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으로 갈라져 열리는 전원주택
네덜란드 브라반트주, 마스호스트 자연보호구역에 있는 이 집은 마치 칼로 자른 듯 반으로 갈라진다. 갈라진 집의 절반은 레일에 얹혀 있어 바깥쪽을 향해 밀면 데크 위로 움직이며 실내 공간을 변화시킨다. 집 가운데에는 통창 유리로 된 내벽이 있다. 내벽과 외벽을 끝까지 밀면 집 한가운데 커다란 야외 공간이 생기고, 외벽만 밀어내면 온실과 같은 중간 공간이 만들어진다. 외벽과 내벽을 얼마나 밀어내는지에 따라, 그날의 기분과 날씨에 맞는 테라스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중앙 공간의 바닥 한가운데에는 욕조가 빌트인 되어 노천탕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벽을 끝까지 민 후에는 가운데 목재 가벽을 펼쳐 공간을 구분해 사용할 수도 있다. 이중벽은 겨울철이나 숲속에서 실내 공간의 온도를 유지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한다.
슬라이딩 구조를 통해 다양한 구조를 연출할 수 있는 이 집은 네덜란드 건축 디자이너 카스파르 스콜스(Caspar Schols)의 아나 캐빈(ANNA Cabin) 시리즈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사람과 지구의 건강을 위해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집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인근 지역에서 자재를 수급하고, 조립 시간을 일주일 이내로 최소화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건축 방식을 채택했다. 전원생활을 위한 주택인 만큼 이중창과 강철 지붕 등으로 단열을 강화하여 다양한 기상 조건에 적합하게 만들었다.
내부는 거실, 주방, 욕실, 복층 침실 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또 전체적으로 자작나무를 활용해 아늑하고 자연 주의적인 인테리어를 연출했다. 난방 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외부 전기와 수도를 연결하는 방식이나 자급자족 방식 두 가지 모두 가능하다. 스콜스는 이 집이 최대 성인 3명, 혹은 성인 2명과 어린이 2명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단기뿐 아니라 장기 거주에도 적합하다고 소개한다.
| 아코디언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옥탑방
홈 오피스나 취미방, 게스트룸이나 창고로 쓸 만한 방이 딱 하나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다면? 이 독특한 접이식 공간이 눈에 들어올지 모르겠다. 간이 건물로 주로 사용하는 조립식 주택이나 컨테이너는 안정적인 대신 부피가 크고 무거워 설치할 수 있는 장소가 제한적이다. 에콰도르 키토의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IWI는 그보다는 가벼운 공간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도시의 빈 공간을 좀 더 아늑하면서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조립식 구조물을 만들었다. 아코디언처럼 접히고 펼쳐지는 방, IWI Cabin이다.
IWI는 캐빈을 피친차 화산이 보이는 키토의 도심 옥상에 설치했다. 캐빈은 밝은 색상의 편백나무 프레임과 흰 방수 캔버스 천, 통유리문으로 이루어져 자연광을 최대한 받아들인다. 바람과 눈, 비 등 궂은 날씨에도 안전하다. 캐빈에는 미니 싱크대, 수납장, 테이블과 의자 세트가 설치되어 있으며 전기와 수도를 연결할 수 있다. 완전히 펼쳤을 때 면적은 약 8.5제곱미터다. 1~2인 오피스나 요가, 스트레칭을 할 만한 크기의 공간이다. 침구를 놓고 게스트용 침실로도 사용할 수 있다. 바닥면을 세워 절반으로 크기를 줄이거나 완전히 접을 수도 있다. 완전히 접었을 때 면적은 약 2.4제곱미터다. 접은 상태에서도 전기 콘센트, 조명 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수납장과 선반으로서 여전히 기능한다.
| 가장 긴 베란다를 가진 남향집
네덜란드의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보운파이오니어스(Woonpioniers)가 네덜란드 알메르에 만든 사우스 하우스(South House)는 실내와 실외를 하나로 연결할 긴 베란다를 위해 삼각형으로 지은 복층 주택이다. 남쪽을 향해 있는 삼각형의 가장 넓은 변은 벽 대신 거대한 미닫이문이 서있다. 문을 양쪽으로 열면 넓은 베란다로 이어지는데, 기둥 없이 넓게 열려 있어 집안의 생활 공간과 집 밖의 풍경을 커다란 하나의 공간으로 만든다. 최대한으로 개방된 구조 덕분에 적당한 채광과 그늘이 조성되는 등 남향의 장점을 최대한 누릴 수 있다. 모든 주요 생활 공간은 1층에 위치하며 벽이나 문으로 구분되지 않았다. 지속 가능 건축물로 지붕에는 전기와 온수를 담당하는 태양열 발전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내부 인테리어에는 건축주가 기존에 살던 집에서 가져온 자재들을 최대한 활용했다.
| 누워서 별을 볼 수 있는 이동식 협소주택
복층 계단을 올라가면 두 명이 누울 수 있는 침대와 수납공간이 나온다. 1층 공간에는 작은 소파 겸 싱글베드, 욕실, 화장실, 싱크대와 조리 시설이 있는 주방, 냉장고, 빌트인 된 수납공간과 접이식 책상, 의자 및 테이블이 있다. 앞뒤로 7.2미터 길이로, 태양열 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빗물을 받아 정수해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슬라이딩 벽으로 구조를 바꾸는 투룸 아파트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밀릭 아키텍츠(Milic + Architects)는 빛이 잘 들지 않는 거실의 채광을 개선하기 위해 투룸 아파트의 벽을 없앴다. 85제곱미터 크기의 이 집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다. 기존에는 가장 많은 빛이 들어오는 쪽에 방 두 개와 화장실이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반대편에 있는 거실과 주방은 벽에 가려 상대적으로 어두웠다. 밀릭 아키텍츠는 1인 가구가 사는 이 집에서, 빛을 가리는 벽들을 제거하고 대신 집을 수직으로 가르는 반투명 플라스틱 패널 10여 개를 설치했다. 패널들은 집을 현관, 주방, 거실 등의 공개되는 공간과 침실, 욕실, 화장실, 서재 등의 개인적인 공간으로 구분한다. 커튼처럼 천장에 매달린 패널들은 각 공간들을 수시로 개방형과 폐쇄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반투명 패널들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닫혀있을 때에도 창밖의 자연광을 집 반대편 구석까지 통과시킨다. 각 패널에는 육각 패턴이 새겨져 있어 벽과 바닥에 무늬를 그리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글 박수진 객원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