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차별점은 이커머스임에도 싼 물건이 아닌 가치 있는 물건과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을 내세웠다는 것. 매달 230만 명 이상 사람들이 방문하고 6천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한 좋은 브랜드 성지가 된 비결이다. 29CM의 감도 높은 콘텐츠는 누가 만들까? PT, 29디자인뮤지엄(Design Museum), 어라운드 쇼룸(Around Showroom), 홈터뷰(29Home+Terview), 이구성수 전시의 브랜드 콘텐츠를 만드는 29CM 크리에이티브실의 세 리더를 만났다.
Interview with 29CM 크리에이티브실
김항래 | 실장
김혜인 | 기획팀 팀장
정동수 | 디자인팀 팀장
— 29CM는 작년까지 미디어팀, 디자인팀으로 운영되다 올해부터 크리에이티브실로 통합, 확장해 운영하고 있다고요. 크리에이티브실은 어떤 조직인가요?
김항래 (이하, 래): 크리에이티브실은 29CM에서 만드는 모든 제작물을 총괄하는 조직이에요. 플랫폼 자체의 팬덤을 만드는 동시에 브랜드 팬덤을 만드는 역할을 하며 플랫폼의 장기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디어팀과 디자인팀을 합쳐 확장한 것은 고객에게 닿는 브랜드 경험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죠.
김혜인 (이하, 혜): 크리에이티브실 산하 미디어팀은 크게 에디터 및 기획자 직군인 기획 파트, 영상과 포토 직군인 스튜디오 파트로 나뉘어 있어요. 29CM의 에디터는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자이자 제작자이고, 크게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파트로 나뉘어요. 일반적으로 콘텐츠 에디터 혹은 광고 AE와 비슷한 직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동수 (이하, 동): 디자인팀은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으로 이뤄져 있고 5개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3개 파트는 콘텐츠 디자인으로, 흔히 알고 있는 PT나 쇼케이스, 어라운드 쇼룸 등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어요. 마케팅 디자인 파트는 퍼포먼스 혹은 브랜드 캠페인을 담당하고, 오프라인 경험 공간을 만드는 BX 파트가 있습니다. 제품 디자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디자인 작업을 크리에이티브실에서 맡고 있는 셈이죠.
|감도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감각
—29CM가 플랫폼과 브랜드의 팬덤을 만들어가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혜: 29CM의 미션은 ‘Guide to Better Choice’예요.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좋은 상품을 소개하고 삶의 취향이나 감각을 넓혀주는 게이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10년 넘도록 꾸준히 잘 쌓여져 왔고요. 대표 브랜드 콘텐츠 PT,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이야기를 담은 29디자인뮤지엄, 온오프라인을 확장하는 어라운드쇼룸 모두 29CM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고, 재방문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중요한 점은 기술보다는 감각. 기술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좀 더 잘하는 것은 따라 할 수 없는 ‘한 끗’이거든요. 기획, 디자인, 사진, 영상 등 전문 인력들이 한 조직에서 ‘인하우스’로 조직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분명 있습니다.
“
29CM 대표 프로젝트
”
PT
29CM의 간판 콘텐츠. 광고주에게 발표하는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의
약자인 ‘PT’를 내세운 것처럼 브랜드의 소구 포인트를 집중 소개한다.
광고 상품임에도 ‘요즘 뜨는 브랜드’의 바로미터였던 기획 콘텐츠였다.
2021년부터는 입점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콘텐츠로 운영 중이다.
29디자인뮤지엄 (29 DESIGN MUSEUM)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 특화 콘텐츠로 매월 감각적인 디자이너 브랜드와
완성도 높은 제품을 소개하는 콘텐츠. 층별로 미술관을 거닐듯 둘러보며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을 알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재밌다.
어라운드쇼룸(AROUND SHOWROOM)
오프라인 쇼룸이 있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콘텐츠로, 브랜드 디렉터가 직접 브랜드와
쇼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다. 디렉터가 추천하는 근방 핫플레이스 정보도 꿀팁!
