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4

여름 식탁에 어울리는 술, 시칠리아 와인의 산뜻한 매력

시칠리아 와인 프레스 디너에서 만난 토착품종의 맛
이탈리아의 섬 시칠리아.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인 시칠리아는 유럽, 아프리카, 중동을 연결하는 위치에 자리해 ‘유럽의 교차로’라 불린다. 다양한 문화가 혼재된 시칠리아는 약 9만 8천 헥타르의 포도밭이 있는 와인 생산지역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남부라는 위치적 특성으로 인해 더운 지역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시칠리아의 기후와 토양은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사진 제공: 와인21

다양한 토양과 기후 아래에서 다채로운 와인이 생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칠리아 와인을 아우르는 가장 큰 특징은 쉽고 현대적이며, 일상에서 캐주얼하게 즐기기 좋다는 점. 특히 고도가 높은 포도밭에서 가볍고 신선한 스타일로 생산되는 와인도 많아, 음식과 폭넓게 페어링하기에도 적합하다. 산뜻하고 편안한 스타일의 시칠리아 와인들은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

시칠리아의 포도밭. 사진 제공: 와인21
네로 다볼라 품종. 사진 제공: 와인21

한식과 어울리는 시칠리아 와인의 매력을 알리는 행사가 지난 5월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주은에서 열렸다. 와인즈 오브 시칠리아(Wines of Sicilia) DOC가 ‘시칠리아 와인 프레스 디너’를 개최하며 시칠리아 와인의 무한한 페어링 가능성을 선보인 것. 행사를 진행한 이인순와인랩의 이인순 대표가 시칠리아 와인의 탄생 배경부터 특성까지 두루 설명하며 와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사진 제공: 와인21

이날 와인과 함께 제공된 요리는 메밀증편과 탕평채, 월과채, 산적, 황태찜, 채끝등심 숯불구이 등 다채로운 한식이었다. 이인순 대표는 “신선하고 가벼운 스타일의 시칠리아 와인은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이 가능하다. 이번 행사는 파인다이닝에서 진행했지만 메뉴에 사용된 재료는 한식에 쓰이는 일반적인 식재료가 대부분이고, 시칠리아 와인이 우리 식재료와 잘 어우러지며 맛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한식과 시칠리아 와인의 페어링. 사진 제공: 와인21

와인에는 어떤 음식을 곁들여야 할지 고민이 되는 사람에게도 시칠리아 와인은 좋은 선택이 될 것. 여러 요리와 잘 어울릴 뿐 아니라 가격도 다양하게 형성돼 있어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이인순 대표는 “시칠리아 와인은 더운 여름, 차갑게 칠링해 편하게 마시기에도 좋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제공: 와인21
자연에 가까운 유기농 와인
사진 제공: 와인21

이날 행사를 통해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많은 시칠리아 와인이 자연에 가까운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성과 환경에 대한 존중은 시칠리아 와인 생산의 핵심이다. 이러한 특성을 띠게 된 데는 건조한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 건조한 날씨는 포도나무가 질병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낮춰 유기농 재배에 유리한 배경이 되는 것. 실제로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에서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빈야드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유기농 포도원의 면적이 베네토의 3배, 토스카나와 풀리아의 2배에 이르는 규모라고.

사진 제공: 와인21

이 땅의 와인 생산자들은 시칠리아섬의 기후 조건에서 포도나무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지속 가능 농법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시칠리아에서 활약하는 새로운 세대의 와인 메이커들은 친환경과 생물다양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신선하고 깨끗한 와인을 생산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사진 제공: 와인21
시칠리아의 대표 토착품종들

그렇다면 시칠리아에서는 어떤 품종의 포도가 자라고 있을까? 국제품종과 토착품종이 모두 자라는데, 그중 토착품종이 무려 70여 종에 이른다. 그릴로(Grillo), 네로 다볼라(Nero d’Avola), 카타라토(Catarratto), 카리칸테(Carricante),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 프라파토(Frappato) 등이 주요 품종이며, 그중에서도 화이트 품종은 그릴로, 레드 품종은 네로 다볼라가 가장 많이 생산된다. 이번 프레스 디너에서는 그릴로로 생산한 스푸만테와 화이트 와인, 각각 프라파토와 네로 다볼라로 생산한 레드 와인, 그리고 그릴로를 사용한 디저트 와인을 만날 수 있었다. 해당 품종을 100% 사용해 품종의 특징을 경험하기 좋은 와인들이었다. 각 품종의 특징을 아래에 소개한다.

한식과 페어링한 시칠리아 와인들. 사진 제공: 와인21

1. 그릴로(Grillo)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품종이다. 시칠리아의 전통적이고 대표적인 화이트 품종으로 시칠리아 중서부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에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높은 고도나 따뜻한 해변 근처에서도 잘 자란다. 초록빛이 감도는 옐로우 컬러에 신선한 복숭아와 시트러스, 열대과일 아로마와 흰 꽃 향이 특징이며 아로마의 지속성이 뛰어나다. 산도와 알코올이 균형을 이루고, 바디감은 가볍지만은 않아 종종 풀바디 와인으로도 생산된다. 많은 생산자가 실험적인 시도를 통해 다양한 스타일의 그릴로 와인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스푸만테부터 디저트 와인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레이트 하비스트로 디저트 와인을 만들기도 하고, 주정강화 와인인 마르살라를 만드는 데도 그릴로가 사용된다.

그릴로. 사진 제공: 와인21

2. 네로 다볼라(Nero d’Avola)
시칠리아에서 생산되는 포도 품종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종이다. 루비빛이 감도는 짙은 레드 컬러에 체리와 딸기 등 잘 익은 과일 향과 후추, 스파이시한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달콤하고 풍부한 과일 아로마에 부드러운 타닌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장기 숙성력도 탁월하다. 시칠리아 전역에서 잘 자라지만, 고도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생산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를테면 더운 남부 지역에서는 말린 과일의 특징이 느껴지는 풀바디 와인으로, 산악 지대에서 자란 네로 다볼라는 보다 우아한 특징을 띠는 와인으로 탄생하는 것.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품종이지만 최근에는 다른 와인 생산국에서도 네로 다볼라를 재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네로 다볼라. 사진 제공: 와인21

3. 프라파토(Frappato)
화사한 꽃과 체리, 라즈베리의 아로마가 풍부하게 느껴지는 품종으로, 시칠리아 레드 품종 중에서 가장 섬세한 스타일로 꼽힌다. 석회질과 모래 토양에서 잘 자라며 주로 시칠리아의 남부와 남동부 지역에서 재배된다. 바디감이 가볍고 타닌은 적은 편.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지만 놀라울 정도로 우아한 아로마를 보여준다. 더운 날씨에 즐기기 좋은, 무겁지 않고 경쾌한 레드 와인을 찾는다면 프라파토가 가장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프라파토. 사진 제공: 와인21
와인즈 오브 시칠리아 DOC 로고

김유영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와인21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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