궁금한 게 생기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ENFP. 그저 잡지가 좋아 에디터가 되었고 글 쓰기가 좋아 몇 년 째 기자를 하고 있다. 즐겁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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