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알아두면 좋은 공간, 팝업, 전시 소식을 가장 쉽게 받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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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6

‘과몰입’을 부르는 스타일, 넷플릭스 <사이렌: 불의 섬> 의상 디자인 비하인드

거침없는 여자들의 전투복
“직업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서바이벌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요즘도 직업에서 명예를 찾는 분들이 있느냐’고 많이 물어보셨어요. 아직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신 경찰, 소방, 군인, 경호, 운동, 스턴트, 여섯 팀의 출연자분들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7월 19일 열린 청룡 시리즈 어워즈에서 예능·교양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거머쥔 작품 〈사이렌: 불의 섬〉 이은경 PD의 수상 소감 일부다.
〈사이렌: 불의 섬〉 포스터 ⓒ 넷플릭스

지난 5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사이렌: 불의 섬〉은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3만 평 섬에 고립된 여성 24인이 직업으로 팀을 이뤄 겨루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다. 경찰관, 소방관, 운동선수, 경호원, 군인, 스턴트 배우에 이르는 여섯 개 직업군에서 활약하는 스물네 명이 참가자로 초대됐다.

참가자들은 “센 놈이랑 붙자, 그게 멋있지” “악바리는 자신 있거든요” 하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상대를 이기려 눈을 번뜩이고 악다구니를 썼다. 승리를 향한 갈망과 일에 대한 자부심을 숨김 없이 드러내는 여성들의 모습은 낯설었지만 반가웠다. 그들의 모습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욕망을 일깨우고 즐거움을 안겨줬다는 시청자들의 평이 연일 온라인을 달궜다.

〈사이렌: 불의 섬〉 방송 장면 ⓒ 넷플릭스

비일상적인 배경을 설정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시청자와 출연자 모두를 몰입하게 하려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철저히 뒷받침되어야 했다. 비주얼 요소는 특히 중요했다. 의상도 그중 하나였다. 출연자가 가파른 산과 갯벌, 바다와 나무 위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도록 견고하고 활동이 편안하면서도, 입는 이도 보는 이도 감탄할 만큼 멋스러워야 했다.

이 어려운 과제를 도맡은 사람이 이종화 리틀샤이닝모먼트 대표다. 그는 이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미디어가 흔히 여성을 비추는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옷의 핏과 실루엣까지 깊이 고민했다. 매 순간 한계에 부딪치고 결국 넘어선 프로그램 속 출연자들처럼, 이종화 대표 역시 수없이 한계를 느꼈다고. “결국 한계를 넘어섰음을 알게 되었을 때, 엄청난 성취감이 몰려왔습니다. 스스로 성장했다는 걸 알았어요.” 큰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의 기운을 이어, 더 커다란 꿈을 그리고 있다는 이종화 리틀샤이닝모먼트 대표를 인터뷰했다.

〈사이렌: 불의 섬〉 방송 장면 ⓒ 넷플릭스

Interview with 이종화

리틀샤이닝모먼트·엘라인 프로덕션 대표

리틀샤이닝모먼트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자 커뮤니티라고요. 다소 추상적으로 다가오는 소개인데요, 어떤 일을 도모하는 브랜드인가요?

덴마크에서 자전거에 치여 턱이 찢어진 적이 있어요. 턱을 부여잡고 낯선 나라의 응급실에 가면서, 당연하게 여겨 온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어요. 그때부터 ‘리틀샤이닝모먼트’라는 블로그형 사이트에 일상을 기록하게 됐고, 벌써 6년째에 접어들었어요. 쌓인 기록과 시간이 신기하고 특별한 사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리틀샤이닝모먼트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일들을 합니다. 저희의 모토는 ‘삶은 이런 작은 순간들로 이루어져요. 당신의 작고 빛나는 순간을 찾아요(Life is made of small moments like this. Find your own little shining moments!)’예요. 이 메시지를 실현하는 여러 일을 하고 있어요. 자체 제작 제품을 만들고, 다른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제품을 제작하고, 커뮤니티를 꾸려 사람들을 만나게 하기도 하죠. 메시지를 다양하게 풀어내는 일종의 무브먼트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거예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이렌: 불의 섬〉에 의상과 스타일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은경 PD와의 인연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요.

