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30

공예를 향한 본능적 심미안

공예 기획전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인간의 손에서 탄생하는 공예품은 창작자의 감정과 호흡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공예는 늘 그렇다. 열 마디 말보다 이미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기운과 몸짓으로부터 작가의 메시지를 은밀하게 느끼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공예 감상법 아닐까. 문화역서울284에서 개최 중인 공예기획전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는 자연 본래의 모습에 대한 고찰과 자연 존중의 미학을 공예를 통해 조망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되었다. 공예의 정신적 가치를 땅의 기초에 두고, 전통적 재료와 현대적 재료를 아우르며 만들어진 작품 30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2022년 밀라노 한국공예전 <다시, 땅의 기초로부터>를 재구성하고 확장한 전시로 2023년 밀라노 한국공예전 <공예의 변주 Shift Craft>와 비교하며 들여다보는 것도 이번 전시를 보다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중앙홀 전시 전경

지난 4월 4일 막을 올린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공예로 기록한 자연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도자, 섬유, 유리, 한지 등의 공예품을 모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년 밀라노 한국공예전 <다시, 땅의 기초로부터 Again, From The Earth’s Fundation>를 재구성한 구역을 포함해 8개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시간이라는 이곳’ ‘내가 서 있는 땅’ ‘껴안으며 바라보는’ ‘다른 말, 같은 숨’ 등 각 전시 공간마다 인간에게 공예품이 가지는 의미를 담아 은유적인 무드를 부여했다.

중앙홀_시간이라는 이 곳_장성 작가(GIVEN)

전시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중앙홀 설치 작품은 미국과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장성의 작품으로 자연적 소재 ‘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했다. 나아가 ‘돌’을 재발견해야 할 기능과 역사를 품은 소통의 대상으로 여기며 제작한 의자 시리즈 <Given/주어짐>과 이를 기념하는 영상과 플라스틱 유닛으로 만든 대형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전시 전경 3등 대합실
3등 대합실 내가 서 있는 땅 김계옥 작가(제2의 막(幕)) ​
낮은 평온 스털링실버 류은정 ​

중앙홀을 지나 3등 대합실로 발길을 옮기면 ‘내가 서 있는 땅’이라는 주제로 2022년 밀라노 한국공예전 <다시, 땅의 기초로부터>를 재구성한 공간을 마주한다. 지난 전시에 참여했던 강승철, 김계옥, 류은정 작가 등의 작품이 전시되며 밀라노 전시 때와는 설치 방식에 차별을 두어 1m 높이의 갈라진 땅 위에 작품을 두고, 관람객이 사이를 거닐며 작품의 소재나 결, 그림자 모양까지도 세밀하게 살필 수 있도록 배려했다.

1,2등 대합실 전시 전경
부인대합실 전시 전경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달라진 새로운 형태의 자연을 다양한 재료와 물성의 공예품을 소개하는 1,2등 대합실과 2022년 밀라노 한국공예전 해외 콜라보레이션룸을 조성해둔 부인대합실에서는 작가 박수이와 허성자를 포함한 여러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 전체 공간은 본관 곳곳을 산책하듯 관람할 수 있도록 작품이 설치되었다. 자연의 모습을 품은 작품들을 감상하며 자연의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작품과 대화하듯 관람해 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5월 19일부터 28일까지는 올해 6회째를 맞는 <2023년 공예주간>의 일환으로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특별 전시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소식당 이규홍 작가(빛의 숨결) ​
귀빈실 여유로운 변화 이선 작가(한지탑)
(왼) 2층 그릴 전시 전경
(오) 그릴 평행하게 걷는 우리 박윤주 작가(비파랑조각 어떤 굳센존재방식) 연진영 작가(Long Pile)

젊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진 2층 그릴 공간. 산업용 알루미늄 파이프, 폐기된 소재를 이용해 작업하는 연진영 작가의 <Long pile>(2023), 기계적 방식으로 아날로그적인 작품을 구현해 내는 조상현 작가의 <The Voice of the Theatre>(2023)가 전시되고 있다. 이외에도 문보리 작가의 직조 작품 <시간의 관계를 잇다>(2023), 이선 작가의 한지 작품 <한지탑>(2023), 이규홍 작가의 유리 작품 <빛의 숨결>(2022) 등 자연의 풍경을 연상케 하는 작품들과 마주할 수 있다.

구회의실 단단한 숨을 모아 전시 전경
구회의실 단단한 숨을 모아 전시 전경 ​

2층 구회의실에는 ‘단단한 숨을 모아’라는 타이틀 아래 현대적인 작업을 전개하는 기성 유리 공예 작가와 학생 작가들의 유리 공예품을 진열해두었다. 자연이라는 가치에 작가들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재해석한 작품들로 시대를 아우르는 전시 공간으로 마련했다. 공예의 정신적 가치를 땅의 기초에 두고, 그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돌아가려는 자연에 가까운 공예들을 한데 모으고 한국적 미학의 그릇에 담아 소개하는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는 6월 4일까지 진행된다.

ⓒ행복이가득한집

인간의 안락을 위해 자연을 구속하고 파괴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자연이 어떤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는가 되짚어 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이 우리에게 준 가르침을 다시 ‘우리가 자연에’ 들려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보이드플래닝 강신재 대표 및 예술감독-

하지영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프로젝트
<다시, 자연에게 보내는 편지>
장소
문화역서울284
주소
서울 중구 통일로 1
일자
2023.04.04 - 2023.06.04
하지영
에디터가 정의한 아름다운 순간과 장면을 포착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세상에 선보입니다.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공예를 향한 본능적 심미안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