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주 작은 오브제부터 공간 디자인까지 디자인한 다재 다능한 디자이너로, 1997년부터 산업과 패션 분화를 통틀어 활동해왔으며, 그의 가구와 공간 디자인은 다채로운 색감과 소재의 조합, 무드를 연출하는 조명의 배합, 세련되면서도 유희적인 디테일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하이메 아욘의 유니크한 트레이드 마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디자인과는 달리, 그는 소박하고 조용한 스페인 도시 발렌시아(Valencia)에서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심플함은 그의 겸손한 태도와 사람들을 환영해 주는 친근함 넘치는 유머 감각에서도 드러난다. 출장 계획으로 스케줄이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흔쾌히 받아 주었다. 이 인터뷰를 통해 하이메 아욘을 세계관을 소개한다.
Intervie with 하이메 야욘
디자이너님은 대대적으로 엄격한 경제학 전문가 집안에서 태어나셨다고 알고 있는데, 예술과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재능은 어디서 비롯되었나요?
제 가족의 전통과 학풍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가족들은 각자의 진로에 있어서 개인적인 자유와 재능을 항상 존중해 주고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일을 쫓으라는 격려도 늘 함께 였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스케이트 보드를 타기 시작했는데, 이 취미생활은 전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만나고 그들이 하는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해줬습니다. 스케이트보드의 세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스포츠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자신만의 스타일과 개성이 뚜렷했습니다. 저는 이들과 함께 스케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렸고 개성 넘치는 옷을 입으며 외국 음악을 듣고 다니곤 했어요. 자연스레 창의성, 독립성, 혁신성이 맴도는 분위기에서 자란 셈이지요.
디자이너님은 스페인 디자이너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하이메 아욘(Jaime Hayón) 스타일” 작품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갤러리, 전시관, 페어 등을 통해 알려지곤 했지요. 이러한 탑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걸어온 길, 그리고 그 길의 첫 걸음이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간략하게 말씀 드리자면, 저는 마드리드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파리 유학 장학금을 받아 프랑스에서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파리에서 유학을 마칠 무렵, 마침 이탈리아 베니톤 가족 연구 센터(Benetton Design and Communication Academy), 파브리카(Fabrica)의 실습 프로그램이 있어서 지원을 했고 운이 좋게도 합격했지요. 그래서 1997년에 파리에서 이탈리아 트라비에소(Travieso)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파브리카의 창의적이면서도 엄격한 규율, 도전적이고 거친 업무 환경에 적응해 가던 중 이듬해에 디자인 부서를 담당해 보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2003년까지, 약 6년간 디자인 부서 담당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들과 함께 다양한 국제적인 프로젝트들을 진행했지요.
그와 동시에 제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저를 친절히 환영해 준 보사(Bosa) 도자공방을 방문했고, 이 공방은 제가 마음껏 실험적인 작품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험적으로 시작한 이 작품들이 어느 순간 공식적인 디자인물과 프로젝트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런던에 있던 어느 갤러리의 오너 데이비드 길(David Gill)이 제 작품을 보더니 갤러리에 전시할 의향이 없냐고 묻더군요 (웃음). 그래서 제 첫 작품이 런던 데이드 길 갤러리(London’s David Gill Gallery)의 〈메디테라니안 디지털 바로크Mediterranean Digital Barroque〉전을 통해 국제무대에 오른 셈이지요.
디자이너님을 찾는 기업과 브랜드가 그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으로 귀국해서 발렌시아에 거주 중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덕분에 발렌시아는 예술과 문화의 도시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말이지요 (웃음).
(웃음) 저는 정말 다양한 곳에서 살아봤어요.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미국과 파리에서 유학을 했고 이탈리아 트라비에소를 거쳐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영국 런던에서 일을 했지요. 특히 흥미롭게도, 몇 년간 혼잡한 런던 한복판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활동한 적도 있는데, 당시 발렌시아에 출장을 올 일이 종종 있어서 이 도시를 몇 차례 오가곤 했지요. 그런데 저는 런던과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발렌시아의 소박함과 따뜻한 기후에 매료되었어요. 그렇게 수 년간 전 세계를 떠돌던 어느 날, 돌아갈 집과 맛있는 음식, 친근한 이웃이 있고 바다와 태양이 빛나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 발렌시아를 선택했어요. 어느덧 이 도시는 제 고향이 되어버렸지요.
한국에서 “하이메 아욘” 하면 ‘더 현대 서울(The Hyundai Seoul)’과 현대의 ‘모카 가든(MOKA Garden)’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현대에서 프로젝트들을 의뢰 받게 된 계기와 한국 대기업과 함께 일했던 경험은 어떠셨나요?
2019년에 대림미술관에서 <하이메 아욘,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이라는 개인 작품 전시가 개최되었는데, 긍정적인 평가와 정말 많은 관객들이 오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현대가 제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이와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한국과 한국 문화를 사랑합니다. 한국 주요 기업과 협업하는 기회를 통해,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퀄리티 높은 실력과 일을 처리하는 방식에 놀랐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들에게 창조와 혁신에 대한 존중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현대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과정이 매우 환상적이었습니다. 이런 한국에서 재밌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서 저에게 큰 영광이었지요. 현대와 함께 일곱 개의 개별적인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공간 하나 하나가 저에게는 매우 도전적이었던 만큼 완성되었을 때 더 큰 만족감을 줬습니다. 현대는 저를 전적으로 믿고 제가 마음껏 창의력을 펼칠 수 있게 지원과 배려를 해 줬습니다. 덕분에 매우 유니크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첨부한 비디오를 보시면 프로젝트의 진행사항을 보실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님은 현대 프로젝트 외에도 다양한 공간 디자인을 해 오셨는데, 유니크한 공간 디자인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여행과 다양한 문화를 알아가는 것, 그리고 예술 관람이 저에게 영감을 주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이 세상에서 저의 상상력을 촉진시키고 꿈을 꾸게 하는 모든 요소들이 저의 뮤즈이지요. 동시에 저는 전통문화와 잊힌 세계들의 열광적인 팬입니다.
저에게 디자인할 공간은 마치 백지와 같아요. 그리고 이 백지를 채우기 위한 표현과 제 머릿속의 창의성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찾아가는 과정을 거칩니다. 저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신비로운 분위기와 아늑함, 그리고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공간에 사용할 소재와 색감, 조명에 무척 신경을 쓰는 편이지요. 이 세 가지 요소들의 선택과 배치가 바로 공간을 유니크하고 세련되게 만드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디자인한 공간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모두 감탄하고,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으며, 또 다시 찾게 되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공간은 곧 탐험이어야 하니까요.
디자이너님은 공간 디자인부터 산업디자인, 패션 디자인, 오로로그(Orolog)라는 시계 브랜드까지 운영하고 계시지요. 앞으로 하이메 아욘의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지금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조만간 한국에서 공개될 아주 재미있는 서프라이즈가 있습니다 (웃음).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바르셀로나와 브뤼셀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있어서 현재는 화가와 조각가로 종사하고 있습니다. 디자인도 하지만 언제부터 예술가로서의 활동이 매혹적으로 느껴집니다.
바쁜 스케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프레스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저는 코리아의 열광적인 팬입니다. 볼 것이 너무나 많고 풍부한 문화와 흥미로운 배경이 너무나도 재미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도 계속해서 한국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을 하든 열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전적으로 몸과 마음을 바쳐서 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존재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하고싶은 일에 임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저에게 있어 일을 진심으로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김엘리아나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하이메 야욘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오로로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