학부 졸업 후 CJ ENM에서 4년간 비주얼 디렉팅, 트렌드 리서치 등 다양한 업무를 하다가 퇴사했어요. 세상은 넓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였죠. 뉴욕에서 디자인 관련 석사를 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이은경 PD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음악, 춤, 옷 다 좋아하는 당신이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다”고 하셨죠. 신입사원 때 한국 문화와 의상을 힙하게 풀어보고 싶다고 말한 제 얘기를 기억하고 연락을 주신 거예요. 그렇게 연락을 주고받은 후, 넷플릭스 〈백스피릿〉 전통주 회차의 아트 디렉터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경력이 길지 않았던 저에게 “너의 센스와 신선한 시선을 믿는다”라며 북돋아 주신 말이 무척 큰 용기이자 동기가 됐어요.

〈사이렌: 불의 섬〉 방송 장면 ⓒ 넷플릭스

협업이 모두에게 만족스러웠나 봐요. 〈사이렌: 불의 섬〉으로 다시 함께하게 되었잖아요.

이은경 PD님이 본인의 입봉작이기도 한 〈사이렌: 불의 섬〉 전체 의상 담당을 제안하셨을 때 정말 놀랐어요. 처음 기획안을 보고 심장이 쿵쾅거렸던 기억이 생생해요. 기획안에는 ‘여자치고 잘한다’라는 편견을 뛰어넘고, ‘포기할 줄 알았다’라는 일반화의 한계를 뛰어넘었음에도 여전히 “한계가 어디인지 부딪혀 보고 싶다”고 말하는 여성들을 담아낼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요. 정말 멋진 프로젝트일 거라는 느낌이 왔어요. 당시 제가 전혜린의 책 〈목마른 계절〉을 여러 번 읽고 있었거든요. 모든 상황이 이 프로젝트를 꼭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스케일이 매우 큰 작업이라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꼭 하고 말겠다는 사명감이 있었죠. (웃음) 다음날 바로 연락을 드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오래 고민하고 싶지 않았어요.

 

〈사이렌: 불의 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영역을 담당했나요?

전체 의상과 스타일 기획∙총괄을 맡았어요. 전투복, 생활복, 운동복, 신발, 생존 가방, 속옷, 포인트 악세사리, 교관복 등 프로그램에 나오는 모든 비주얼 디렉팅과 스타일링 영역을 담당했습니다. 프로그램 기획 의도에 맞춰 출연자들을 있는 그대로 멋있게 담아내는 작업이었어요. 미션이 무엇인지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이나 위험 요소를 고려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전체 의상 구성|사진 제공: 이종화

말씀하신 대로 전투복부터 생활복, 운동복 등 옷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요. 다양한 의상을 아우르는 전체 콘셉트는 무엇이었어요?

심플하게 표현하자면, 전체 콘셉트는 ‘편하고 쿨할 것(Comfy yet cool)’이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활동성과 편리성이었고, 이러한 특성을 만족하는 동시에 멋져야 했죠. 옷 자체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있되 너무 뻔하지 않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거든요. 촌스러움, 멋짐, 과함을 가르는 건 결국 한 끗 차이라서 깊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통일성을 깨트리지 않는 선에서 약간의 포인트를 주려고 했습니다. 전투복의 컬러 포인트, 배지, 반다나 등을 활용해서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최대한 다양한 디테일들을 챙기려 했죠. 한 번 보고는 놓칠지 몰라도, 다시 볼 때는 ‘오?’하고 놀랄 수 있도록요.

전투복|사진 제공: 이종화

전투복은 점프수트 형태로 최종 결정되었죠. 왜 점프수트 형태였나요.