홈터뷰(29HOME+TERVIEW)
공간과 사람,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하는
29CM만의 홈 콘텐츠. 아티스트 김참새, 공간 디렉터 최고요, 아파트멘터리 윤소연 대표 등이
인터뷰이로 나서 다채로운 ‘사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구성수(29CM SEONGSU)
공간 경험팀과 협업하여 이구성수에서 열리는
전시의 사이니지, 굿즈, 인쇄물 및 콘텐츠 페이지를 제작했다.
전시 테마에 맞춰 비주얼이 필요한 요소를 담당 및 제작하고 있다.
—감도 높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뛰어난 역량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도 중요할 것 같아요. 경직된 분위기에서는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나오기 어려우니까요.
혜: 크리에이티브라는게 주관적이잖아요. 그래서 더욱 수평적이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기본이에요. 의견을 주고받을 때도 자유롭고, 내가 기획한 것에 대해서는 상호 협의만 충분히 이뤄진다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피드백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분위기에서 서로 성장을 도모하기도 하고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 기획부터 발행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도 궁금합니다.
혜: 콘텐츠마다 상이해요. PT는 전체 기간으로 하면 두 달 걸려요. 기획부터 제작, 디자인까지 굉장히 깊이 파고들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편이죠. 모든 과정마다 수시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완성도를 높여요. 가장 짧은 제작 기간이 소요되는 건 일주일에 한 번씩 발행하는 수요입점회.
—카테고리 확장도 눈에 띄어요. 홈터뷰나 최근 론칭한 29디자인뮤지엄처럼 리빙 카테고리 전문 시리즈를 발행하고 있는데요.
혜: 리빙 중에서도 프리미엄 리빙 포지셔닝을 강화하려고 해요. 최근 리빙 카테고리의 수요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브랜드가 지닌 역사나 철학 등 포인트가 우리의 콘텐츠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요소가 되거든요. 반대로 수요가 없어서 확장 차 만드는 콘텐츠도 있고요. 브랜드사가 “레퍼런스 삼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피드백을 줬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래: 타깃 층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하는 콘텐츠도 있고, 반대로 약한 고객층의 수요를 넓혀보고자 기획하는 콘텐츠도 있습니다. 데이터를 발견해 전략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죠.
혜 : 29CM는 젠더리스하고 캐주얼 혹은 모던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미지가 강했어요. 그러다 보니 우먼 카테고리의 경우, 고객 취향의 폭이 넓은 것에 비해 다양한 스타일을 발견하기 어려웠달까요. 상대적으로 놓치고 있던 클래식 및 엘레강스 스타일을 조명하기 위해 ‘르 저널’이라는 신문 콘셉트의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죠.
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 콘텐츠 성과를 측정하는 ‘감도’
—커머스와 미디어 둘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사이 같아요. 물건을 팔아야 하는 콘텐츠와 감성을 중요시하는 콘텐츠가 늘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래: 조직이 있는 이유는 제품을 팔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그 화법을 만드는 건 우리예요. GMV*가 올라가는 것이 어떤 이커머스 조직에서든 베스트겠지만, 우리가 직접적인 화법을 아름답고 멋지게 구사해서 제품을 많이 팔겠다는 아니고요. 그보다는 고객이 어떤 브랜드를 어떻게 발견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편이죠. 콘텐츠를 통해 이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들고 스토리라인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첫 번째니까요.
