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빈 작가는 작업의 주요 모티프이자 출발점과도 같은 베어브릭에 현대인을 투영해 우리의 삶을 이야기해왔다. 본 전시에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친근한 대상인 동시에 아트토이 아이콘인 베어브릭을 차용한 작품 시리즈를 묶어 소개한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숫자다. 신작 ‘365일’과 ‘어제 오늘 내일’, ‘EVERYDAY’를 비롯해 ‘나를 위한 15개의 트로피’, ‘일주일’ 등 대부분의 작품명이 숫자를 포함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빚어낸 결과물로, 전시장에 전시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소모된다. 흙을 빚고 모양을 떠내어 갈아온 15년이라는 시간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상이었으나 작가에게는 그 매일이 모두 다른 의미를 가진다.
‘365일’은 이러한 일상의 특별함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다. 대형 캔버스 위 각기 다른 색상을 입은 동일한 형태의 베어브릭 365개가 정렬되어 있다. 즐겁고 신나는 날, 지치고 힘든 날 등 늘 다른 표정과 다른 생각으로 흙을 만져온 작가는 매일의 감정을 365개의 형상으로 빚어낸 것.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는 것은 어쩌면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무료한 일상이지만, 작가는 이 시간을 통해 만들어지는 우리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들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어쩌면 사람의 노동력이라는 것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먼지를 뒤집어쓰고 작품을 만지던 시간들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작업 과정이 떠오릅니다. 매일 다른 감정으로 만들어 낸 조각은 지난 시간의 모양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임지빈 작가노트 중 中
작가는 부단히 그만의 세계를 다져 온 15년이라는 시간에 그리고 그에 충실했던 스스로에게 격려를 보낸다. ‘나를 위한 15개의 트로피’ 연작은 그렇게 탄생했다. ‘EVERYDAY’ 역시 작업의 모티프인 베어브릭의 얼굴 형태를 마치 세포처럼 이어붙여 매일 행해온 작업이 가지는 가치를 은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여러 작업을 통해 많은 현대인과 교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우리 모두의 삶에 잠시나마 기쁨을 선사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의 모든 곳, 모두를 위한 예술은 결국 동시대 예술의 또 다른 중요한 가치를 지닌 공공미술이기도 하다. 본 전시를 통해 작가의 작품이 모두의 삶과 소통, 교감, 향유할 수 있는 공공의 의미로 작동하여 세상의 모든 곳을 예술의 감성으로 변모시킬 수 있길 바란다.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장디자인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