사실 전투복은 여러 디자인으로 기획하고 준비했어요. 그중 셋업과 점프수트가 최종 후보가 되었어요. 이 두 디자인 모두 준비해 두고 계속 입어보면서 마지막까지 장단점을 비교했습니다. 사실 전체적인 실루엣만 따지면, 셋업 형태가 흔히 떠올리는 전투복에 가까웠어요. 이 과정에서 제작진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프로그램 내에서 ‘사이렌이 울리면 바로 전투복으로 갈아입어야 한다’가 중요한 설정이었기 때문에 점프수트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환복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중요했거든요. 그뿐 아니라 점프수트의 형태가 묘하게 힙한 느낌도 있어서, 오히려 색다르고 새로운 전투복 실루엣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투복을 굿즈로 만들어달라는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아주 뿌듯합니다.

조끼를 입지 않았을 때, 점프수트 모습|사진 제공: 이종화
사진 제공: 이종화

환복이 쉬워야 할 뿐 아니라 흙을 뒹굴고 비를 맞아도 무리 없는 소재를 고르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전투복은 면과 폴리에스터 혼용 소재로 제작했는데요, 무겁지 않으면서도 주름이 최대한 덜 생기고 내구성이 좋아서예요. 편안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프로그램 속 다양한 미션도 고려해야 했죠. 물이 쏟아지고 흙을 기어야 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전투복 본래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기능성도 중요했고요. 또 〈사이렌: 불의 섬〉은 정말 말 그대로 ‘서바이벌’이라, 전투복을 여러 벌 준비할 수도, 매번 새로운 전투복을 지급할 수도, 따로 세탁하고 다림질할 수도 없어요. 그런 조건에도 버틸 수 있는 내구성과 물에 젖거나 흙에 뒹굴어도 멋을 잃지 않는 디자인을 모두 갖추려고 노력했습니다.

팀마다 다른 배지와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사진 제공: 이종화
전투복 하의와 신발|사진 제공: 이종화

전투복 곳곳에 숨은 디자인 디테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전투복 허리 부분에는 신축성이 좋은 밴드가 있고, 주머니 옆에는 숨은 슬릿이 있어 통풍이 잘되었어요. 힙 부분은 여유를 주어 여러모로 활동하기 쉽도록 했습니다. 개인별로 선호하는 핏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원하는 정도로 고정하기 쉽게 자석 벨트도 준비했고요. 디자인은 동일하더라도 팀마다 고유 컬러가 있어서 이를 활용해 각기 다른 포인트를 만들었어요. 팀별 배지와 이름표로 구분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죠. 신발은 일반 전투화가 아니라 ‘마더그라운드’라는 브랜드의 제품을 준비했습니다. 마더그라운드 제품은 밑창이 독특해서 인상적인 무늬를 남기거든요. 그 밑창이 땅에 무늬를 남기듯, 각자의 위치에서 근사한 흔적을 남기고 있는 출연자분들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조끼 디테일|사진 제공: 이종화

전투복 위에는 조끼를 착용해야 했죠? 크고 작은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조끼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조끼는 어떤 기능을 충족하도록 디자인했어요?

조끼 주머니에는 오디오, 고프로, 무전기, 미니 랜턴 등 여러 아이템이 들어가야 했어요. 아무래도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은 아이템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조끼 소재가 흐느적거려서는 안 됐어요. 물건을 넣어도 처지지 않도록 탄탄한 재질이여야 했죠. 실제로 몸싸움을 하게 되더라도 찢어지지 않는 튼튼한 조끼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조끼를 입어보며 비교하고 수정했습니다.

조끼에 작은 구멍을 내 카메라를 숨겼다.|사진 제공: 이종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특성 때문에, ‘옷에 카메라를 숨겨야 한다’는 과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옷을 입은 사람이 민첩하고 거칠게 움직이더라도 끄떡없고, 활동하는 데도 불편함이 없도록 카메라를 숨겨야 했을 텐데요.