*GMV, Gross Merchandise Volume 전자상거래상 일정 기간 동안 총매출액
동: 고객에게 전달할 때 ‘어떻게 전달하면 살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와 계속 함께 할까’를 생각해요. 공급자적 마인드로는 ‘여러분 이게 좋아요, 이렇게 쌉니다’를 얘기해야 하는데 29CM 자체가 ‘우리는 이래서 좋아요’를 이야기하는 분위기예요. 다른 조직에서 이미 좋은 제품을 가지고 와 주기 때문에 그 신뢰 하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콘텐츠 결과물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을까만 고민하면 되어서 오히려 심플하죠.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데이터 드리븐’이 중요할 텐데, 크리에이티브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래: 저희는 ‘데이터 드리븐’ 조직이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구매로 이어지는 데이터를 물론 보고 있지만, 크리에이티브실 내에서 감도를 측정하는 지표를 따로 만들었어요.
— 콘텐츠 감도를 측정하는 지표요?
래: 이전에는 콘텐츠를 만들고 얼마나 잘 ‘워킹’이 되고 있는지를 매출로 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이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냐 나쁜 콘텐츠냐를 판단했을 때 매출을 지표 삼기엔 어려움이 있었어요. 브랜드의 유명세나 가격, 카테고리 등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콘텐츠 조직 내에서 감도를 측정하는 지표를 따로 개발하게 되었어요. 고객들이 콘텐츠를 얼마나 읽었고, 여기서 얼마나 반응을 나타냈고, 얼마나 이 브랜드에 호감을 보였는지 나오는 결과치를 바탕으로 하는 감도 측정표죠. 이를 ‘콘텐츠 밸류 포인트(Contents Value Point)’, CVP라고 이름 지었어요. 업계에서는 최초가 아닐까 해요.
—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겠어요. 커머스 조직에서 콘텐츠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래: 지금까지 콘텐츠에 대한 여러 정성적인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대입해 정량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지금 당장 이 지표가 콘텐츠를 개선해야 하는 기준으로서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차츰 더 개발해나갈 생각이에요.
—29CM 디자인팀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동: ‘디자이너들이 일로 성장하는 문화’를 지향하고 있어요.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흔히 ‘포트폴리오 쌓이는 일’이라고 하는데 그런 일이 무엇인지 잘 정의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것이 비즈니스 결과일 수도 있고, 디자인적인 완성도일 수도 있겠는데요. 어떤 프로젝트든 각자의 목적을 향해 집중할 수 있게 시간과 여건을 만들어드리는 게 저의 역할인 것 같아요. 디자인만 잘하면 끝이 아니라 그 콘텐츠가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거나 ‘내 디자인이 어떤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분명 일하기 좋은 환경일 거예요.
—29CM가 감지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변화나 트렌드가 있다면 뭘까요.
혜: 사회가 개인화되면서 취향이 더 중요해진 느낌이에요. 자신만의 취향을 탐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여기에 쓰는 소비 역시 늘어났죠.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결국 내면의 철학이나 고유한 질서를 가지고 맥락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만드는 콘텐츠가 개인의 경험과 어떻게 하면 잘 연결될지 고민해요.
—지난 2018년 스타일쉐어에 이어 2021년 무신사에 인수되었는데 이런 변화가 업무에 영향을 준 점이 있나요?
혜: 크게 없었어요. 팀 역할이나 직무 자체가 변한 건 아니라 그런 것 같아요. 무신사에 인수되면서 기존 온라인에서 이구성수 같은 오프라인 콘텐츠를 만들며 오히려 역할과 판이 넓어진 느낌이에요.
—이야기를 나눠보니 조직 문화 자체가 콘텐츠에 대한 신뢰로 두텁게 형성되어 있는 점이 느껴지는데요. 리더 세 분에게 앞으로 목표를 물어볼게요.
혜: 저 스스로도 그렇고 팀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건, 간판 프로그램인 PT 콘텐츠를 능가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것.
동: 29CM, 하면 콘텐츠를 넘어 크리에이티브가 강하다는 인식을 주고 싶어요.
래: 글로벌 진출이죠. (일동 웃음) 네, 저는 글로벌을 통틀어 이런 이커머스 플랫폼은 본 적이 없기에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29CM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글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29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