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2

2023 상반기 베스트 팝업

누가누가 잘했을까
가히 ‘팝업의 시대’가 아닐까 싶었던 2023년 상반기. 여러 브랜드와 크리에이터가 반짝이는 기획과 콘텐츠로 사람들을 주목시키고 오픈런 대란을 만들기도 했다. 헤이팝에 소개된 팝업스토어 중 기획과 구성, 화제성 면에서 베스트로 꼽힌 팝업을 소개한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이 공간이 지닌 힘, ‘공간력’이다.” 공간 전문가 박진배 교수는 저서<공간력 수업>에서 경험이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그 장소가 제공하는 서사와 정서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반짝’하고 사라지는 팝업스토어에는 어떤 공간력이 필요할까.

 

첫째, 시간성. 팝업스토어는 하루든 한 주든 제한된 시간 동안 펼쳐지는 이벤트다. 때문에 이 기간 안에만 경험할 수 있다는 제약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둘째, 기획력. 브랜드 상품만 나열된 팝업스토어는 대체로 외면받기 쉽다. 하나의 콘셉트를 입장부터 출구까지 끝장나게 보여줄 일괄된 콘셉트가 필요하다. 셋째, 참여도. 공간을 방문한 사람들이 이곳과 상호작용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협업이든, 구매든, 바이럴이든. 그렇다면 헤이팝에 소개된 많은 팝업스토어 중 기획과 구성, 화제성 면에서 베스트로 꼽힌 팝업은 무엇일까.

 

*순서는 팝업 오픈일순

나무증권 팝업스토어 ‘나무증권공항’

기간: 2023년 4월 2일 ~ 4월 13일 

장소: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이벤트홀

주최: 나무증권

전략ㆍ디자인ㆍ시공ㆍ운영 총괄 : LMNT(엘레멘트컴퍼니)

NH투자증권이 만든 모바일 증권거래 서비스, 나무증권은 ‘24시간 해외투자’ 서비스를 알리고자 해외투자여행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공항 콘셉트로 디자인한 공간은 티켓 발권소, 보안검색대및 환전소, 출국심사대, 기내, 면세점까지 그대로 재현해 오랫동안 해외여행에 발 묶였던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대한항공과의 협업으로 퍼스트 클래스 좌석을 체험하게 했고, 나무시드머니를 제공, 투자 종목이 적힌 무알콜 맥주를 뽑게 해 자판기 뽑듯 쉽고 재미있게 투자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나무증권 팝업은 화제성과 방문 만족도, 팝업의 성과 측면에서 고루 성공한 케이스다. 전체 방문객은 18,839명으로 집계되었고, 신규 계좌 개설은 9,532건, 투자지원 고객은 3,961명 바이럴 콘텐츠는 116만 명에 달했다. 무엇보다 나무증권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한편, MZ세대에게 해외주식이 쉽고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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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플래닛47 팝업스토어

기간: 2023년 4월 5일 ~ 4월 23일 

장소: LCDC 

기획 및 운영: 선데이플래닛47

후원: 가르니르, 오틀리, 아임에코, 위드플랜츠, 레어로우

 

반려 식물 브랜드, 선데이플래닛47은 샌드위치 가판대처럼 원하는 대로 식물과 토핑을 고르는 재밌는 콘셉트의 팝업을 열었다. 식목일에 문 연 팝업스토어 ‘Time for Something Green’은 총 4개 세션을 통해 식물의 소리와 향, 맛을 경험하게 했다. 특히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 건 식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음 코너. 식물이 가진 고유의 파장을 소리로 변환해 여러 음역대로 전달한다. 식물이 아직 어려운 이들을 위한 식물 정보 키트와 영양제, 장비들을 소개하는 한편, 토핑 존에서는 여러 컬러의 마감석을 구비해 개성 있는 화분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특히 원하는 대로 화분과 식물을 고르고 조합해 전문가에게 주문할 수 있는 코너는 색다른 식물 경험을 제공했다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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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 시장-바

기간: 2023년 5월 5일 ~ 5월 28일

장소: 광장시장 (365일장, 히든아워, 남일문 3곳 동시 진행)  

기획 및 운영: 제주맥주

협업: 321플랫폼  

 

야외 활동하기 좋은 5월, 핫플레이스를 찾아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팝업은 단연 제주맥주 시장-바였다. 제주맥주가 시그니처 제품인 ‘제주위트에일’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로컬 미식 여행’을 콘셉트로하는 ‘시장 바’를 기획한 것. 광장시장에서 왁자지껄 맛있는 ‘시장카세(시장에서 판매하는 여러 지역 음식과 오마카세를 합친 말)’에 제주위트에일을 곁들일 수 있도록 가판대를 운영하는 한편, 자체 제작 안주와 맥주잔을 세트로 구성한 제품 및 굿즈를 체험할 수 있는 스토어, 맥주 바를 운영했다. 제주맥주는 팝업이 열린 3주 동안 총 5만여 명이 방문했고 관련 SNS 해시태그는 1만 건 이상 노출되었다고 집계했다. 시장-바는 그 여세를 몰아 다음 달인 6월 더현대서울 팝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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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페인트 팝업스토어 ‘마이 아우라’ 