제 학부 전공이 의류환경학이에요. 학교에서 디자인 스킬뿐 아니라 직물과 소재, 패턴, 소비자 심리, 마케팅 등 옷과 관련한 전반적인 것을 배웠어요. 그때 옷을 둘러싼 여러 요소를 인지하게 된 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다양한 요소를 모두 고려하려고 했어요. 의상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출연자와 제작진의 입장을 두루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제작진 입장에서는 카메라를 안전하게 숨겨야 했고, 출연자 입장에서는 이 카메라가 움직임에 절대 방해가 되면 안 됐어요. 시청자 입장에서도 카메라가 너무 눈에 띄면 프로그램에 몰입이 깨질 수 있고요. 그래서 카메라 렌즈 사이즈에 맞춰 조끼 주머니에 작은 구멍을 냈고, 방수를 위해 방수팩에 카메라와 배터리를 넣어 주머니에 고정했습니다.

촬영을 위해 디자인, 제작해 준비한 의상과 소품들|사진 제공: 이종화

생활복은 여러 상황에 맞춰 입을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성했더군요. 반소매 티셔츠와 반바지, 바람막이 재킷, 후디 등 여러 형태로요. 어떤 옷과 소품을 준비했나요?

너무 정형화되거나 통일된 생활복은 출연진 각자의 매력과 개성을 가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다양한 착장을 보는 재미가 또 있을 것이고요. 그래서 생활복도 팀별로 색상, 디자인, 핏, 구성을 다 다르게 만들었어요. 야외에서 주로 촬영이 진행되는 만큼 일교차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브라 톱, 민소매 티셔츠, 반소매 티셔츠, 반바지, 긴 바지, 바람막이 재킷, 후디, 아노락, 스웨트셔츠 등으로 구성하게 됐는데요, 양이 얼마나 많던지 다 포장하려니 이삿짐 박스 열세 개가 필요했답니다. 그뿐 아니라 생존 가방, 반다나, 신발, 카라비너 등도 준비했고요.

생활복|사진 제공: 이종화
생활복|사진 제공: 이종화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생활복의 모양이었습니다. 무릎 기장의 반바지, 여성복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라인이 사라진 티셔츠 등이 편안하고 활동하기 적합해 보였습니다.

출연자들이 전투복을 벗은 그 순간만큼은 잠시나마 아주 자유롭고 편안하길 바랐습니다. 〈사이렌: 불의 섬〉은 극한의 환경에서 한계에 부딪히면서도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24인의 우정과 분투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에요. 하지만 고난의 상황뿐 아니라 일상에서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했어요. 일상에서는 미션 상황에서와 또 다른 출연자들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을 테니까요. 일상에서 편안한 옷을 입었을 때만 나오는 모습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의상이 출연자들을 쉬운 방식으로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표정과 말, 행동에 집중하는 장치가 되어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또 저희가 구성을 준비하긴 했어도 이 옷들을 어떻게 매치해 입느냐는 온전히 출연자들의 선택이었어요. 각 출연자가 어떤 옷을 어떻게 믹스&매치해 입는지 보는 재미도 주려고 했습니다.

교관복|사진 제공: 이종화

교관들은 출연자 뒤에 무심히 서 있었지만, 그들이 걸친 옷은 공들여 만들었음이 느껴졌어요. 교관 의상에서 중요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교관 의상에서 중요했던 점은 전체적인 그림으로 봤을 때 크게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로그램 특성상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 교관들은 주인공이 아니라 배경처럼 보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동시에 무게감이 느껴져야 했고요. 그래서 교관의 의상은 모두 블랙 컬러로 통일했고 모자, 선글라스 등을 통해 개별성이 드러나는 요소를 최대한 차단했습니다.

팀별 배지|사진 제공: 이종화
팀 컬러를 정하기 위해 여러 샘플을 검토했다.|사진 제공: 이종화

팀마다 정해진 컬러가 있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팀 컬러가 결정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 제작진과 미팅을 할 때부터, 팀별 컬러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습니다. 각 팀을 떠올리면 해당 색상들이 자연스레 연상되거든요. 소방관은 주황색, 군인은 초록색, 이런 식으로요. 직업군 특성에 따라 컬러를 정했고, 그 컬러가 팀의 전반적인 무드를 만들었어요.

