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03

차가운 시대상을 담은 독일의 부르탈리즘 교회들

모던하며 정교한 쉐입이 인상적인 독일의 부르탈리즘 교회들
독일의 네비게스 지역구는 무려 1676년부터 순례지로 잘 알려져왔다. 이 아름다운 지역은 1675년부터 2019년 말까지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중심이었다. 작은 교회들이 계속 지어졌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매년 약 30만 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이곳을 방문하게 되고 가끔은 하루에 약 만 명의 순례자가 방문하기도 하면서, 이들을 맞이할 더 큰 교회가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1963년 독일의 건축가 고트프리트 뵘(Gottfried Böhm)은 네비게스를 위한 교회를 설계하기 시작한 뒤 몇 번의 수정을 거쳐 1966년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완성된 교회는 쾰른 대교구에서 쾰른 대성당 다음으로 큰 교회가 되었다. 초기 디자인은 훨씬 크게 계획되어 하루에 7000~80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나 현재 교회는 약 3000명의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 seier+seier
© seier+seier

프로젝트를 이끈 고트프리트 뵘은 독일의 저명한 건축가, 조각가, 대학교수이다. 그는 현대 건축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건축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서독의 후기 모더니즘을 형성한 독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86년 독일인으로서 최초로 권위 있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바 있다. 콘크리트, 강철, 유리를 사용한 조각적인 건축이 그의 특징적인 스타일이며, 그의 건축물 증 일부는 20세기의 건축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네비게스의 마리엔돔 교회는 그의 건축물 중 가장 잘 알려진 건축물이기도 하다. 부르탈리즘의 영향을 받은 마리엔돔 교회의 높이는 가장 높은 곳이 34m이며, 외벽은 최대 22m, 평균 두께는 80cm이다. 원래는 본당과 다리로 연결되는 약 40m의 독립형 종탑이 계획 안에 있었지만, 실제로는 건설되지 않았다.

© Markus Schweiß
©Farbhörer

마리엔돔 교회의 불규칙한 지붕과 광장같이 넓은 내부가 유니크하며, 마을의 아름다운 주변 환경과 대비를 이루는 차가운 콘크리트 구조물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기울어진 형태로 솟아있는 여러 지붕이 매우 독창적이다. 마치 산의 봉우리를 연상시키는 이 독특한 지붕들 덕분에 교회는 ‘신의 바위’ 등 여러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 지붕이 빙산이나 수정처럼 보인다는 다양한 의견들도 존재한다. 또한 실내에서 천장을 올려다볼 때도 지붕에 있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태양광이 입체적으로 반사되는 모양이 독특하다. 건축가 고트프리트 뵘이 이 특이한 모양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 적이 없기에 더욱 대중들의 궁금함이 커지게 되었다.

실내 공간에는 몇몇의 예배당과 본당 아래에 있는 크립트(Krypta)와 같은 프라이빗한 공간들이 존재한다. 교회의 입구는 낮게 위치해 있지만, 내부는 높고 넓게 개방되어 있다. 내부 디자인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는 고요함을 의미하는 장미이며, 이 장미는 성모 마리아의 모티브이다. 이러한 요소는 시멘트 벽에 부드러움을 더하고 적절한 햇빛이 들어올 때 레드와 화이트 톤이 강조되는 영역은 실내 공간에 성스러움과 위엄을 더한다.

© Johannes Bernard

한편, 독일의 보홀트에 위치한 가톨릭교회인 헤르츠 예수 교회(Herz-Jesu-Kirche) 또한 브루탈리즘 스타일의 건축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 교회는 1959년 처음 문을 연 뒤 2020년까지 존재했다. 1950년대에 보홀트 시는 금속 및 전기 산업을 통해 경제적으로 호황을 누리게 되면서 도심 북서쪽에 새로운 주거 지역을 개발하게 된다. 대략 만명 정도 규모의 구성원을 위해 시와 교구는 새로운 커뮤니티 센터를 계획하게 되었고, 이 커뮤니티 센터의 공동 창시자였던 클레멘스 뒬르머(Clemens Dülmer) 목사는 이곳에 새롭게 지어질 교회의 이름을 헤르츠 예수 교회로 지었다. 그리고 1957년, 독일의 건축가 하인리히 바르트만(Heinrich Bartmann)의 설계가 경쟁에서 1등을 차지하며 시공에 착수하게 된다.

하인리히 바르트만은 20세기 중반에 활동했으며, 공공시설, 종교 건물, 주거건물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남겼다. 그의 건축 중 일부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 기념물로써 보호를 받고 있다. 그는 현대적이고 기능적인 건축 양식을 선호하였으며, 그의 작품은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다. 주로 벽돌과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건축물의 형태와 공간을 조성하였으며 기하학적인 요소와 선명한 선들을 이용하여 건물의 외관을 강조하였다. 그는 헤르츠 예수 교회와 유사하게 주로 단순한 형태의 탑이나 돔을 갖춘 교회 건축물들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 Privatarchiv Elmar Nolte
© Privatarchiv Elmar Nolte

헤르츠 예수 교회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간주되는데, 그는 이 교회를 디자인할 때 단순한 형태와 건물의 비례를 중요시했으며 유리와 콘크리트를 활용하여 교회의 외부와 내부를 조화롭게 구성하였다. 건축물은 비대칭적인 높은 탑이 있는 서쪽과 본당이 있는 동쪽을 갖춘 전통적인 계획에 따라 지어졌다. 지붕은 접힌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지붕의 경사면은 완만한 각도로 구성되었다. 전반적으로 네덜란드 및 스칸디나비아의 건축 스타일과 부르탈리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본당은 성단 없이 매우 넓게 기능적으로 디자인되었으며, 특히 콘크리트 블록이 의도적으로 거칠게 설계된 글레이징 기법이 적용된 파사드가 눈길을 끈다. 교회에 모던함을 불어넣는 이 독창적인 요소는 독일의 순수 예술가 헬무트 랜더(Helmut Lander)가 디자인한 것이다.

 

2018년, 교회의 담당 목사는 60년의 오래된 역사를 지닌 교회 건물을 포기하기로 한 본당의 결정을 발표했으며 해당 부지에는 노인을 위한 요양 시설이 새롭게 지어질 예정이다. 2019년 9월 헤르츠 예수 교회의 마지막 미사가 거행되었고, 2020년 11월에는 교회가 완전히 철거되며 20세기 중반의 브루탈리즘 건축양식을 간직한 교회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 기록으로만 남게 되었다.

최새미 객원 필자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차가운 시대상을 담은 독일의 부르탈리즘 교회들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