기간: 2023년 5월 5일 ~ 5월 14일 

장소: 성수 루프 베이커리 카페

기획 및 운영: 삼화페인트, 51퍼센트

디자인: 51퍼센트, 레이아웃(공간), 바톤(그래픽) 

 

제품을 드러내기보다 브랜드의 본질을 보여준 팝업도 있었다. 삼화페인트의 ‘마이 아우라(My Aura)’ 팝업스토어는 자신의 내면을 찾아가는 여정을 준비했다. 공간 어디에도 페인트의 알록달록한 구성이 없었다는 게 포인트. 대신 입장 시 MBTI와 비슷한 ‘나만의 아우라’ 테스트를 한다. 비행기 티켓처럼 생긴 결과지를 들고 하나씩 투어를 하면 되는데, 나의 성향과 맞는 향, 컬러, 음악, 맛, 미디어아트 등을 경험하면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각 존마다 직접 체험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여정이다. 페인트하면 컬러와 기능, 인테리어만 이야기하던 기존 메시지에서 벗어나 집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요소, ‘안심 공간’을 이야기한 덕분에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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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차 팝업스토어 ‘더 크림 갤러리’ 

기간: 2023년 5월 19일 ~ 5월 31일 

장소: 더현대서울 

기획 및 운영: 크림차

공간 및 제품 디자인: 크림차, 글라모스튜디오  

 

프리미엄 티 브랜드 알디프가 론칭한 세컨드 브랜드 크림차. 크림차는 작년 성수에서 연 ‘드림 팝업’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 두 번째 팝업스토어를 공개했다. 지난 팝업에서 반응이 좋았던 크림 메뉴를 강화해 크림 브리오슈, 크림 푸딩, 크림 소다를 선보이는 한편 어메이징 브루어리와 손잡고 개발한 티 하이볼을 소개했다. 푸드코트와 브랜드가 집결된 더현대서울 지하 1층에서 열린 팝업은 시너지를 얻었다. 식사 후 간식거리를 구매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브랜드에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로 팝업 매장은 활기가 넘쳤으니까. 브랜드 세계관을 강화해 캐릭터들이 아티스트로 활약하는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를 만든 것도 MZ세대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더현대서울에 이어 현대백화점 미아점에서 앵콜 팝업을 진행했으며 8월에는 용산 아이파크몰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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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팝업, 어떻게 만들었나요?

LMNT(엘레멘트컴퍼니) 최장순 대표 | 나무증권 팝업스토어 기획 및 운영 총괄 

 

“나무증권이 공동체를 위해 달성해야 할 브랜드 목적과 지향 가치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24시간 해외 주식’이라는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핵심 강점)를 나무증권의 고유한 연상 이미지로 링크시키고자 세계관을 촘촘히 설계했고요. 남들이 잘 보지 않는 디테일을 신경써서 디자인했고 마케팅 KPI로 목표한 신규 계좌 개설수를 달성하기 위해 스탭들과 고객사 직원들까지 나서 고객 경험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고요. 결과적으로 나무증권 팝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고객사와 저희 LMNT 동료들이 서로를 믿고, 한 마음으로 움직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거의 매일 회의하면서, 당일 결정짓고, 잘못된 건 빠르게 시정하면서 애자일(Agile)하게 작업했습니다.”

수많은 브랜드의 팝업을 기획하고 운영하시죠. 성공하는 팝업의 조건과 최근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어반콜라보 류지선 국장

 

“성공에 정답은 없겠지만 잘 된 팝업을 보면 ‘고객만족 = 고객경험’ 중점의 브랜딩이 있습니다. 팝업 자체가 ‘판매가 목적이 아닌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전달’하는 상업 공간이다 보니 브랜드의 특징만 일방적으로 전달해서는 고객에게 감흥을 줄 수 없습니다. 고객이 생각하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정체성의 접점을 찾아서 팝업을 기획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이미지 전달은 물론 팝업에서 수익이 나길 기대하거든요. 수익으로 기획이 기울게 되면 팝업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고객에게 어필이 떨어지게 되는 단점이 생기게 됩니다. 최근 팝업 트렌드 중 하나는 ‘아트’인데요. 고객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전달하는데 예술품만한 것이 없다는 분위기예요. 대형 조형물이나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기획은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최근 다녀온 곳 중 인상 깊었던 팝업은 무엇인가요?

브랜드 마케팅팀 인턴, 최아영

 

“시시각각 트렌드를 파악해야하는 업무 특성상 기사도 많이 찾아보고, 팝업스토어나 전시도 자주 다니는 편이에요. 올해 상반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팝업스토어를 꼽으라면 삼화페인트의 ‘마이아우라’ 팝업스토어였어요. 요즘 MBTI 테스트가 인기잖아요. 나의 내면을 ‘아우라’로 정의하고 수많은 성향 중 내가 어떤 아우라를 가진 사람인지 살펴보는 게 즐거웠거든요. 특히 내 성향에 맞춰 제작한 미디어아트 존이 인상 깊었어요. 정말 깊은 에너지를 전달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요즘 인스타그램 인증을 권하는 이벤트들도 많은데 그런 요소도 없어서 좋았어요.”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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