 

 

모두 다른 몸을 가진 참가자들에게 꼭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피팅이 필수였을 것 같아요. 피팅 과정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출연자의 전반적인 신체 사이즈를 전달받고, 옷 일부를 먼저 준비한 후 조금씩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요. 주어진 시간 안에 24명의 의상을 준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갑자기 바뀌는 사항도 많았고, 워낙 수량이 방대하기도 했고요. 또 출연진 모두가 같은 지역에 계신 것도 아니었기에 사전 프로필 촬영일을 노려 최대한 정확하게 수정했습니다.

피팅 모습|사진 제공: 이종화
피팅에 필요한 옷핀 쿠션을 착용하고 약속에 갈 만큼 〈사이렌: 불의 섬〉에 과몰입했다는 이종화 대표|사진 제공: 이종화

처음 피팅할 때 출연자분들이 전투복을 보고 설레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무척 뿌듯했습니다. 피팅 과정에서는 제가 무릎을 꿇은 채 바지 기장을 다시 잡거나, 신발 신는 것을 돕기도 하는데요. 이때 출연자분들이 어쩔 줄 몰라 하시면서 고마움을 표현해 주셨어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저도 더 잘하고 싶어졌죠. 여담이지만, 촬영일엔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지 일정이 끝나고도 정신이 없어 손목에 옷핀 쿠션을 낀 채로 약속에 참석했어요. 친구들이 그 옷핀 쿠션을 보고 패션이냐고, 멋지다고 해서 머쓱했습니다. 프로그램 준비 내내 〈사이렌: 불의 섬〉에 과몰입했던 게 사실이에요. (웃음)

소방팀 전투복 컬러와 잘 어울리는 리틀샤이닝모먼트의 주황색 에코백|사진 제공: 이종화

〈사이렌: 불의 섬〉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또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듯 몰입도 높은 콘텐츠가 된 데는 의상의 역할도 중요했습니다. 일상생활과 또 다른 차원에서 입을 의상을 디자인하는 일은 어떤 경험이었는지 들려주세요.

저는 〈강철부대〉 〈대탈출〉 〈더 지니어스〉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해요. 프로그램 성격은 모두 다르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거든요. 일상에서 벗어나 있는 설정과 뚜렷한 세계관으로 시청자를 깊게 몰입하게 한다는 점이죠. 또 팀워크와 개개인의 역량이 모두 느껴지고, 개인이 돋보이면서도 서로의 관계성이 드러나고, 심리 싸움과 치밀한 전략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합니다. 제게 〈사이렌: 불의 섬〉은 좋아하는 것의 총집합과도 같은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런 프로그램의 의상을 담당하는 건 정말 즐거운 동시에 부담스러웠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설 때가 있거든요. 훌륭한 작품에 누가 되지는 않을지 악몽을 꾼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긴장감과 부담감이 싫지는 않았습니다. 무언가를 잘해내고 싶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일 테니까요. 오랜만에 저도 제 한계를 넘어서는 기분이었고,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어 보람찹니다. PD님은 “사람들을 계속 꿈꾸게 하고 싶다”라고 하셨거든요. PD님 말씀처럼 일하는 스태프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꿈을 꿨고, 결국 실현시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새로운 시공간과 세계관에 몰입하면서, 정답이 없는 길을 열심히 헤쳐 나가는 기분이었어요.

 

 

〈사이렌: 불의 섬〉이 리틀샤이닝모먼트에도 어떤 기점이 되어 줄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브랜드이자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리틀샤이닝모먼트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려 하나요?

7월 19일, 청룡 시리즈 어워즈가 열렸어요. 〈사이렌: 불의 섬〉은 예능·교양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큰 사랑을 받으니 무척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이 에너지를 그대로 이어 나가, 리틀샤이닝모먼트도 꾸준히 하나의 무브먼트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분과 소통하고,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켜켜이 쌓아가며, 행복은 우리 일상 속 작은 순간들 속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요. 동시에 비주얼 디렉팅과 스타일링 작업은 ‘엘라인 프로덕션’이라는 이름으로 분리하여 병행하고 싶어요. 삶과 일상을 대하는 저의 태도가 많은 분께 좋은 영향과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 주세요!

김유영 기자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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