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3

콘텐츠 마케터가 다녀온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웨이팅은 거들뿐"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사실 나이가 들면 설레는 일이 줄어든다. 내가 먹어봤던 음식, 내가 아는 맛, 내가 입어본 옷, 내가 가본 곳 등등 더 이상 새로움이 주는 감흥을 찾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럴까? 조금이라도 나의 심장박동을 빠르게 해주는 이벤트가 있다면 앞뒤 가리지 않게 되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했다. 이미 아는 내용이지만 아는 내용이 더 재미있는 법이다. 치킨도 아는 맛이 더 맛있는 것처럼 말이다. 암튼 영화의 감흥을 이어가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가 더현대서울에서 열린다고 해서 주말에 갈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인기가 너무 많아져서 그런지 첫날부터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렸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일부 주위 아재들이 포기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분들은 슬램덩크 다시 보고 와야 한다. 포기하는 순간, 시합은 종료니까.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을 좋아한다면 포기하지 말고 다녀오자. 오픈런 웨이팅 해보니 생각보다 할 만했으니까 말이다.

332번. 포기할 숫자는 아니다. 왜냐하면 예전 뉴진스 팝업스토어 때는 대기 번호가 500번대였기 때문이다.
웨이팅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에 셔터의 문이 열려도 매장까지 막 뛰어가지는 않는다.

더현대서울 오픈런도 경험이 쌓이니까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감이 생긴다. 10시 30분에 백화점이 오픈한다고 해서 10시 30분에 가면 안 된다. 최소 30분 전에는 입구에 도착을 해서 웨이팅을 해야 하는 것. 집에서 늦장 부리다가 살짝 늦어서 10시 5분에 도착을 했는데, 대기번호가 벌써 332번이었다.

 

332번. 포기할 숫자는 아니다. 왜냐하면 뉴진스 팝업스토어 때는 대기 번호가 500번대였기 때문이다. 300번 대면 나름 기다릴만한 것이었다. 웨이팅을 미리 한 사람들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로 들어갔고, 웨이팅을 한 사람들은 외벽에서 사진을 찍거나 다른 매장 구경을 하러 갔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전경, 더현대서울. 외벽에는 북산고의 베스트 5 캐릭터의 이미지가 걸려있다. 역시 이미지는 크게 출력해서 봐야 제맛. 사진: 이형기

나는 1시 7분에 내 차례가 되었다는 카톡을 받았다. 10시 5분에 웨이팅을 걸었으니까 3시간 만에 입장을 하게 된 것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를 갈 분들은 웨이팅 하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을 해야 한다. 나는 마뗑킴, 예일 x 나이스웨더 팝업스토어 구경을 했고, 라까예에서 식사를 했고, 수퍼말차에서 차를 마셨다. 이렇게 해도 시간이 남아서 블로그에 글도 하나 썼다. 그랬더니 3시간이 지나가더라.

에이카 화이트에서 제작한 의류. 각 캐릭터별로 영화의 장면을 삽입한 버전과 베스트 5를 모은 버전이 있다. 빨간색 티셔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안 사는 컬러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전 사이즈 품절. 사진: 이형기

드디어 입장.

팝업스토어 내 인원을 통제하기 때문에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을 할 수 있다. 공간은 크게 ‘컬래버레이션 존’과 ‘굿즈 존’으로 나누어진다. 입구 앞에 있는 존은 컬래버레이션 존. 입구에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의 판매 아이템 – 골프 관련 아이템, 여행, 오피스 아이템, 지갑 등과 의류를 소개한다. 

The First SLAMDUNK

빠질 수 없는 포토존. 위치 잘 잡지 않으면 왜곡이 되니까 스크린 아웃 잘해서 위치 잘 잡을 것. 사진: 이형기
볼 마커까지 만들었다. 아무래도 슬램덩크의 주요 타겟이 30, 40대 남성이기 때문에 골프를 칠 확률이 높으니 제작했을 터.
러기지 택.
슬램덩크 일본 오리지널 팸플릿과 번역 가이드.
그다음은 농구공. 슬램덩크를 연재했던 90년대 일본 고교 농구에서 실제로 사용됐던 농구공을 복각했고, 여기에 강백호의 산왕전 결승골을 프린트하였다.
이 공으로 농구할 사람은 없겠지만, 농구를 하게 되면 무조건 점프슛만 쏠 듯하다.
굿즈 존의 피규어들.
마지막은 포토매틱 포토부스. 각 캐릭터별로 탬플릿이 있다. 총 3장의 사진을 찍으면 끝인데 인기가 많다.
특전 포스터. 각 캐릭터별로 'OO가 어때서'로 카피를 썼는데 모든 캐릭터와 내용이 연결되는 게 디테일의 완성.
슬램덩크 챔프 슬램덩크 요약본이라고 보면 된다. 원작 만화 중 명인, 명장면 24화를 엄선해서 수록하였다. 사진: 이형기

심장이 뛰는 건 80년대생뿐일까?

오픈런 해서 다녀온 더현대서울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나의 청소년기 때 나온 만화가 20년이 넘은 지금에도 나를 설레게 할 줄이야. 이미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힘이다. 재미있던 점은 30, 40대 남성들이 돈을 엄청나게 쓴다는 것과 슬램덩크를 모르는 10대 20대들도 팝업스토어에 많이 왔다는 점이다. SNS 상에서 이슈가 많이 되면 세대를 뛰어넘어서 과거의 콘텐츠도 현재 세대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시간.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것이 현재의 기술 발달로 인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콘텐츠로 확장이 된 것. IP를 디지털 3D 컬러 영화로 만들 수가 있고, 패션과 가죽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즉석 사진기의 프레임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다음에는 어떤 콘텐츠로 확장이 될까 궁금해진다. AI가 결합된다면 어떤 뒷이야기가 나올지? 챗 GPT에게 슬램덩크를 입력하면 어떤 내용이 나올지?처럼 말이다. 내가 은퇴를 한 이후에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글 · 사진  이형기 객원 필자

진행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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